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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6

바람의 화원 - SBS 특별기획 수목 드라마 (박신양 문근영 류승룡 문채원)


연기보다는 그림 그리는 일에 매진하고 있는 박신양 배우를 보니 이 드라마가 떠올랐다. 그는 조선 시대 천재 화가 김홍도로 나왔다. 상대 역은 문근영 배우로 화가 신윤복을 연기했다.

김홍도가 신윤복에게 붓을 건네고 있다
 드라마 '바람의 화원' / 출처 SBS 공식홈

바람의 화원 (SBS)


: 2008.09.24~12.04 방영. 총 20화. 원작 이정명. 극본 이은영. 연출 장태유, 진혁. 
박신양, 문근영, 류승룡, 문채원, 배수빈, 임지은, 김응수, 최정우, 안석환, 정인기, 박혁권, 이미영, 이인, 박진우, 임호, 한정수, 유연지, 지삼(안미나) 등 출연. 


이 드라마가 무엇보다 화제였던 것은 신윤복을 여성으로 설정한 점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두 사람을 연애 감정이 오가는 사이로 그렸다. 상상력 발휘 수준을 넘어서 역사를 왜곡했으니 논란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신윤복의 후손은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말이 많았다. 어쩌면 아직까지도 신윤복을 여성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드라마 얘기만 하자면, 두 화가의 대표작을 재현한 장면들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김홍도가 신윤복의 실루엣을 보고 남다른 감정을 느끼는 장면도 연출이 대단했다. 두 사람의 그림 대결도 재미있었다. 회차를 16회 정도로 줄이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완성했으면 어땠을지 두고 두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 

배우들 연기는 좋았다. 초반에는 신윤복과 기생 정향의 사랑 이야기가 비중이 높았는데 문근영과 문채원의 연기가 아주 절절했다. 급기야 연말 연기대상에서 커플상까지 받았다. 문근영은 이 작품으로 대상을 탔는데 찾아보니 당시 나이 만 21세! 소감을 말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 울어서 제발 휴지 좀 갖다 주라고 (TV 앞에서) 외쳤었는데 줬는지 안 줬는지 가물가물... 기억하기론 끝날 때까지 안 줬던 것 같은데... 얘기가 삼천포로 빠져버렸다. 박 배우도 같이 탔으면 좋았겠지만.......😑 류승룡 배우도 이 작품 이후로 더 바빠졌다. 

이 드라마가 부정적인 영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조선 시대 서화(글과 그림) 전시회가 열렸었는데 그야말로 인기 대폭발이었다. 관람객이 어찌나 많은지 작품들을 눈에 한번 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특히 김홍도의 '맹호도'와 신윤복의 '미인도'는 잠깐이라도 볼 수 있으면 다행이었다. 언제 다시 전시회를 하려나..? (보화수보 展 또 열어주시면 안 될까요?)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옛 그림들에 관심이 생겨서 관련 책을 많이 찾아보게 되었다. 실제 김홍도는 어떤 인물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박신양이 그려낸 천재 화가는 매력이 철철 넘쳤다. 오랜만에 다시보기 해볼까나? 그런데 왜 이은영 작가에 대해선 나오는 게 없을까? 설마 이 작품 뒤로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인가? 다른 이름으로 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다시 작품을 쓰시길 바라 본다.

써 놓고 보니 잡담에 가까운 리뷰가 되었다.😓 '바람의 화원'은 아름다운 그림 같은 드라마였다. 좋은 점만 기억하고 싶다.



2024년 4월 30일까지 엠엠아트센터 (경기도 평택)

화가로 변신한 배우 박신양이 활짝 웃고 있다


2024-01-18

빙점 - 1990년 KBS 수목드라마 (김영애 임동진 이미연 손창민 선우재덕)


=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

어린 딸이 사라졌다. 사실 딸이 학교 끝나고 집에 오긴 했었다. 그런데 엄마가 다시 내보냈다. 왜냐하면 그때 집에는 엄마의 '특별한 손님'이 와있었다. 부모는 딸을 찾아 헤매지만 딸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뒤였다. 

긴 머리의 이미연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빙점' 이미연 / KBS 유튜브 채널 캡처

빙점 (KBS)

: 1990.01.03~02.22 수,목 방영. 총 16부작. 미우라 아야코 원작. 이금림 극본. 김종식 연출. 김영애, 임동진, 이미연, 손창민, 선우재덕, 전무송, 정동환, 엄유신, 반효정, 서영진, 이재은, 이민우 등 출연.


딸의 죽음이 아내(의 불륜) 탓이라고 생각한 남편은 지독한 복수를 계획한다. 딸을 죽인 범인의 딸을 입양해 아내가 키우게 만드는 것. 아내는 입양한 딸을 애지중지 키우다 범인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는 돌변해버린다.

당시 이미연 배우를 너무 좋아해서 본방사수를 했었다. 그래서 입양한 딸을 교묘하게 괴롭히는 엄마 역의 김영애 배우가 너무 싫었다. 딸이 밤새워 쓴 글도 없애버리고 옷도 사주지 않는다. 딸을 대하는 표정과 말투는 또 어찌나 차가운지 보는 게 괴로웠다. 

물론 엄마가 그때 친딸을 내보내지 않았으면 비극도 없었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복수하는 남편도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차라리 이혼을 하지 뭔~ (안다. 이야기 진행을 위해선 이 부부가 이혼하면 안된다는 것을) 남편의 분노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자식도 있는 마당에 이런 짓을 하는 건 미쳤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야기 후반에 엄청난 반전이 있다. 부부가 범인의 딸이라고 '믿어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양딸이 사실은 범인과 전혀 상관없는 아이였던 것이다. 아니 아무리 친구가 애원해도 그렇지 남의 자식을 범인의 딸이라 속여 입양시켜준 인간이 제정신인가? 아무리 픽션이라 해도 (그럴 만한 개연성이 느껴지지 않는) 너무나 비상식적인 이야기 진행에 몹시 짜증이 난다. 이 이야기가 요즘 나왔어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을까? 인간이라는 존재의 이중성과 잔인함은 잘 그려진 듯하나 그 이상의 가치가 담겨있는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제라도 소설이나 드라마를 다시 보면 생각이 달라지려나?



* 사실 드라마를 본 지 너무 오래 되어서 배우 위주로 몇 장면만 기억이 난다. 오빠 역의 손창민과 그 친구 역의 선우재덕 두 배우가 참 멋있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도 이미연-선우재덕 커플을 상대로 망붕을 펼쳤던 것 같다.😅 

소설에서는 오빠가 피 안 섞인 여동생을 이성으로 좋아한다는데, 드라마에서는 어느 수준까지 그려졌더라?🙄 이제는 이런 설정의 창작물이 흔해서 문제도 안 되지만 1990년 공중파 드라마에서는 대놓고 다루기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kbs는 이미 '젊은 느티나무'를 만든 전적이 있다)

* 나무위키에 따르면 KBS 유튜브 채널에 전 회가 올라왔었다는데, 2024년 1월 현재는 요약본만 있다. 




* 우리나라에서는 이 드라마 이전에 영화로 두 번이나 만들었다고 한다. 1967년과 1981년. 놀랍게도 김영애 배우가 81년 작에서도 엄마로 나왔다고. 2004년에는 MBC에서 드라마화 했는데 작가가 막장의 대모 김순옥! 여기에선 선우재덕이 남편 역으로 나왔다고 한다. [나무위키 참고]

* 사망한 딸 역할로 아역 배우 최형선이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아주 오래 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본 적이 있다. 연기 참 잘 했었는데. (잘 지내시나요?)

* '빙점 : 물이 어는 온도이자 얼음이 녹는 온도.



