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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야구하면 떠오르는 드라마 - 9회말 2아웃, 스토브리그 (+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수애가 이정진 위에 올라 앉아있다

9회말 2아웃 (구회말 투아웃)

2007년 MBC 주말 드라마. 수애, 이정진 주연. 둘이 어릴 때부터 친구였나 아무튼 서로에게 남사친 여사친이었다. 각자 연애하는 것도 지켜보고 실연 했을 때 위로도 해주고 쉽게 말해 별의별 꼴 다 본 사이. 그러다 둘이 서로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고 상대에게 직구 같은 키스를 날린다. 불이 붙어버린 둘의 모습이 아주 짜릿했다.

시청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열혈 충성 시청자가 많았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아주 재미있는 로맨틱 코미디였다. 두 배우가 별로 어울려 보이지 않았는데, 드라마에서 보니 케미가 좋았다. 사진 찾다가 알게 되었는데 원래 캐스팅은 최강희, 하정우였다고.



백승수로 나온 남궁민이 등을 보인 채 서있다

스토브리그

남궁민이 저절로 떠오르는 SBS 금토드라마. 야구를 몰라도 볼 수 있고 알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극단적으로 요약해보면 냉철한 신임 단장이 꼴찌 야구팀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는 백승수가 만들어내는 매직이 감동의 도가니탕을 선사해준다. 야구팀과 야구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면 이 드라마를 보세요.



감사용 투수로 나온 이범수

슈퍼스타 감사용

'감사용'이라는 실존 무명 투수를 주인공으로 만든 영화. 찾아보니 실제와 다른 점들이 있다고 하는데, 실존 인물의 이야기라는 것을 의식하지 말고 픽션 영화로 생각하고 보아도 좋겠다. 인기 투수 박철순과 맞붙는 경기가 압권. 주연 배우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이 작품 만큼은 재미와 감동을 다 잡은 수작이라 추천한다. (박철순으로 특별 출연한 공유가 강렬했음)


그밖에 생각나는.....

영화 'YMCA 야구단'. 우리나라 최초의 야구팀 얘기였는데 꽤 재미있게 보았었다. 김혜수, 김주혁만 생각이 난다. 송강호, 황정민이 나왔었다니.....

임창정이 주연한 '스카우트'. 추천은 많이 들었다. 본다 하고는 잊어버림.

조승우, 양동근 주연 영화 '퍼펙트 게임'. 최동원과 선동열의 대결. 안 봤다.....

영화 '이장호의 외인구단'은 TV에서 보았었다. 최재성과 안성기가 생각난다. 천호진도 생각나서 찾아보니 2편에 나왔었다고. 훗날 MBC에서도 '2009 외인구단' 드라마를 만들었는데 욕을 잔뜩 먹고 조기종영. 그래도 나는 재미있게 봤단 말이지! 



2024-08-16

환상특급(The Twilight Zone) - 기묘하고 신기했던 추억의 미국드라마 [KBS 방영]


몇 살 때인지는 모르겠고 아주 재미있게 본 외국 드라마이다. 주말 오후에 본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다. KBS에서 방영해 준 것만큼은 확실하다. 신기하면서도 소름 돋는 에피소드가 많았다. 본방사수는 물론이고 매회마다 TV속에 빨려 들어갈 것처럼 몰입해서 보았다.


우주 배경에 The Twilight Zone 타이틀이 나타난다
환상특급 (The Twilight Zone) / 오프닝 캡처


지금까지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세 개이다.

1) 어떤 남자가 죄를 지어서 이마 한가운데에 낙인이 찍힌다. 남자의 흉터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를 쫓아버리거나 상대해주지 않는다. 모자를 써서 낙인을 가리려 하자 그 부위만큼 모자가 타서 구멍이 난다. 별 짓을 다해도 낙인을 가릴 수가 없다.
투명인간 (To See the Invisible Man, 있어도 없는 사람). 중절모에 구멍 뚫리는 장면이 정말 무섭게 느껴졌었다. 구름이 남자를 따라다녔던 것 같기도 하고....

2) 주인공 남자가 집에 왔는데 부인이 주방에서 말한다. "여보, 공룡 먹어야죠?". 점심을 왜 공룡이라 하냐고 되물으니 부인이 정말 의아해 한다. "점심은 (붉은 색 계통의) 색깔을 말하잖아요.".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남자는 라디오인지 티브이인지 방송을 트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가 힘들다. 단어들 뜻이 바뀌어서 쓰이고 있다!
말장난 (Wordplay). 남자 혼자만 정상인 게 소름이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영화 '송곳니'가 생각난다. 



3) 어린아이 둘(남매였던 듯)이 전시장 같은 곳을 다니고 있다. 쇼윈도 안에는 어른 남녀 두 사람이 들어가 있다. 이들은 아이들이 나타나자 자신들이 얼마나 좋은 부모인지 떠들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부모들을 지나친다. 그러다 표정이 밝지 않은 부모를 보게 된다. 그들은 아이들에게 자신들은 좋은 부모가 아니었다면서 깊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이들은 이 부모를 선택하고 함께 그곳을 나간다.
어린이 동물원 (Children's Zoo). 아이들의 진짜 부모가 쇼윈도에 들어가는 장면이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다른 부모를 선택한 것을 보고 진짜 부모가 막 소리를 쳤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아이가 부모를 선택하는 설정이 너무 놀라웠다. 

인터넷 세상이 진짜 좋은 건, 검색해보니 나무위키에 '환상특급' 에피소드가 아주 잘 정리되어 있었다. 찬찬히 살펴보니 내가 본 것은 첫 번째 리메이크 판(1985~1989). 오리지널이 1959년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다시 보고 싶어서 OTT를 찾아보니 씨네폭스에 있다는데 여긴 또 어딘가...😭 오리지널 판은 네이버 시리즈온.... 지금 다시 보아도 그때 만큼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복습을 해보련다.

- 환상특급에 열광하던 아이는 훗날 SF 미드 '엑스파일(X-File)'에 미치게 됩니다.... 비슷한 느낌의 영드 '블랙 미러(Black Mirror)'도 취향 저격.... 


2024-08-01

뉴하트 - 너무 너무 재미있었던 MBC 의학드라마 (지성 김민정)


아주 잠깐 드라마 작가를 희망한 적이 있었다. 그런 헛꿈을 꾸게 만든 드라마가 있었으니 바로 MBC 의드(의학 드라마) '뉴하트' 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홀릭(holic)한 작품들이 있었다. 그렇다고 드라마를 써보고 싶은 생각까진 들지 않았었는데 '뉴하트'는 보면서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드라마에 완전히 미쳤었다.


지성이 김민정을 뒤에서 안고 있다
저작권자 MBC

뉴하트 (MBC)


: 2007.12.12~2008.02.28 수목 방영. 총 23부작. 황은경 극본. 박홍균 연출. 지성, 김민정, 조재현, 박철민, 정동환, 장현성, 성동일, 정호근, 이기영, 박광정, 신동미, 정경순, 이지훈, 신다은, 강지후, 이창주, 김준호, 김영옥, 진서연, 김유정, 권용운 등 출연.


드라마의 주 무대는 우리나라 최고의 종합병원인 광희대학교병원이다. 고아로 자라서 되는 대로 살다 검정고시로 지방 의대에 간 은성과 1등만 하면서 살았어도 아버지 만큼은 떳떳이 밝힐 수 없는 혜석이 주인공이다. 소위 꼴통과 엄친딸이 흉부외과에서 함께 수련하다 서로를 이해하고 아껴주는 사이가 된다.

