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25

KBS 사랑이 꽃피는 나무 (최재성 최수지 최수종 이미연 손창민)


어릴 적엔 무슨 드라마를 보든 망붕이 (너무) 심했다. 그 중 최고봉이 뭐였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KBS 청소년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가 떠오른다.

시즌 1 (1기) 1987. 05. 11 ~ 1990. 07. 18
시즌 2 (2기) 1990. 07. 25 ~ 1991. 07. 03


📢 등장인물 이름이 전혀 생각나지 않아서 배우 이름으로 씀 📌

따뜻한 가정의 부모(송재호, 김창숙)와 딸(김민희 이상아), 아들(안정훈)은 분명히 기억나는데 최재성이 이 집 큰아들이었는지 김창숙의 남동생이었는지 가물가물. 최수지가 이 집과 어떤 관계였는지도 가물가물. 물론 찾아보면 다 나오는데 내 힘으로 기억해내보고 싶어 머리를 짜봤으나 실패.

검색해보니 최재성은 김창숙의 동생이 맞았다. 최수지는 송재호의 동생이자 미대 조교인 최란이 최재성에게 소개(해줬다는데 전혀 기억이...😑).


최재성 최수지 (출처 스타뉴스)

아무튼 당시 최재성이 너무 너무 멋있었다. 그러다 최수지가 등장했는데 너무 너무 예쁜 것이다. 두 사람이 같이 나오기만 해도 눈이 얼마나 즐겁든지 바로 푹 빠져 버렸다. 드라마가 일주일에 한 번만 해서 감질이 났던 터라 두 배우가 나오는 장면만 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두 배우에게 미쳐 살던 어린애(?)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렸으니 그것은 바로 주연 배우의 하차!
뭐 애초부터 계약을 짧게 한 거라면 약속한 만큼만 출연하고 안 나오는 게 당연한데 시청자가 그런 사정을 어찌 알겠는가. 최최커플에 죽고 살던 입장에선 사형 선고 같은 일이었다. 둘 다 빠졌을 땐 가슴이 천갈래 만갈래 가리가리 갈가리 찢겼다는....😭

당시 맥콜 광고에 두 배우가 연인으로 나왔었는데 이거 녹화하겠다고 TV 프로마다 광고를 얼마나 열심히 봤는지 모르겠다. 만약 이 정성으로 공부를 했었다면 분명 인생이 바뀌었을 것이다....😓

그렇게 최최커플이 가버린 뒤엔 드라마를 그만 보기는커녕 이미연과 최수종에게 빠져 버렸다.


최수종 이미연 (출처 동아일보)

최수종은 잘 사는 집 의대생이었고 이미연은 가난한 집 간호사(조무사? 실습생?)였는데 최수종이 이미연을 먼저 좋아하게 된다. 이미연은 젠틀한 손창민을 마음에 두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최수종이 계속 대시(dash)하자 그를 받아준다. 손창민도 친구를 위해 물러났던가?

좋았던 시간도 잠시. 둘이 아무리 좋아해도 집안 배경이 너무 차이가 나니 이미연이 먼저 떠나버린다. 다크써클에 수염이 잔뜩 난 얼굴로 방 구석에 처박혀 있던 최수종은 진짜로 아픈 사람 같았다. 정말 죽는 게 아닌가 걱정까지 했다는 거... 손창민이었는지 가까운 사람 누군가가 위로와 충고를 하자 최수종은 밤에 스키를 타며 마음을 달래는데 선수마냥 너무 너무 잘 타는 것이다. 드라마 내용은 잊어버리고 감탄만 했던 게 지금도 생각난다. 

최수종과 이미연은 실제로 결혼하라고 열심히 빌기까지 했었다. 하하하... (희라님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모르고🤣🤣) 아무튼 저무튼 두 커플에게 어찌나 몰입했든지 다시보기도 ott도 없던 그 시절에 본방을 보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앞서 말한 맥콜 광고


사랑 이야기 외에 개성 강한 의대생들과 의과대학 이야기도 정말 재미있었다. 8, 90년대에는 메디컬 장르물도 찾아보기 힘들었고 더구나 의대를 배경으로 한 청춘 드라마는 이 작품이 유일하지 않았나 싶다. '사꽃나' 보고 의대에 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나만 그러지 않았을 거란 추측에 천 원을 걸어 본다. 