2024-01-05

광끼 - KBS 청춘 드라마 (이동건 원빈 최강희 배두나 김현정 양동근)

예전엔 대학 생활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드라마가 많았다. 나에겐 MBC '우리들의 천국'이 특히 그랬다. 배우들이 가슴에 파일과 전공 책을 안고 다니는 게 얼마나 있어 보이던지.... 대학교에만 가면 캠퍼스 잔디밭에 누워 낭만을 씹는 게 일상일 줄 알았다. 덤으로 멋진 선배나 동기와 연애를 하게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할말하않😑)

원빈-이동건-최강희-배두나
웨이브 캡처

광끼 (KBS)


: 1999.05.04 ~ 2000.01.13 매주 1회 방영. 윤석호, 문보현, 김평중, 김형일 연출. 김민주, 오수연, 이경미, 구선경, 박경 극본. 이동건 원빈 최강희 배두나 김현정 양동근 도지원 조민기 김수정 강성민 장용 김소연 장성원 김형종 등 출연. (위키백과 참고)



이 드라마 하면 원빈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웨이브 들어간 긴 머리로 등장한 그는 그야말로 '비주얼 쇼크' 그 자체였다. 이렇게 단발이 예쁘고 잘 어울릴 수가! 뭐 외모가 개연성이니 뭘 해도 멋진 것일 테지만. 여기에 늘 메고 다니는 카메라도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데에 한 몫 했다.

그리고 배두나. 여성스러움은 개나 줘버린 패기 가득한 캐릭터가 그녀의 보이시(boishy)한 외모와 아주 잘 어울렸다. 만나면 서로 티격태격하는 원빈과 케미도 좋아서 이 커플 아닌 커플을 보는 게 너무 좋았었는데....😥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배두나가 갑자기 빠져버린 것이다. 정확한 이유가 생각나지 않아 찾아보니 영화 '플란다스의 개'에 출연하기 위해 하차했다고. 봉준호 감독의 첫 장편 영화는 비록 흥행에 실패했지만, 그 뒤로 배우로 잘 나가게 되었으니 그녀 입장에서는 잘한 선택일 것이다. 그래도 광끼에 계속 출연했다면 굉장한 커플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지금까지도 아쉬움이 남아있다.

그리고 이동건. 그가 주인공으로 등장했을 때 사실 놀랐다. 그 전까지만 해도 쇼프로에서 한두번 본 게 전부인 가수였다. 얼굴이 뽀얗고 잘 생겼다 싶었는데 드라마에 나올 줄이야. 그런데 더 놀라웠던 건 초보임에도 연기를 곧잘 하는 것이다. 그때 윤석호 PD가 캐스팅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래도 어떻게든 연기자의 길로 가게 됐으려나?


이제 드라마 얘기를 해보면, 광기(미친 기운) 보다는 똘끼 다분하고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이동건과 최강희, 원빈과 배두나의 사각 관계가 주축이었으나 배두나가 빠지면서 원빈과 최강희를 연결시키다 보니 이동건 캐릭터가 어정쩡해졌다. 짝사랑만 하던 이동건은 급기야 빠져버리고 새로운 인물(장성원)이 등장했으나 드라마는 산으로....😥

어쩌면 원빈-배두나 조합에 너무 홀릭했던 나머지 원빈-최강희 커플에 대한 반감이 과해서 드라마 완성도와는 별개로 내가 재미를 못 느낀 것일 수도 있다. (훗날이라도 다른 작품에서 배두나와 원빈 두 배우가 다시 합을 보여주길 바랐지만 2024년 현재 원빈은 십수년째 연기 활동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고...😥 왜죠? 잘 생겼다는 소리에 질린 나머지 늙기 만을 기다리는 건 아니겠죠?)

스타일리스트 윤석호 피디의 뽀샤샤한 화면 연출과 풋풋하고 뽀송한 배우들, 멋진 캠퍼스 배경이 한데 어우러져 청춘이라는 말과 잘 어울렸던 드라마 '광끼'. 돌이켜보니 20대 시절의 젊음이란 그 자체로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그 당시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 


드라마 광끼 타이틀 화면

* 고에 가 있는 아이들을 줄여 광끼라고 함. 나무위키를 보니 대학생 연합 광고 동아리 '애드파워'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 웨이브에 전편이 다 올라와 있다. 

* 양동근은 MBC 시트콤 '논스톱'에서 엉뚱하고 웃긴 캐릭터를 이어 나간다.

* 원빈은 윤석호 피디의 사계절 연작 첫 작품이자 오수연 작가가 집필한 '가을동화'에 재벌남으로 출연하게 된다. 
 


2023-12-18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 SBS 수목 드라마 (김수현 남지현 특화 리뷰)


사실 이 드라마는 초반 몇 회만 보았다. 그럼에도 리뷰를 쓰는 건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잊혀지지 않아서 이다. 지금은 주연 배우로 자리 잡은 김수현과 남지현이 각각 고수와 한예슬의 아역으로 나왔었다. 

김수현이 남지현과 얼굴을 가까이 하고 있다
SBS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 김수현, 남지현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SBS)


: 2009.12.02~2010.01.28 수,목 방영. 16부작. 이경희 극본. 최문석 연출.
고수, 한예슬, 송종호, 선우선, 조민수, 천호진, 김기방, 김광민, 민지영, 김도연, 석진이, 김인태, 강서준, 도지한, 김길동, 서재욱, 한은서, 김수현, 남지현, 송중기 출연.



이경희 작가와 고수의 신작이라서 이 드라마를 본방사수 했었는데 1회부터 두 아역 배우의 연기에 반해버렸다. 특히 김수현. 처음 보는 배우가 어찌나 연기를 잘하는지 이 신인에 대해 몹시 알고 싶어지는 거다. 아울러 남지현과 함께 나오는 장면에서는 긴장감이 살아 흘렀다. 요즘 말로 케미와 텐션이 화면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합에 빠져 '다음 주까지 어떻게 기다리나~' 노래를 불렀었는데 성인 역 배우들로 바뀌고 나니 웬걸?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자꾸 김-남 두 배우(현현 커플)와 비교만 되고, 두 배우가 성인 역까지 이어서 하면 안 되는 건지 불만만 커져 갔다. 이건 비단 나만 그런 게 아니고 당시 시청자 게시판에 아역 분량을 늘려 달라는 글이 많았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이 드라마 보는 것을 그만 두었다.

그렇다고 내가 아무 드라마도 안 보았을 리는 없고 찾아보니 KBS에서 '추노'를 2010년 1월부터 방영... 그래서 '크눈올'을 잊을 수 있었구나..😅

김수현과 남지현은 그 뒤로 SBS '자이언트'에서 주연들의 아역으로 나왔다. 하지만 두 배우가 상대 역이 아니었던 관계로 기대했던 연기는......😢 만약 두 배우가 상대역으로 나오는 작품이 만들어진다면 닥치고 본방사수 하겠습니다~ 제발~

소년 같은 모습의 송중기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 송중기

* 여주인공의 오빠 역으로 송중기가 특별 출연했다. 소년미 뿜뿜.

* 김수현과 남지현의 실제 나이 차이는 일곱 살.

* 이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온다에 한 표.

* 써놓고 보니 드라마 리뷰 맞나.. 🙄


2023-11-30

우리나라 배우의 호칭에 대해


추억의 한국 드라마 리뷰를 쓸 때는 출연 배우의 이름 뒤에 '배우'를 붙였다.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이름을 알면 그것으로 부르면 되는데, 거의 기억이 나지 않으니 배우의 이름을 쓴 경우가 많았다. 또 연세가 많거나 돌아가신 분은 -님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렇게 계속 의식해서 쓰다 보니 피곤함이 느껴졌다. 배우 분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 이상, 등장인물로만 대할 땐 이름만 쓰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필요할 때만 '배우'를 붙일 것이다. 존칭이 필요할 땐 -님을 쓸 것이다. 글을 쓰다 보면 또 갈팡질팡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22.10.22일 예전 블로그에 썼던 글)

2023-11-03

꽃피는 봄이 오면 - 2007년 KBS 월화드라마 (박건형 이하나 박시연 김남길)


이 드라마가 방영할 당시 MBC '주몽'이 그야말로 시청률을 다 잡아먹고 있었다. 나는 '꽃피는 봄이 오면'을 본방으로 보고 '주몽'을 재방송으로 보았다. 남들이 잘 안 보는 드라마를 본다는 희한한 '부심'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다. 줄거리는 거의 생각 안 나지만 이 작품의 분위기가 동화 같고 따뜻했던 것만큼은 생각이 난다.


