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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7

나물의 민족 - 산골 나물박사 두 할머니의 이탈리아 나물 체험기 (강력 추천 명품 다큐)


여기저기 추천글이 많아서 보았다가 정말로 반해버린 K-다큐멘터리! 강력 추천!
우리나라 산골에서만 사시던 두 어르신(K-할매)이 이탈리아에 가서 나물 요리 솜씨를 뽐내고 오는 내용인데 그야말로 힐링이 제대로 된다. 런닝 타임도 50분이 채 되지 않으니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아니, 너무 짧다. 수신료의 가치를 제대로 실현시키는 프로그램! (KBS가 이런 것만 만든다면 수신료 얼마든지 냅니다~)


할머니 두 분이 나물을 손에 쥔 채 만세를 부르고 있다
다큐 영상 캡처 / 저작권자 KBS (이하 동일)


'나물의 민족'

kbs청주 개국 79주년 특집 다큐.
2024. 6. 14 방영.




이탈리아의 셰프 파브리치오 페라리가 
대한민국 충청북도 단양
소백산 자락에 있는 한드미 마을을 찾아간다.
그곳에 사는 나물 박사들을 만나기 위해.

여러 사람이 산에서 나물을 캐고 있다

강태순, 정선진, 신명자, 
세 사람의 나물 경력을 합치면 거의 200년!


산에서 따온 나물로 요리를 하고 있다

함께 따온 나물로 함께 요리하고 맛있게 냠냠🥗


나물을 캐는 손

태순과 선진은 이탈리아의 나물을 체험하러 먼 길을 떠난다. 


이탈리아에 온 두 할머니를 파브리가 안아주고 있다

집에 찾아온 두 사람을 반기는 파브리.


파브리와 그의 부모, 두 할머니가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파브리의 부친도 셰프였다.
아버지와 아들이 만든 이탈리아 가정식의 맛은 과연?


두 할머니와 이탈리아 사람이 함께 나물을 따고 있다

이탈리아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나물을 따는 태순과 선진.


이탈리아 산에 많은 명이나물

우리나라에서는 비싸게 팔리는 명이나물이
이탈리아에서는 존재감이 없었다. 
산에 널려있으나 아무도 손을 안 대는.....


이탈리아 나물로 만든 한국의 나물 음식들

태순과 선진이 이탈리아의 나물로 만든 요리들.


나물로 만든 이탈리아 음식들

파브리가 이탈리아의 나물로 만든 요리들.


나물 요리를 먹기 위해 모인 파브리의 지인들

파브리의 가족과 친구를 초대해서 나물 음식을 함께 먹는 시간.


시식을 앞두고 긴장한 두 할머니

바짝 긴장한 태순과 선진.
과연 손님들의 반응은?

궁금하시면 다큐를 봐주세요~ 정말 재미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마을 풍경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두 할머니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드는 두 할머니

🍧이탈리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쌓는 태순과 선진🍦


먼곳을 바라보는 파브리 셰프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의 풍경

이탈리아의 롬바르디아 주.
알프스 산맥과 코모 호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으로 마무리.

😭😭😭

캡처는 빙산의 일각일 뿐
유튜브에서 풀버전 영상을 봐주세요! 제발~
강추강추강강추!


😭😭😭


찾아보니 이보다 전에 방영한 '나물의 천국'이 있다.
역시 청주KBS 제작. 
2023. 4. 12 KBS 다큐공작소 방영.



2024-07-26

샤먼:귀신전 후기 - 무속 세계를 리얼하게 보여주는 다큐 (티빙 추천)


결론부터 말하자면, 귀신&무속을 다룬 프로그램 중에 완성도 면에서 최고라 생각한다. 무당이 하는 굿을 이렇게 리얼하게 그대로 보여주는 영상물이 또 있었나? 접신한 무당이 맨발로 작두 날 위에 올라서는 장면이야 흔하게 보았지만, 칼을 사람 입속에 넣었다 뺐다 하고 동물의 피로 비빈 음식을 마구 먹는 모습 등은 가히 충격적이다.


활짝 펼친 부채와 방울을 든 무당의 뒷모습

샤먼 : 귀신전

티빙 오리지널. 2024년 7월 공개. 총 8화. 크리에이터 오정요, 허진, 박민혁, 이민수, 신민철, 서영민. 무당 정순덕, 임현주, 안명숙, 조현우, 서은희, 윤미영. 프리젠터 유지태, 옥자연.

-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

이 다큐에 나오는 에피소드는 일곱 개이다. (사례자는 8명)

1) 알 수 없는 현상에 시달리지만 누구에게도 이해 받지 못하는 여성
2) 신내림을 피해 외국까지 갔지만 결국 돌아온 여성
3) 귀접(귀신이 성적으로 접촉하는 것)에 시달리는 동거 커플
4) 허주(잡귀)에 씌인 남성
5) 어려서부터 영적 존재를 느낀 입양아
6) 자살귀가 붙은 여성
7) 한국의 신을 받으러 온 상고마(남아프리카공화국의 무속인)



어떻게 이들을 찾아서 섭외했는지 모르겠지만 개개인의 사연도 보통이 아니다. 한 명 한 명 무당을 매칭해서 적절한 굿을 하거나 처방을 준다. 무속 행위를 통해 고통을 토해내고 위로 받는 그들을 보면서 보는 이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프리젠터(진행자,소개자)로 나오는 유지태와 옥자연이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졌으나, 배우인 이들의 존재가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의 문턱을 낮추고 친숙함을 쉽게 갖게 만든다. 아울러, 무속 세계와 전혀 관계없고 관찰자 입장인 그들에게 동질감을 느껴 다큐에 더 몰입해서 보게 되는 효과도 있다.

