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점 - 1990년 KBS 수목드라마 (김영애 임동진 이미연 손창민 선우재덕)

===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

어린 딸이 사라졌다. 사실 딸이 학교 끝나고 집에 오긴 했었다. 그런데 엄마가 다시 내보냈다. 왜냐하면 그때 집에는 엄마의 '특별한 손님'이 와 있었기 때문이다. 부모는 딸을 찾아 헤매지만 딸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뒤였다. 

긴 머리의 이미연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빙점' 이미연 / KBS 유튜브 채널 캡처

빙점 (KBS)

: 1990.01.03~02.22 수,목 방영. 총 16부작. 미우라 아야코 원작. 이금림 극본. 김종식 연출. 김영애, 임동진, 이미연, 손창민, 선우재덕, 전무송, 정동환, 엄유신, 반효정, 서영진, 이재은, 이민우 등 출연.


딸의 죽음이 아내(의 불륜) 탓이라고 생각한 남편은 지독한 복수를 계획한다. 딸을 죽인 범인의 딸을 입양해 아내가 키우게 만드는 것. 아내는 입양한 딸을 애지중지 키우다 범인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는 돌변해버린다.

당시 이미연 배우를 너무 좋아해서 본방사수를 했었다. 그래서 입양한 딸을 교묘하게 괴롭히는 엄마 역의 김영애 배우가 너무 싫었다. 딸이 밤새워 쓴 글도 없애버리고 옷도 사주지 않는다. 딸을 대하는 표정과 말투는 또 어찌나 차가운지 보는 게 괴로웠다. 

물론 엄마가 그때 친딸을 내보내지 않았으면 비극도 없었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복수하는 남편도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차라리 이혼을 하지 뭔(안다, 이야기 진행을 위해선 이 부부가 이혼하면 안된다는 것을)... 남편의 분노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자식도 있는 마당에 이런 짓을 하는 건 미쳤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야기 후반에 엄청난 반전이 있다. 부부가 범인의 딸이라고 '믿어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양딸이 사실은 범인과 전혀 상관없는 아이였던 것이다. 아니 아무리 친구가 애원해도 그렇지 남의 자식을 범인의 딸이라 속여 입양시켜준 인간이 제정신인가? 아무리 픽션이라 해도 (그럴 만한 개연성이 느껴지지 않는) 비상식적인 이야기 진행에 짜증이 났었다. 이 이야기가 요즘 나왔어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을까? 인간이라는 존재의 이중성과 잔인함은 잘 그려진 듯하나 그 이상의 가치가 담겨있는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제라도 소설이나 드라마를 다시 보면 생각이 달라지려나?



* 사실 드라마를 본 지 너무 오래 되어서 배우 위주로 몇 장면만 기억이 난다. 오빠 역의 손창민과 그의 친구로 나왔던 선우재덕 두 배우가 참 멋있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이미연-선우재덕 커플을 상대로 망붕을 펼쳤던 것 같다.😅 

* 소설에서는 오빠가 피 안 섞인 여동생을 이성으로 좋아한다는데, 드라마에서는 어느 수준까지 그려졌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제는 이런 설정의 창작물이 흔해서 문제도 안 되지만 1990년 공중파 드라마에서는 대놓고 다루기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kbs는 이미 '젊은 느티나무'를 만든 전적이 있다]

* 나무위키에 따르면 KBS 유튜브 채널에 전 회가 올라왔었다는데 현재는 요약본만 있다. 



* 우리나라에서는 이 드라마 이전에 영화로 두 번이나 만들어졌다고 한다. 1967년과 1981년. 놀랍게도 김영애 배우가 81년 작에서도 엄마로 나왔다고. 2004년에는 MBC에서 드라마화 했는데 작가가 막장의 대모 김순옥! 여기에선 선우재덕이 남편 역으로 나왔다고 한다. [나무위키 참고]

* 사망한 딸로 아역 배우 최형선이 나왔었는데.... 아주 오래 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본 적이 있다. 연기를 똑부러지게 잘 했었다. (잘 지내시나요?)

* '빙점 : 물이 어는 온도이자 얼음이 녹는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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