KBS 꽃피는 봄이 오면 주인공들이 나란히 서있다
KBS 꽃피는 봄이 오면. 출처 나무위키


꽃피는 봄이 오면 (KBS)


: 2007.01.15~03.13 방영. 총 16부작. 권민수 극본. 진형욱 연출. 박건형, 이하나, 박시연, 김남길, 이순재, 김갑수, 이보희, 정인기, 서효림, 강부자, 이언, 이도련, 권다현, 서지연 출연.



박건형이 정의에 불타는 검사 [이정도]로 나왔는데, 동네의 크고 작은 일들을 해결해주는 '홍 반장' 캐릭터와 비슷했다. 당시 '이한'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던 김남길은 냉정한 검사 [김준기] 역과 이미지가 잘 어울렸다.

이하나[문채리]가 노래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고 하는데 솔직히 기억이 안 난다. 박시연은 검정 가죽 점퍼가 아주 잘 어울리는 형사 [오영주]였고 범인 잡느라 열심히 뛰어다니던 것만 생각난다.

자료 사진을 찾으려고 KBS 홈에 들어가서 이 드라마를 검색해봤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와 심하다~~~ 2007년작인데 방송사 홈페이지에 어떻게 정보가 하나도 없을 수 있을까? 웨이브에도 없고 유튜브에도 없고 진짜 너무하네.


* 포탈에서 검색하면 최민식 주연의 영화가 먼저 나온다. BMK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2023-10-24

드라마 '스타의 연인'에 대한 추억 (최지우 유지태 성지루 차예련 이기우)


지금까지 숱한 드라마를 봐왔고 앞으로도 보겠지만 이 드라마만큼은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덕질'이라는 것을 해본 작품이기 때문이다. 
유지태와 최지우 두 배우에게 어느 정도 호감은 있었으나 열렬한 팬은 아니었다. 공식 포스터만 보았을 때도 두 배우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드라마 시청 2회 만에 이 커플의 열렬한 팬이 되고 말았으니....


최지우 얼굴 포스터 앞에 유지태가 서있다

스타의 연인 (SBS)


: 2008.12.10~2009.02.12 방영. 20부작. 원작 일본 드라마 '스타의 사랑'. 오수연 극본. 부성철 연출. 최지우, 유지태, 이기우, 차예련, 이준혁, 성지루, 정운택, 심은진, 양희경, 신민희, 곽현화, 최필립 출연. 기태영 특별 출연.



인기 최고의 톱스타 배우 이마리와 가난한 국문과 대학원생 김철수. 이 둘이 만나게 된 계기는 이마리의 소속사에서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책을 내기로 하면서이다. 그런데 이마리에 대한 책을 내는 게 아니고 이마리가 책을 쓰는 것이다. 그것도 세계 유명 문학 작품들에 대해. 평소에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면 모를까 이마리는 책과 거리가 먼 캐릭터였다. 외모로 승부하는 배우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대필자까지 구해서 책을 쓰게 하는 설정이 별로 와닿지가 않았다. 이마리가 문학 작품들에 별 조예가 없다는 게 티가 나면 바로 대중의 의심을 살 것이고 비밀이 탄로날 경우 순식간에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는데, 그 위험 부담을 다 떠안고 책을 내서 얻는 게 그렇게 큰지 납득이 잘 되지 않았다.

의구심까지 잔뜩 안고 본 드라마였지만 환상적인 배경 속에서 시작되는 두 사람의 로맨스는 사람을 곧 노예로 만들었다. 극 초반은 일본에서 찍었는데 나오는 곳마다 근사해서 직접 가 보고싶은 열망마저 생겼었다. 특히 관람차에서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너무 아름다워 그 누구와든 감상을 나누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디시인사이드의 스타의 연인 갤러리(줄여서 스연갤)에 가게 되었다. 디시는 덕질의 성지 같은 곳이었다. 스연갤에 가보니 나처럼 노예가 된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태어나 처음 해보는 덕질은 단순히 재미있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되는, 엄청난 각성 상태였다. 드라마가 방영하는 날에는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갤러리에서 놀았고 유지태 배우의 갤러리에서도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지금 돌이켜보면 뭘 그렇게 올려댔는지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이다.




이 당시 유지태 배우의 팬클럽 행사에도 가게 되었다. 기존 팬클럽 회원들과 갤러리 이용자들이 함께 모인 자리였다. 여러 이벤트를 했었는데 다른 건 기억이 안 나고 참석자들의 폰 번호를 몇 개 뽑아 그 자리에서 유 배우와 통화를 했었다. 처음으로 울린 게 내 휴대폰이었다. 그런데 장내가 너무 시끄러워서 유 배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거의 듣지 못했다. 그가 배우를 하기 전에 했던 무용에 관련된 질문을 했었는데... 유 배우가 '생각해 보겠다'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다(통화 녹음을 했어야 했는데?). 그 다음으로 연결된 분이 드라마 속 철수의 (간지러운) 대사를 해달라고 했다. 참석자들 반응이 엄청났다. 그때 깨달았다. 머리 위 하트 같은 걸 요청했어야 했다는 것을.

드라마에서 철수가 쇼팽의 녹턴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장면이 있는데, 본인의 연주를 유 배우에게 들려주고 싶다며 외국(일본이었나)에서 오신 분이 있었다. 피아노 앞에서 그분이 바짝 긴장을 하신 게 멀리서도 느껴졌다. 덕후의 꿈을 이룬 순간 얼마나 기뻤을까? 어디선가 잘 지내고 계시기를.




스타의 연인 마지막회는 팬들이 영화관에 함께 모여서 보았다. 솔직히 드라마에는 거의 집중을 하지 못했다. 최지우 배우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게 마냥 신기했고 단관 행사 자체가 비현실 같았다. 유 배우는 몸이 안 좋아서 참석하지 않았고 오수연 작가도 선물만 보내셨다. 부성철 연출자가 감사 인사를 하셨었고 이준혁 배우도 그 자리에 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최지우 배우와 마주친 곳은 화장실이었다. 세면대에서 손을 닦고 나가려는 최 배우에게 체면 불고하고 말을 걸었다. 스타의 연인 정말 잘 봤다고. 분명 그녀의 얼굴을 코 앞에서 봤는데 그 부분만 블러 처리된 듯 기억이 없다. 키가 크고 늘씬했다는 기억만.

이렇게 정리해보니 이 정도면 정말 성공한 덕질이었구나~ 싶다. 드라마와 그 팬들과 한 몸처럼 살아 움직였던 기억. 그 시절의 열정이 새삼 그리워진다.



2023-10-23

오버 더 레인보우 - MBC 수목 미니시리즈 (지현우 서지혜 김옥빈 환희)


서지혜 배우가 나오는 디즈니 플러스의 '키스 식스센스'를 보아서 그런가 이 드라마가 자꾸 생각이 났다. 방영 당시만 해도 아이돌에 정신이 팔려있던 터라, 가수 지망생을 다룬 드라마가 나온다는 소식에 몹시 흥분했었다. 


왼쪽부터 지현우 서지혜 김옥빈 환희
지현우, 서지혜, 김옥빈, 환희. 출처 MBC 공식홈

오버 더 레인보우 (MBC)


: 2006.7.26 ~ 9.14 방영. 16부작. 한희 연출. 홍진아, 홍자람 극본. 지현우, 서지혜, 김옥빈, 환희, 김일우, 이형철, 신현탁, 최권, 팝핀현준, 임하룡, 김혜옥, 나혜미, 정한용, 박희진, 정은표, 김원경, 신영석 출연.



더구나 인기 듀오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멤버 환희가 아이돌 가수 역을 맡아서 관심이 더 갔다. 실제 가수가 가수를 연기한다? 그 아이러니에 꽤 끌렸던 모양인지 아이러니하게도 기억에 주로 남은 것은 환희가 나온 장면들이다. 주인공이었던 지현우는 생각도 안 나니 어쩔... (심지어 지PD 팬이었는데😓)

아무래도 환희 배우가 화려하게 나올 때가 많아서 그런가 보다. 특히 김옥빈 배우와 함께 춤을 추는 장면들이 그렇다. 김옥빈이 아이돌 댄스가수 저리가라의 춤 실력을 선보인 클럽 장면이 아주 강렬했다. 이들의 춤을 보려고 더 열심히 봤던 것 같기도 하다.


