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17

영화 베이비걸(Babygirl) - 불륜은 거들 뿐 (니콜 키드먼 주연)


💘 강력 스포일러 주의! 💔 

이 영화의 예고편만 봤을 땐 불륜 커플의 치명적인 sex scene이 신나게 나올 듯한 느낌이었다. 기대에 부풀어 영화를 보았으나.......

Babygirl


물론 시작부터 수위 높은 장면이 나오긴 한다. 주인공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모습도 자극적이다. 그래도 명색이 불륜물인데, 주인공과 연하남 둘이서 뼈와 살을 불사르는 장면이 최소 두어번은 나올 줄 알았더니...😓

주인공 로미는 성공한 CEO이자 누가 봐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중년 여성이다. 

하지만 남편 제이콥과의 잠자리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더 최악은 절정에 다다른 연기를 한다는 것.

그런 로미의 일상에 바람이 불어온다. 새로 들어온 인턴 사원 사무엘에게 자꾸 눈길이 가는 것이다. 사무엘은 그녀의 속내를 간파하고는 바로 승부를 걸어 본다. 그렇게 부적절한 관계가 시작되고, 로미는 말 잘 듣는 개처럼 사무엘에게 지배 받기를 자처한다. 

프로페셔널한 커리어우먼은 온 데 간 데 없고 자기 욕망에 너무 솔직한 로미의 모습은 굴욕적이다 못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아슬아슬한 두 사람의 관계는 위기를 맞는다. 회사에 눈치 챈 사람이 있었던 것. 로미는 협박 아닌 협박을 받은 뒤 남편에게 불륜 사실을 털어 놓는다.

그 전에 로미는 어릴 적부터 자신을 지배해 온 어두운 욕망에 대해 설명한다. 하지만 졸지에 배신 당한 남편은 부인의 그런 심리를 이해해 줄 여유가 없다. 그저 부인이 다른 남자와 놀아났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다.

[여러 인물의 입장이 되어 봐야하는 연극 연출가라는 직업도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에는 소용이 없다]

그렇게 한 차례 태풍이 휘몰아치고.......

로미는 더 이상 남편과의 관계에서 오르가즘을 연기하지 않는다. 제이콥도 부인을 보내버릴 방법을 찾은 듯하다. 사무엘은 순순히 사라졌고 회사는 여전히 잘 돌아간다. 2탄이 또 나오면 모르겠지만 여기까지만 보면 해피엔딩이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한 것은 "솔직해져라" 같다. 자기 자신에게, 가까운 이들에게.

니콜 키드먼의 연기는 아주 볼만하다. 반면 영화의 결말 부분은 다소 싱거운 느낌이다. 불륜이 금방 정리되는 게 비현실적이다. 결국은 로미가 일탈을 통해 해방감을 경험한 이야기였는데, 불륜만을 너무 부각시켜 홍보했으니 그 탓인지도 모르겠다. 


* 베이비걸을 우리 말로 바꿔보면 '애기야' 내지는 '공주님' 비슷하려나? 영화에서는 사무엘이 로미를 이렇게 딱 한번 부른다. 

*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언페이스풀(Unfaithful)
"이 다시 보고 싶어졌다. 불륜물하면 바로 떠오르는 정석 같은 작품. 잊을 수 없는 다이앤 레인. (재밌는 사실 발견. 언페이스풀로 다이앤이 처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는데 수상은 니콜 키드먼이 했다고. 영화 '디 아워스'에서 버지니아 울프 역으로)

* 큰딸로 나오는 배우가 눈에 확 띄어서 찾아보니 이완 맥그리거의 실제 딸 에스더 맥그리거. 니콜은 이완과 영화 '물랭루즈'에 함께 나왔었다.
(개봉 당시 사방에서 이 영화 강추했었는데 아직도 안 봤네)

* 남편 제이콥 역의 안토니오 반데라스 하면 '마스크 오브 조로' 부터 떠오른다. 섹시했던 조로. 나이 든 모습도 멋지다.