무엇보다 이 두 사람의 서사가 정말 재미있었다. 혜석을 좋아하는 스타까지 등장해 삼각관계를 이루었으나 시청자 반응이 좋지 않아서 금방 하차했다. 여기에 '하얀거탑' 뺨치는 병원 내부의 정치질, 다양한 의료진과 환자들의 사연이 어우러져 지루할 틈이 없었다. 수술 장면 묘사도 사실적이어서 의드로써의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몇 회부터였나 시작 화면을 B컷으로 내보냈다. 이전 화의 마지막 장면 대신, 다른 촬영 컷을 도입부에 쓴 것이다. 분명 본 장면인데 어딘지 모르게 다른 느낌이 들어서 재방송 때 비교해보니 차이가 있었다. 또 등장인물을 본떠서 만든 테디베어를 엔딩 크레딧과 함께 내보냈다. 당시에 거의 생방송처럼 찍어서 내보낸 것으로 아는데, 그럼에도 디테일에 신경 쓰는 것을 보고 감탄을 했었다.

방영 당시 내 나이가 훨씬 더 어렸다면 의대에 도전하는 꿈을 꾸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홀려서 보았던 작품이라 복습을 하고 싶은데 치명적으로 걸리는 게 있다. 광희대병원의 간판 의사이자 은성과 혜석을 단련시키는 스승 역할을 한 배우가........ 차라리 악역이었으면 그나마 덜 거슬렸을 텐데........ (쌍욕을 퍼붓고 싶지만 참는다)

그땐 일주일이 너무 길었었다. 드라마 기다리는 낙으로 살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온 마음을 다해 덕질했던 그 시절의 열정은 조금 그립다. 그래서 이 드라마 '뉴하트'가 더 특별하게 기억된다. 

2024-07-08

브루스 윌리스 하면 떠오르는 드라마 블루문특급 (+영화 다이하드)


돌이켜 보면 KBS에서 미국 드라마를 많이 방영해주었다. 시드니 셸던의 소설 원작 작품들(천사의 분노, 게임의 여왕, 신들의 풍차, 내일이 오면 등)과 남북전쟁 시대를 배경으로 한 '남과 북', 파격적인 설정의 '가시나무새' 같은. 

탐정과 모델이 커다란 달 앞에 서있다


블루문 특급 (Moonlighting)

: 미국 ABC에서 1985~1989년까지 5시즌 방영. 총 66화. 우리나라에서는 1989~1990년까지 KBS에서 전 회 방영했다고 함(위키 참고). 글렌 고든 캐런 제작, 연출. 시빌 셰퍼드, 브루스 윌리스, 앨리스 비즐리, 커티스 암스트롱 등 출연.


배우 브루스 윌리스가 치매로 투병 중이라는 기사를 보니 떠오르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블루문 특급'이다. 제목만 보았을 땐 무슨 내용일지 유추가 되지 않았다. 사실 본 지 너무 오래 되어서 구체적인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배경이 탐정 사무소였다는 것과 두 주연 배우(시빌 셰퍼드와 브루스 윌리스)가 몹시 매력적이었다는 것만 생각난다. 섹시하다(Sexy)는 말이 어떤 뜻인지 이들을 보면서 알았다. 야하다 싶은 대사와 장면은 공영방송 KBS에서 열과 성을 다해 잘랐던 것 같다. 



원제가 '문라이팅(Moonlighting)'이라는 것도 한참 지나서야 알았다. 뭐 지금이야 인터넷 창 켜고 검색하면 순식간에 온갖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1990년대 초만 해도 방송, 잡지, 신문 아니면 외국 연예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더욱이 이런 매체도 접하지 않으면(못하면) 알 길이 없는 것이다. 당시 두 배우에 대해 너무 알고 싶었었는데, 학교에 잡지를 잘 사보는 애들이 있어서 이런 저런 얘기를 얻어 들을 수 있었다. 그게 무엇이었는지는 역시나 기억이 안 나지만. 

이 드라마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스탠드 마이크 앞에 서서 노래 부르는 장면이 나왔던 것 같아 찾아보니 정말 음반을 냈었다. 뮤지컬 배우처럼 춤도 췄던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시빌 셰퍼드도 같이 퍼포먼스를 했던가? 허리 건강에는 치명적으로 좋지 않지만 보기에는 멋진, 남자 배우가 여자 배우 허리를 뒤로 꺾으며 눈을 맞추는 장면이 있었던 것 같은데..... KBS에서 다시 방영해주면 좋겠다, 진심! 이번엔 자르지 말고.


경찰 역의 블루스 윌리스가 수화기를 들고 있다


또 영화 '다이하드' 시리즈에서는 얼마나 남성미 넘치는 경찰로 나왔던가. KBS였나 TV에서 다이하드 1탄을 처음 보았는데 어찌나 가위질을 했는지 화면이 툭툭 끊겼었다. 사람이 많이 죽고 폭력 수위가 높아서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래도 보면서 얼마나 기가 막히던지. 나중에 무삭제판으로 다시 보겠다 결심했었는데 그 뒤로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브루스 윌리스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삶의 마지막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그 멋진 배우가 아픈 모습을 보니 너무 안타깝지만, 이런 시선 보다는 그의 대표작들을 찾아보는 게 그를 진정 기억하는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정말 '블루문 특급' 다시 보여주면 좋겠다! 이왕이면 이정구, 권희덕 더빙 판으로!


2024-06-25

홍길동 - SBS 수목 드라마 (김석훈 김원희 김상중 이종원)


양반 아버지와 몸종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홍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었다. 아무리 똑똑하고 재주가 많아도 양반들처럼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없었다.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던 그는 탐관오리의 재산을 훔쳐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의적이 된다.

조선 시대에 지어진 홍길동 이야기는 드라마와 영화로 많이 만들어졌다. 그중 SBS 드라마 '홍길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유를 따진다면 주연 배우 김석훈의 지분이 90%쯤?


홍길동이 놀란 얼굴로 어딘가를 보고 있다
SBS '홍길동' 김석훈 / 1회 캡처 

홍길동 (SBS) 


: 1998.07.22~09.10 수,목 방영. 총 16부. 이한호 극본. 정세호 연출. 김석훈, 김원희, 박상아, 김상중, 이종원, 이덕화, 김흥기, 유태웅, 박준규, 전운, 김해숙, 이혜숙, 이계인, 남성진, 윤여정, 양금석, 길용우, 김규철, 노영국 등 출연.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1회가 방영되고 난리가 났다. 생전 처음 보는 배우가 잘 생긴 것도 모자라 연기까지 잘하니 이 무슨! 이 드라마 전에는 TV에서 본 적이 없으니 신인(New Face)인 것은 분명한데 그의 연기에서는 버벅거림을 느낄 수 없었다.

의문은 곧 풀렸다. 인터뷰 기사를 보니 국립극장 전속 배우! 드라마에 나오기 전 2년쯤 연극 무대에서 연기력을 갈고 닦은 경력자였다. 처음엔 홍길동 출연 제의도 거절했다고 한다. 김석훈 아닌 홍길동은 지금 생각해도 상상이 되지 않는다. 


당시 SBS의 연예 정보 프로그램 '한밤의 티비 연예'에서 드라마 촬영 현장을 찾아가 김석훈을 인터뷰 했었다. 국밥을 먹는 그에게 리포터가 계속 질문을 하는데 시청자 입장에서는 짜증이 났었다.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뭐냐고😡 물론 드라마 찍기 바빠서 주인공인 그가 짬을 낼 수 있는 시간이 그때 뿐이라 그랬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설마 생방송이었나? 카메라가 찍든 말든 꿋꿋이 밥을 먹던 그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다.

배우를 보려는 목적이 컸지만 드라마 자체도 아주 재미있어서 닥치고 본방을 사수했었다. 홍길동 만큼이나 호위무사 역의 이종원도 멋있었다. 김상중이 김원희에게 마음을 드러내던 장면도 생각난다. 박상아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으나....... (할말하않)

찾아보니 SBS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시보기가 가능한데 언제 날 잡아 추억 여행을 떠나봐야겠다. 