렉스와 희수의 커플 댄스 (4분부터)


렉스와 희수의 방송 리허설 (2:35부터)


이밖에 더 생각나는 것은 조연으로 출연했던 팝핀현준의 불쇼. 그리고 드라마 엔딩 장면. 스토리라고는 두 남자가 초반엔 김옥빈에게 집중했다가 나중에는 서지혜를 두고 대립한다는 것 정도만 생각나고... 나 이 드라마에 열광했던 사람 맞나? 😅😅😅

보아 놓고 잊어버리는 게 아예 안 본 것과 다름없는 수준이 되어버리는 일은 참.......😥 본 지 20년이 되어가니 그럴 만도 한데 그럼에도 갖고 있던 뭔가를 잃어버린 것 같아 조금은 서글퍼진다.




2023-10-14

울밑에선 봉선화 - KBS 일일연속극 (김윤경 김미숙 권기선 전인화)


평일 저녁 8시 30분부터 9시까지 방영했던가? 끝나면 KBS 9시 뉴스로 바로 넘어갔으니 이게 맞겠다. 매일 저녁 티브이 앞으로 달려가게 만들었던 화제의 일일 드라마.


울밑에선 봉선화 드라마 타이틀
KBS 울밑에선 봉선화 타이틀. 유튜브 캡처

울밑에선 봉선화 (KBS)


: 1989. 11. 6 ~ 1990. 8. 31 방영. 극본 박정란. 연출 김재순. 김윤경, 김미숙, 권기선, 전인화, 강효실, 임혁주 출연.


등장인물이 많았는데 주로 생각나는 것은 주인공인 어머니(김윤경 배우)와 그 세 딸들이다. 첫째 딸 김미숙(배우 이름으로 호칭)은 착했다는 것 말고는 생각이 안 나고 둘째 딸 권기선은 당차고 씩씩한 반항아 스타일? 막내 전인화는 공부를 아주 잘해서 미래가 기대되는 아이였다. 그런데......!

유독 셋째 딸 위주로 기억이 남은 것은 순전히 그 시어머니 탓이다. 전인화가 도시에 있는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떠나려고 하는데 (망할 놈의) 동네 오빠 임혁주가 갑자기 자기와 결혼해 달라고 애원한다. 나이 차이도 열살 가까이(어쩌면 넘게) 났을 것이다. 전인화를 혼자 좋아하고 있었던가 아무튼 그녀가 작별 인사를 한 다음부터 난리가 난다. 수시로 집에 찾아와 자기랑 살자고 붙들고 급기야 추운 겨울날 전인화네 집 앞에서 눈 속에 파묻힌 동태로 발견...!



공부만 잘하는 게 아니고 심성도 몹시 착했던 전인화는 끝내 이 인간을 뿌리치지 못하고 자신의 미래를 접어버린다. 그런데 문제는 결혼한 뒤였다. 시어머니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닌 것이다. 오로지 며느리를 괴롭히기 위해 이 세상에 온 듯한 존재라고 할까. 소처럼 일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사사건건 불평 불만 트집을 잡아 댄다. 바보 같이 착한 전인화는 찍소리도 못하고 속으로 눈물만 삼킨다. 며느리가 아이를 가져도 이 악귀 같은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더 괴롭히면 괴롭혔지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 짜증 나고 화가 날 뿐!


강효실이 웃고 있다
배우 강효실. KBS 문예극장 출연 장면. 나무위키 펌

이 시어머니 역할을 고 강효실 님이 했는데 정말이지 한겨울 서릿발 같은 연기에 얼마나 싫어하고 미워했는지 모른다. 그녀가 대청마루에 앉아서 목소리를 드높이면 마치 호랑이가 포효하는 것 같았다. 인상도 강해 보여서 더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화면에 이 분만 나타나면 심장 박동이 저절로 빨라졌다.


한복 차림의 김윤경 배우
이 분은 시어머니가 아닙니다. 어머니 역의 배우 김윤경

주인공 김윤경이 자애로우면서도 강인한 어머니여서 악독한 시어머니와 더 비교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전인화가 어떻게 되었더라? 시월드에서 고생하던 것만 생각나고 결말은 기억에도 없으니....... 위키백과 왈, 이 드라마가 1926년부터 64년 간의 세월을 다루었다는데 선명하게 기억나는 건 전인화의 매운맛 시집살이 뿐이다.


- 연말 연기대상에서 김윤경 님이 이 드라마로 *을 탔는데 동료들이 건네주는 꽃다발에 파묻혀 버렸다. 다 안고 있을 수도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대상을 탄 줄 알았을 것이다. 반면 이때 대상은 '야망의 세월'에서 이명박 분신으로 나온 유인촌이 수상했다. 꽃다발이 두 개였던가? 무대로 향하는 그에게 황범식 배우가 악수를 청한 것 말고는 그다지 축하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야망의 세월 정보를 찾아보니 1990년 10월 20일 방영 시작. 그 전에는 KBS '역사는 흐른다'에 출연. 그럼 '역사는 흐른다'로 상을 탔다고 보는 게 맞을 텐데 웬만한 기록에는 다 야망의 세월로 탔다고 되어있다.
(* 우수 연기상을 타신 것으로 기억하는데 위키에는 인기상으로 나와 있음)






훠어이 훠어이 - KBS 수목드라마 (나한일 천호진 김성일 강남길)


젊은이들이 모여 사업을 시작한다. 승승장구한다. 대기업이 된다. 그러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날아가 버린다.


젊은이 여섯명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출처 구글이미지

훠어이 훠어이 (KBS)


: 1988.12.07 ~ 1989.02.02 방영. 총 18부. 이환경 극본. 이영국 연출. 나한일, 천호진, 김성일, 강남길, 윤철형, 오욱철, 양미경, 박규채 출연.


이 드라마의 제목이 주는 느낌이 어떤가? 뭔가 훨훨 다 떠나가 버리는 것 같지 않은가? 비극적인 결말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미남 배우들이 우글거리는 이 드라마에 지나치게 몰입을 하였으니......

패기 넘치는 젊은 남자들이 참으로 멋있었다. 특히 나한일과 천호진이 얼마나 멋지던지 바로 반해버렸다. 경쟁자인 김성일도 잘 생긴 나쁜 남자였다. 강남길은 척척박사 스타일의 감초 느낌이었고 오욱철, 윤철형도 개성이 강했던 것 같다. 각각의 매력을 가진 캐릭터들이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면서 시너지 효과가 났다. 드림팀 같은 이들을 보는 재미가 아주 컸다.



자신들 월급은 안 챙기면서 사원들에게 수익을 더 나눠주려 하는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아있다. (사회생활을 해보니) 정말 판타지에나 나올 법한 유니콘들이다.

그러다 이들의 사업이 점점 안 풀리고 자금줄이 막혀 급기야 부도가 났을 때 마음이 찢어지게 아팠다. 후반부에 서류인지 돈인지 종이 조각들이 (슬로 모션으로) 공중에 흩날리는 장면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들이 망했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었던 나머지 일기장에 그 슬픔을 마구 휘갈겼다. (지금 찾아서 읽어보면 웃음이 터져 나올 듯🤣)

한 회 한 회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었는데....... 나한일 하면 '무풍지대'가 이름표처럼 따라다니지만 나는 이 드라마가 먼저 떠오른다.

* 정권에 의해 해체된 국제그룹을 모델로 한 줄 알았더니 '율산그룹'이라고 한다. 

* 20대의 김성일, 천호진 과거사진. 송중기, 배용준이 언뜻...

