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화분 NO.1 - MBC 베스트극장 (김선아 정찬 홍일권 김래원)


무역회사에서 전화 연결해주는 일을 하는 현아(김선아)는 본의 아니게 통화 내용을 듣게 된다. 그러다 보니 회사 사람들의 비밀이나 사생활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현아가 짝사랑하는 총무부의 도훈(홍일권)은 쉬는 날 봉사 활동을 하고 있었다. 현아는 한껏 외모에 신경을 쓰고 그가 가는 청각장애인 학교를 찾아간다. 하지만 그곳 선생과 도훈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절망한다.


김선아가 정찬에게 기대고 있다
웨이브 캡처 / 저작권자 MBC


MBC 베스트극장 제323화 "그녀의 화분 No.1"


: 1998. 07. 31 방영. 윤성희 극본. 김윤철 연출. 김선아, 정찬, 홍일권, 김래원, 전유진, 김복희, 문회원, 차윤회, 이명숙, 최한호, 조향이, 손소영, 이경순 출연.


그래도 말이나 해보자는 심정으로 도훈에게 고백하지만 바로 거절 당한다. 선재(정찬)는 길에서 울고 있는 현아를 보게 된다.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그녀를 지켜보는 시선. 현아는 치한을 피해 자리를 옮기다 선재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 앉아버린다.

사실 두 사람은 청각장애인 학교에 갔던 날 버스에 나란히 앉았었다. 현아가 본 선재는 아이와 수화로 인사를 나누었고, 선재가 본 현아는 그날도 혼자 울고 있었다.

잔뜩 취한 현아는 속상한 마음을 선재에게 털어놓는다. 그가 청각장애인이라 자신의 말을 전혀 듣지 못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선재는 사실을 바로 밝히지 못하고 연기 아닌 연기를 하게 된다.

그 다음날부터 현아에게 매일 화분이 하나씩 배달된다. 보낸 사람 이름도 없고 100부터 거꾸로 카운트 되는 숫자 쪽지만 담겨 있는 미스터리한 화분.



2005년 최고 인기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연출한 김윤철 PD의 단막극이다. 처음 봤을 때 완전 감동 받아서 내 마음속 명작 리스트에 올려놓았던 작품인데 이십 여년 만에 다시 보니 흠........

선재 캐릭터가 이렇게 청승 맞게 느껴질 줄이야. 처음부터 현아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게 너무 미안한 건 알겠으나 자신을 위해 수화까지 배우는 사람이면 사라지려 할 게 아니고 더 잘해줘야지~

마지막 장면에서는 물음표가 생긴다. 대본을 찾아보니 선재가 침묵의 세계에 빠져있는 상태라고 하는데, 현아가 그에게 머리를 기댔을 때 그 역시 살짝 움직이기라도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는 선재와 현아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과연 언제 나올까 거기에만 초점이 가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이 놀랍기만 했다. 그런데 이제 다 아는 상태로 다시 보니 선재의 모습이 불만스럽게 느껴진다. 엔딩만 놓고 보면 현아가 선재를 혼자 좋아하는 것처럼 보여서 말이다. 

다시 안 봤으면 마음 속에 애틋하게 남아 있었겠지만, 세월이 흘러 감상이 달라진 것을 확인해보는 것도 나쁘지 만은 않다. 한편으로는 재밌기도 하다. 드라마는 그대로인데 내가 변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연보라색과 노란색 란타나 꽃이 어우러져 있다
출처 픽사베이

* 란타나 꽃이 나온다. 꽃 색깔이 일곱 번 바뀌어 '칠변화'로 불리기도 한다고. 꽃말이 '나는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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