* 홍길동을 다룬 드라마로 KBS '쾌도 홍길동', MBC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 있다. 김상중은 MBC 드라마에서 홍길동의 아버지 역을 맡았다. 

* 영화 중에는 이제훈 주연의 '탐정 홍길동' 추천.

* 현재 김석훈은 유튜브 채널 '나의 쓰레기 아저씨'를 운영 중이다. 환경과 쓰레기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2024-06-12

신 귀공자 - MBC 미니시리즈 (최지우 김승우 이순재) + SBS 행복합니다, MBC 마지막 연인


생수 배송 일을 열심히 하는 주인공 용남. 그 생수 회사를 소유한 재벌가에도 배달을 하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그 집 딸 수진과 엮이게 된다. 재벌가에서는 난리가 나고. 과연 두 사람의 운명은?

생수 배달원과 재벌 딸의 만남
'신귀공자' 김승우 최지우

新귀공자 (MBC)

: 2000.07.12~2000.08.31 수,목 방영(MBC 기록에 따름). 총 16부. 이창순 기획. 이주환 연출. 김선영, 유진희 극본. 김승우, 최지우, 김병세, 최정윤, 이순재, 박영규, 최란, 명계남, 나문희, 이계인, 정영숙, 김동현, 김창완, 홍경인, 김형자, 박영지, 심양홍, 김기현, 조혜영, 이현경, 주용만, 김진형 등 출연.


정말 재밌게 보았던 드라마이다. 생수 배달원과 재벌가 외동딸의 사랑.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데, 드라마에서라면 불가능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본 지 너무 오래되어 세세한 내용은 잊어버렸지만 두 사람이 서로에게 진심이었던 것 만큼은 분명히 기억이 난다.


성별이 뒤바뀐 신데렐라 이야기는 크게 화제가 됐었다. 아마도 당시에 재벌가 딸이 재벌 아닌 사람과 결혼을 했어서 이런 드라마도 기획된 게 아닐까 추측을. 수진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던 용남이 얼마나 멋있어 보였는지 모른다. 수진 역의 최지우도 곱게 자란 공주 같은 역에 정말 잘 어울렸고. 급 다시 보고 싶어지는구나~

재벌가 외동딸로 나오는 최지우


* 다시보기를 찾아보니 웨이브에는 없고 MBC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이용권을 결제해야 함.

* 재벌가 배경의 SBS 주말극 '행복합니다'도 함께 생각난다. 이 드라마에서는 재벌가 세 남매(배우 김효진, 이종원, 이은성)가 주축이었는데 모두 재벌 아닌 인물(배우 이훈, 채영인, 하석진)과 결혼하거나 애정 관계로 얽힌다. 또, 재벌까지는 아니어도 부잣집 여성과 가난한 남성의 사랑을 그린 MBC 드라마 '마지막 연인'도 있었다. 최수종, 김지수 주연으로 결말이 되게 슬펐던 것 같다.

* 출연자 명단에 박병은이 보여서 찾아보니 데뷔작이라고. 정만식도 단역으로 출연.

2024-05-21

천사의 키스 - KBS 월화 미니시리즈 (차승원 유호정 윤문식)


차승원이라는 모델을 처음 보았을 때 그 비주얼 쇼크(visual shock)란 정말이지 대단했었다. 그러다 이미 유부남이라는 사실에 또 깜놀. 그가 솔로였다 해도 '내 손 안의 떡'이 될 가능성은 전혀 없었는데 왜 그리 충격이었을까? 😅😅😅

차승원이 절반은 파란색, 절반은 빨간색에 잠겨있다

천사의 키스 (KBS 2TV)


: 1998년 12월 14일 ~ 1999년 2월 9일 방영. 총 18부작. 손영목 극본. 전산 연출. 차승원, 유호정, 조민기, 윤문식, 이재은, 박상아, 이성용, 연규진, 이한위, 임하룡, 김성희, 이혜은, 황은하, 백신 등 출연. 

이 드라마는 차승원을 모델이 아닌 연기자로 인식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초반 몇 회를 놓치고 보았는데도 굉장히 재미있어서 방영하는 날만 목 빠지게 기다렸었다.

차승원이 어떻게 해서 악마를 만나게 되고 무엇을 걸었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가까운 과거로 돌아가게 되는데, 복권 당첨 번호와 인기 주식을 미리 외워 놓아 이것으로 큰 돈을 벌었던 것 같다. 그렇게 무언가를 얻는 대신 인간성을 잃어가던 그에게 천사가 나타나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그 밖의 인물은 유호정과 윤문식 두 천사만 생각난다. 유호정이 차승원 대신 희생을 했고 그래서 술만 퍼마시던 차승원에게 술과 관련된 윤문식이 나타났던 것 같은데..... (드라마를 새로 쓰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설정의 창작물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을 보면 많은 이들이 공감하기 좋은 소재라서 그런 듯하다. 악마라는 존재를 거창하게 생각할 것도 없이, 당장 나에게 안 좋은 음식이나 습관도 그렇지 않은가? 내 자존심과 자존감을 갉아먹는 관계인 것을 알면서 정리를 못하는 것도 그렇고. 일확천금의 환상에 빠져 불법적인 일에 손을 대기도 하고. 나를 흔드는 악마는 도처에 널려있다. 단, 나에게 욕심이 없다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겠지만.

[수명 n년 깎는 대신 로또 당첨 번호를 알려주겠다는 제의를 받는다면 고민이 좀 될 것도 같다😂]

천사의 키스 7분50초 압축본

* 종영 날짜가 2월 2일로 나와있는 곳들이 있는데, 12월 14일부터 18부가 방영되려면 2월 9일에 끝나는 게 맞다.

* 유튜브 KBS 드라마 클래식 채널의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면 전 회를 볼 수 있다. 1회는 무료. 웨이브에도 있다.


2024-02-26

바람의 화원 - SBS 특별기획 수목 드라마 (박신양 문근영 류승룡 문채원)


연기보다는 그림 그리는 일에 매진하고 있는 박신양 배우를 보니 이 드라마가 떠올랐다. 그는 조선 시대 천재 화가 김홍도로 나왔다. 상대 역은 문근영 배우로 화가 신윤복을 연기했다.

김홍도가 신윤복에게 붓을 건네고 있다
 드라마 '바람의 화원' / 출처 SBS 공식홈

바람의 화원 (SBS)


: 2008.09.24~12.04 방영. 총 20화. 원작 이정명. 극본 이은영. 연출 장태유, 진혁. 
박신양, 문근영, 류승룡, 문채원, 배수빈, 임지은, 김응수, 최정우, 안석환, 정인기, 박혁권, 이미영, 이인, 박진우, 임호, 한정수, 유연지, 지삼(안미나) 등 출연. 


이 드라마가 무엇보다 화제였던 것은 신윤복을 여성으로 설정한 점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두 사람을 연애 감정이 오가는 사이로 그렸다. 상상력 발휘 수준을 넘어서 역사를 왜곡했으니 논란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신윤복의 후손은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말이 많았다. 어쩌면 아직까지도 신윤복을 여성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드라마 얘기만 하자면, 두 화가의 대표작을 재현한 장면들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김홍도가 신윤복의 실루엣을 보고 남다른 감정을 느끼는 장면도 연출이 대단했다. 두 사람의 그림 대결도 재미있었다. 회차를 16회 정도로 줄이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완성했으면 어땠을지 두고 두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 

배우들 연기는 좋았다. 초반에는 신윤복과 기생 정향의 사랑 이야기가 비중이 높았는데 문근영과 문채원의 연기가 아주 절절했다. 급기야 연말 연기대상에서 커플상까지 받았다. 문근영은 이 작품으로 대상을 탔는데 찾아보니 당시 나이 만 21세! 소감을 말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 울어서 제발 휴지 좀 갖다 주라고 (TV 앞에서) 외쳤었는데 줬는지 안 줬는지 가물가물... 기억하기론 끝날 때까지 안 줬던 것 같은데... 얘기가 삼천포로 빠져버렸다. 박 배우도 같이 탔으면 좋았겠지만.......😑 류승룡 배우도 이 작품 이후로 더 바빠졌다. 

