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안녕, 수사반장 1958 ! 10화는 너무 짧다😪


MBC 대표 형사물 '수사반장'의 프리퀄 드라마 '수사반장 1958'이 막을 내렸다. 처음 캐스팅 기사를 보았을 땐 너무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 게 아닌가 우려가 되었었는데, 다 보고 나니 하등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배경만 1950년대였지 현재의 얘기와 다를 바 없었다. (원조 수사반장 리뷰 보기)

MBC 수사반장 프리퀄 드라마 수사반장 1958
MBC 수사반장 1958 / 저작권자 MBC

수사반장 1958 (MBC)


: 김영신 극본. 김성훈 연출. 이제훈, 이동휘, 최우성, 윤현수, 최덕문, 서은수, 정수빈, 도우, 김민재, 오용, 고상호, 조한준, 남현우, 송욱경, 류연석, 차미경, 엄준기, 신민재, 이석형, 김영성, 강인권, 박정혁, 김서안, 주인영 등 출연. 


고향에서 소도둑을 때려잡던 경찰 박영한은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 종남경찰서에서 일하게 된다. 그저 나쁜 놈만 잡으면 될 줄 알았던 그는 종남서에서 부조리를 마주하게 된다. 서장이라는 인간은 깡패 두목에게 굽신거리고 수사도 방해한다. 힘 없는 사람들이 아닌 권력자들을 지키기 위해 경찰의 힘을 이용한다. 그런 와중에도 박영한이 속한 수사1팀은 경찰로서의 본분을 다 한다. 그들이 믿고 따르는 것은 정의이기에.

'수사반장 1958'은 무엇보다 유쾌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심각한 사회 문제들을 다루었지만 너무 진지함에 빠지지 않고 드라마로 즐길 수 있는 수준으로 그린 게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원조 수사반장이 재현되기를 기대했던 분은 실망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면 성공적인 리메이크라고 생각한다. 


박영한 반장 역의 최불암이 동료들 묘지에서 인사하고 있다
MBC 수사반장 1958 / 저작권자 MBC


10회 후반부에 '최불암 반장님'이 레인코트를 입고 등장하셨을 때는 더 이상 연기가 아니었다. 사람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두 '범인'에게 식사를 대접 받고 흰 국화꽃과 함께 묘지를 찾는다. 반장만 남기고 먼저 떠나버린 형사들이 그곳에 한데 모여 있었다. 비석으로 남은 그들에게 '모여있어서 재밌겠다'고 말하는 반장님을 보면서 울컥😥 자리를 뜨기 전 경례를 하면서 '안녕!' 인사하는 반장님을 보면서 또 울컥😪 다들 왜 그렇게 빨리 가셨어요~~~😭

박영한 반장님의 손자가 경찰로 설정 되었으니 그가 활약하는 번외 편을 한번 기대해볼까? 10화는 너무 짧았다. 헤어질 때 하는 '안녕'이 아닌 만날 때 하는 '안녕'을 다시 나누는 날이 오기를 바라 본다.


배우 송경철과 이계인이 최불암과 한 자리에 있다
MBC 수사반장 1958 / 저작권자 MBC

* 원조 수사반장에서 범인 역을 도맡아 했던 배우 송경철과 이계인이 수사반장 1958에 특별 출연했다. 여자 경찰 역의 노경주 배우도 나오실까 기대했으나 못 봐서 아쉽다.

* 마지막회 묘지 장면에서 최불암 배우가 조형사의 묘비를 쓰다듬으며 '희정이가 가끔 날 찾아와'라고 하는데, 실제로 조경환 배우의 딸 이름이 희정이다. 

* 원조 수사반장 리뷰 보기

2024-05-18

넷플릭스 브리저튼 시즌 3을 보고 든 생각 (추천 미드)


💗💗 강력 스포일러!! 앞으로 브리저튼 시리즈 보실 분은 주의하세요!! 💘💘


브리저튼 시즌3 넷플릭스 공식 예고편


브리저튼 (Bridgerton)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사 숀다랜드(Shondaland). 총괄 프로듀서 숀다 라임스 외 여러 명.