* 디즈니 플러스에 언제까지 있을지. 언페이스풀도 디플에 있다.



2026-01-08

흑백요리사 2시즌 12화까지 보고 쓰는 리뷰

🥕 스포일러 주의!!!!! 🥕


백수저 셰프들이 요리를 하고 있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 (Culinary Class Wars Season 2)


이 리뷰를 쓰는 현재, 흑백요리사 시즌 2도 마지막회만 남았다.

11, 12화가 공개되기 전에 결승전 스포일러를 접하게 되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설마 그대로 되겠어?' 의구심이 들었었다. 

한데 11, 12화를 보고 나니 그 오래전부터 떠돌았다는 스포가 그대로 들어 맞을 것만 같다!

솔직히 13화 결승전에 대한 기대감은 뚝 떨어진 상태이다. 마지막회가 공개되면 물론 보기는 하겠지만 궁금증을 가득 품은 채 신나게 달리는 기분은 결코 느끼지 못할 것이다.

(누구야~~~ 대체 누가 스포를 뿌린 것이야~~~)

요리 최강자들만 남은 상황에서 누가 우승을 한다 해도 납득은 하겠지만, 정말 스포대로 된다면 앞으로 넷플릭스 예능을 어찌 믿고 볼까? 흑백요리사 3시즌 때에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 최고의 재료들을 아낌없이 펑펑 써서 요리를 만드는데 맛이 없으면 그거야 말로 죄악이란 생각이 든다. 쓸 수 있는 양념 수를 제한 시킨 미션이 있긴 했지만, 최소한의 재료 몇 가지만 주고 누구나 만족할만한 맛을 내보라는 미션도 있으면 좋겠다. 극단적으로 양념은 소금과 설탕만 쓸 수 있게 하는 미션은 어떤지?

* 참가자들이 만든 음식 전부를 심사위원들이 눈 가린 채 먹기는 힘들겠지만, 최소한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심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공정하게 한다 해도 심사위원은 사람이니까. 

* 3시즌에서는 심사위원 수가 늘었으면 좋겠다. 한식, 양식, 중식, 일식 등 다양한 분야의 셰프들이 겨루는 만큼 심사위원도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백수저를 뽑을 때 미슐랭 평가에 너무 의존하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 [흑백 구분을 없애는 건 프로그램 이름부터 바꿔야 할 테니 불가능하겠지만]

* 1시즌에서 시청자들 원성이 높았던 미션이 2시즌에는 없어서 좋았다. 

* 평판이 나쁘거나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는 사람은 철저히 검증해서 아예 출연시키지 말기를.


2026-01-04

올 허 폴트 (All Her Fault) - 정말 재미있지만 결말까지 보고 나니 허무해지는 미드


2026년 1월 현재 웨이브에서만 볼 수 있는 미국 드라마이다. 재미있다는 평 답게 한번 시작하고 나니 도대체 끊을 수가 없었다. 감쪽같이 사라진 아이 마일로와 이 납치 사건으로 인해 드러나는 마일로 가족의 비밀. 스토리도 탄탄하고 배우들 연기도 뛰어나서 완전 몰입하고 보았으나......


부부 두 쌍의 얼굴 클로즈업
All Her Fault / 필터로 변형

올 허 폴트 : 그날의 책임 (All Her Fault/모두 그녀의 잘못)


: 사라 스누크, 제이크 레이시, 소피아 릴리스, 다코타 패닝, 마이클 페냐, 애비 엘리엇, 제이 엘리스, 다니엘 몽크스, 듀크 맥클라우드 등 출연. 