이 드라마가 부정적인 영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조선 시대 서화(글과 그림) 전시회가 열렸었는데 그야말로 인기 대폭발이었다. 관람객이 어찌나 많은지 작품들을 눈에 한번 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특히 김홍도의 '맹호도'와 신윤복의 '미인도'는 잠깐이라도 볼 수 있으면 다행이었다. 언제 다시 전시회를 하려나..? (보화수보 展 또 열어주시면 안 될까요?)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옛 그림들에 관심이 생겨서 관련 책을 많이 찾아보게 되었다. 실제 김홍도는 어떤 인물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박신양이 그려낸 천재 화가는 매력이 철철 넘쳤다. 오랜만에 다시보기 해볼까나? 그런데 왜 이은영 작가에 대해선 나오는 게 없을까? 설마 이 작품 뒤로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인가? 다른 이름으로 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다시 작품을 쓰시길 바라 본다.

써 놓고 보니 잡담에 가까운 리뷰가 되었다.😓 '바람의 화원'은 아름다운 그림 같은 드라마였다. 좋은 점만 기억하고 싶다.



2024년 4월 30일까지 엠엠아트센터 (경기도 평택)

화가로 변신한 배우 박신양이 활짝 웃고 있다


2024-01-18

빙점 - 1990년 KBS 수목드라마 (김영애 임동진 이미연 손창민 선우재덕)

===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

어린 딸이 사라졌다. 사실 딸이 학교 끝나고 집에 오긴 했었다. 그런데 엄마가 다시 내보냈다. 왜냐하면 그때 집에는 엄마의 '특별한 손님'이 와 있었기 때문이다. 부모는 딸을 찾아 헤매지만 딸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뒤였다. 

긴 머리의 이미연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빙점' 이미연 / KBS 유튜브 채널 캡처

빙점 (KBS)

: 1990.01.03~02.22 수,목 방영. 총 16부작. 미우라 아야코 원작. 이금림 극본. 김종식 연출. 김영애, 임동진, 이미연, 손창민, 선우재덕, 전무송, 정동환, 엄유신, 반효정, 서영진, 이재은, 이민우 등 출연.


딸의 죽음이 아내(의 불륜) 탓이라고 생각한 남편은 지독한 복수를 계획한다. 딸을 죽인 범인의 딸을 입양해 아내가 키우게 만드는 것. 아내는 입양한 딸을 애지중지 키우다 범인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는 돌변해버린다.

당시 이미연 배우를 너무 좋아해서 본방사수를 했었다. 그래서 입양한 딸을 교묘하게 괴롭히는 엄마 역의 김영애 배우가 너무 싫었다. 딸이 밤새워 쓴 글도 없애버리고 옷도 사주지 않는다. 딸을 대하는 표정과 말투는 또 어찌나 차가운지 보는 게 괴로웠다. 

물론 엄마가 그때 친딸을 내보내지 않았으면 비극도 없었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복수하는 남편도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차라리 이혼을 하지 뭔(안다, 이야기 진행을 위해선 이 부부가 이혼하면 안된다는 것을)... 남편의 분노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자식도 있는 마당에 이런 짓을 하는 건 미쳤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야기 후반에 엄청난 반전이 있다. 부부가 범인의 딸이라고 '믿어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양딸이 사실은 범인과 전혀 상관없는 아이였던 것이다. 아니 아무리 친구가 애원해도 그렇지 남의 자식을 범인의 딸이라 속여 입양시켜준 인간이 제정신인가? 아무리 픽션이라 해도 (그럴 만한 개연성이 느껴지지 않는) 비상식적인 이야기 진행에 짜증이 났었다. 이 이야기가 요즘 나왔어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을까? 인간이라는 존재의 이중성과 잔인함은 잘 그려진 듯하나 그 이상의 가치가 담겨있는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제라도 소설이나 드라마를 다시 보면 생각이 달라지려나?



* 사실 드라마를 본 지 너무 오래 되어서 배우 위주로 몇 장면만 기억이 난다. 오빠 역의 손창민과 그의 친구로 나왔던 선우재덕 두 배우가 참 멋있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이미연-선우재덕 커플을 상대로 망붕을 펼쳤던 것 같다.😅 

* 소설에서는 오빠가 피 안 섞인 여동생을 이성으로 좋아한다는데, 드라마에서는 어느 수준까지 그려졌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제는 이런 설정의 창작물이 흔해서 문제도 안 되지만 1990년 공중파 드라마에서는 대놓고 다루기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kbs는 이미 '젊은 느티나무'를 만든 전적이 있다]

* 나무위키에 따르면 KBS 유튜브 채널에 전 회가 올라왔었다는데 현재는 요약본만 있다. 



* 우리나라에서는 이 드라마 이전에 영화로 두 번이나 만들어졌다고 한다. 1967년과 1981년. 놀랍게도 김영애 배우가 81년 작에서도 엄마로 나왔다고. 2004년에는 MBC에서 드라마화 했는데 작가가 막장의 대모 김순옥! 여기에선 선우재덕이 남편 역으로 나왔다고 한다. [나무위키 참고]

* 사망한 딸로 아역 배우 최형선이 나왔었는데.... 아주 오래 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본 적이 있다. 연기를 똑부러지게 잘 했었다. (잘 지내시나요?)

* '빙점 : 물이 어는 온도이자 얼음이 녹는 온도.



2024-01-05

광끼 - KBS 청춘 드라마 (이동건 원빈 최강희 배두나 김현정 양동근)

예전엔 대학 생활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드라마가 많았다. 나에겐 MBC '우리들의 천국'이 특히 그랬다. 배우들이 가슴에 파일과 전공 책을 안고 다니는 게 얼마나 있어 보이던지.... 대학교에만 가면 캠퍼스 잔디밭에 누워 낭만을 씹는 게 일상일 줄 알았다. 덤으로 멋진 선배나 동기와 연애를 하게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할말하않😑)

원빈-이동건-최강희-배두나
웨이브 캡처

광끼 (KBS)


: 1999.05.04 ~ 2000.01.13 매주 1회 방영. 윤석호, 문보현, 김평중, 김형일 연출. 김민주, 오수연, 이경미, 구선경, 박경 극본. 이동건 원빈 최강희 배두나 김현정 양동근 도지원 조민기 김수정 강성민 장용 김소연 장성원 김형종 등 출연. (위키백과 참고)



이 드라마 하면 원빈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웨이브 들어간 긴 머리로 등장한 그는 그야말로 '비주얼 쇼크' 그 자체였다. 이렇게 단발이 예쁘고 잘 어울릴 수가! 뭐 외모가 개연성이니 뭘 해도 멋진 것일 테지만. 여기에 늘 메고 다니는 카메라도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데에 한 몫 했다.

그리고 배두나. 여성스러움은 개나 줘버린 패기 가득한 캐릭터가 그녀의 보이시(boishy)한 외모와 아주 잘 어울렸다. 만나면 서로 티격태격하는 원빈과 케미도 좋아서 이 커플 아닌 커플을 보는 게 너무 좋았었는데....😥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배두나가 갑자기 빠져버린 것이다. 정확한 이유가 생각나지 않아 찾아보니 영화 '플란다스의 개'에 출연하기 위해 하차했다고. 봉준호 감독의 첫 장편 영화는 비록 흥행에 실패했지만, 그 뒤로 배우로 잘 나가게 되었으니 그녀 입장에서는 잘한 선택일 것이다. 그래도 광끼에 계속 출연했다면 굉장한 커플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지금까지도 아쉬움이 남아있다.