2024년 5월 16일 브리저튼 시즌3 part 1(4회)이 공개되었다. 이번에는 브리저튼 가문의 8남매 중 셋째인 콜린과 이웃에 사는 페넬로피 페더링턴이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친구 사이지만, 페넬로피는 오래전부터 콜린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3시즌은 이 두 사람이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이야기이다. (여섯째 프란체스카의 남편 찾기와 둘째 베네딕트의 연애 이야기도 곁들여짐)

24년 6월 13일에 공개될 part 2 예고를 보니 페넬로피가 위기에 빠진다. 콜린은 사교계를 뒤흔드는 익명의 gassip girl '레이디 휘슬다운'에게 이를 갈고 있었다. 휘슬다운의 정체를 알게 되면 어디 한 군데는 망가뜨릴 기세인데...... 누구인지 알게 되면 콜린이 어떻게 나올지 너무 궁금하다. 브리저튼 시리즈에서 레이디 휘슬다운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데 설마 시즌 3까지 나오고 굿바이? 아니면 시리즈 끝날 때까지 비밀에? 이것도 진짜 궁금하다.

브리저튼 시리즈는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즐기기는 좋은데, 짝 찾기에 목숨 거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몹시 들기도 한다. '브리저튼' 같은 작품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역설? 세상에는 사랑과 결혼만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같고 (조건이나 남의 시선을 떠나) 진실된 사랑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도 같고. 


* 2화 무도회 장면에서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나온다. 숀다 님도 혹시 아미?

* 무려 여덟 명이나 되는 브리저튼 집안의 남매 이름이 헷갈린다면! ABC 순서라는 것을 기억하면 편하다.

첫째 - 안소니 (Anthony / 남 / 2시즌 주인공 / 배우 조나단 베일리)
둘째 - 베네딕트 (Benedict / 남 / 배우 루크 톰슨 )
셋째 - 콜린 (Colin / 남 / 3시즌 주인공 / 배우 루크 뉴턴)
넷째 - 다프네 (Daphne / 여 / 1시즌 주인공 / 배우 피비 디네버)
다섯째 - 엘로이즈 (Eloise / 여 / 배우 클라우디아 제시)
여섯째 - 프란체스카 (Franceska / 여 / 3시즌부터 해나 도드. 1,2시즌 루비 스톡스)
일곱째 - 그레고리 (Gregory / 남 / 배우 윌 틸스턴)
여덟째 - 히아신스 (Hyacinth / 여 / 배우 플로렌스 헌트)


2024-05-12

나쁜 가족(Para perhe) - 아빠의 업이 남매를 사랑하게 만든다 [2010년 핀란드 영화]


넷플릭스 핀란드 형사물 '데드윈드'의 덕질을 하다가 보게 된 영화. 더 정확히 말하면 이 드라마의 주연 배우들 '피흘라 비탈라(Pihla Viitala)'와 '라우리 틸카넨(Lauri Tilkanen)'의 덕질을 하다가 두 사람이 20대 때 함께 찍은 이 작품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어딘가를 바라보는 아버지, 딸, 아들의 시선을 각각 포착
Bad Family

나쁜 가족 (Bad Family / Para perhe / En dålig familj )


: 2010년 01월 29일 핀란드 개봉. 제4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상영작. 알레크시 살멘페라 감독. 빌레 비르타넨, 라우리 틸카넨, 피흘라 비탈라, 베리 키스키넨, 니키 세팔라 등 출연.


주인공 미카엘은 중년의 판사이다. 그에겐 전 부인에게서 얻은 큰아들(다니엘)과 재혼해서 얻은 어린 아들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전 부인이 사망하면서 그녀가 키우고 있던 딸(틸다)이 미카엘의 집에 오게 된다. 아주 어려서 헤어진 여동생을 16년 만에 만나게 된 다니엘은 혼란스럽다. 틸다가 다니엘을 바라보는 시선도 예사롭지 않다. 미카엘은 아들과 딸이 '같이 잤다(sex)'고 혼자 오해하고는 다니엘을 못살게 군다. 그의 의심은 점점 커져서 둘이 같이 있기만 해도 난리를 친다. 아빠가 그러거나 말거나 붙어 지내는 남매는 서로에게 가족 이상의 감정을 갖게 된다. 다니엘은 틸다와 함께 떠날 준비를 하고 이를 눈치 챈 미카엘은 극단의 방법을 취하는데.......