중년 배우 김성일 천호진의 20대 시절
김성일, 천호진. 출처 구글이미지


2023-10-13

한국에도 축구 드라마가 있었으니.. KBS 슈팅 (이승우 허준호 김정화 박현정)


요즘 2022 카타르 월드컵이 한창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렸던 게 벌써 20년이 넘었다니. 당시 축구 인기에 힘입어 나온 드라마가 있었는데, 방영 시기를 찾아보니 2002년 즈음이 아니고 그보다 훨씬 전인 1996년이다. 한일 월드컵 유치 기념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허준호와 골키퍼 김병지
배우 허준호 / 골키퍼 김병지

슈팅 (KBS 월화 드라마)


: 1996.09.02~10.01 방영. 10부작. 이상우 연출. 이미숙 극본. 이승우, 허준호, 김정화, 박준규, 박현정, 윤다훈, 박재훈, 김동현, 이혜숙 등 출연.


이 드라마를 보긴 보았었는데 사실 기억나는 것은 별로 없다. 우리나라 골키퍼의 전설 김병지를 모델로 한 듯한 골키퍼 역의 허준호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나. 헤어스타일도 꽁지머리 아니면 긴 머리였던 것 같은데 스틸 사진을 찾을 수가 없다. 인기 드라마였으면 자료가 그래도 많이 남아있을 텐데 안타깝게도 슈팅은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10회 만에 조기 종영되었다. (OTT나 다시보기 제공이 안 되던 시절에는 드라마 시청률이 10% 정도 나와도 인기 없다고 빨리 끝내버렸다. Oh No.......)


배우 이승우, 축구선수 이승우
배우 이승우 / 축구선수 이승우(맨 왼쪽) / 출처 다음이미지


그러고 보니 주연을 맡았던 배우의 이름이 카타르 월드컵 SBS 해설자로 활약한 축구선수 이승우와 똑같다. 캐릭터 이미지도 (이승우 선수처럼) 패기 있고 거침없고 뭐 그랬던 것 같은데.... 그밖에 윤다훈이 유니폼 입은 모습과 슈퍼탤런트 박현정이 매니저 비슷한 역할로 나왔던 게 생각난다.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채소연을 연상시키는 역. 드라마 후반부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보다 말았는 지도 모르겠다......

허접한 리뷰지만 우리나라 드라마 역사에 이런 작품도 있었다는 것을 기록해두는 차원으로 써보았다. 스포츠를 소재로 영상물을 만들려면 이야기 서사는 둘째 치고 경기를 실감 나게 촬영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 영화 중에 박희순이 주연한 '맨발의 꿈'이라는, 동티모르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쳐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우리나라 감독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 있는데 이참에 강력히 추천해본다. (드라마 글에서 영화 추천이라니 좀 그런가?😅)



2023-10-02

매직 - 2004년 SBS 주말드라마 (강동원 김효진 엄지원 양진우)

영화배우 강동원도 드라마에 나온 적이 있었다. MBC에서 두 편(위풍당당 그녀, 1%의 어떤 것), SBS에서 한 편. 이 세 작품을 끝으로 그는 스크린에서만 볼 수 있는 배우가 되었다. 가끔씩 생각나는 그의 드라마 '매직'. 주인공 차강재는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20대 리즈 시절의 강동원
SBS 드라마 매직. 출처 공식홈


매직 (SBS)

: 2004.08.28 ~ 2004.10.17 토,일 방영. 윤성희 극본. 고경희, 홍창욱 연출. 강동원, 김효진, 양진우, 엄지원, 서인석, 강남길, 이응경, 정동환, 이인, 윤용현, 이찬, 이대연, 정소영, 정선우, 김영숙, 임주환 출연. 마술사 최현우 특별 출연.


그러고 보니 이 드라마가 '파리의 연인' 후속작!

'파리의 연인'이라면 엄청난 시청률을 올리며 2004년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궜던 로맨스 드라마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박신양과 너무나 사랑스러운 김정은, 정신 못 차리게 재미있는 스토리가 시청자의 혼을 쏙 빼놓았었다. 그런 인기작의 뒤를 이어야 했으니 '매직' 제작진은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그래서 라이징 스타 강동원을 회심의 카드로 내놓았는지도 모르겠다. 더욱이 (그에게 더 큰 인기를 안겨준) 영화 '늑대의 유혹'이 개봉하고 한 달 뒤쯤부터 방영했으니 그 반사이익도 기대했을 것이다. But !

당시 기사를 찾아보니 쓴웃음이 나온다. 1회 시청률 20%, 마지막회 시청률 14%. 잘 나가던 그에게 상처를 안겨준 어쩌고 저쩌고... 그리고 강동원이 그렇게 연기를 못했었나? 글쎄. 감명 깊게 본 드라마가 이런 혹평을 받았던 걸 십수 년 만에 되새기니 마음이 좀 아린다.

=======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


'매직'에 많은 인물이 나오지만 유독 생각나는 건 마술사와 그의 아들, 차강재 세 사람의 얘기다. 마술사는 아들에게 기술을 물려주려 하지만 차강재가 더 재능을 보인다. 없느니만 못한 아버지를 뒀던 차강재는 자신을 대가 없이 받아준 마술사를 친아버지처럼 여기고, 마술사 역시 차강재를 아들처럼 챙겨준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친아들을 찾는 마술사를 보고 차강재는 더 큰 상처를 받게 된다.

상처 많은 내면아이를 가진 차강재와 강동원의 차가운 이미지가 내 눈에는 잘 어울려 보였다. 십수 년 간 그의 다른 작품들을 본 눈으로 이 드라마를 다시 보게 되면 감상이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김효진도 순수한 캐릭터를 잘 연기했다. 차강재가 마지노선을 넘으려 할 때 한 조각 남은 양심처럼 그를 멈칫하게 만드는 캐릭터랄까.

마지막회의 마지막 대사가 너무 멋있어서 적어놓고 음미했었는데 이제는 기억이 안 나서 그 부분만 다시 보고 받아 적었다. "내게 있어 세상은 마실 수록 갈증 나는 바닷물 같았다. 너의 사랑을 다 마셔버린 나는 이제 더 이상 목이 마르지 않다". 파도치는 바다를 내려다보며 절벽 앞에 서있던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앞으로 갔을까, 뒤로 갔을까.



옛 사랑의 그림자 - 1998년 SBS 드라마스페셜 (방은희 김주승 옥소리)


헌신하면 헌신짝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그 비슷한 경우다. 여자(방은희)는 남자(김주승)에게 철저히 배신당하고 악만 남았다. 남자는 새로운 사람과 이미 가정을 꾸렸다. 여자는 남자의 옆집으로 이사를 가서 남자의 부인(옥소리)과 아주 친해진다. 그리고 자신을 배신한 남자의 얘기를 털어놓는다. 그 남자가 바로 자기 남편이라는 것을 꿈에도 모르는 부인은 남편에게 여자의 이야기를 하면서 기가 막혀한다.

두 여자와 아이가 놀이공원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방은희, 김지선, 옥소리. 출처 아역배우 김지선 카페


옛사랑의 그림자 (SBS)

: 1998. 2. 19 ~ 3. 19 방영. 김도우 극본. 김한영 연출. 방은희, 김주승, 옥소리 출연.


이런 얘기라면 여자가 모든 것을 폭로하고 남자의 가정을 깨뜨리는 것으로 복수하는 결말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드라마는 그쪽으로 가지 않는다. 여자가 남자를 박살 내려고 보니 그 부인이 너무 착한 것이다. 이런 개스키가 어디서 그런 천사를 만났는지 의문스럽지만 여하튼 설정이 그렇다. 복수를 하려고 하면 할수록 여자를 친자매처럼 잘 대해주는 부인이 암초가 된다. 여자는 남자한테 상처를 되돌려 주고 싶지만 그 부인에게는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양가감정에 시달린다. 결국 여자가 선택한 것은.......


사실 본 지 오래되어 그 부인이 진실을 알았는지 아닌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여자가 그 부인의 행복한 모습을 상상하며 죽음을 맞이하는(선택하는) 암시로 끝났기에 모든 것을 묻고 간 듯하다. 물 없이 밤고구마 천 개는 먹은 듯했던 결말. 복수를 완성하기엔 끝내 독하지 못했던 비련의 여자 역을 방은희 배우가 빙의라도 한 것처럼 기가 막히게 보여줬다. 너무나 바보 같았지만 결코 욕할 수 없는 여자. 그래서 잊을 수 없는 여자.