그리고 이동건. 그가 주인공으로 등장했을 때 사실 놀랐다. 그 전까지만 해도 쇼프로에서 한두번 본 게 전부인 가수였다. 얼굴이 뽀얗고 잘 생겼다 싶었는데 드라마에 나올 줄이야. 그런데 더 놀라웠던 건 초보임에도 연기를 곧잘 하는 것이다. 그때 윤석호 PD가 캐스팅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래도 어떻게든 연기자의 길로 가게 됐으려나?


이제 드라마 얘기를 해보면, 광기(미친 기운) 보다는 똘끼 다분하고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이동건과 최강희, 원빈과 배두나의 사각 관계가 주축이었으나 배두나가 빠지면서 원빈과 최강희를 연결시키다 보니 이동건 캐릭터가 어정쩡해졌다. 짝사랑만 하던 이동건은 급기야 빠져버리고 새로운 인물(장성원)이 등장했으나 드라마는 산으로....😥

어쩌면 원빈-배두나 조합에 너무 홀릭했던 나머지 원빈-최강희 커플에 대한 반감이 과해서 드라마 완성도와는 별개로 내가 재미를 못 느낀 것일 수도 있다. (훗날이라도 다른 작품에서 배두나와 원빈 두 배우가 다시 합을 보여주길 바랐지만 2024년 현재 원빈은 십수년째 연기 활동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고...😥 왜죠? 잘 생겼다는 소리에 질린 나머지 늙기 만을 기다리는 건 아니겠죠?)

스타일리스트 윤석호 피디의 뽀샤샤한 화면 연출과 풋풋하고 뽀송한 배우들, 멋진 캠퍼스 배경이 한데 어우러져 청춘이라는 말과 잘 어울렸던 드라마 '광끼'. 돌이켜보니 20대 시절의 젊음이란 그 자체로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그 당시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 


드라마 광끼 타이틀 화면

* 고에 가 있는 아이들을 줄여 광끼라고 함. 나무위키를 보니 대학생 연합 광고 동아리 '애드파워'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 웨이브에 전편이 다 올라와 있다. 

* 양동근은 MBC 시트콤 '논스톱'에서 엉뚱하고 웃긴 캐릭터를 이어 나간다.

* 원빈은 윤석호 피디의 사계절 연작 첫 작품이자 오수연 작가가 집필한 '가을동화'에 재벌남으로 출연하게 된다. 
 


2023-12-18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 SBS 수목 드라마 (김수현 남지현 특화 리뷰)


사실 이 드라마는 초반 몇 회만 보았다. 그럼에도 리뷰를 쓰는 건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잊혀지지 않아서 이다. 지금은 주연 배우로 자리 잡은 김수현과 남지현이 각각 고수와 한예슬의 아역으로 나왔었다. 

김수현이 남지현과 얼굴을 가까이 하고 있다
SBS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 김수현, 남지현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SBS)


: 2009.12.02~2010.01.28 수,목 방영. 16부작. 이경희 극본. 최문석 연출.
고수, 한예슬, 송종호, 선우선, 조민수, 천호진, 김기방, 김광민, 민지영, 김도연, 석진이, 김인태, 강서준, 도지한, 김길동, 서재욱, 한은서, 김수현, 남지현, 송중기 출연.



이경희 작가와 고수의 신작이라서 이 드라마를 본방사수 했었는데 1회부터 두 아역 배우의 연기에 반해버렸다. 특히 김수현. 처음 보는 배우가 어찌나 연기를 잘하는지 이 신인에 대해 몹시 알고 싶어지는 거다. 아울러 남지현과 함께 나오는 장면에서는 긴장감이 살아 흘렀다. 요즘 말로 케미와 텐션이 화면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합에 빠져 '다음 주까지 어떻게 기다리나~' 노래를 불렀었는데 성인 역 배우들로 바뀌고 나니 웬걸?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자꾸 김-남 두 배우(현현 커플)와 비교만 되고, 두 배우가 성인 역까지 이어서 하면 안 되는 건지 불만만 커져 갔다. 이건 비단 나만 그런 게 아니고 당시 시청자 게시판에 아역 분량을 늘려 달라는 글이 많았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이 드라마 보는 것을 그만 두었다.

그렇다고 내가 아무 드라마도 안 보았을 리는 없고 찾아보니 KBS에서 '추노'를 2010년 1월부터 방영... 그래서 '크눈올'을 잊을 수 있었구나..😅

김수현과 남지현은 그 뒤로 SBS '자이언트'에서 주연들의 아역으로 나왔다. 하지만 두 배우가 상대 역이 아니었던 관계로 기대했던 연기는......😢 만약 두 배우가 상대역으로 나오는 작품이 만들어진다면 닥치고 본방사수 하겠습니다~ 제발~

소년 같은 모습의 송중기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 송중기

* 여주인공의 오빠 역으로 송중기가 특별 출연했다. 소년미 뿜뿜.

* 김수현과 남지현의 실제 나이 차이는 일곱 살.

* 이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온다에 한 표.

* 써놓고 보니 드라마 리뷰 맞나.. 🙄


2023-11-30

우리나라 배우의 호칭에 대해


추억의 한국 드라마 리뷰를 쓸 때는 출연 배우의 이름 뒤에 '배우'를 붙였다.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이름을 알면 그것으로 부르면 되는데, 거의 기억이 나지 않으니 배우의 이름을 쓴 경우가 많았다. 또 연세가 많거나 돌아가신 분은 -님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렇게 계속 의식해서 쓰다 보니 피곤함이 느껴졌다. 배우 분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 이상, 등장인물로만 대할 땐 이름만 쓰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필요할 때만 '배우'를 붙일 것이다. 존칭이 필요할 땐 -님을 쓸 것이다. 글을 쓰다 보면 또 갈팡질팡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22.10.22일 예전 블로그에 썼던 글)

2023-11-03

꽃피는 봄이 오면 - 2007년 KBS 월화드라마 (박건형 이하나 박시연 김남길)


이 드라마가 방영할 당시 MBC '주몽'이 그야말로 시청률을 다 잡아먹고 있었다. 나는 '꽃피는 봄이 오면'을 본방으로 보고 '주몽'을 재방송으로 보았다. 남들이 잘 안 보는 드라마를 본다는 희한한 '부심'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다. 줄거리는 거의 생각 안 나지만 이 작품의 분위기가 동화 같고 따뜻했던 것만큼은 생각이 난다.


KBS 꽃피는 봄이 오면 주인공들이 나란히 서있다
KBS 꽃피는 봄이 오면. 출처 나무위키


꽃피는 봄이 오면 (KBS)


: 2007.01.15~03.13 방영. 총 16부작. 권민수 극본. 진형욱 연출. 박건형, 이하나, 박시연, 김남길, 이순재, 김갑수, 이보희, 정인기, 서효림, 강부자, 이언, 이도련, 권다현, 서지연 출연.



박건형이 정의에 불타는 검사 [이정도]로 나왔는데, 동네의 크고 작은 일들을 해결해주는 '홍 반장' 캐릭터와 비슷했다. 당시 '이한'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던 김남길은 냉정한 검사 [김준기] 역과 이미지가 잘 어울렸다.

이하나[문채리]가 노래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고 하는데 솔직히 기억이 안 난다. 박시연은 검정 가죽 점퍼가 아주 잘 어울리는 형사 [오영주]였고 범인 잡느라 열심히 뛰어다니던 것만 생각난다.

자료 사진을 찾으려고 KBS 홈에 들어가서 이 드라마를 검색해봤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와 심하다~~~ 2007년작인데 방송사 홈페이지에 어떻게 정보가 하나도 없을 수 있을까? 웨이브에도 없고 유튜브에도 없고 진짜 너무하네.


