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태현실)가 재혼하면서 새 아빠(김세윤) 집으로 오게 된 숙희(김혜수). 그 전까지는 할머니(김소원), 할아버지(김순철)와 시골에서 살고 있었다. 서울 집에는 의붓오빠 현규(이효정)가 있었다. 숙희는 그에게 점점 이성적인 감정을 품게 되고, 그를 오빠라고 불러야 하는 게 고통스러워진다.
TV문학관 젊은 느티나무. 김혜수, 이효정. |
UHD로 만나는 KBS TV문학관 "젊은 느티나무"
: 제238화. 1986.11.29 방영. 2023.08.07 재방영. 강신재 원작. 김하림 극본. 김재현 연출.
김혜수, 이효정, 정보석, 김세윤, 태현실, 김순철, 김소원, 박용식, 유순철, 최용욱, 김만용, 김수정, 장은정 출연.
그 와중에 현규의 친구 지수(정보석)가 러브레터를 보내온다. 현규는 숙희가 흘린 편지를 읽고 몹시 화를 낸다. 숙희는 현규의 이런 반응이 그 또한 자신과 같은 마음인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기쁘다.
두 사람은 함께 산책을 하고 서로를 안아본다. 결론이 안 나는 감정으로 괴로운 숙희에게 당황스러운 소식이 전해진다. 엄마가 새 아빠를 따라 미국에 가봐야 될 것 같다고 한 것이다. 현규와 한 집에서 단 둘이 지내는 게 감당이 안 됐던 숙희는 시골로 내려가 버린다. 그런 숙희에게 현규가 찾아온다. 엄마도 여행 경비가 필요할 테니 집은 빌려주고 따로 지내자고 한다. 그리고 우선은 각자 공부부터 마치고 방법을 찾아보자고 한다. 그제야 숨통이 트인 숙희는 속으로 되뇌인다. 나는 그를 더 생각해도 되는 것이다......
KBS TV문학관 젊은 느티나무 |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소설은 몰라도 이 구절을 아는 분은 많을 것이다. 원작을 다시 읽어보다 1960년에 발표되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2023년 기준으로 쓰여진 지 60년이 넘었다니. 그럼에도 (심각한) 문어체를 빼고는 세월의 흐름을 느끼기가 어렵다. 그 시절이면 6.25 전쟁이 끝난 지 몇 년 밖에 되지 않아 먹고 살기 아주 힘든 때인데 소설에서는 냉장고, 코카콜라, 주스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숙희와 현규는 테니스와 비슷한 정구를 즐긴다. 지수는 지프(Jeep) 자동차를 몰고 다닌다. 지금은 돈과 시간만 있으면 누구나 외국을 갈 수 있지만, 80년대에만 해도 해외로 나가는 게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등장 인물들을 상류층으로 설정한 것이 작품을 회춘(?)시키고 있다.
TV문학관 젊은 느티나무 |
알록달록 예쁘게 단풍이 든 산에서 숙희와 현규가 어울리는 장면은 영상미가 특히 뛰어나다. 숙희가 혼자서 갈등하는 장면들도 연출이 잘 되었다. 고화질로 복원된 TV문학관 '젊은 느티나무'를 많이들 보시면 좋겠다. 소설까지 함께 읽으면 더욱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이다.
* 나는 그를 더 생각해도 되는 것이다...... 소설 원문은 '나는 그를 더 사랑해도 되는 것이다'이다. 드라마에서는 '사랑'을 '생각'으로 바꾸었다. 아무리 피가 섞이지 않았다 해도 법적인 남매 사이에서 사랑 운운하는 것을 공영 방송에서 내보내긴 힘들었을 것이다.
* 숙희와 현규가 정구를 칠 때 웬 할아버지가 그물 옆에 서서 경기를 지켜보는데, 소설을 읽어보면 이 분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 느티나무의 꽃말이 '운명'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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