* 시즌 2는 주인공 이미연에게 적응이 되지 않아서 보다 말았다. 시즌 1과는 너무나 다른 인물로 등장했다. 활달하고 할 말 다 하는 당찬 여성. 시즌 1의 여운이 다 가시지 않았는데 청순가련 이미지로 큰 인기를 얻은 이미연이 상반된 모습으로 나오니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시즌1 끝나고 바로 이어서 하지 말고 최소 몇 달 이상 지나 시즌 2를 했다면 좀 나았으려나?

* 이 작품도 제대로 보존이 안 되었나 보다. 시즌 1은 유튜브에 일부만 올라와 있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사랑이꽃피는나무 태그로 검색했더니 잘 걸려 나온다. 시즌 2는 전 편이 웨이브에 있다. (2026년 현재)

* 2008년에 사꽃나 20년 뒤를 다루는 리메이크가 논의됐으나 무산. 최수종과 최재성이 교수와 의사로 등장할 뻔. 만들어지지 못한 게 아쉽다. 

* 2020년에 연출자 운군일, 최재성, 최수종 세 분이 만남. 사꽃나에 대한 긴 얘기, 후일담이 담겨 있는 기사 추천. 바로 가기

* 극본을 쓴 작가님 성함이 독특해서 잊을 수가 없다. 박리미. 정말 재밌게 본, 제 평생 잊을 수 없는 드라마예요 정말 감사합니다~



2026-03-31

미드 본즈(Bones) 7시즌까지 보고 쓰는 리뷰 - 러브라인 위주


뼈만 보고도 그 사람에 대해 줄줄이 읽어내는 천재 박사 템퍼런스 브레넌과 FBI 요원 실리 부스의 합동 수사극 '본즈'가 ott에 올라왔다. 2005년부터 시작해 12시즌까지 방영하는 동안 왜 한번도 볼 생각을 안 했는지 모르겠지만 재밌다던 평이 생각나 보기 시작했는데 이럴 수가...!


주인공 부스와 브레넌
미국 드라마 본즈


본즈(Bones)


: 크리에이터 하트 핸슨. 에밀리 데이셔넬, 데이비드 보레아나즈, 미케일라 콘린, T.J.사인, 타마라 테일러, 존 프랜시스 데일리 등 출연.


🦴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


이렇게 재밌는 것을 왜 안 봤을까??? 법의학 수사물의 형식을 띄었지만 이건 완전히 브레넌과 부스의 아슬아슬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가?

브레넌은 개인적인 트라우마 때문에 이성과 진지한 관계를 맺지 않는다. 부스는 그런 브레넌을 잘 이해하기에 선을 지키려 애쓴다. 두 사람은 어디까지나 업무 파트너 사이임을 강조하지만, 파트너쉽을 가장한 '어떤 감정'이 둘 사이에 진하게 흐른다. 시청자 입장에선 이 남다른 '썸'이 그렇게 짜릿하고 간질간질할 수가 없다. 몇 시즌에 걸쳐 유지되는 텐션이 가히 예술급이다.

그런데 6시즌 후반부에 갑자기 이야기가 건너뛰어 버린다. 브레넌과 부스 사이에 존재하던 긴장감은 어디로 가고 졸지에 몇 년 같이 산 부부처럼 익숙한 사이가 된다. 구글링을 해보니 브레넌을 연기하는 에밀리 디샤넬이 실제로 임신을 하면서 스토리가 바뀌었다고 한다. 다음 시즌 촬영 때는 배가 많이 불러있을 테니 드라마 속에 아예 이 상황을 반영 시켜버린 것이다. 

당시 실시간으로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의 반응이 레딧에 잘 남아있었다. 충격, 황당, 분노 등 좀체 받아들이지 못하는 쪽이 대부분. 뒤늦게 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몇 년 치 감정선이 통째로 날아가버린 전개는 드라마의 재미를 크게 떨어뜨렸다. (물론 두 사람이 크게 진도 나간 것을 좋아하는 시청자도 있지만...)