👩 강력 스포!!! 핵심적인 내용 나옵니다!!! 👦


끝까지 다 보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든다. 아니 그렇게 시간과 공을 들여 아이를 몰래 데려갈 게 아니고 유전자 검사부터 해서 경찰 찾아가면 되지 않았나? 생물학적으로 내 아이인 게 확실하면 그야말로 게임 끝 아닌가? 미국에서 개인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하는 데에 돈이 억수로(예를 들면 1억 이상?) 들어서 엄두를 못 낸다 하면 이해하겠지만 그것도 아니고 말이다. 아이를 확실히! 안전하게! 되찾을 방법이 있는데 왜 그 개고생을 하는지 너무 답답한 것이다. 

(J 가 유전자 검사를 해봤다는 얘기가 나왔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내용은 본 기억이 없다. 부분 부분 다시 돌려봐도 직감으로 확신하는 장면만 있는데. 제가 잘못 안 거라면 누구든 좀 알려주세요~)

물론 J 가 유전자 검사를 해서 권리 주장을 했다면 이런 재미있는 드라마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스토리도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었을 것을 안다, 아는데! J는 그저 아이만 데려오길 원했으니 이 답답함이 당최 가시지 않는다. 차라리 J 가 '그날 무슨 짓 했는지 다 아니까 아이도 내놓고 돈도 내놔~ 그럼 조용히 입 다물고 살게'하며 마일로 가족을 직접 협박한 설정이었다면 공권력을 동원하지 않은 게 납득이 잘 되었을 것이다. 

아무튼 끝까지 다 보고 나니 J가 너무 불쌍할 뿐이고 이 드라마의 제목도 다시 읽힌다. 모두 그녀에게 잘못했다! 마일로 가족, J의 부모, J의 애인, 비밀을 묻어버린 모든 사람들. 물론 어린 마일로를 위해서 그런 것이지만 J를 생각하면 으......


* 제목을 계속 곱씹어 보게 되는데 '그녀(her)'를 콕 집어 잘못을 탓하는 것이 도리어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여기서 그녀를 J로 보면 제목에 반발심이 들면서 비밀을 아는 모두가 잘못이라는 쪽으로 생각이 이어진다. 한편으론 왜 문자 보낸 사람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냐고 마리사 탓을 하던 남편이나 보모  이력을 제대로 확인한 게 맞느냐며 제니를 탓하던 그 남편이 떠오르기도 한다. 

* 여러 양상의 부모가 나온다. 아이에게 진정으로 좋은 부모란?

* 자기 인생이 더 중요한 배우자를 둔 워킹맘의 고단하고 쓸쓸한 삶은 세계 공통인 듯. 언제든 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인생이 조금은 덜 힘들 것이다.

* 사라 스누크는 석세션(Succession)에서 처음 봤는데 이 작품에서도 끝내주는 연기를 보여준다. 마리사의 남편으로 나오는 제이크 레이스도 크리피(Creepy)한 역할을 완벽하게 해낸다. 마리오로 나오는 듀크 맥클라우드 너무 귀엽다!

2025-12-29

미스터 메르세데스 (Mr. Mercedes) - 스티븐 킹 소설 원작 미스터리 호러 스릴러 범죄 미드


어느 날부터 넷플릭스 메인에 이 드라마가 뜨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오래전에 웨이브에서 볼까 말까 망설였던 작품이었다. 은퇴한 경찰이 자신을 은퇴하게 만든 사건의 범인을 다시 쫓는 이야기. 스티븐 킹 소설 원작.


쫓는 자와 쫓기는 자


 미스터 메르세데스 (Mr. Mercedes) 


: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시즌 세 개 방영. 데이비드 E. 켈리 제작 총괄.
브랜던 글리슨, 해리 트레더웨이, 홀런드 테일러, 브리다 울, 저스틴 루프, 제럴 제롬, 스콧 로렌스, 메리 루이즈 파커, 가브리엘 이버트, 케이트 멀그루, 라미언 뉴턴, 로버트 스텐턴, 막시밀리아노 에르난데스, 잭 휴스턴, 테사 페러, 켈리 린치 등 출연. 