* SBS 홈페이지에도 인기 드라마 아닌 이상 정보가 없다. 떼잉~

* SBS 개국하고 얼마 안 되어 방영한 줄 알았더니 아니구나. sbs가 문을 연 것은 1991년 말인데, 난 왜 이렇게 기억하고 있을까??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라는 제목의 베스트셀러극장은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다.



대망 - 2002년 SBS 주말드라마 (장혁 이요원 한재석 손예진 조현재)


송지나 작가와 김종학 PD가 뭉쳤다는 화제성, 초호화 캐스팅으로 당시 sbs의 엄청난 기대작이었다. 기사를 찾아보니 1, 2회 만에 시청률이 27.1% 나왔다고 한다. 초반에 조인성이 나와서 시청률 몰이에 한 몫하긴 했다.

드라마 대망의 주역 장혁 이요원 손예진 한재석
SBS 대망. 출처 sbs 홈페이지

대망 (SBS)


: 2002.10.12 ~ 2003.01.05 방영. 송지나 극본. 박종학 연출. 장혁, 이요원, 한재석, 손예진, 조현재, 박상원, 조민수, 박정학, 박영규, 정성모, 유선, 홍경인, 양진우 등 출연. 조인성(젊은 이수), 임정은(젊은 단애) 특별 출연.



산속에 묻혀 사는 이수 앞에 만삭으로 나타난 여인 단애. 이수는 단애를 보살피면서 아기와 셋이 함께 살기를 바라지만 단애는 아기 친부인 양반댁에 아기를 맡겨버리는데...

세월이 흐르고 이수 역의 조인성이 낯선 배우로 바뀌었을 때 나도 모르게 탄식을 했었다. 시청자 게시판 반응도 처음엔 호의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박정학이라는 무명 배우는 무게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며 시청자 불평을 잠재워버렸다. 말수도 별로 없고 행동으로 일편단심을 보여주는 '진짜 남자' 이수에게 주연만큼이나 열광했었다.

이수 역의 박정학 배우. 삿갓을 썼다
이수 역의 박정학. sbs 홈

또 기억에 남는 인물이 손예진이 연기한 동희이다. 예쁜 옷과 치장을 마다하고 남장을 하고 다녔다. 패완얼(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고 뭘 입어도 예뻤다. 여기에 당차고 털털한 성격이 더해져 극 호감이었던 캐릭터.

대망에서 동희로 나온 손예진. 여러가지 표정
동희 역의 손예진. 출처 투덜이의 블로그

그리고 드라마 중간에 등장해 그야말로 인터넷을 뒤집어 놓았던 수수께끼의 남자 조현재. 어디서 이런 분위기 좋은 꽃미남이 나타났는지 충격을 넘어서 경악을 했었다. 이요원과 조현재를 연결해달라는 요구도 빗발쳤다고 한다. 주연보다 더 주목받는 조연이라니 제작진도 당황하지 않았을까 싶다.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조현재
조현재. 출처 https://blog.naver.com/500c/30078600650


* 송지나 작가가 쓰는 드라마에 거의 다 출연하고 정의로운 캐릭터를 전담하다시피 했던 박상원이 대망에서는 악역으로 나왔다. 이것도 반전이라면 반전이었다. 당시엔 참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는데...

* 우유부단하고 목소리만 큰 왕으로 나왔던 정성모의 연기도 인상 깊었다. 어째 주연보다 조연들이 더 생각이 날까?

* 장혁의 오매불망 일편단심 연기는 최고라 생각한다. 이요원과 장혁을 상대로 망붕을 펼쳤으나 이요원은 드라마 끝나고 일반인과 결혼했다. 그녀의 나이 24살.

* 대망 타이틀에 '테리'라는 이름이 궁서체로 쓰여 있었는데 그 이질감 때문에 배우가 더 각인되었다. 손예진의 사촌오빠 역. 훗날 양진우라는 이름으로 활동.

* HD 드라마여서 화질이 남달랐다. 드라마가 방영되면 컴퓨터 파일로 만들어서 공유하는 사람이 있었다. 느린 인터넷으로 다운로드하다가 전기세가 배로 불어났다. 그래도 열심히 받았었는데... (죄송합니다😓)

* 드라마는 제목을 잘 지어야 한다는 본보기로 언급되기도 하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떨어졌다고 해도 시청률 좋았었구만. 이때도 제목으로 장난치는 기레기들이 문제였다.

* SBS 공식홈에서 무료로 다시보기가 가능하다.
https://programs.sbs.co.kr/drama/ambition/about/51366


사이코드라마 당신 - MBC 심리극 주간 드라마 (이정길)


특이한 드라마였다. 주인공인 정신과 의사가 카메라를 향해 얘기한다. 환자가 나오고 상담을 한다. 환자의 얘기가 극으로 전개되다가 정신과 의사가 개입하면서 상담실로 돌아온다. 다시 환자의 얘기가 이어지고 의사가 질문을 던지고... 마지막에 해설.


사이코드라마 당신. 출처 춘하추동방송 블로그

사이코드라마 당신 (MBC)


: 1984.10.26 ~ 1986.04.25 방영. 이정길, 송옥숙, 한애경 등 출연.


매주 1회 방영 했을 것이다. 기억에 남는 환자(?)는 김수미 배우.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를 꼈던가 스카프를 둘렀던가 아니면 둘 다 걸친 모습으로 진료실에 등장한다. 자신의 얘기를 늘어놓는데 스스로에게 도취된 느낌이다. 정신과 의사 역의 이정길 배우가 좀 듣다가 김수미의 말을 잘라버린다(너무 가차 없어서 마치 내가 무안을 당한 것 같았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김수미가 말한 게 대부분 꾸며진 얘기였다. 부모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탓에 남의 관심을 끌기 위해 허언을 하게 된 것.



또 생각나는 에피소드에는 이기선 배우가 나온다. 상대 남자는 윤승원(KBS 토지에서 길상이 역) 배우였던 것 같은데 아닐 수도 있다. 둘이 소개팅을 하는데 남자가 계속 머리를 긁는다. 그 손으로 이기선의 손을 덥썩 잡는다. 그 느낌이 너무 불쾌했던 이기선은 손을 마구 닦는다. 그 뒤로 손을 수시로 닦는 강박증에 시달리게 된다. 소개팅에서 겪은 일은 트리거(Trigger)였고 어렸을 때부터 청결을 강조하다 못해 강요한 부모가 근본 원인이었던 것으로......

또 하나는 장면만 기억나는데, 아버지(정욱 배우였던 듯)가 허리에 차고 있던 혁대를 빼서 아들을 때리려 한다. 아버지가 1등만 강요하는 인간이라 시험을 조금 못 본 아들을 팼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모범생 아들이 홱 돌아서 무슨 짓을 저질러 때렸던 것 같기도 하고... 뭐였는지 모르겠다.

인간의 심리와 정신 건강을 직접적으로 다룬 드라마는 현재까지 통틀어 봐도 이 작품이 유일하지 않을까? 매회 아주 흥미진진하게 봤었는데 갑자기 끝난다고 해서 너무 아쉬웠었다. 서핑을 해보니 납량 특집도 했었다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아진 지금, 이 콘셉트로 드라마를 다시 만들어도 좋을 듯한데 드라마 제작하는 분들 생각은 어떠신지?

* 사이코드라마 당신 방영 목록 



나쁜남자 - 2010년 SBS 수목드라마 (김남길 한가인 오연수)


2009년 MBC 대하사극 '선덕여왕'에서 비담으로 나온 김남길. 충격적이기까지 했던 그의 첫 등장이 잊히지가 않는다. 작가가 비밀 병기라고 장담한 이유가 있었다. 비담 역을 하면서 온갖 매력을 다 발산한 김남길은 그야말로 빵 뜬다. 

