2023-07-07

장마 - KBS TV문학관 (정애란 여운계)


교양인이라면 읽어야 할 우리나라 문학작품에 꼭 들어있는 소설 '장마'. 안 읽었다. 영화도 있는데 안 봤다. 티브이문학관도 안 본 줄 알았는데 눈 먼 역술인이 점치는 장면이 낯익었다. 설마 여기만 봤나? 😅


빗속에서 두 어머니가 싸우고 있다
KBS TV문학관 장마. 왼쪽부터 여운계, 정애란

UHD로 만나는 TV문학관 세 번째 방영작 "장마"


: 1982.06.19 방영. 2023.03.20 UHD 방영. 원작 윤흥길. 극본 홍승연. 연출 심현우. 정애란, 여운계, 권성덕, 서우림, 송종원, 민욱, 김형자, 박선희, 조인표, 기정수, 최주봉, 오기환, 이정훈, 전무송, 이현두, 김동완, 유재필, 유화춘, 강정아, 이현승, 김선자, 최성희, 신철, 김유신, 김시욱, 김정훈, 안주영, 김태량 출연.


===== 스포일러 주의! & 배역 이름을 몰라서 배우 이름으로 호칭 =====


6.25 전쟁이 한창인 어느 시골 마을. 비가 질리도록 퍼붓는 장마철이 배경이다. 공산당을 돕다가 도망간 여운계의 둘째 아들이 집에 몰래 나타난다. 가족들이 자수를 권하는데,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작은 인기척에 기겁을 하고 도망가버린다. 사실 그 소리는 여운계의 집에 같이 사는 사돈댁 정애란이 화장실을 다녀오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안방에 접근한 것이었다.


여운계의 친손자이자 정애란의 외손자인 동만이는 웬 낯선 남자에게서 삼촌에 대한 질문을 받는데 - 아버지가 삼촌 얘기 절대로 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줬음에도 - 초콜릿에 넘어가 삼촌이 집에 왔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 길로 동만이의 아버지가 끌려가고 동만이는 친할머니의 미움을 사 외할머니의 방에서 지낸다.

꿈이 잘 맞는 정애란은 이빨이 강제로 뽑히는 꿈을 연달아 꾸고는 전쟁에 나간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것을 예감하는데, 아들이 전사했다는 통보가 온다. 떨리는 손으로 완두콩을 까면서 나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암시롱도 않다'를 반복해서 읊조리는데 대성통곡하는 것보다 더욱 슬프게 느껴진다.

사실 여운계의 아들(송종원)이 공산당 앞잡이 노릇을 하지 않았다면 정애란의 아들(민욱)은 더 오래 숨어 지낼 수도 있었다. 송종원이 민욱의 은신처로 공산당들을 데려가자 그들은 미친 듯이 총을 쏴댔다. 다행히 민욱은 이미 도망가고 없었지만 그 바람에 정신이 든 여운계의 아들도 자기가 지은 죄로부터 도망을 갔던 것.


아무튼 아들을 잃고 마음이 상한 정애란은 모질게 퍼붓는 장맛비를 향해 화풀이를 한다. 이것을 들은 여운계는 내 아들 죽으라고 하는 소리냐며 크게 화를 내고 두 사람의 대립은 극으로 치닫는다.

오매불망 둘째 아들을 기다리던 여운계는 용한 점쟁이를 찾아가 아들이 돌아올 날짜를 점지받고 새 옷과 음식을 준비한다. 그리고 전날부터 아들이 오기만을 기다리는데 아들은 안 오고 웬 처음 보는 뱀이 나타난다. 여운계는 뱀을 바라보다 정신을 잃고, 정애란은 제사상을 차려놓고 뱀을 달랜다. 집안 걱정은 하지 말고 어여 가던 길 가라고. 거짓말처럼 뱀은 나무에서 내려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여운계는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얘기를 다 전해 듣고는 정애란에게 고마움을 표시한다. 같은 아픔을 가진 두 사람은 손을 굳게 맞잡는다.

어머니가 뱀을 집에서 내보내고 있다
KBS TV문학관 장마

장마로 대비되는 전쟁과 남북으로 대비되는 두 어머니와 그 아들들.
드라마 속에선 두 어머니가 화해했지만, 드라마가 만들어진지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현실에선 남북이 대립 중이다. 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 자유롭게 오고 가는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란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통일도 이루어지지 않을까?

앞서 방영한 두 작품(산골나그네, 열녀문)은 보면서 속이 너무 터졌는데 '장마'는 두 어머니의 연기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특히 정애란 배우께서 뱀을 달래고 보내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수신료의 가치가 느껴지는 기획이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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