🚗🚗 스포일러 주의! 줄거리 다 나옵니다 🚓🚓


제목만 봤을 땐 형사 이름이 메르세데스인가 했다. 그런데 1시즌 시작부터 메르세데스 벤츠 자동차로 사람들을 밀어버리는 미치광이가 나온다.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바로 이 범인을 가리키는 별칭이었다. 이 사건을 맡았던 형사의 이름은 빌 호지스. 그는 범인을 잡지 못한 화를 술로 풀다 이른 은퇴를 하고 권태롭게 늙어가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누군가 돌을 던지기 시작한다. 기괴한 메시지에는 메르세데스 사건의 범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담겨있었다. 메시지를 보내오는 누군가가 진범이라고 확신한 빌은 마지막 사명처럼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다시 쫓기 시작한다.

대체 누가 범인인지 궁금해 하기가 무섭게 '쟤구나' 할만한 인물이 바로 등장한다. 범죄자에게 서사 주는 것을 싫어하는 분은 이 드라마를 보지 마세요. 시즌 전반에 걸쳐 범인의 캐릭터가 아주 꼼꼼하게 그려진다. 그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일을 겪으며 자랐는지 부터 현재의 집구석 상태까지. 그의 끔찍한 엄마를 보고 있으면 희대의 살인마에게 살짝 연민이 들기도 한다. 

아무튼 범인은 빌의 주변을 맴돌며 그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파괴한다. 빌이 그저 해결 못한 사건에 집착한다고 치부하던 경찰은 엄청난 희생이 치러진 뒤에야 그를 제대로 믿어준다. 1시즌만 보면 전직 형사와 천재급 사이코패스의 숨막히는 대결인가 싶었으나....

2시즌에서는 이야기가 희한해진다. 제압 당하는 과정에서 머리를 크게 다친 범인은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주치의가 그에게 몰래 신약을 시험하면서 뇌가 되살아난다. 의식을 차린 범인은 자신이 다른 사람의 정신을 지배하고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범죄 수사물에서 SF 호러물로 장르가 바뀌었나 싶은데, 2시즌 막판에 가서는 더욱 희한하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 강력 스포일러 주의!!! 🚓🚓


급기야 자리를 털고 일어난 범인은 약물로 인해 자신이 달라졌다고 주장한다. 죄책감을 전혀 못 느끼던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사라지고 죄책감이 뭔지 알고 느끼는 '인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말도 안되는 개소리가 그럴 듯하게 느껴지는 전개가 이어지고 범인이 연구 대상으로 보호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가운데, 그가 정말 달라졌는지 판가름 해보는 재판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범인이 한 방에 꽥!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어찌나 황당하던지...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냈을까 어떻게 이런 흥미로운 화두를 이끌어냈을까 작가들이 정말 대단하다 앞으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너무 궁금하다~ 이러면서 보고 있었는데 범인을 바로 보내버리니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정말 2시즌까지만 보려고 했는데 이놈의 호기심이 뭔지 결국 3시즌도 보게 되었다. 혹시나 더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펼쳐져 있는 건 아닌가 궁금해서...

3시즌은 메르세데스 사건에서 살아남은 인간 둘이 초인기작가 존 로스스틴 집에 침입하면서 시작된다. 작가의 광팬이기도 한 강도는 금고 안에서 미발표작들을 발견하고는 그야말로 환장한다. 어마어마한 돈과 그보다 더 어마어마한 작품들을 훔쳐서 달아나던 강도는 크게 사고를 당하고, 이것들은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게 되는데.

3시즌은 스핀오프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미스터 메르세데스(이하 미메)를 죽인 인물이 계속 나오니 1, 2시즌 내용을 모른 체 보기는 힘들다. 더구나 이 인물이 미메에게 빙의된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모습이 계속 나온다. 엔딩은 더 기가 막힌다. 이 인물이 여전히 미메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미메가 정말 씌여있는 상태 같기도 하고 아리송송송....

