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2

나쁜 가족(Para perhe) - 아빠의 업이 남매를 사랑하게 만든다 [2010년 핀란드 영화]


넷플릭스 핀란드 형사물 '데드윈드'의 덕질을 하다가 보게 된 영화. 더 정확히 말하면 이 드라마의 주연 배우들 '피흘라 비탈라(Pihla Viitala)'와 '라우리 틸카넨(Lauri Tilkanen)'의 덕질을 하다가 두 사람이 20대 때 함께 찍은 이 작품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어딘가를 바라보는 아버지, 딸, 아들의 시선을 각각 포착
Bad Family

나쁜 가족 (Bad Family / Para perhe / En dålig familj )


: 2010년 01월 29일 핀란드 개봉. 제4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상영작. 알레크시 살멘페라 감독. 빌레 비르타넨, 라우리 틸카넨, 피흘라 비탈라, 베리 키스키넨, 니키 세팔라 등 출연.


주인공 미카엘은 중년의 판사이다. 그에겐 전 부인에게서 얻은 큰아들(다니엘)과 재혼해서 얻은 어린 아들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전 부인이 사망하면서 그녀가 키우고 있던 딸(틸다)이 미카엘의 집에 오게 된다. 아주 어려서 헤어진 여동생을 16년 만에 만나게 된 다니엘은 혼란스럽다. 틸다가 다니엘을 바라보는 시선도 예사롭지 않다. 미카엘은 아들과 딸이 '같이 잤다(sex)'고 혼자 오해하고는 다니엘을 못살게 군다. 그의 의심은 점점 커져서 둘이 같이 있기만 해도 난리를 친다. 아빠가 그러거나 말거나 붙어 지내는 남매는 서로에게 가족 이상의 감정을 갖게 된다. 다니엘은 틸다와 함께 떠날 준비를 하고 이를 눈치 챈 미카엘은 극단의 방법을 취하는데.......


미카엘의 부인은 다니엘을 낳고 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아들을 낳은 지 두 달 만에 집을 나가 3주 뒤에 돌아왔다. 그러다 숨을 못 쉬겠다며 떠나버렸다. 그때 그녀 옆에는 약쟁이 가수가 있었다. 그럼 틸다를 언제 낳은 것일까? 처음에는 틸다의 아빠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틸다가 '왜 약쟁이 엄마한테 자기를 보냈냐'고 미카엘에게 묻는다. '엄마가 나아질까 해서 너를 보냈다'는 얘기도 나오고. 줄거리를 찾아봐도 친남매라고 나와있다. 제대로 번역된 자막이 필요하다😭😭😭


틸다와 다니엘이 키스를 나눈다
핀란드 영화 '나쁜 가족' (직접 편집)

같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오랜 세월 떨어져 있다가 만나면 강한 끌림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유전적 성적 이끌림-Genetic sexual attraction/GSA), 영화 속 다니엘과 틸다도 이런 양상을 보인다. 신체적으로는 다 큰 남매가 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잠을 자니 부모 입장에서는 물론 걱정이 되겠지만, 미카엘의 의심은 도를 넘어서 다니엘과 틸다가 섹스하는 사이라고 단정을 짓다 못해 이 둘을 막는답시고 비이성적 일까지 감행한다. 한마디로 미쳤다.

그에겐 오로지 아들을 불청객으로부터 지켜내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딸에 대한 애정은 눈곱 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다. 하긴 상식적인 아버지라면 아무리 멀리 살아도 자식의 안부 만큼은 챙겼을 것이다. 단지 바람 난 전 부인이 키운다는 이유만으로 딸을 완전히 지우고 산 것을 보니 틸다와 죽은 전 부인을 동일시한 것 같다. 틸다에게 "다니(Dani)는 내 아들이야!" 소리 지를 때나 전에 있던 곳으로 돌아가라며 비행기 표 얘기를 할 때는 매정함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다니엘이 갈수록 어긋나는 것을 모조리 틸다의 탓으로 넘기고 있지만, 미카엘을 미치게 만드는 것은 결국 딸을 챙기지 않은 그 자신의 죄이다.



이 작품의 장르가 코미디로 분류되어 있어서 의아했는데, 미카엘의 과민한 행동들을 보면 쓴웃음이 나온다. 틸다의 방 앞에서 가족끼리 성적 관계를 가질 경우 어떤 처벌을 받는지 법조항을 고래 고래 읽는 장면은 압권이다. 다니엘과 틸다가 어디까지 갔는지는 정확히 나오지 않는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남매 사이를 무섭게 결속 시킨 것은 결국 미카엘이었다. 그러게 어렸을 때부터 남매를 계속 만나게 했든가 같이 살았다면 두 사람이 서로에게 연애 감정을 가졌겠냐고~!

