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보진 않았다 해도 이 작품의 존재를 아는 분들은 많을 것이다. 2022년 현재까지 드라마로는 총 세 번 제작되었는데 그중 두 번은 소설이 완결 나기 전에 만들어졌다. 세 번째 리메이크 작품인 SBS 토지도 나온 지 벌써 20년을 향해가는데 앞으로 또 드라마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KBS '토지' 서희 역의 최수지. 출처 뉴스핌
토지 (KBS)
: 1987.10.24 ~ 1989.08.06 토요일, 일요일 방영. 총 103부작. 박경리 원작. 최수지, 윤승원, 반효정, 박원숙, 임동진, 선우은숙, 연운경, 김영철, 연규진, 김성녀, 태민영 등등 (출연 배우가 정말 많음)토지의 '최서희' 하면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는지? 아마도 많은 분들이 '최수지'를 외치지 않을까 싶다. 나부터도 서희는 곧 최수지 배우라고 생각하니까. 1대 한혜숙 배우가 연기한 서희는 보지 못했고, 3대 김현주 배우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2대 최수지와 비교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작가님의 따님(고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인터뷰에서 본 것 같은데, 박경리 작가님이 최수지를 보고 '네가 바로 서희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드라마를 보기 전에 소설을 먼저 읽었다면 서희를 어떤 이미지로 상상했을지 모르겠지만, 소설을 읽어보니 최수지는 정말 서희의 현신 같았다. 미인이면서 강단 있고 서늘하고 도도한 느낌. 나이를 계산해보니 그녀가 이 큰 역할을 맡은 게 스무 살 때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젊다 못해 어린 나이에 대단했다.
또 KBS 토지 하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역이 있는데 바로 '임이네'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박원숙 배우가 연기한 임이네. 척박한 땅에서도 악착같이 뿌리를 내려 어떻게든 살아남는 잡초 같은 여자. 속셈이 감춰져 있는 웃음을 흘릴 때면 소름이 끼치다가도 한편으론 그 무시무시한 지독함에 연민마저 느끼게 만드는 복잡한 캐릭터를 어찌나 잘 보여주셨는지 임이네가 나온 장면들은 기억이 진하게 남아있다. 연말 KBS 연기대상에서 임이네 역으로 최우수상을 타셨을 때 얼마나 박수를 쳤는지 모른다. (만약 그때 상을 다른 배우한테 줬다면 TV 안으로 쳐들어갔을지도)
서희 아역으로 나온 이재은 배우의 똑부러지던 연기도 잊을 수 없고 청소년 서희 역의 안연홍 배우가 "찢어 죽이고 말려 죽일 테야!" 절규하던 것도 잊을 수 없다. 청소년 봉순이로 나왔던 귀염상의 김수정, 정말 예뻤던 성인 봉순이 역의 전미선 두 배우도 그립고 혈혈단신 서희 곁을 묵묵히 지켜주던 길상 역의 윤승원 배우 정말 듬직하니 멋있었다~ (토지 전작 '내 마음 별과 같이' 때부터 팬이었음)
길상 역의 윤승원. 출처 클리앙
반면 사람 속을 뒤집어 놓았던 월선(선우은숙)과 용이(임동진), 그리고 그의 부인 강청댁(연운경). 첫사랑에 죽고 못 사는 남편 때문에 미쳐 날뛰던 강청댁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리고 서희네 집을 집어삼키는 조준구(연규진)와 그의 부인 홍씨(김성녀)도 너무나 사악했던 나머지 잊을 수가 없다.
KBS 토지는 웨이브(Wavve)에 전편이 올라와 있다. 복습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소설을 다 읽기 전에는 다시 보지 않으려고 한다. 4권을 도통 못 넘기고 있지만 어찌 됐든 끝까지 읽고 싶다. (할 수 있을까?😓)
세상 사는 게 무엇인지 운명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토지를 보세요.
* 통영에 박경리 기념관이 있는데 그 뒷산에 작가님의 묘소가 있다.
박경리 작가님. 출처 박경리기념관 홈페이지
드라마 토지 팸플릿. 출처 박경리기념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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