* 포탈에서 검색하면 최민식 주연의 영화가 먼저 나온다. BMK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2023-10-24

드라마 '스타의 연인'에 대한 추억 (최지우 유지태 성지루 차예련 이기우)


지금까지 숱한 드라마를 봐왔고 앞으로도 보겠지만 이 드라마만큼은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덕질'이라는 것을 해본 작품이기 때문이다. 
유지태와 최지우 두 배우에게 어느 정도 호감은 있었으나 열렬한 팬은 아니었다. 공식 포스터만 보았을 때도 두 배우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드라마 시청 2회 만에 이 커플의 열렬한 팬이 되고 말았으니....


최지우 얼굴 포스터 앞에 유지태가 서있다

스타의 연인 (SBS)


: 2008.12.10~2009.02.12 방영. 20부작. 원작 일본 드라마 '스타의 사랑'. 오수연 극본. 부성철 연출. 최지우, 유지태, 이기우, 차예련, 이준혁, 성지루, 정운택, 심은진, 양희경, 신민희, 곽현화, 최필립 출연. 기태영 특별 출연.



인기 최고의 톱스타 배우 이마리와 가난한 국문과 대학원생 김철수. 이 둘이 만나게 된 계기는 이마리의 소속사에서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책을 내기로 하면서이다. 그런데 이마리에 대한 책을 내는 게 아니고 이마리가 책을 쓰는 것이다. 그것도 세계 유명 문학 작품들에 대해. 평소에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면 모를까 이마리는 책과 거리가 먼 캐릭터였다. 외모로 승부하는 배우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대필자까지 구해서 책을 쓰게 하는 설정이 별로 와닿지가 않았다. 이마리가 문학 작품들에 별 조예가 없다는 게 티가 나면 바로 대중의 의심을 살 것이고 비밀이 탄로날 경우 순식간에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는데, 그 위험 부담을 다 떠안고 책을 내서 얻는 게 그렇게 큰지 납득이 잘 되지 않았다.

의구심까지 잔뜩 안고 본 드라마였지만 환상적인 배경 속에서 시작되는 두 사람의 로맨스는 사람을 곧 노예로 만들었다. 극 초반은 일본에서 찍었는데 나오는 곳마다 근사해서 직접 가 보고싶은 열망마저 생겼었다. 특히 관람차에서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너무 아름다워 그 누구와든 감상을 나누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디시인사이드의 스타의 연인 갤러리(줄여서 스연갤)에 가게 되었다. 디시는 덕질의 성지 같은 곳이었다. 스연갤에 가보니 나처럼 노예가 된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태어나 처음 해보는 덕질은 단순히 재미있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되는, 엄청난 각성 상태였다. 드라마가 방영하는 날에는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갤러리에서 놀았고 유지태 배우의 갤러리에서도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지금 돌이켜보면 뭘 그렇게 올려댔는지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이다.




이 당시 유지태 배우의 팬클럽 행사에도 가게 되었다. 기존 팬클럽 회원들과 갤러리 이용자들이 함께 모인 자리였다. 여러 이벤트를 했었는데 다른 건 기억이 안 나고 참석자들의 폰 번호를 몇 개 뽑아 그 자리에서 유 배우와 통화를 했었다. 처음으로 울린 게 내 휴대폰이었다. 그런데 장내가 너무 시끄러워서 유 배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거의 듣지 못했다. 그가 배우를 하기 전에 했던 무용에 관련된 질문을 했었는데... 유 배우가 '생각해 보겠다'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다(통화 녹음을 했어야 했는데?). 그 다음으로 연결된 분이 드라마 속 철수의 (간지러운) 대사를 해달라고 했다. 참석자들 반응이 엄청났다. 그때 깨달았다. 머리 위 하트 같은 걸 요청했어야 했다는 것을.

드라마에서 철수가 쇼팽의 녹턴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장면이 있는데, 본인의 연주를 유 배우에게 들려주고 싶다며 외국(일본이었나)에서 오신 분이 있었다. 피아노 앞에서 그분이 바짝 긴장을 하신 게 멀리서도 느껴졌다. 덕후의 꿈을 이룬 순간 얼마나 기뻤을까? 어디선가 잘 지내고 계시기를.




스타의 연인 마지막회는 팬들이 영화관에 함께 모여서 보았다. 솔직히 드라마에는 거의 집중을 하지 못했다. 최지우 배우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게 마냥 신기했고 단관 행사 자체가 비현실 같았다. 유 배우는 몸이 안 좋아서 참석하지 않았고 오수연 작가도 선물만 보내셨다. 부성철 연출자가 감사 인사를 하셨었고 이준혁 배우도 그 자리에 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최지우 배우와 마주친 곳은 화장실이었다. 세면대에서 손을 닦고 나가려는 최 배우에게 체면 불고하고 말을 걸었다. 스타의 연인 정말 잘 봤다고. 분명 그녀의 얼굴을 코 앞에서 봤는데 그 부분만 블러 처리된 듯 기억이 없다. 키가 크고 늘씬했다는 기억만.

이렇게 정리해보니 이 정도면 정말 성공한 덕질이었구나~ 싶다. 드라마와 그 팬들과 한 몸처럼 살아 움직였던 기억. 그 시절의 열정이 새삼 그리워진다.



2023-10-23

오버 더 레인보우 - MBC 수목 미니시리즈 (지현우 서지혜 김옥빈 환희)


서지혜 배우가 나오는 디즈니 플러스의 '키스 식스센스'를 보아서 그런가 이 드라마가 자꾸 생각이 났다. 방영 당시만 해도 아이돌에 정신이 팔려있던 터라, 가수 지망생을 다룬 드라마가 나온다는 소식에 몹시 흥분했었다. 


왼쪽부터 지현우 서지혜 김옥빈 환희
지현우, 서지혜, 김옥빈, 환희. 출처 MBC 공식홈

오버 더 레인보우 (MBC)


: 2006.7.26 ~ 9.14 방영. 16부작. 한희 연출. 홍진아, 홍자람 극본. 지현우, 서지혜, 김옥빈, 환희, 김일우, 이형철, 신현탁, 최권, 팝핀현준, 임하룡, 김혜옥, 나혜미, 정한용, 박희진, 정은표, 김원경, 신영석 출연.



더구나 인기 듀오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멤버 환희가 아이돌 가수 역을 맡아서 관심이 더 갔다. 실제 가수가 가수를 연기한다? 그 아이러니에 꽤 끌렸던 모양인지 아이러니하게도 기억에 주로 남은 것은 환희가 나온 장면들이다. 주인공이었던 지현우는 생각도 안 나니 어쩔... (심지어 지PD 팬이었는데😓)

아무래도 환희 배우가 화려하게 나올 때가 많아서 그런가 보다. 특히 김옥빈 배우와 함께 춤을 추는 장면들이 그렇다. 김옥빈이 아이돌 댄스가수 저리가라의 춤 실력을 선보인 클럽 장면이 아주 강렬했다. 이들의 춤을 보려고 더 열심히 봤던 것 같기도 하다.


렉스와 희수의 커플 댄스 (4분부터)


렉스와 희수의 방송 리허설 (2:35부터)


이밖에 더 생각나는 것은 조연으로 출연했던 팝핀현준의 불쇼. 그리고 드라마 엔딩 장면. 스토리라고는 두 남자가 초반엔 김옥빈에게 집중했다가 나중에는 서지혜를 두고 대립한다는 것 정도만 생각나고... 나 이 드라마에 열광했던 사람 맞나? 😅😅😅

보아 놓고 잊어버리는 게 아예 안 본 것과 다름없는 수준이 되어버리는 일은 참.......😥 본 지 20년이 되어가니 그럴 만도 한데 그럼에도 갖고 있던 뭔가를 잃어버린 것 같아 조금은 서글퍼진다.