미카엘로 나오는 '빌레 비르타넨'의 연기는 최고다. 당시 신인 급인 라우리 틸카넨의 연기도 훌륭하다.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는 지금과 똑같다. 피흘라 비탈라는 팜므파탈 느낌에 깜찍한 외모가 너무나 매력적이다. 번역이 잘 된 자막으로 보고 싶다! 우리나라 영화제에서 상영했었으니 한글 자막이 어딘가 있을 텐데😭😭😭 어느 OTT든 이 영화 좀 제공해주세요 제발~


* 핀란드 제목 'Para perhe'를 해석하면 '최고의 가족'이다.

* 2009년에 촬영했다 치고 당시 배우들 나이를 따져보니 라우리가 22살, 피흘라가 27살?!! 그럼에도 10대 역할이 어색하지 않다. 십여 년 만에 한 작품에서 주연으로 다시 만나는 기분은 과연 어떨까?

데드윈드 주인공 카르피와 누르미가 함께 나온 잡지 표지
'데드윈드' 누르미와 카르피


* '데드윈드'에서 본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반갑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카페에서 틸다에게 관심 보이는 남자는 사샤(1,2시즌), 미카엘의 지인은 경찰 간부 스텐(2시즌), 병원 간호사는 3시즌 요주의 인물, 미카엘의 재혼 부인은 카르피&누르미와 함께 일하는 펠톨라(지적인 미모에 깜짝). 경찰 간부 쿨리오(2시즌)도 잠깐 출연.

* 빌레 비르타넨이 셜록 같은 추리력을 가진 형사로 나오는 핀란드 드라마 '살인 없는 땅(=보더타운=소르요넨)'도 볼만하다. 넷플릭스에 한참 올라와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2024-05-07

제목을 모르겠는 KBS 특집 드라마 - 조수 간만의 차이 연구한 아이들

 
어렸을 때 본 특집극인데 제목도 주연 배우들 이름도 모르겠다. 오래전에 검색해봤을 때에는 분명 이 드라마 정보를 찾았었는데 지금 다시 찾아보니 나오는 게 없다. 그래도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작품이라 뭐라도 적어놓기로 한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어느 섬의 선생님과 초등학생 두 명이 매일 밀물 썰물 발생 시간을 관찰한다. 오랜 기간에 걸쳐 알아낸 사실을 무슨 과학 관련 대회에 낸다. 이들의 연구는 큰 주목을 받는다. 그리고 가장 큰 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한다.

아마도 초등학생 아니면 중학생 때 이 드라마를 보았는데, 주인공들이 나와 비슷한 나잇대이고 실제 있었던 이야기라 더 크게 감동을 받았던 것 같다. 어린아이 둘이 매일 밤인지 새벽인지 바다만 바라보고 있던 게 주로 생각난다. 비가 와도 날씨가 안 좋아도 예외는 없었다. 하루는 아이들이 늦잠을 잤던가 시간을 놓쳐서 선생님에게 크게 혼나기도 한다. 그렇게 고생을 거듭하다 가장 큰 상에서 이들이 불렸을 때 감동이 팍!

구글링을 해보니 고맙게도 관련 기사가 나온다. 1982년 전국과학전람회에서 작은 섬의 어린이들이 대통령상 수상. 초등학생이 이 대회에서 대상을 탄 것은 처음 있는 일. 

어느 기사는 몇 개월 동안 관측했다 하고 또 어느 기사는 1년에 걸쳐 했다 하고 어느 쪽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최소 몇 달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바다에 매달려 있던 것은 분명한데, 요즘 같았으면 이런 연구가 과연 가능했을까 싶다. 생각해보니 동네 어른이 화를 내는 장면이 있었던 것 같고. 21세기에 이랬다간 아동 학대 얘기가 나오지 않았을지...😓 이 연구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린 학생들이 감당하기엔 정말 힘들었을 게 분명해서 한마디 붙여보았다. 나이를 먹으니 감상이 달라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어린이 두 명이 밀물 썰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출처 강진일보

2024-05-04

아순타 케이스(The Asunta Case) - 실제 사건을 드라마로 재구성한 스페인 넷플릭스 범죄 수사물


2001년, 스페인의 로사리오(엄마)와 알폰소(아빠) 부부는 중국인 여자 아기를 입양하고 이름을 '아순타'로 짓는다. 2013년 9월 21일, 두 사람은 딸이 없어졌다며 실종 신고를 한다. 다음날 아순타는 사망한 상태로 발견된다. 로사리오의 시골집에서 5km 떨어진 숲길이었다. 며칠 뒤 두 사람은 딸을 죽인 혐의로 체포된다. 