미카엘의 부인은 다니엘을 낳고 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아들을 낳은 지 두 달 만에 집을 나가 3주 뒤에 돌아왔다. 그러다 숨을 못 쉬겠다며 떠나버렸다. 그때 그녀 옆에는 약쟁이 가수가 있었다. 그럼 틸다를 언제 낳은 것일까? 처음에는 틸다의 아빠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틸다가 '왜 약쟁이 엄마한테 자기를 보냈냐'고 미카엘에게 묻는다. '엄마가 나아질까 해서 너를 보냈다'는 얘기도 나오고. 줄거리를 찾아봐도 친남매라고 나와있다. 제대로 번역된 자막이 필요하다😭😭😭


틸다와 다니엘이 키스를 나눈다
핀란드 영화 '나쁜 가족' (직접 편집)

같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오랜 세월 떨어져 있다가 만나면 강한 끌림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유전적 성적 이끌림-Genetic sexual attraction/GSA), 영화 속 다니엘과 틸다도 이런 양상을 보인다. 신체적으로는 다 큰 남매가 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잠을 자니 부모 입장에서는 물론 걱정이 되겠지만, 미카엘의 의심은 도를 넘어서 다니엘과 틸다가 섹스하는 사이라고 단정을 짓다 못해 이 둘을 막는답시고 비이성적 일까지 감행한다. 한마디로 미쳤다.

그에겐 오로지 아들을 불청객으로부터 지켜내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딸에 대한 애정은 눈곱 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다. 하긴 상식적인 아버지라면 아무리 멀리 살아도 자식의 안부 만큼은 챙겼을 것이다. 단지 바람 난 전 부인이 키운다는 이유만으로 딸을 완전히 지우고 산 것을 보니 틸다와 죽은 전 부인을 동일시한 것 같다. 틸다에게 "다니(Dani)는 내 아들이야!" 소리 지를 때나 전에 있던 곳으로 돌아가라며 비행기 표 얘기를 할 때는 매정함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다니엘이 갈수록 어긋나는 것을 모조리 틸다의 탓으로 넘기고 있지만, 미카엘을 미치게 만드는 것은 결국 딸을 챙기지 않은 그 자신의 죄이다.



이 작품의 장르가 코미디로 분류되어 있어서 의아했는데, 미카엘의 과민한 행동들을 보면 쓴웃음이 나온다. 틸다의 방 앞에서 가족끼리 성적 관계를 가질 경우 어떤 처벌을 받는지 법조항을 고래 고래 읽는 장면은 압권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남매 사이를 무섭게 결속 시킨 것은 결국 미카엘이었다. 그러게 어렸을 때부터 남매를 계속 만나게 했든가 같이 살았다면 이렇게 되었겠냐고~!

미카엘로 나오는 '빌레 비르타넨'의 연기는 최고다. 당시 신인 급인 라우리 틸카넨의 연기도 뛰어나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도 지금과 똑같다. 피흘라 비탈라는 팜므파탈 느낌에 깜찍한 외모가 너무나 매력적이다. 번역이 잘 된 자막으로 보고 싶다! 우리나라 영화제에서 상영했었으니 한글 자막이 어딘가 있을 텐데😭😭😭 어느 OTT든 이 영화 좀 제공해주세요 제발~


* 핀란드 제목 'Para perhe'를 해석하면 '최고의 가족'이다.

* 2009년에 촬영했다 치고 당시 배우들 나이를 따져보니 라우리가 22살, 피흘라가 27살?!! 그럼에도 10대 역할이 어색하지 않다. 십여 년 만에 한 작품에서 주연으로 다시 만나는 기분은 과연 어떨까?

데드윈드 주인공 카르피와 누르미가 함께 나온 잡지 표지
'데드윈드' 누르미와 카르피


* '데드윈드'에서 본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반갑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카페에서 틸다에게 관심 보이는 남자는 사샤(1,2시즌), 미카엘의 지인은 경찰 간부 스텐(2시즌), 병원 간호사는 3시즌 요주의 인물, 미카엘의 재혼 부인은 카르피&누르미와 함께 일하는 펠톨라(지적인 미모에 깜짝). 경찰 간부 쿨리오(2시즌)도 잠깐 출연.