본즈 주인공 부스와 브레넌
Bones / 1시즌에서 부스와 브레넌 (캬... 풋풋하다)


주연배우가 임신을 하면 아무리 가리고 애를 써도 티가 난다. 어떻게든 배 부위를 화면에 담지 않으려는 노력이 배우의 임신을 더 의식하게 만들기도 한다. 픽션에 현실이 끼어들면 솔직히 드라마에 집중이 잘 안 되고 재미도 줄어든다. 그러니 아예 드라마 속에 녹이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럼에도 본즈의 경우엔 원래 각본대로 진행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크다. 사실 몇 시즌에 걸쳐 봐온 브레넌이라면 아무리 임신을 했어도 부스와 같이 살 지 말 지 심각하게 고민할 것 같다. 브레넌이 부스를 거절한 것을 후회하긴 하지만, 그녀가 갖고있는 트라우마는 아주 지독한 것이지 않던가?

하지만 7시즌에서는 이런 내적 갈등을 찾아볼 수 없다. 둘이 함께 사는 상태로 시즌이 시작되는데, 시청자로서 느끼기엔 몇 달 아닌 몇 년이 흘러버린 것만 같다. 두 사람이 아웅다웅 알콩달콩 함께 사는 그림이 싫은 것은 아니나 감정선이 무시된 채 이루어진 스토리 전개는 아쉬움만 줄 뿐이다.

브레넌이 일하다 문제가 생겨 몸이 붓거나 병이 생긴 설정으로 갈 수는 없었을까? 이미 다 끝나버린 일에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게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알지만, 이 드라마의 경우엔 찬찬히 쌓아갔던 두 사람의 서사가 너무 아깝게 느껴진다. 둘 사이의 케미스트리가 엄청났는데 이게 단번에 사라졌으니......😭😭😭


레딧에서 목격한 반응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겠다. 

① 그 어떤 스토리가 나와도 대환영! 본즈라면 나는 무조건 다 좋아!
② 브레넌과 부스의 얘기가 다 망가졌어! 너무 화가 나!

개인적으로는 ②번 입장. 하지만 예쁜 아기와 함께 하는 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①번 입장이 되기도 한다. 

7시즌은 가족으로 엮인 브레넌과 부스를 볼 수 있어서 좋긴 하다. 하지만 초반 시즌과 비교하면 둘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없어서 너무 아쉽다. 사실 아슬아슬 썸 타는 두 사람이 더 보고 싶은데....😭😭😭


* 2026년 현재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에 올라와 있다. 오래 있어주길 바라며...

* CBI 요원과 심리 전문가가 함께 수사하는 '멘탈리스트'도 강추. 범죄 수사물 남녀 주인공 사이에 러브라인 너무 싫어하는 분은 둘 다 보지 마세요😅

2026-03-17

영화 베이비걸(Babygirl) - 불륜은 거들 뿐 (니콜 키드먼 주연)


💘 강력 스포일러 주의! 💔 

이 영화의 예고편만 봤을 땐 불륜 커플의 치명적인 sex scene이 신나게 나올 듯한 느낌이었다. 기대에 부풀어 영화를 보았으나.......


여주인공이 무언가에 취한 듯 눈을 감고 있다
영화 베이비 걸


물론 시작부터 수위 높은 장면이 나오긴 한다. 주인공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모습도 자극적이다. 그래도 명색이 불륜물인데, 주인공과 연하남 둘이서 뼈와 살을 불사르는 장면이 최소 두어번은 나올 줄 알았더니...😓

주인공 로미는 성공한 CEO이자 누가 봐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중년 여성이다. 

하지만 남편 제이콥과의 잠자리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더 최악은 절정에 다다른 연기를 한다는 것.

그런 로미의 일상에 바람이 불어온다. 새로 들어온 인턴 사원 사무엘에게 자꾸 눈길이 가는 것이다. 사무엘은 그녀의 속내를 간파하고는 바로 승부를 걸어 본다. 그렇게 부적절한 관계가 시작되고, 로미는 말 잘 듣는 개처럼 사무엘에게 지배 받기를 자처한다. 

프로페셔널한 커리어우먼은 온 데 간 데 없고 자기 욕망에 너무나 솔직한 로미의 모습은 굴욕적이다 못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아슬아슬 이어지던 두 사람의 관계는 위기를 맞는다. 회사에 눈치 챈 사람이 있었던 것. 로미는 협박 아닌 협박을 받은 뒤 남편에게 불륜 사실을 먼저 털어 놓는다.