아순타의 부모 알폰소와 로사리오가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아순타 케이스 (El Caso Asunta)

: 2024.04.26 공개.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미티드 시리즈 스페인 드라마. 칸델라 페냐, 트리스탄 우요아, 하비에르 구티에레스, 아이리스 우, 카를로스 블랑코, 마리아 레온, 프란시스코 오렐라, 알리시아 보라체로 등 출연. 

👉👉👉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

다 보고 난 지금, 이 작품이 단순 창작물이었으면 재미있는 드라마 한편 봤다 생각하고 넘어갔을 텐데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라고 하니 찜찜함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로사리오와 알폰소가 범인이라면 대체 왜 아순타를 죽였을까? 로사리오의 부모가 대규모의 별장을 손녀에게 남겼는데 돈이 필요했던 두 사람이 이것 때문에 죽였다? 루프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던 로사리오가 온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을 저질렀다? 두 사람의 치명적인 비밀을 아순타가 알게 되어서 미리 차단? 범행 동기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끝이 나버려서 너무 답답하다.


2013년 1월 알폰소는 로사리오가 유부남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2013년 2월, 두 사람은 이혼한다.
2013년 6월, 로사리오의 병이 깊어져 입원한다. 알폰소는 '로사리오가 불륜을 정리하는 조건으로' 로사리오와 아순타를 돌봐주기로 한다.
2013년 7월, 누군가 아순타의 방에 들어가 그녀를 목 졸라 죽이려 했다. 그런데 로사리오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소음에 민감한 이웃집 개도 그날은 짓지 않았다고 이웃이 진술한다. 누군가 밖에서 침입했다면 개가 반드시 짖었을 것이라고. [범인이 제3자가 아니고 로사리오라는 의심이 강하게 드는 대목이다]

죽은 아순타에게서는 치사량의 로라제팜(벤조디아제핀계 약) 성분이 발견되었다. 아순타가 평소에도 약에 취한 듯한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고 주변인 몇 사람이 진술했다. 알폰소는 아순타가 알레르기 비염 때문에 항히스타민제를 먹어서 그렇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순타의 머리카락에서 나온 정보는 그녀가 로라제팜 성분을 장기간에 걸쳐 먹어왔다는 것이었다. 로라제팜은 로사리오가 먹고 있는 안정제(수면제로도 이용)였다.  

이들은 대체 왜 아이에게 향정신성 의약품을 먹였을까? 불륜에 빠져있던 로사리오가 아이를 재워 놓고 불륜남을 만나러 가기 위해? 아시안 포르노도 즐겼던 알폰소가 아이를 재워 놓고 어떤 식으로든 탐닉? 아니면 아이를 죽이려고 계속 시도했다는 뜻? 이것도 확실한 이유가 나오지 않는다. (아이고 답답해😫)

이 사건에 대한 스페인 위키백과를 읽어보았는데, 아 글쎄 아순타를 처음 발견했을 때 체온을 재지 않았다고 한다! 성폭행 가능성 때문에 직장의 온도를 재지 않았다고 하는데 아니 그럼 다른 부위의 온도라도 쟀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 시기에 나온 CSI 과학수사대 드라마에서는 간의 온도를 재던데 아무튼!] 아순타의 몸 속에 남아있는 로라제팜 성분 양으로 사망 시간을 추정했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시신 발견 당시 체온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면 상황이 또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로사리오와 알폰소 두 사람이 몹시 의심스러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녀사냥을 당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이 각각 체포되어 경찰서에 구금되었을 때 경찰이 이들의 대화를 도청했는데, 스페인 위키백과에 따르면 이 녹음본이 유출되어 방송에 나왔다고 한다. 다만 방송에서는 배우들이 대화를 재현했다고. 그런데 문제는 경찰의 공식 기록에는 이런 표현의 대화가 없다는 것이다.

https://es.wikipedia.org/wiki/Caso_Asunta_Basterra 에서 발췌.

로사리오 : 당신과 당신의 작은 게임. 그걸 없앨 시간이 있었나요?
알폰소 : 닥쳐, 그 사람들이 우리 말을 듣고 있을 수도 있어.