* 빌레 비르타넨이 셜록 같은 추리력을 가진 형사로 나오는 핀란드 드라마 '살인 없는 땅(=보더타운=소르요넨)'도 볼만하다. 넷플릭스에 한참 올라와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2024-05-07

제목을 모르겠는 KBS 특집 드라마 - 조수 간만의 차이 연구한 아이들

 
어렸을 때 본 특집극인데 제목도 주연 배우들 이름도 모르겠다. 오래전에 검색해봤을 때에는 분명 이 드라마 정보를 찾았었는데 지금 다시 찾아보니 나오는 게 없다. 그래도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작품이라 뭐라도 적어놓기로 한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어느 섬의 선생님과 초등학생 두 명이 매일 밀물 썰물 발생 시간을 관찰한다. 오랜 기간에 걸쳐 알아낸 사실을 무슨 과학 관련 대회에 낸다. 이들의 연구는 큰 주목을 받는다. 그리고 가장 큰 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한다.

아마도 초등학생 아니면 중학생 때 이 드라마를 보았는데, 주인공들이 나와 비슷한 나잇대이고 실제 있었던 이야기라 더 크게 감동을 받았던 것 같다. 어린아이 둘이 매일 밤인지 새벽인지 바다만 바라보고 있던 게 주로 생각난다. 비가 와도 날씨가 안 좋아도 예외는 없었다. 하루는 아이들이 늦잠을 잤던가 시간을 놓쳐서 선생님에게 크게 혼나기도 한다. 그렇게 고생을 거듭하다 가장 큰 상에서 이들이 불렸을 때 감동이 팍!

구글링을 해보니 고맙게도 관련 기사가 나온다. 1982년 전국과학전람회에서 작은 섬의 어린이들이 대통령상 수상. 초등학생이 이 대회에서 대상을 탄 것은 처음 있는 일. 

어느 기사는 몇 개월 동안 관측했다 하고 또 어느 기사는 1년에 걸쳐 했다 하고 어느 쪽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최소 몇 달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바다에 매달려 있던 것은 분명한데, 요즘 같았으면 이런 연구가 과연 가능했을까 싶다. 생각해보니 동네 어른이 화를 내는 장면이 있었던 것 같고. 21세기에 이랬다간 아동 학대 얘기가 나오지 않았을지...😓 이 연구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린 학생들이 감당하기엔 정말 힘들었을 게 분명해서 한마디 붙여보았다. 나이를 먹으니 감상이 달라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어린이 두 명이 밀물 썰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출처 강진일보

2024-05-04

아순타 케이스(The Asunta Case) - 실제 사건을 드라마로 재구성한 스페인 넷플릭스 범죄 수사물


2001년, 스페인의 로사리오(엄마)와 알폰소(아빠) 부부는 중국인 여자 아기를 입양하고 이름을 '아순타'로 짓는다. 2013년 9월 21일, 두 사람은 딸이 없어졌다며 실종 신고를 한다. 다음날 아순타는 사망한 상태로 발견된다. 로사리오의 시골집에서 5km 떨어진 숲길이었다. 며칠 뒤 두 사람은 딸을 죽인 혐의로 체포된다. 

아순타의 부모 알폰소와 로사리오가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아순타 케이스 (El Caso Asunta)

: 2024.04.26 공개.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미티드 시리즈 스페인 드라마. 칸델라 페냐, 트리스탄 우요아, 하비에르 구티에레스, 아이리스 우, 카를로스 블랑코, 마리아 레온, 프란시스코 오렐라, 알리시아 보라체로 등 출연. 

👉👉👉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

다 보고 난 지금, 이 작품이 단순 창작물이었으면 재미있는 드라마 한편 봤다 생각하고 넘어갔을 텐데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라고 하니 찜찜함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로사리오와 알폰소가 범인이라면 대체 왜 아순타를 죽였을까? 로사리오의 부모가 대규모의 별장을 손녀에게 남겼는데 돈이 필요했던 두 사람이 이것 때문에 죽였다? 루프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던 로사리오가 온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을 저질렀다? 두 사람의 치명적인 비밀을 아순타가 알게 되어서 미리 차단? 범행 동기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끝이 나버려서 너무 답답하다.