그 전에 로미는 어릴 적부터 자신을 지배해 온 어두운 욕망에 대해 설명한다. 하지만 졸지에 배신 당한 남편은 부인의 그런 심리를 이해해 줄 여유가 아예 없다. 그저 부인이 다른 남자와 놀아났다는 사실에 분노할 뿐이다. [여러 인물의 입장이 되어봐야 하는 연극 연출가라는 직업도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게 한 차례 태풍이 휘몰아치고.......


여주인공 로미가 섹시한 자세로 누워있다
Babygirl


로미는 더 이상 남편과의 관계에서 오르가즘을 연기하지 않는다. 제이콥도 부인을 보내버릴 방법을 찾은 듯하다. 사무엘은 로미의 세상에서 순순히 사라졌고 회사는 여전히 잘 돌아간다. 2탄이 또 나오면 모르겠지만 여기까지만 보면 해피엔딩이다. 

이 영화가 말하려고 한 것은 "솔직해져라" 같다. 자기 자신에게, 가까운 이들에게.

니콜 키드먼의 연기는 아주 볼만하다. 반면 영화의 결말 부분은 다소 싱거운 느낌이다. 결국은 로미가 일탈을 통해 굴레에서 해방되는 이야기였는데, 불륜 만을 너무 부각 시켜 홍보했으니 그 탓인지도 모르겠다. 


* 베이비걸을 우리 말로 바꿔보면 '애기야' 내지는 '공주님' 비슷하려나? 영화에서는 사무엘이 로미를 이렇게 딱 한번 부른다. 

*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언페이스풀(Unfaithful)"이 다시 보고 싶어졌다. 불륜물하면 바로 떠오르는 정석 같은 작품. 잊을 수 없는 다이앤 레인. (재밌는 사실 발견. '언페이스풀'로 다이앤이 생애 처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는데 수상은 니콜 키드먼이 했다고 함. 영화 '디 아워스'에서 버지니아 울프 역으로)

* 큰딸로 나오는 배우가 눈에 확 띄어서 찾아보니 이완 맥그리거의 실제 딸 에스더 맥그리거. 니콜은 이완과 영화 '물랭루즈'에 함께 나왔었다. (개봉 당시 사방에서 이 영화 추천했었는데 아직도 안 봤다..)

* 남편 제이콥 역의 안토니오 반데라스 하면 '마스크 오브 조로' 부터 떠오른다. 섹시했던 조로. 나이 든 모습도 멋지다.

* 디즈니 플러스에 언제까지 있을지. 언페이스풀도 디플에 있다.


2026-01-08

흑백요리사 2시즌 12화까지 보고 쓰는 리뷰

🥕 스포일러 주의!!!!! 🥕


백수저 셰프들이 요리를 하고 있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 (Culinary Class Wars Season 2)


이 리뷰를 쓰는 현재, 흑백요리사 시즌 2도 마지막회만 남았다.

11, 12화가 공개되기 전에 결승전 스포일러를 접하게 되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설마 그대로 되겠어?' 의구심이 들었었다. 

한데 11, 12화를 보고 나니 그 오래전부터 떠돌았다는 스포가 그대로 들어 맞을 것만 같다!

솔직히 13화 결승전에 대한 기대감은 뚝 떨어진 상태이다. 마지막회가 공개되면 물론 보기는 하겠지만 궁금증을 가득 품은 채 신나게 달리는 기분은 결코 느끼지 못할 것이다.

(누구야~~~ 대체 누가 스포를 뿌린 것이야~~~)

요리 최강자들만 남은 상황에서 누가 우승을 한다 해도 납득은 하겠지만, 정말 스포대로 된다면 앞으로 넷플릭스 예능을 어찌 믿고 볼까? 흑백요리사 3시즌 때에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 최고의 재료들을 아낌없이 펑펑 써서 요리를 만드는데 맛이 없으면 그거야 말로 죄악이란 생각이 든다. 쓸 수 있는 양념 수를 제한 시킨 미션이 있긴 했지만, 최소한의 재료 몇 가지만 주고 누구나 만족할만한 맛을 내보라는 미션도 있으면 좋겠다. 극단적으로 양념은 소금과 설탕만 쓸 수 있게 하는 미션은 어떤지?