2023-10-14

울밑에선 봉선화 - KBS 일일연속극 (김윤경 김미숙 권기선 전인화)


평일 저녁 8시 30분부터 9시까지 방영했던가? 끝나면 KBS 9시 뉴스로 바로 넘어갔으니 이게 맞겠다. 매일 저녁 티브이 앞으로 달려가게 만들었던 화제의 일일 드라마.


울밑에선 봉선화 드라마 타이틀
KBS 울밑에선 봉선화 타이틀. 유튜브 캡처

울밑에선 봉선화 (KBS)


: 1989. 11. 6 ~ 1990. 8. 31 방영. 극본 박정란. 연출 김재순. 김윤경, 김미숙, 권기선, 전인화, 강효실, 임혁주 출연.


등장인물이 많았는데 주로 생각나는 것은 주인공인 어머니(김윤경 배우)와 그 세 딸들이다. 첫째 딸 김미숙(배우 이름으로 호칭)은 착했다는 것 말고는 생각이 안 나고 둘째 딸 권기선은 당차고 씩씩한 반항아 스타일? 막내 전인화는 공부를 아주 잘해서 미래가 기대되는 아이였다. 그런데......!

유독 셋째 딸 위주로 기억이 남은 것은 순전히 그 시어머니 탓이다. 전인화가 도시에 있는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떠나려고 하는데 (망할 놈의) 동네 오빠 임혁주가 갑자기 자기와 결혼해 달라고 애원한다. 나이 차이도 열살 가까이(어쩌면 넘게) 났을 것이다. 전인화를 혼자 좋아하고 있었던가 아무튼 그녀가 작별 인사를 한 다음부터 난리가 난다. 수시로 집에 찾아와 자기랑 살자고 붙들고 급기야 추운 겨울날 전인화네 집 앞에서 눈 속에 파묻힌 동태로 발견...!



공부만 잘하는 게 아니고 심성도 몹시 착했던 전인화는 끝내 이 인간을 뿌리치지 못하고 자신의 미래를 접어버린다. 그런데 문제는 결혼한 뒤였다. 시어머니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닌 것이다. 오로지 며느리를 괴롭히기 위해 이 세상에 온 듯한 존재라고 할까. 소처럼 일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사사건건 불평 불만 트집을 잡아 댄다. 바보 같이 착한 전인화는 찍소리도 못하고 속으로 눈물만 삼킨다. 며느리가 아이를 가져도 이 악귀 같은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더 괴롭히면 괴롭혔지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 짜증 나고 화가 날 뿐!


강효실이 웃고 있다
배우 강효실. KBS 문예극장 출연 장면. 나무위키 펌

이 시어머니 역할을 고 강효실 님이 했는데 정말이지 한겨울 서릿발 같은 연기에 얼마나 싫어하고 미워했는지 모른다. 그녀가 대청마루에 앉아서 목소리를 드높이면 마치 호랑이가 포효하는 것 같았다. 인상도 강해 보여서 더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화면에 이 분만 나타나면 심장 박동이 저절로 빨라졌다.


한복 차림의 김윤경 배우
이 분은 시어머니가 아닙니다. 어머니 역의 배우 김윤경

주인공 김윤경이 자애로우면서도 강인한 어머니여서 악독한 시어머니와 더 비교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전인화가 어떻게 되었더라? 시월드에서 고생하던 것만 생각나고 결말은 기억에도 없으니....... 위키백과 왈, 이 드라마가 1926년부터 64년 간의 세월을 다루었다는데 선명하게 기억나는 건 전인화의 매운맛 시집살이 뿐이다.


- 연말 연기대상에서 김윤경 님이 이 드라마로 *을 탔는데 동료들이 건네주는 꽃다발에 파묻혀 버렸다. 다 안고 있을 수도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대상을 탄 줄 알았을 것이다. 반면 이때 대상은 '야망의 세월'에서 이명박 분신으로 나온 유인촌이 수상했다. 꽃다발이 두 개였던가? 무대로 향하는 그에게 황범식 배우가 악수를 청한 것 말고는 그다지 축하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야망의 세월 정보를 찾아보니 1990년 10월 20일 방영 시작. 그 전에는 KBS '역사는 흐른다'에 출연. 그럼 '역사는 흐른다'로 상을 탔다고 보는 게 맞을 텐데 웬만한 기록에는 다 야망의 세월로 탔다고 되어있다.
(* 우수 연기상을 타신 것으로 기억하는데 위키에는 인기상으로 나와 있음)






훠어이 훠어이 - KBS 수목드라마 (나한일 천호진 김성일 강남길)


젊은이들이 모여 사업을 시작한다. 승승장구한다. 대기업이 된다. 그러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날아가 버린다.


젊은이 여섯명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출처 구글이미지

훠어이 훠어이 (KBS)


: 1988.12.07 ~ 1989.02.02 방영. 총 18부. 이환경 극본. 이영국 연출. 나한일, 천호진, 김성일, 강남길, 윤철형, 오욱철, 양미경, 박규채 출연.


이 드라마의 제목이 주는 느낌이 어떤가? 뭔가 훨훨 다 떠나가 버리는 것 같지 않은가? 비극적인 결말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미남 배우들이 우글거리는 이 드라마에 지나치게 몰입을 하였으니......

패기 넘치는 젊은 남자들이 참으로 멋있었다. 특히 나한일과 천호진이 얼마나 멋지던지 바로 반해버렸다. 경쟁자인 김성일도 잘 생긴 나쁜 남자였다. 강남길은 척척박사 스타일의 감초 느낌이었고 오욱철, 윤철형도 개성이 강했던 것 같다. 각각의 매력을 가진 캐릭터들이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면서 시너지 효과가 났다. 드림팀 같은 이들을 보는 재미가 아주 컸다.



자신들 월급은 안 챙기면서 사원들에게 수익을 더 나눠주려 하는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아있다. (사회생활을 해보니) 정말 판타지에나 나올 법한 유니콘들이다.

그러다 이들의 사업이 점점 안 풀리고 자금줄이 막혀 급기야 부도가 났을 때 마음이 찢어지게 아팠다. 후반부에 서류인지 돈인지 종이 조각들이 (슬로 모션으로) 공중에 흩날리는 장면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들이 망했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었던 나머지 일기장에 그 슬픔을 마구 휘갈겼다. (지금 찾아서 읽어보면 웃음이 터져 나올 듯🤣)

한 회 한 회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었는데....... 나한일 하면 '무풍지대'가 이름표처럼 따라다니지만 나는 이 드라마가 먼저 떠오른다.

* 정권에 의해 해체된 국제그룹을 모델로 한 줄 알았더니 '율산그룹'이라고 한다. 

* 20대의 김성일, 천호진 과거사진. 송중기, 배용준이 언뜻...

중년 배우 김성일 천호진의 20대 시절
김성일, 천호진. 출처 구글이미지


2023-10-13

한국에도 축구 드라마가 있었으니.. KBS 슈팅 (이승우 허준호 김정화 박현정)


요즘 2022 카타르 월드컵이 한창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렸던 게 벌써 20년이 넘었다니. 당시 축구 인기에 힘입어 나온 드라마가 있었는데, 방영 시기를 찾아보니 2002년 즈음이 아니고 그보다 훨씬 전인 1996년이다. 한일 월드컵 유치 기념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허준호와 골키퍼 김병지
배우 허준호 / 골키퍼 김병지

슈팅 (KBS 월화 드라마)


: 1996.09.02~10.01 방영. 10부작. 이상우 연출. 이미숙 극본. 이승우, 허준호, 김정화, 박준규, 박현정, 윤다훈, 박재훈, 김동현, 이혜숙 등 출연.