개인적으로는 탐정 빌 호지스와 그의 특별한 동료 홀리 & 제롬 조합을 더 보고 싶긴 한데, '미스터 메르세데스' 이 제목으로 시리즈를 더 끌고 가기는 힘들 것이다. 미메를 죽인 인물이 범죄를 일으키고는 이게 다 미메의 조종을 받아서 그런 거다~ 주장하는 스토리로 가지 않는 이상. 아, 스티븐 킹의 소설이 원작인 만큼 그가 새 소설을 써준다면 언제고 4시즌 가능하려나?


스티븐 킹 소설 세 권을 한꺼번에 묶어놓았다
책 이미지 출처 알라딘


* 원작 소설을 찾아보니 이미 오래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되었다. 빌 호지스 3부작. 1권 미스터 메르세데스, 2권 파인더스 키퍼스, 3권 엔드 오브 왓치. 소개글을 읽어보니 2권 내용이 3시즌이고 3권 내용이 2시즌이긴 한데 드라마는 각색이 많이 된 것 같다. 레딧의 외국 독자들 반응도 그렇고 우리나라 인터넷 서점의 리뷰도 그렇고 소설이 아주 재미있나 보다. 

* 초 인기 작가 존 로스스틴은 아무래도 스티븐 킹 자신을 모델로 한 것 같다. 1시즌에 까메오로 잠깐 나온다고 하는데 알아보지 못했다.

* 배우들 연기력이 엄청나다. 주조연 주요 배역들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3시즌의 악역들. 정말 소름 끼치고 무섭다. 요즘말로 연기력이 후덜덜덜. [몹시 잔인한 장면들이 있으니 주의 필요]

* 이 드라마 시리즈를 만든 데이비드 E. 켈리의 필모를 찾아봤는데 화려하다. 추억의 드라마 '앨리 맥빌', '천재소년 두기' 반갑다. 그나저나 부인이 미셸 파이퍼?!

* 미스터 메르세데스로 나온 해리 트레더웨이가 아무리 봐도 낯익어서 찾아보니 영드 '사체의 증언'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C.B.스트라이크 여주인공 홀리데이 그레인저의 파트너. 전에 분명히 찾아봤었는데 다 같은 사람이라고는 전혀 연관 짓지 못했다.

* 빌 호지스로 나온 브랜던 글리슨의 큰아들이 영화 '어바웃 타임' 남주인공 도널 글리슨! 다른 말이지만 외국은 대를 이어 배우를 하는 경우가 정말 많은 듯하다.

2025-09-02

달글리시 - 인데버 모스가 생각나는 시대극 수사물 영드 [웨이브 티빙 강력 추천]


달글리시 형사 역의 버티 카벨

달글리시 (Dalgliesh)


어느 날 갑자기 웨이브에 나타난 영국 드라마. 제목의 어감이 특이해서 눈길이 갔다. 상세 정보를 보니 달글리시는 주인공의 성씨(last name)였다. 더 눈에 띈 것은 시인이자 경찰이라는 설정. 대체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한 에피소드를 다 보기도 전에 이 작품의 팬이 되었다.

아담 달글리시 Adam Dalgliesh.
윗선에서 믿고 맡기는 실력 좋은 형사이자 꽤 이름난 시인. 안타깝게도 부인과 아이를 한꺼번에 잃었다. 그래서인지 얼굴에는 표정이 별로 없고 웃음이라고는 입꼬리를 짧게 끌어올리는 게 전부다.

그의 목소리와 말투에서는 형사라는 직업을 유추해내기가 힘들다. 부드럽고 차분한 음성으로 시를 낭독하는 장면은 짧아서 아쉬울 지경이다. 그러다가도 용의자를 압박할 때는 또 어찌나 단호하고 거침없는지 반전 매력이 대단하다.

[이쯤 되면 달글리시를 연기하는 배우 버티 카벨의 팬이 되었나 싶은데 그건 또 아닌 것이 이유는 뒤에서....]