* 참가자들이 만든 음식 전부를 심사위원들이 눈 가린 채 먹기는 힘들겠지만, 최소한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심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공정하게 한다 해도 심사위원은 사람이니까. 

* 3시즌에서는 심사위원 수가 늘었으면 좋겠다. 한식, 양식, 중식, 일식 등 다양한 분야의 셰프들이 겨루는 만큼 심사위원도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백수저를 뽑을 때 미슐랭 평가에 너무 의존하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 [흑백 구분을 없애는 건 프로그램 이름부터 바꿔야 할 테니 불가능하겠지만]

* 1시즌에서 시청자들 원성이 높았던 미션이 2시즌에는 없어서 좋았다. 

* 평판이 나쁘거나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는 사람은 철저히 검증해서 아예 출연시키지 말기를.


2026-01-04

올 허 폴트 (All Her Fault) - 정말 재미있지만 결말까지 보고 나니 허무해지는 미드


2026년 1월 현재 웨이브에서만 볼 수 있는 미국 드라마이다. 재미있다는 평 답게 한번 시작하고 나니 도대체 끊을 수가 없었다. 감쪽같이 사라진 아이 마일로와 이 납치 사건으로 인해 드러나는 마일로 가족의 비밀. 스토리도 탄탄하고 배우들 연기도 뛰어나서 완전 몰입하고 보았으나......


부부 두 쌍의 얼굴 클로즈업
All Her Fault / 필터로 변형

올 허 폴트 : 그날의 책임 (All Her Fault/모두 그녀의 잘못)


: 사라 스누크, 제이크 레이시, 소피아 릴리스, 다코타 패닝, 마이클 페냐, 애비 엘리엇, 제이 엘리스, 다니엘 몽크스, 듀크 맥클라우드 등 출연. 



👩 강력 스포!!! 핵심적인 내용 나옵니다!!! 👦


끝까지 다 보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든다. 아니 그렇게 시간과 공을 들여 아이를 몰래 데려갈 게 아니고 유전자 검사부터 해서 경찰 찾아가면 되지 않았나? 생물학적으로 내 아이인 게 확실하면 그야말로 게임 끝 아닌가? 미국에서 개인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하는 데에 돈이 억수로(예를 들면 1억 이상?) 들어서 엄두를 못 낸다 하면 이해하겠지만 그것도 아니고 말이다. 아이를 확실히! 안전하게! 되찾을 방법이 있는데 왜 그 개고생을 하는지 너무 답답한 것이다. 

(J 가 유전자 검사를 해봤다는 얘기가 나왔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내용은 본 기억이 없다. 부분 부분 다시 돌려봐도 직감으로 확신하는 장면만 있는데. 제가 잘못 안 거라면 누구든 좀 알려주세요~)

물론 J 가 유전자 검사를 해서 권리 주장을 했다면 이런 재미있는 드라마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스토리도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었을 것을 안다, 아는데! J는 그저 아이만 데려오길 원했으니 이 답답함이 당최 가시지 않는다. 차라리 J 가 '그날 무슨 짓 했는지 다 아니까 아이도 내놓고 돈도 내놔~ 그럼 조용히 입 다물고 살게'하며 마일로 가족을 직접 협박한 설정이었다면 공권력을 동원하지 않은 게 납득이 잘 되었을 것이다. 

아무튼 끝까지 다 보고 나니 J가 너무 불쌍할 뿐이고 이 드라마의 제목도 다시 읽힌다. 모두 그녀에게 잘못했다! 마일로 가족, J의 부모, J의 애인, 비밀을 묻어버린 모든 사람들. 물론 어린 마일로를 위해서 그런 것이지만 J를 생각하면 으......


* 제목을 계속 곱씹어 보게 되는데 '그녀(her)'를 콕 집어 잘못을 탓하는 것이 도리어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여기서 그녀를 J로 보면 제목에 반발심이 들면서 비밀을 아는 모두가 잘못이라는 쪽으로 생각이 이어진다. 한편으론 왜 문자 보낸 사람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냐고 마리사 탓을 하던 남편이나 보모  이력을 제대로 확인한 게 맞느냐며 제니를 탓하던 그 남편이 떠오르기도 한다. 