이 드라마를 보긴 보았었는데 사실 기억나는 것은 별로 없다. 우리나라 골키퍼의 전설 김병지를 모델로 한 듯한 골키퍼 역의 허준호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나. 헤어스타일도 꽁지머리 아니면 긴 머리였던 것 같은데 스틸 사진을 찾을 수가 없다. 인기 드라마였으면 자료가 그래도 많이 남아있을 텐데 안타깝게도 슈팅은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10회 만에 조기 종영되었다. (OTT나 다시보기 제공이 안 되던 시절에는 드라마 시청률이 10% 정도 나와도 인기 없다고 빨리 끝내버렸다. Oh No.......)


배우 이승우, 축구선수 이승우
배우 이승우 / 축구선수 이승우(맨 왼쪽) / 출처 다음이미지


그러고 보니 주연을 맡았던 배우의 이름이 카타르 월드컵 SBS 해설자로 활약한 축구선수 이승우와 똑같다. 캐릭터 이미지도 (이승우 선수처럼) 패기 있고 거침없고 뭐 그랬던 것 같은데.... 그밖에 윤다훈이 유니폼 입은 모습과 슈퍼탤런트 박현정이 매니저 비슷한 역할로 나왔던 게 생각난다.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채소연을 연상시키는 역. 드라마 후반부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보다 말았는 지도 모르겠다......

허접한 리뷰지만 우리나라 드라마 역사에 이런 작품도 있었다는 것을 기록해두는 차원으로 써보았다. 스포츠를 소재로 영상물을 만들려면 이야기 서사는 둘째 치고 경기를 실감 나게 촬영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 영화 중에 박희순이 주연한 '맨발의 꿈'이라는, 동티모르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쳐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우리나라 감독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 있는데 이참에 강력히 추천해본다. (드라마 글에서 영화 추천이라니 좀 그런가?😅)



2023-10-02

매직 - 2004년 SBS 주말드라마 (강동원 김효진 엄지원 양진우)

영화배우 강동원도 드라마에 나온 적이 있었다. MBC에서 두 편(위풍당당 그녀, 1%의 어떤 것), SBS에서 한 편. 이 세 작품을 끝으로 그는 스크린에서만 볼 수 있는 배우가 되었다. 가끔씩 생각나는 그의 드라마 '매직'. 주인공 차강재는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20대 리즈 시절의 강동원
SBS 드라마 매직. 출처 공식홈


매직 (SBS)

: 2004.08.28 ~ 2004.10.17 토,일 방영. 윤성희 극본. 고경희, 홍창욱 연출. 강동원, 김효진, 양진우, 엄지원, 서인석, 강남길, 이응경, 정동환, 이인, 윤용현, 이찬, 이대연, 정소영, 정선우, 김영숙, 임주환 출연. 마술사 최현우 특별 출연.


그러고 보니 이 드라마가 '파리의 연인' 후속작!

'파리의 연인'이라면 엄청난 시청률을 올리며 2004년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궜던 로맨스 드라마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박신양과 너무나 사랑스러운 김정은, 정신 못 차리게 재미있는 스토리가 시청자의 혼을 쏙 빼놓았었다. 그런 인기작의 뒤를 이어야 했으니 '매직' 제작진은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그래서 라이징 스타 강동원을 회심의 카드로 내놓았는지도 모르겠다. 더욱이 (그에게 더 큰 인기를 안겨준) 영화 '늑대의 유혹'이 개봉하고 한 달 뒤쯤부터 방영했으니 그 반사이익도 기대했을 것이다. But !

당시 기사를 찾아보니 쓴웃음이 나온다. 1회 시청률 20%, 마지막회 시청률 14%. 잘 나가던 그에게 상처를 안겨준 어쩌고 저쩌고... 그리고 강동원이 그렇게 연기를 못했었나? 글쎄. 감명 깊게 본 드라마가 이런 혹평을 받았던 걸 십수 년 만에 되새기니 마음이 좀 아린다.

=======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


'매직'에 많은 인물이 나오지만 유독 생각나는 건 마술사와 그의 아들, 차강재 세 사람의 얘기다. 마술사는 아들에게 기술을 물려주려 하지만 차강재가 더 재능을 보인다. 없느니만 못한 아버지를 뒀던 차강재는 자신을 대가 없이 받아준 마술사를 친아버지처럼 여기고, 마술사 역시 차강재를 아들처럼 챙겨준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친아들을 찾는 마술사를 보고 차강재는 더 큰 상처를 받게 된다.

상처 많은 내면아이를 가진 차강재와 강동원의 차가운 이미지가 내 눈에는 잘 어울려 보였다. 십수 년 간 그의 다른 작품들을 본 눈으로 이 드라마를 다시 보게 되면 감상이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김효진도 순수한 캐릭터를 잘 연기했다. 차강재가 마지노선을 넘으려 할 때 한 조각 남은 양심처럼 그를 멈칫하게 만드는 캐릭터랄까.

마지막회의 마지막 대사가 너무 멋있어서 적어놓고 음미했었는데 이제는 기억이 안 나서 그 부분만 다시 보고 받아 적었다. "내게 있어 세상은 마실 수록 갈증 나는 바닷물 같았다. 너의 사랑을 다 마셔버린 나는 이제 더 이상 목이 마르지 않다". 파도치는 바다를 내려다보며 절벽 앞에 서있던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앞으로 갔을까, 뒤로 갔을까.



옛 사랑의 그림자 - 1998년 SBS 드라마스페셜 (방은희 김주승 옥소리)


헌신하면 헌신짝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그 비슷한 경우다. 여자(방은희)는 남자(김주승)에게 철저히 배신당하고 악만 남았다. 남자는 새로운 사람과 이미 가정을 꾸렸다. 여자는 남자의 옆집으로 이사를 가서 남자의 부인(옥소리)과 아주 친해진다. 그리고 자신을 배신한 남자의 얘기를 털어놓는다. 그 남자가 바로 자기 남편이라는 것을 꿈에도 모르는 부인은 남편에게 여자의 이야기를 하면서 기가 막혀한다.

두 여자와 아이가 놀이공원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방은희, 김지선, 옥소리. 출처 아역배우 김지선 카페


옛사랑의 그림자 (SBS)

: 1998. 2. 19 ~ 3. 19 방영. 김도우 극본. 김한영 연출. 방은희, 김주승, 옥소리 출연.


이런 얘기라면 여자가 모든 것을 폭로하고 남자의 가정을 깨뜨리는 것으로 복수하는 결말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드라마는 그쪽으로 가지 않는다. 여자가 남자를 박살 내려고 보니 그 부인이 너무 착한 것이다. 이런 개스키가 어디서 그런 천사를 만났는지 의문스럽지만 여하튼 설정이 그렇다. 복수를 하려고 하면 할수록 여자를 친자매처럼 잘 대해주는 부인이 암초가 된다. 여자는 남자한테 상처를 되돌려 주고 싶지만 그 부인에게는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양가감정에 시달린다. 결국 여자가 선택한 것은.......


사실 본 지 오래되어 그 부인이 진실을 알았는지 아닌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여자가 그 부인의 행복한 모습을 상상하며 죽음을 맞이하는(선택하는) 암시로 끝났기에 모든 것을 묻고 간 듯하다. 물 없이 밤고구마 천 개는 먹은 듯했던 결말. 복수를 완성하기엔 끝내 독하지 못했던 비련의 여자 역을 방은희 배우가 빙의라도 한 것처럼 기가 막히게 보여줬다. 너무나 바보 같았지만 결코 욕할 수 없는 여자. 그래서 잊을 수 없는 여자.

* SBS 홈페이지에도 인기 드라마 아닌 이상 정보가 없다. 떼잉~

* SBS 개국하고 얼마 안 되어 방영한 줄 알았더니 아니구나. sbs가 문을 연 것은 1991년 말인데, 난 왜 이렇게 기억하고 있을까??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라는 제목의 베스트셀러극장은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