인데버 모스 형사 역의 숀 에반스

드라마 전반에서 문학 지식을 드러내는 달글리시를 보니 '인데버'의 주인공 모스가 떠오른다. 오페라와 문학을 좋아하는 모스는 사건 수사에 자신의 예술적 소양과 지식을 십분 활용한다. 두 사람 모두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형사 이미지와 거리가 멀어서 더 매력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흑인 여성 경찰 미스킨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모습에선 모스의 비범함을 알아보고 파트너로 삼은 썰스데이 반장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드라마 연출 스타일도 비슷한 느낌이다. 에피를 다 보기 전엔 의미를 모르겠는 장면들이 짧게씩 나열되는 인트로가 특히 그렇다. 화면 색감이나 분위기도 그렇고. 인데버 시리즈가 끝나서 아쉬웠는데 대리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게 될 줄이야~😂

[달글리시 3시즌이 1970년대 말이고 인데버 9시즌이 1970년대 초반이니까 1980년대 배경으로 콜라보 어떤가요]

소리 없이 강한 느낌의 달글리시 형사를 계속 보고 싶다. 빨리 다음 시즌 만들어주세요~


* 엔딩 크레딧에 나와있는 달글리시의 직위는 DCI(Detective Chief Inspector). 2시즌 마지막에 Commander로 승진한다.

* P. D. 제임스의 소설 중 아담 달글리시 시리즈는 총 14편. 버티 카벨의 달글리시는 드라마로는 세 번째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름만 보고 남자라고 생각해버린 것을 반성한다. 10대 때부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다 30대 중반부터 소설 쓰기 시작한 필리스 도로시 제임스 작가님. 글 안 쓰셨으면 어쩔 뻔 했나...]

* 하나의 에피소드가 2화에 걸쳐 진행된다. 언포가튼, 무언의 목격자도 이런 구성인데 어떻게 이야기를 2회 분량에 딱딱 맞추는지 한편으론 신기하다.

* 버티 카벨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닥터 포스터'의 그 재수 없는 남편이 버티였다고??!! Really?? 달글리시가 아닌 버티의 연기는 볼 생각이 안 든다. [우리나라에서는 김희애 주연의 '부부의 세계'로 리메이크. 박해준이 남편으로 출연]

* 1시즌 3, 4화에서 헬렌으로 나오는 여배우가 버티 카벨의 실제 부인이었다. 샐리 스콧.

* '파더 브라운'의 맥카시 부인(소르차 쿠삭/Sorcha Cusack)이 2시즌 5, 6화에 나온다. 레이디 펠리시아(낸시 캐럴)도 3시즌 5, 6화에 출연. 인데버의 서장님(안톤 레서)은 3시즌 1, 2화에서 성직자로 나온다.

* 구글에서 '달글리시'를 검색하면 스코틀랜드의 축구 선수 케니 달글리시만 잔뜩 나온다. 영어로 검색해야 드라마 정보가 나온다.

* 달글리시가 타고 다니는 재규어 E타입 멋지다! [모스가 중고차 매장에서 눈독 들이는 빨간 자동차도 재규어라고 함]

Jaguar E-Type


2025-08-08

내가 본 미래 완전판 - 일본 만화 리뷰 (타츠키 료 지음/2022년 출판)


여자가 한 손으로 한쪽 눈을 훔치고 있다
왼쪽 - 완전판 표지 / 오른쪽 - 구판 표지 (번역된 것)


2011년 동일본대지진 예언, 2025년 또다시 대재해가 일어난다고 경고해서 화제가 된 만화책 '내가 본 미래 - 완전판'을 드디어 읽어 보았다.

사서 볼까 말까 망설이던 중 yes24 크레마클럽 한달 이용권이 생겨 이용해보니 이 책이 제공되고 있는 게 아닌가!