이 세 문구 중 첫 번째와 마지막 문구는 허구이며, 두 번째 문구는 로사리오가 "그럴 시간이 없었지?"라고 말한 내용을 각색한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문구가 나중에 진실로 받아들여져 신문, 잡지, 텔레비전(심지어 2013년 10월 30일자 TVE-1의 전국 뉴스에서도)에서 무한정 반복되었다는 것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에도 두 사람이 구금된 뒤 (저 표현 그대로는 아니고) 둘만의 비밀이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대화 장면이 나온다. [이 드라마는 서사를 위해 각색된 부분이 있다고 밝히긴 했으나 어느 부분을 어떻게 각색했는지는 설명해놓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식의 대화가 '비공식적으로는' 정말 있었다는 건지 아니면 말 그대로 지어낸 것인지 그걸 잘 모르겠다. 위키백과의 내용이 맞다면 드라마에서는 이 대화를 재현할 게 아니라 당시 방송에서 이것을 어떻게 왜곡했는지 그 실상을 보여줬어야 하지 않을까? 시청자 대다수는 실제 아순타 사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이 드라마를 보니까 말이다. 실화를 다큐가 아닌 드라마로 만드는 건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이런 사건을 보면 이춘재 연쇄 살인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분이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사건 현장 주변의) 나무들은 범인을 다 봤을 텐데 말을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어린 나이에 죽은 아순타가 불쌍하고 안타깝다. 로사리오도 이제는 말 없는 자가 되었다. 도대체 범행 동기가 뭐였을까? 이것이 너무나 궁금할 뿐이다. 




2024-04-30

내 인생의 네비게이터 - MBC 베스트극장 (조이진 이천희)


주인공 현수는 대학교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리며 남의 가방을 훔친다. 하루는 어떤 남학생의 가방을 훔치는데, 그의 신분증을 보니 현수와 생년월일은 물론이고 이름의 한자까지 똑같았다. 현수는 지갑을 찾아주는 척하며 그에게 접근한다. 얘기를 나눠보니 둘 다 같은 작명소에서 지어준 이름이었다.


현수가 어딘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이현수 역의 조이진

MBC 베스트극장 제 615화 '내 인생의 네비게이터' 


: 2005.03.18 방영. 김인영 극본. 이태곤 연출. 조이진, 이천희, 금보라, 이애정, 이한, 이옥정, 손영순, 한춘일, 서지승, 김현정 출연. 



현수는 어릴 적 사고로 부모를 잃고 고모 집에서 불청객처럼 살아왔다. 사고 보상금은 고모 부부가 사업한답시고 다 날려버려서 대학교에도 가지 못했다. 반면 남학생 현수는 법대생에 집도 잘 살고 긍정적이었다. 현수는 자신과 너무나 다른 그에게 양가감정을 느낀다. 

두 사람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고 친구 사이를 넘어 서로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현수의 사촌이 남자 현수의 가방을 매고 두 사람 앞에 나타나면서 연극은 끝이 난다. 현수는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작별을 고한다. 하지만 남자 현수는 웃는 얼굴로 또 다시 현수 앞에 나타난다.

현수가 다른 현수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또 다른 이현수 역의 이천희


2005년 방영 당시 (무슨 이유에서인지) 절반밖에 보지 못한 이 단막극을 이번에 다시 보았다. 와, 남자 현수가 현수에게 네비게이터가 되어주는 장면은 감동 그 자체였다. 그 뒤로 이어진 반전과 현실적인 결말은 진한 여운까지 더해주었다. 이런 명작을 못 보고 지나쳤다니.... 이제라도 봐서 다행이다. 누가 이 작품 좀 영화로 리메이크 해주세요~

[엔딩 얘기를 쓰고 싶지만 제 리뷰를 보고 이 작품을 찾아 보시는 분이 혹시라도 있을까 해서 스포일러 자제합니다]

현수가 '20년 뒤에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독백하는 대사가 있는데, 신기하게도 이 작품을 다시 본 게 거의 20년 만이다. 말은 굉장히 긴 세월 같은데 돌이켜보니 언제 그렇게 다 흘러 가버렸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모르겠지만 20년 뒤의 내 모습을 상상해보니 답이 안 나와나와나와........😓😓😓



* 조이진 배우는 2016년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에 출연한 이후 알려진 활동이 없다(보고 싶어요~). 이천희 배우는 전혜진 배우와 결혼해 딸을 두었고 연기 외에 개인 사업(수제 가구 및 캠핑용품 브랜드 운영)도 하고 있다. 책 '가구 만드는 남자' 관련 인터뷰 보기.

* 가방 주인의 남자친구로 나오는 배우가 누군가 했더니 김남길! 당시에는 '이 한'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20년 뒤에 당신은........