* 여러 양상의 부모가 나온다. 아이에게 진정으로 좋은 부모란?

* 자기 인생이 더 중요한 배우자를 둔 워킹맘의 고단하고 쓸쓸한 삶은 세계 공통인 듯. 언제든 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인생이 조금은 덜 힘들 것이다.

* 사라 스누크는 석세션(Succession)에서 처음 봤는데 이 작품에서도 끝내주는 연기를 보여준다. 마리사의 남편으로 나오는 제이크 레이스도 크리피(Creepy)한 역할을 완벽하게 해낸다. 마리오로 나오는 듀크 맥클라우드 너무 귀엽다!

2025-12-29

미스터 메르세데스 (Mr. Mercedes) - 스티븐 킹 소설 원작 미스터리 호러 스릴러 범죄 미드


어느 날부터 넷플릭스 메인에 이 드라마가 뜨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오래전에 웨이브에서 볼까 말까 망설였던 작품이었다. 은퇴한 경찰이 자신을 은퇴하게 만든 사건의 범인을 다시 쫓는 이야기. 스티븐 킹 소설 원작.


쫓는 자와 쫓기는 자


 미스터 메르세데스 (Mr. Mercedes) 


: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시즌 세 개 방영. 데이비드 E. 켈리 제작 총괄.
브랜던 글리슨, 해리 트레더웨이, 홀런드 테일러, 브리다 울, 저스틴 루프, 제럴 제롬, 스콧 로렌스, 메리 루이즈 파커, 가브리엘 이버트, 케이트 멀그루, 라미언 뉴턴, 로버트 스텐턴, 막시밀리아노 에르난데스, 잭 휴스턴, 테사 페러, 켈리 린치 등 출연. 


🚗🚗 스포일러 주의! 줄거리 다 나옵니다 🚓🚓


제목만 봤을 땐 형사 이름이 메르세데스인가 했다. 그런데 1시즌 시작부터 메르세데스 벤츠 자동차로 사람들을 밀어버리는 미치광이가 나온다.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바로 이 범인을 가리키는 별칭이었다. 이 사건을 맡았던 형사의 이름은 빌 호지스. 그는 범인을 잡지 못한 화를 술로 풀다 이른 은퇴를 하고 권태롭게 늙어가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누군가 돌을 던지기 시작한다. 기괴한 메시지에는 메르세데스 사건의 범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담겨있었다. 메시지를 보내오는 누군가가 진범이라고 확신한 빌은 마지막 사명처럼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다시 쫓기 시작한다.

대체 누가 범인인지 궁금해 하기가 무섭게 '쟤구나' 할만한 인물이 바로 등장한다. 범죄자에게 서사 주는 것을 싫어하는 분은 이 드라마를 보지 마세요. 시즌 전반에 걸쳐 범인의 캐릭터가 아주 꼼꼼하게 그려진다. 그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일을 겪으며 자랐는지 부터 현재의 집구석 상태까지. 그의 끔찍한 엄마를 보고 있으면 희대의 살인마에게 살짝 연민이 들기도 한다. 

아무튼 범인은 빌의 주변을 맴돌며 그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파괴한다. 빌이 그저 해결 못한 사건에 집착한다고 치부하던 경찰은 엄청난 희생이 치러진 뒤에야 그를 제대로 믿어준다. 1시즌만 보면 전직 형사와 천재급 사이코패스의 숨막히는 대결인가 싶었으나....

2시즌에서는 이야기가 희한해진다. 제압 당하는 과정에서 머리를 크게 다친 범인은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주치의가 그에게 몰래 신약을 시험하면서 뇌가 되살아난다. 의식을 차린 범인은 자신이 다른 사람의 정신을 지배하고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범죄 수사물에서 SF 호러물로 장르가 바뀌었나 싶은데, 2시즌 막판에 가서는 더욱 희한하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 강력 스포일러 주의!!! 🚓🚓


급기야 자리를 털고 일어난 범인은 약물로 인해 자신이 달라졌다고 주장한다. 죄책감을 전혀 못 느끼던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사라지고 죄책감이 뭔지 알고 느끼는 '인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말도 안되는 개소리가 그럴 듯하게 느껴지는 전개가 이어지고 범인이 연구 대상으로 보호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가운데, 그가 정말 달라졌는지 판가름 해보는 재판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범인이 한 방에 꽥!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어찌나 황당하던지...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냈을까 어떻게 이런 흥미로운 화두를 이끌어냈을까 작가들이 정말 대단하다 앞으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너무 궁금하다~ 이러면서 보고 있었는데 범인을 바로 보내버리니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정말 2시즌까지만 보려고 했는데 이놈의 호기심이 뭔지 결국 3시즌도 보게 되었다. 혹시나 더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펼쳐져 있는 건 아닌가 궁금해서...