읽은 시기는 2025년 8월 초. 저자의 예언은 이미 빗나갔다. 음력 7월(8월 23일~9월 21일) 얘기하는 사람이 있긴 하던데 앞으로 그 어떤 재해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아무튼 책 내용을 보니 저자 타츠키 료는 어렸을 때부터 이런 저런 꿈을 잘 꾸었다. 그래서 꿈에서 본 것들을 공책에 적어 놓았는데 훗날 현실에서 같은 광경을 보는 일이 잦아진다. 꿈을 꾼 당시에는 예지몽인지 전혀 모른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저자는 영국 록그룹 퀸(Queen) 멤버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의 죽음에 관한 꿈을 두 번 꾼다. 처음 꿈을 꾼 날짜가 1976년 11월 24일, 두 번째 꿈을 꾼 날짜가 1986년 11월 28일. 그로부터 5년 뒤 프레디 머큐리가 사망한 날이 1991년 11월 24일로 처음 꿈 꾼 날짜와 일치했다. 이 에피소드 말고도 꿈을 꾼 날짜에 사건이 일어난 경우가 있어서 저자가 꿈 꾼 날짜를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대재해가 2025년 7월 5일에 온다고 소문이 난 것도 저자가 해당 꿈을 2021년 7월 5일에 꾸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재해가 오는 날을 특정하지 않았다. 책에서는 7월이라고만 했을 뿐이다.

"진짜 재해는 2025년 7월에 일어납니다"

마지막 예언이 빗나간 시점에서 이 책의 존재는 허무맹랑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오랜 세월 속세에 묻혀 살던 사람이 다시 목소리 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동일본대지진 때는 무방비로 당했지만 이번 만큼은 어떻게든 대비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책에서 느껴진다. 물론 저자를 사칭한 인간이 설치는 바람에 완전판을 내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수십년 만에 침묵을 깨는 일이 과연 쉬웠을까?

저자의 마지막 예언은 앞으로 영영 맞지 않기를 바란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후를 보니 대재해까지 보태지 않아도 현재 지구는 충분히 힘든 상태이다.


* 뻘소리를 보태자면 (모든 예언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저자가 꿈을 꾼 날로부터 5년 배수의 시간이 흐른 뒤 실현된 적이 여러 번이라 2026년 7월이 괜히 의식 된다.

* 동일본대지진에 대한 예언은 구판 만화책 표지에 '2011년 3월 대재해'라고 쓰여 있는 것이 전부다. 꿈에서 '대재해는 2011년 3월'이라는 환영만 또렷이 보였다고 한다.

* 이 책을 다룬 유튜브 영상을 몇 개 보았는데 틀린 것들이 있었다. 코로나도 예언했다길래 책을 몇 번이나 들여다 보았으나 그런 내용은 없었다. 아마도 프레디 머큐리가 유행병으로 죽었다는 뉴스를 저자가 꿈에서 본 게 코로나로 와전된 것은 아닐지? 프레디는 1991년 AIDS로 사망했는데 당시만 해도 에이즈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병이었다. 저자가 처음 꿈을 꾼 1976년에는 병명이나 있었는지 모르겠다.

(프레디 죽음에 대한 꿈 이야기는 단편 '꿈이 전하는 메시지'와 '내가 본 미래' 두 편에 담겨 있다. 전자에서는 처음 꿈 꾼 날짜를 1976.11.24일로 밝혀 놓은 반면, 후자에서는 76년 11월이라고만 한다. 그리고 두 번째 꿈 꾼 날짜를 부각시켜 놓았다. Why?)

* 구판 표지와 완전판 표지가 조금 다르다. 손금과 눈물.

* 인터넷 서점에서 새 책이 12,000원쯤 하는데 유튜브 영상 중에 그 두 배 이상의 가격으로 파는 것도 있으니 주의.


2025-07-30

통근열차 러브 - MBC 베스트극장 (정찬 김보경 민지영)


제목만 보면 열차에서 자주 보게 된 두 사람이 풋풋한 사랑을 키워 나가는 이야기인가 싶지만, 막상 내용을 보면 '헉' 소리가 절로 나온다.