왼쪽부터 김재욱,한가인,김남길,오연수,정소민
SBS 나쁜남자. 왼쪽부터 김재욱, 한가인, 김남길, 오연수, 정소민. 공식홈

나쁜 남자 (SBS)


: 2010.05.26 ~ 2010.08.05 방영. 17부작. 스탕달의 '적과 흑' 원작. 이도영, 김재은, 김성희 극본. 이형민 연출. 김남길, 한가인, 오연수, 김재욱, 정소민, 김혜옥, 전국환, 심은경, 정의갑, 하주희, 김민서, 김정태, 박아인, 김응수, 송서연, 추귀정, 주진모, 문가영 등 출연.

인기 절정의 상태에서 다음 작품으로 고른 것이 SBS의 '나쁜 남자'이다. 이 드라마에서 김남길이 웃는 얼굴을 처음 보이는 장면도 느낌이 강렬하다. 재벌 가족이 타고 있던 요트로 김남길이 낙하하는데, 말 그대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나타난 그를 보고 재벌 딸 정소민이 첫눈에 반해버린다. (이때 반한 시청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김혜옥 배우가 환하게 웃고 있다
배우 김혜옥. 출처 연합뉴스

사실 이 드라마는 보다 말았다. 왜 그랬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강력한 스포를 밟았던 것 같다. 그리고 주인공이 파괴하려는 재벌가의 주인이 너무 악독해서 보는 게 괴롭기도 했다. 고상한 외모와 말투로 아무렇지 않게 사람 인격을 짓밟는 연기가 어찌나 살 떨리던지 주연들보다 김혜옥 배우가 더 기억에 남아있다. 



또 기억에 짙게 남은 것을 꼽아본다면 오연수와 김남길의 케미. 엘리베이터 장면은 다시 봐도 긴장감이 예술이다. 두 배우가 또 작품을 같이 한다면 닥치고 본방사수 하겠습니다~ SBS 공식홈에 주요 장면들이 아주 잘 정리되어 있다. 나쁜 남자 : 방송 클립 영상 : SBS

복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남자. 그래서 나쁜 남자인데, 누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생각해본다면 그가 정말 나쁜 남자인지 묻게 된다. 불륜이 가져온 비극. 복수는 복수를 낳고 남은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 뿐이다.
* 김남길의 콧수염, 과연 최선이었나?
* 이 드라마에서 정소민을 처음 보았는데 (찾아보니 이 드라마가 데뷔작) 새끼 강아지 마냥 너무 귀여웠다.
* 반항기 다분한 김재욱도 매력적이었다.
* 이제라도 보실 분은 절대로 그 어떤 정보도 찾아보지 말고 보세요. 결말을 알아버리면 볼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2023-10-01

보디가드 - KBS 주말 드라마 (차승원 한고은 임은경 현빈)

 '보디가드' 하면 뭐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는지? 휘트니 휴스턴과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한 영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국 드라마? 아니면 속옷? 물론 KBS 드라마부터 떠올리는 분도 있을 것이다.

왼쪽부터 임은경, 차승원, 한고은, 현빈
KBS 드라마 보디가드. 왼쪽부터 임은경, 차승원, 한고은, 현빈


보디가드 (KBS)

: 2003.07.05 ~ 2003.09.14 토, 일 방영. 22부작. 전기상, 최지영 연출. 권민수 극본.
차승원, 한고은, 임은경, 송일국, 이세은, 이원종, 마야, 장세진, 임채무, 현빈 출연.

이 드라마에 대해 남아있는 기억은 재미있었다는 것과 한고은이 정말 멋있었다는 것, 그리고 현빈. 검은색 정장 차림의 한고은과 역시 같은 차림으로 그 옆에 나란히 서있는 현빈의 이미지가 어렴풋이 남아있었는데, 줄거리를 읽어보고 크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현빈이 맡은 역이 보디가드가 아니고 스토커였다고? 이럴 수가. 2004년 MBC 드라마 [아일랜드]에서 보디가드 '강국'으로 나온 것과 기억이 뒤섞인 모양이다. 주인공 차승원은 기억도 못하고 현빈이 한고은의 후배로 나왔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푸핫.


미니시리즈에 걸맞아 보이는 이 드라마가 무려 KBS 주말극이었다는 점도 깬다. 격렬한 액션 장면이 많이 나왔었는데, 잔잔한(?) 가족극 시간대에 파격을 줘서 인기였을까? 정확한 시청률은 모르겠지만 굉장히 잘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엇보다 길쭉한 기럭지로 괴한을 날려버리는 한고은이 너무 멋있어서 무술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10분 요약본을 보고 나니 차승원에 대한 기억이 살아나긴 하지만 어떻게 주인공을 홀라당 잊어버릴 수가 있을까?

드라마만큼이나 인기 많았던, 지금도 들으면 아! 할 주제가 '쿨하게'를 링크하려니 저작권자가 정식으로 제공하는 뮤직비디오가 없다. 차승원 동생 역으로 수준급 연기까지 보여줬던 가수 마야의 공식 유투브 채널에도 이 노래가 없다. 대신 피처링한 거북이의 채널에서 저작권자가 확실히 표시된 버전을 발견하고 링크해본다. (RIP 터틀맨 임성훈)


내 목숨을 걸고 누군가를 지킨다는 것. 나에겐 그럴 만한 대상이 있나? 나는 누군가에게 그럴 만한 대상인가? 전자는 답이 바로 나오지만 후자는 모르겠다. 어쩌면 영원히 모를 지도.

* 이 드라마에서의 현빈은 어쩌면 안 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기억에 짙게 남은 것을 보면... 잘 생기긴 했구나. 수영복만 입고 나오는 장면도 있다.

* 연출자 전기상 PD는 2018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 사진 출처
https://blog.naver.com/hkmkjh/120010204411
https://blog.naver.com/emha03/90019906978 (현빈)



2023-09-28

세잎클로버 - 2005년 SBS 월화드라마 (이효리 김강우 류진 김정화)

가수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슈퍼스타 이효리가 장편 드라마의 주연을 맡는다?! 이 점 하나만으로도 드라마 '세 잎 클로버'는 시작 전부터 화제 그 자체였다. 가수로서의 인기를 연기자로서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뚜껑이 열렸는데....


왼쪽부터 류진,김정화,이효리,김강우가 나란히 서있다
왼쪽부터 류진,김정화,이효리,김강우. 나무위키

세잎클로버 (2005)

: 2005.01.17 ~ 2005.03.15 방영. 16부작. 정현정, 조현경 극본. 장용우(4회까지), 이재원 연출. 이효리, 류진, 김강우, 김정화, 이훈, 이보희, 천호진, 김영옥, 김용림, 조미령, 장항선, 김성은, 윤혜경 출연.

당시 나는 KBS에서 방영하는 '쾌걸춘향'에 열광하고 있었다. 톱스타 없는 출연진에 새로울 게 있을까 싶었던 춘향전의 변주는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올라가더니 그야말로 초 인기 드라마가 되었다. '쾌걸춘향'에 찬사가 쏟아질수록 비교 대상으로 더 두드려 맞는 '세잎클로버'의 주연 배우 이효리가 안쓰럽기도 하고 기사에서 떠드는 대로 정말 그렇게 연기를 못하는지 궁금해서 이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이효리의 연기는 생각보다 괜찮았다(물론 이런 감상은 주관적인 것이긴 하지만). 다만 문제는 공장 노동자인 주인공으로 안 보이고 그냥 '이효리'로 보인다는 것. 헤어스타일이라도 긴 생머리가 아닌,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면 좀 나았을까? 역할이 화려하거나 아예 연예인 같은 역이었다면 어땠을지. 역할 자체가 이효리와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 그리고 2년 뒤인 2007년 2부작 드라마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에 나왔는데, 이 특집극은 장면 장면이 뮤직비디오 같았다는 것과 참 지루했다는 것만 기억에 남아있다. 뮤비와 CF 감독으로 유명했던 차은택 연출.

* 캐나다로 입양 간 개들이 잘 지내는지 직접 찾아가 만나보는 tvN '캐나다 체크인'.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다. 역시 이효리.




토지 - KBS 주말 대하드라마 (최수지 윤승원)

고 박경리 작가님이 26년의 세월을 들여 집필한 장편소설 '토지'.