3시즌은 메르세데스 사건에서 살아남은 인간 둘이 초인기작가 존 로스스틴 집에 침입하면서 시작된다. 작가의 광팬이기도 한 강도는 금고 안에서 미발표작들을 발견하고는 그야말로 환장한다. 어마어마한 돈과 그보다 더 어마어마한 작품들을 훔쳐서 달아나던 강도는 크게 사고를 당하고, 이것들은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게 되는데.

3시즌은 스핀오프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미스터 메르세데스(이하 미메)를 죽인 인물이 계속 나오니 1, 2시즌 내용을 모른 체 보기는 힘들다. 더구나 이 인물이 미메에게 빙의된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모습이 계속 나온다. 엔딩은 더 기가 막힌다. 이 인물이 여전히 미메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미메가 정말 씌여있는 상태 같기도 하고 아리송송송....

개인적으로는 탐정 빌 호지스와 그의 특별한 동료 홀리 & 제롬 조합을 더 보고 싶긴 한데, '미스터 메르세데스' 이 제목으로 시리즈를 더 끌고 가기는 힘들 것이다. 미메를 죽인 인물이 범죄를 일으키고는 이게 다 미메의 조종을 받아서 그런 거다~ 주장하는 스토리로 가지 않는 이상. 아, 스티븐 킹의 소설이 원작인 만큼 그가 새 소설을 써준다면 언제고 4시즌 가능하려나?


스티븐 킹 소설 세 권을 한꺼번에 묶어놓았다
책 이미지 출처 알라딘


* 원작 소설을 찾아보니 이미 오래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되었다. 빌 호지스 3부작. 1권 미스터 메르세데스, 2권 파인더스 키퍼스, 3권 엔드 오브 왓치. 소개글을 읽어보니 2권 내용이 3시즌이고 3권 내용이 2시즌이긴 한데 드라마는 각색이 많이 된 것 같다. 레딧의 외국 독자들 반응도 그렇고 우리나라 인터넷 서점의 리뷰도 그렇고 소설이 아주 재미있나 보다. 

* 초 인기 작가 존 로스스틴은 아무래도 스티븐 킹 자신을 모델로 한 것 같다. 1시즌에 까메오로 잠깐 나온다고 하는데 알아보지 못했다.

* 배우들 연기력이 엄청나다. 주조연 주요 배역들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3시즌의 악역들. 정말 소름 끼치고 무섭다. 요즘말로 연기력이 후덜덜덜. [몹시 잔인한 장면들이 있으니 주의 필요]

* 이 드라마 시리즈를 만든 데이비드 E. 켈리의 필모를 찾아봤는데 화려하다. 추억의 드라마 '앨리 맥빌', '천재소년 두기' 반갑다. 그나저나 부인이 미셸 파이퍼?!

* 미스터 메르세데스로 나온 해리 트레더웨이가 아무리 봐도 낯익어서 찾아보니 영드 '사체의 증언'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C.B.스트라이크 여주인공 홀리데이 그레인저의 파트너. 전에 분명히 찾아봤었는데 다 같은 사람이라고는 전혀 연관 짓지 못했다.

* 빌 호지스로 나온 브랜던 글리슨의 큰아들이 영화 '어바웃 타임' 남주인공 도널 글리슨! 다른 말이지만 외국은 대를 이어 배우를 하는 경우가 정말 많은 듯하다.

2025-09-02

달글리시 - 인데버 모스가 생각나는 시대극 수사물 영드 [웨이브 티빙 강력 추천]


달글리시 형사 역의 버티 카벨

달글리시 (Dalgliesh)


어느 날 갑자기 웨이브에 나타난 영국 드라마. 제목의 어감이 특이해서 눈길이 갔다. 상세 정보를 보니 달글리시는 주인공의 성씨(last name)였다. 더 눈에 띈 것은 시인이자 경찰이라는 설정. 대체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한 에피소드를 다 보기도 전에 이 작품의 팬이 되었다.