우산을 함께 쓰고 있는 커플

MBC 베스트극장 제 590회 통근열차 러브


: 2004년 8월 13일 방영. 마쓰모토 세이초 원작. 김선정 극본. 최용원 연출. 김보경, 정찬, 민지영(김민정), 우승, 정욱, 이정규, 신성균, 권병길, 김승현, 이옥정, 최화영, 아역 박준하 출연.


열차를 타고 가는 시찬은 어딘지 모르게 신난 표정이다. 별장에서는 인애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함께 뜨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시찬은 다시 열차를 타고 돌아간다. 부인이 있는 집으로.

남자가 열차 창가에서 기분 좋게 웃고 있다


시찬의 장인은 젊고 유능한 사위를 정계에 입문 시켜 지역구를 물려받게 할 심산이었다. 탄탄한 앞길이 예정되어있는 그의 삶. 이 와중에 인애의 존재는 그야말로 시한폭탄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인애는 시찬에게 더 큰 시한폭탄을 안겨준다. 사실은 남편이 있었고 지금 감옥에 있는데 곧 출소한다는 날벼락 같은 이야기. 막막해진 시찬은 인애를 없애기로 마음 먹고 산으로 데려간다.


다방 종업원으로 분한 김보경

그렇게 정리된 듯한 시찬의 일상에 다시 돌이 던져진다. 산 근처의 다방에서 인애와 똑같이 생긴 여자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여자가 자기 이름은 물론이고 자신이 어디 사는 누구였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찬은 그녀를 꾀어내어 죽이려 한다. 하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두 집 살림을 하기에 이르는데.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여자가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3년 뒤 시찬은 어시장에서 여자를 발견하고 뒤를 쫓는다. 그리고 알게 된 진실은......



리뷰 쓸 때 웬만하면 줄거리를 줄줄 읊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 '통근열차 러브'는 당최 그럴 수가 없다.다 보고 나니 인애가 미치도록 불쌍해지면서 고구마 열 개를 물 없이 삼킨 듯한 기분이 되었다. 

3년 전 인애는 왜 갑자기 사라졌나? 시찬인 줄 알고 문을 열자 웬 괴한이 들이닥쳤다. 그를 피해 도망가다 차에 치인 순간 인애는 모든 기억이 되살아났다. 방금 전까지 음식을 만들며 기다렸던 남자가 실은 과거에 자신을 죽이려 했었던 것. 다짜고짜 쳐들어온 괴한이 실은 어떻게든 벗어나려 했었던 남편이라는 것. 

아이를 꼭 안고 있는 여자

인애를 미행한 시찬이 목격한 것은 자신과 꼭 닮은 아이가 인애의 남편에게 함부로 다뤄지는 장면이었다. 인애는 시찬을 발견하고는 다신 눈길도 주지 않는다. 살인미수범 보다는 폭력을 휘두르며 집착하는 남편이 그녀에겐 차라리 덜 지옥이었을 것이다. 

아이를 안은 여자가 남자 옆을 지나쳐 간다


결말에서는 시찬이 통곡하며 참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근데 따지고 보면 진짜 개새끼 아닌가? 여자와 바람을 피우다 여자가 자기 인생에 걸림돌이 될 게 뻔하자 죽이는 시도까지 했다. 그러다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또 죽이려 했다. 하지만 죽이지는 못하고 그 여자와 다시 바람을 피우며 아이까지 만들어 놓았다. 와... 아무리 지어낸 이야기지만 잔인하다 못해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구세주라고 믿었던 사람이 실상은 나를 죽이려 했었고 현재 나와 함께 하고 있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지금은 고인이 된 김보경 배우가 얼마나 반짝반짝 빛나던지... 그래서 더욱 슬프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활짝 웃는 배우 김보경
Rest In Peace 김보경



* 마츠모토 세이초의 원작 소설 제목은 たづたづし(타즈타즈시). 위키피디아 설명
  일본에서는 여러 번 영상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TOKYO TV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