읽어보진 않았다 해도 이 작품의 존재를 아는 분들은 많을 것이다. 2022년 현재까지 드라마로는 총 세 번 제작되었는데 그중 두 번은 소설이 완결 나기 전에 만들어졌다. 세 번째 리메이크 작품인 SBS 토지도 나온 지 벌써 20년을 향해가는데 앞으로 또 드라마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서희로 분장한 최수지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KBS '토지' 서희 역의 최수지. 출처 뉴스핌

토지 (KBS)

: 1987.10.24 ~ 1989.08.06 토요일, 일요일 방영. 총 103부작. 박경리 원작. 최수지, 윤승원, 반효정, 박원숙, 임동진, 선우은숙, 연운경, 김영철, 연규진, 김성녀, 태민영 등등 (출연 배우가 정말 많음)

토지의 '최서희' 하면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는지? 아마도 많은 분들이 '최수지'를 외치지 않을까 싶다. 나부터도 서희는 곧 최수지 배우라고 생각하니까. 1대 한혜숙 배우가 연기한 서희는 보지 못했고, 3대 김현주 배우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2대 최수지와 비교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작가님의 따님(고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인터뷰에서 본 것 같은데, 박경리 작가님이 최수지를 보고 '네가 바로 서희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드라마를 보기 전에 소설을 먼저 읽었다면 서희를 어떤 이미지로 상상했을지 모르겠지만, 소설을 읽어보니 최수지는 정말 서희의 현신 같았다. 미인이면서 강단 있고 서늘하고 도도한 느낌. 나이를 계산해보니 그녀가 이 큰 역할을 맡은 게 스무 살 때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젊다 못해 어린 나이에 대단했다.



또 KBS 토지 하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역이 있는데 바로 '임이네'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박원숙 배우가 연기한 임이네. 척박한 땅에서도 악착같이 뿌리를 내려 어떻게든 살아남는 잡초 같은 여자. 속셈이 감춰져 있는 웃음을 흘릴 때면 소름이 끼치다가도 한편으론 그 무시무시한 지독함에 연민마저 느끼게 만드는 복잡한 캐릭터를 어찌나 잘 보여주셨는지 임이네가 나온 장면들은 기억이 진하게 남아있다. 연말 KBS 연기대상에서 임이네 역으로 최우수상을 타셨을 때 얼마나 박수를 쳤는지 모른다. (만약 그때 상을 다른 배우한테 줬다면 TV 안으로 쳐들어갔을지도)

서희 아역으로 나온 이재은 배우의 똑부러지던 연기도 잊을 수 없고 청소년 서희 역의 안연홍 배우가 "찢어 죽이고 말려 죽일 테야!" 절규하던 것도 잊을 수 없다. 청소년 봉순이로 나왔던 귀염상의 김수정, 정말 예뻤던 성인 봉순이 역의 전미선 두 배우도 그립고 혈혈단신 서희 곁을 묵묵히 지켜주던 길상 역의 윤승원 배우 정말 듬직하니 멋있었다~ (토지 전작 '내 마음 별과 같이' 때부터 팬이었음)


KBS 토지에서 길상 역을 맡은 윤승원
길상 역의 윤승원. 출처 클리앙

반면 사람 속을 뒤집어 놓았던 월선(선우은숙)과 용이(임동진), 그리고 그의 부인 강청댁(연운경). 첫사랑에 죽고 못 사는 남편 때문에 미쳐 날뛰던 강청댁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리고 서희네 집을 집어삼키는 조준구(연규진)와 그의 부인 홍씨(김성녀)도 너무나 사악했던 나머지 잊을 수가 없다.

KBS 토지는 웨이브(Wavve)에 전편이 올라와 있다. 복습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소설을 다 읽기 전에는 다시 보지 않으려고 한다. 4권을 도통 못 넘기고 있지만 어찌 됐든 끝까지 읽고 싶다. (할 수 있을까?😓)

세상 사는 게 무엇인지 운명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토지를 보세요.


* 통영에 박경리 기념관이 있는데 그 뒷산에 작가님의 묘소가 있다.

박경리 작가가 채소를 다듬고 있다
박경리 작가님. 출처 박경리기념관 홈페이지

박경리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는 kbs 토지 광고물
드라마 토지 팸플릿. 출처 박경리기념관 홈페이지




잠들지 않는 나무 - MBC 월화드라마 (박상원 정애리)

현대무용을 하며 생활을 위해 제재소에서 일하는 남자(박상원). 의사의 아내로 안정된 일상을 살아가던 여자(정애리).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의 불꽃같은 사랑 이야기......

왼쪽부터 정애리,박상원, 최진실
정애리, 박상원, 최진실. 출처 키노라이츠, MBC홈


잠들지 않는 나무 (MBC)

: 1989.04.10 ~ 05.02 방영. 8부작. 이관희 연출. 조소혜 극본. 박상원, 정애리, 현석, 최진실, 윤여정, 김창완, 김용림 등 출연.


기억하기론 여자 주인공이 남편을 잃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처지인 줄 알았는데 줄거리를 찾아보니 뭐?! 남편이 있다고? 허걱. 방영 당시 뭔가 말이 많았었는데 그래서였구나. 지금도 불륜을 정면으로 다루는 드라마는 논란 거리가 되는데 80년대 드라마는 오죽했을까.

당시 박상원 배우는 '인간시장'의 장총찬 역으로 단박에 인기를 얻은 라이징 스타였다. 학교에 가면 쉬는 시간마다 박상원 얘기를 하는 애들이 많았다. 나 역시 장총찬에게 뿅~가서 그가 나오는 것이라면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를 했었다. 이 드라마에선 그가 춤추는 모습까지 나오니 놀라움이 두 배! 기억에 짙게 남아있는 장면도 그가 비를 진탕 맞으며 춤을 추는 모습이다. 세상 다 잃은 듯한 얼굴로.



이제야 드라마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왜 '잠들지 않는 나무' 일까? 박상원이 일하는 곳은 베어 낸 나무를 가져다 가공하는 제재소인데,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나무를 유용하게 만들어주는 곳이지만 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생명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처참하게 해체되는 곳이다. 그럼 왜 남자 주인공이 일하는 곳을 제재소로 설정했을까? 나무가 이리 깎이고 저리 깎여도 나무 자체인 건 변함없다, 뭐 이런 뜻? (사방에서 돌을 던져도 두 사람의 사랑만큼은 진심이기에...)

드라마 길이도 8부작이면 많이 짧은데 혹시라도 조기종영인가 찾아봤지만 기사는 안 나온다. 원래 짧게 기획된 것인지 아니면 비판 때문에 빨리 끝낸 것인지 모르겠다. 결말도 기억이 안 나니 참..? 줄거리대로라면 유부녀가 남편 아닌 남자와 밤을 함께 보내는 것이 지상파 드라마에 나왔는데 이렇게 파격적인 장면에 대한 기억은 왜 남아있지 않는 걸까? 박상원만 뜯어보느라 바빴나??




* 이 작품과 한 쌍처럼 떠오르는 드라마가 있다. KBS에서 방영한 '숲은 잠들지 않는다'이다. 아까도 드라마 정보 찾아보는데 잠들지 않는 '숲'으로 검색을 해버렸다. 두 드라마가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고만 생각했는데 방영 날짜를 보니 '잠들지 않는 나무' 끝나고 바로 그 다음 날부터 '숲은 잠들지 않는다'가 방영 시작! ??? (원래는 '숲은 잠들지 않는다'로 글을 쓰려고 했는데 조사가 더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이 드라마로 바꿨다)

* 2006년 고인이 되신 조소혜 작가의 빈소에서 박상원 배우가 한 말을 붙여본다.
출처 : 스타뉴스 https://entertain.v.daum.net/v/20060526064113456

박상원은 "지난 1989년 고인과 '잠들지 않는 나무'에서 처음으로 만났다"며 "원래 내 배역이 작가 역이었으나 무용을 전공한 것을 안 그가 내 역을 무용수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서울예술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한 그는 이어 "이렇듯 고 조소혜 작가는 배우의 끼를 끄집어내는데 탁월했다"며 "수목장을 한다 하니 그의 작품 이름처럼 '잠들지 않는 나무'가 돼 좋은 곳에서 영원히 편히 쉬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