* 이상은의 명곡 '언젠가는'이 나오는데 가사가 이 작품과 너무 잘 어울린다.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 몇 시간 동안 리뷰를 쓰고 게시 버튼만 누르면 되었는데, 뭐 하나 수정하려다 글이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구글 블로그야 자동 저장 취소하거나 되돌아가는 기능도 있어야지! 방언처럼 터져 나오려는 쌍욕을 간신히 참으며 다시 썼다....🤬🤬🤬

2024-04-24

넷플릭스 추천 영화 - 눈물을 만드는 사람 The Tearsmith (+ 나의 잘못 My Fault)

 
니카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보육원에 가게 된다. 그곳은 악독한 원장이 지배하는 지옥같은 곳이었다. 원장은 리젤을 뺀 모든 아이들을 괴롭힌다. 리젤 역시 니카에게는 불친절한 아이였다. 세월이 흐르고, 청소년이 된 니카는 드디어 새 가족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리젤을 본 양부모가 그를 같이 입양하려고 한다. 줄곧 입양을 거절해왔던 리젤은 이번엔 순순히 따라 나서는데.....

니카와 리젤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눈물을 만드는 사람 (The Tearsmith)


: 넷플릭스 오리지널 이탈리아 영화. 2024년 4월 공개. 에린 둠 소설 원작. 시모네 발다세로니, 카테리나 페리올리, 사브리나 파라비치니, 알레산드로 베데티, 로베르타 로벨리 등 출연.

🦋🦋🦋 스포일러 주의 🦋🦋🦋

사춘기 미성년자를 한꺼번에 두 명씩이나 입양하는 게 말이 되나 싶기도 한데 원작 소설 설정이 그런 것이니 따지지 않기로 한다. 어쨌거나 주인공 두 사람이 가족이 될 처지에 놓여야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으니 말이다.



영화는 니카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리젤도 내레이션을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랬다면 지독한 아이러니와 싸우는 리젤의 내면이 더 잘 드러났을 것 같다. 

리젤은 원장의 편애를 받는 입장에서 니카를 좋아하는 마음을 드러낼 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원장이 니카를 더 괴롭힐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는 니카와 함께 있기 위해 입양을 거절해왔지만, 니카와 함께 있기 위해 입양에 응한 뒤에도 진심을 드러낼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임시 입양 상태에서 둘이 연애라도 했다간 입양이 무산될 수도 있었다. 리젤은 니카가 얼마나 가족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니카에게 계속 가시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 혹은 남녀 주인공 버전이 각각 있는 영화 '엘리노어 릭비(제임스 맥어보이, 제시카 차스테인 주연)'처럼 리젤 버전을 따로 만들어도 괜찮을 듯.

사실 주인공 두 배우에게서 고생하며 자란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개연성 0인 외모가 한편으로는 또 개연성이다. 니카와 리젤 두 사람이 한 화면에 나오면 그야말로 '섹텐(성적 긴장감)'이 줄줄 흐른다. 더구나 노출 장면도 있는데 등급이 15세 관람가! 19금 매기기엔 수위가 좀 약하다 해도 청소년 관람 가능 등급은 아니지 싶은데.....🙄 아무튼 고급스러운 하이틴 로맨스 같은 영화 '눈물을 만드는 사람'을 소심하게 추천해본다. 


+) 이 작품 반응이 궁금해서 서핑해보는데 다른 영화가 함께 언급되고 있었다. 내용을 보니 부모의 재혼으로 남매가 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 이 작품도 궁금해서 찾아 보았다. 


나의 잘못 (My Fault)

: 프라임 비디오 2023년 공개. 스페인 영화. 원작 메르세데스 론의 3부작 소설. 니콜 월레스, 가브리엘 게바라 주연. (나무위키 참고)

감상을 솔직히 말해보면...... 여자 주인공 노아에게 엄청난 재력의 새 아버지가 생긴 것부터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5성급 호텔 같은 저택은 물론이고 모든 것을 다 가진 오빠 닉의 존재까지. 초반에 노아와 닉이 티격태격 불꽃이 튈 때는 영화가 기대가 됐었다. 그 톡톡 튀는 티키타카가 계속 되었으면 좋았으련만....

카레이싱이 비중 있게 나오는데 후반에 가면 감독이 정작 만들고 싶었던 건 '분노의 질주'였나 싶어서 어리둥절해진다. 조연이 주연 된 느낌? 그래도 카레이싱 장면 연출은 괜찮다. 잡아먹을 듯 키스하는 장면이 많고 섹스씬이 노골적으로 나오는데 19금이 아니고 16세 이상?! 엔딩을 보니 다음 이야기가 또 나올 것 같은데, 속편의 빌런은 이들의 부모가 되려나? 속편이 나온다면 볼거리는 적당히 집어넣고 두 사람의 이야기에 충실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