2013년 1월 알폰소는 로사리오가 유부남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2013년 2월, 두 사람은 이혼한다.
2013년 6월, 로사리오의 병이 깊어져 입원한다. 알폰소는 '로사리오가 불륜을 정리하는 조건으로' 로사리오와 아순타를 돌봐주기로 한다.
2013년 7월, 누군가 아순타의 방에 들어가 그녀를 목 졸라 죽이려 했다. 그런데 로사리오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소음에 민감한 이웃집 개도 그날은 짓지 않았다고 이웃이 진술한다. 누군가 밖에서 침입했다면 개가 반드시 짖었을 것이라고. [범인이 제3자가 아니고 로사리오라는 의심이 강하게 드는 대목이다]

죽은 아순타에게서는 치사량의 로라제팜(벤조디아제핀계 약) 성분이 발견되었다. 아순타가 평소에도 약에 취한 듯한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고 주변인 몇 사람이 진술했다. 알폰소는 아순타가 알레르기 비염 때문에 항히스타민제를 먹어서 그렇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순타의 머리카락에서 나온 정보는 그녀가 로라제팜 성분을 장기간에 걸쳐 먹어왔다는 것이었다. 로라제팜은 로사리오가 먹고 있는 안정제(수면제로도 이용)였다.  

이들은 대체 왜 아이에게 향정신성 의약품을 먹였을까? 불륜에 빠져있던 로사리오가 아이를 재워 놓고 불륜남을 만나러 가기 위해? 아시안 포르노도 즐겼던 알폰소가 아이를 재워 놓고 어떤 식으로든 탐닉? 아니면 아이를 죽이려고 계속 시도했다는 뜻? 이것도 확실한 이유가 나오지 않는다. (아이고 답답해😫)

이 사건에 대한 스페인 위키백과를 읽어보았는데, 아 글쎄 아순타를 처음 발견했을 때 체온을 재지 않았다고 한다! 성폭행 가능성 때문에 직장의 온도를 재지 않았다고 하는데 아니 그럼 다른 부위의 온도라도 쟀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 시기에 나온 CSI 과학수사대 드라마에서는 간의 온도를 재던데 아무튼!] 아순타의 몸 속에 남아있는 로라제팜 성분 양으로 사망 시간을 추정했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시신 발견 당시 체온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면 상황이 또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로사리오와 알폰소 두 사람이 몹시 의심스러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녀사냥을 당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이 각각 체포되어 경찰서에 구금되었을 때 경찰이 이들의 대화를 도청했는데, 스페인 위키백과에 따르면 이 녹음본이 유출되어 방송에 나왔다고 한다. 다만 방송에서는 배우들이 대화를 재현했다고. 그런데 문제는 경찰의 공식 기록에는 이런 표현의 대화가 없다는 것이다.

https://es.wikipedia.org/wiki/Caso_Asunta_Basterra 에서 발췌.

로사리오 : 당신과 당신의 작은 게임. 그걸 없앨 시간이 있었나요?
알폰소 : 닥쳐, 그 사람들이 우리 말을 듣고 있을 수도 있어.

이 세 문구 중 첫 번째와 마지막 문구는 허구이며, 두 번째 문구는 로사리오가 "그럴 시간이 없었지?"라고 말한 내용을 각색한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문구가 나중에 진실로 받아들여져 신문, 잡지, 텔레비전(심지어 2013년 10월 30일자 TVE-1의 전국 뉴스에서도)에서 무한정 반복되었다는 것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에도 두 사람이 구금된 뒤 (저 표현 그대로는 아니고) 둘만의 비밀이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대화 장면이 나온다. [이 드라마는 서사를 위해 각색된 부분이 있다고 밝히긴 했으나 어느 부분을 어떻게 각색했는지는 설명해놓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식의 대화가 '비공식적으로는' 정말 있었다는 건지 아니면 말 그대로 지어낸 것인지 그걸 잘 모르겠다. 위키백과의 내용이 맞다면 드라마에서는 이 대화를 재현할 게 아니라 당시 방송에서 이것을 어떻게 왜곡했는지 그 실상을 보여줬어야 하지 않을까? 시청자 대다수는 실제 아순타 사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이 드라마를 보니까 말이다. 실화를 다큐가 아닌 드라마로 만드는 건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이런 사건을 보면 이춘재 연쇄 살인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분이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사건 현장 주변의) 나무들은 범인을 다 봤을 텐데 말을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어린 나이에 죽은 아순타가 불쌍하고 안타깝다. 로사리오도 이제는 말 없는 자가 되었다. 도대체 범행 동기가 뭐였을까? 이것이 너무나 궁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