아담 달글리시 Adam Dalgliesh.
윗선에서 믿고 맡기는 실력 좋은 형사이자 꽤 이름난 시인. 안타깝게도 부인과 아이를 한꺼번에 잃었다. 그래서인지 얼굴에는 표정이 별로 없고 웃음이라고는 입꼬리를 짧게 끌어올리는 게 전부다.

그의 목소리와 말투에서는 형사라는 직업을 유추해내기가 힘들다. 부드럽고 차분한 음성으로 시를 낭독하는 장면은 짧아서 아쉬울 지경이다. 그러다가도 용의자를 압박할 때는 또 어찌나 단호하고 거침없는지 반전 매력이 대단하다.

[이쯤 되면 달글리시를 연기하는 배우 버티 카벨의 팬이 되었나 싶은데 그건 또 아닌 것이 이유는 뒤에서....]


인데버 모스 형사 역의 숀 에반스

드라마 전반에서 문학 지식을 드러내는 달글리시를 보니 '인데버'의 주인공 모스가 떠오른다. 오페라와 문학을 좋아하는 모스는 사건 수사에 자신의 예술적 소양과 지식을 십분 활용한다. 두 사람 모두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형사 이미지와 거리가 멀어서 더 매력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흑인 여성 경찰 미스킨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모습에선 모스의 비범함을 알아보고 파트너로 삼은 썰스데이 반장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드라마 연출 스타일도 비슷한 느낌이다. 에피를 다 보기 전엔 의미를 모르겠는 장면들이 짧게씩 나열되는 인트로가 특히 그렇다. 화면 색감이나 분위기도 그렇고. 인데버 시리즈가 끝나서 아쉬웠는데 대리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게 될 줄이야~😂

[달글리시 3시즌이 1970년대 말이고 인데버 9시즌이 1970년대 초반이니까 1980년대 배경으로 콜라보 어떤가요]

소리 없이 강한 느낌의 달글리시 형사를 계속 보고 싶다. 빨리 다음 시즌 만들어주세요~


* 엔딩 크레딧에 나와있는 달글리시의 직위는 DCI(Detective Chief Inspector). 2시즌 마지막에 Commander로 승진한다.

* P. D. 제임스의 소설 중 아담 달글리시 시리즈는 총 14편. 버티 카벨의 달글리시는 드라마로는 세 번째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름만 보고 남자라고 생각해버린 것을 반성한다. 10대 때부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다 30대 중반부터 소설 쓰기 시작한 필리스 도로시 제임스 작가님. 글 안 쓰셨으면 어쩔 뻔 했나...]

* 하나의 에피소드가 2화에 걸쳐 진행된다. 언포가튼, 무언의 목격자도 이런 구성인데 어떻게 이야기를 2회 분량에 딱딱 맞추는지 한편으론 신기하다.

* 버티 카벨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닥터 포스터'의 그 재수 없는 남편이 버티였다고??!! Really?? 달글리시가 아닌 버티의 연기는 볼 생각이 안 든다. [우리나라에서는 김희애 주연의 '부부의 세계'로 리메이크. 박해준이 남편으로 출연]

* 1시즌 3, 4화에서 헬렌으로 나오는 여배우가 버티 카벨의 실제 부인이었다. 샐리 스콧.

* '파더 브라운'의 맥카시 부인(소르차 쿠삭/Sorcha Cusack)이 2시즌 5, 6화에 나온다. 레이디 펠리시아(낸시 캐럴)도 3시즌 5, 6화에 출연. 인데버의 서장님(안톤 레서)은 3시즌 1, 2화에서 성직자로 나온다.

* 구글에서 '달글리시'를 검색하면 스코틀랜드의 축구 선수 케니 달글리시만 잔뜩 나온다. 영어로 검색해야 드라마 정보가 나온다.

* 달글리시가 타고 다니는 재규어 E타입 멋지다! [모스가 중고차 매장에서 눈독 들이는 빨간 자동차도 재규어라고 함]

Jaguar E-Ty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