그저 미신이라고 치부하기 전에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온 신기하고 신비한 세계를 엿본다는 생각으로 이 다큐를 만나면 어떨까. 내가 모르는 것이라 해서, 내가 믿지 않는 것이라 해서 과연 그게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가리키는 말도 아예 없을 것이다. 당신은 (귀)신을 믿으시나요?


* 사례자 중 한 명은 중간에 포기한다. 아무래도 귀신한테.......
* 정순덕 만신은 고 김금화 만신의 제자이다.
* 윤미영 무당 유튜브 채널
* 조현우 무당 유튜브 채널
* 서은희 무당 유튜브 채널
* 임현주 무당 010-9006-4987 (똑순이 보살/유튜브에 동명이인 있음)

2024-05-04

아순타 케이스(The Asunta Case) - 실제 사건을 드라마로 재구성한 스페인 넷플릭스 범죄 수사물


2001년, 스페인의 로사리오(엄마)와 알폰소(아빠) 부부는 중국인 여자 아기를 입양하고 이름을 '아순타'로 짓는다. 2013년 9월 21일, 두 사람은 딸이 없어졌다며 실종 신고를 한다. 다음날 아순타는 사망한 상태로 발견된다. 로사리오의 시골집에서 5km 떨어진 숲길이었다. 며칠 뒤 두 사람은 딸을 죽인 혐의로 체포된다. 

아순타의 부모 알폰소와 로사리오가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아순타 케이스 (El Caso Asunta)

: 2024.04.26 공개.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미티드 시리즈 스페인 드라마. 칸델라 페냐, 트리스탄 우요아, 하비에르 구티에레스, 아이리스 우, 카를로스 블랑코, 마리아 레온, 프란시스코 오렐라, 알리시아 보라체로 등 출연. 

👉👉👉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

다 보고 난 지금, 이 작품이 단순 창작물이었으면 재미있는 드라마 한편 봤다 생각하고 넘어갔을 텐데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라고 하니 찜찜함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로사리오와 알폰소가 범인이라면 대체 왜 아순타를 죽였을까? 로사리오의 부모가 대규모의 별장을 손녀에게 남겼는데 돈이 필요했던 두 사람이 이것 때문에 죽였다? 루프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던 로사리오가 온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을 저질렀다? 두 사람의 치명적인 비밀을 아순타가 알게 되어서 미리 차단? 범행 동기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끝이 나버려서 너무 답답하다.


2013년 1월 알폰소는 로사리오가 유부남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2013년 2월, 두 사람은 이혼한다.
2013년 6월, 로사리오의 병이 깊어져 입원한다. 알폰소는 '로사리오가 불륜을 정리하는 조건으로' 로사리오와 아순타를 돌봐주기로 한다.
2013년 7월, 누군가 아순타의 방에 들어가 그녀를 목 졸라 죽이려 했다. 그런데 로사리오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소음에 민감한 이웃집 개도 그날은 짓지 않았다고 이웃이 진술한다. 누군가 밖에서 침입했다면 개가 반드시 짖었을 것이라고. [범인이 제3자가 아니고 로사리오라는 의심이 강하게 드는 대목이다]

죽은 아순타에게서는 치사량의 로라제팜(벤조디아제핀계 약) 성분이 발견되었다. 아순타가 평소에도 약에 취한 듯한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고 주변인 몇 사람이 진술했다. 알폰소는 아순타가 알레르기 비염 때문에 항히스타민제를 먹어서 그렇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순타의 머리카락에서 나온 정보는 그녀가 로라제팜 성분을 장기간에 걸쳐 먹어왔다는 것이었다. 로라제팜은 로사리오가 먹고 있는 안정제(수면제로도 이용)였다.  

이들은 대체 왜 아이에게 향정신성 의약품을 먹였을까? 불륜에 빠져있던 로사리오가 아이를 재워 놓고 불륜남을 만나러 가기 위해? 아시안 포르노도 즐겼던 알폰소가 아이를 재워 놓고 어떤 식으로든 탐닉? 아니면 아이를 죽이려고 계속 시도했다는 뜻? 이것도 확실한 이유가 나오지 않는다. (아이고 답답해😫)

이 사건에 대한 스페인 위키백과를 읽어보았는데, 아 글쎄 아순타를 처음 발견했을 때 체온을 재지 않았다고 한다! 성폭행 가능성 때문에 직장의 온도를 재지 않았다고 하는데 아니 그럼 다른 부위의 온도라도 쟀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 시기에 나온 CSI 과학수사대 드라마에서는 간의 온도를 재던데 아무튼!] 아순타의 몸 속에 남아있는 로라제팜 성분 양으로 사망 시간을 추정했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시신 발견 당시 체온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면 상황이 또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로사리오와 알폰소 두 사람이 몹시 의심스러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녀사냥을 당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이 각각 체포되어 경찰서에 구금되었을 때 경찰이 이들의 대화를 도청했는데, 스페인 위키백과에 따르면 이 녹음본이 유출되어 방송에 나왔다고 한다. 다만 방송에서는 배우들이 대화를 재현했다고. 그런데 문제는 경찰의 공식 기록에는 이런 표현의 대화가 없다는 것이다.

https://es.wikipedia.org/wiki/Caso_Asunta_Basterra 에서 발췌.


로사리오 : 당신과 당신의 작은 게임. 그걸 없앨 시간이 있었나요?
알폰소 : 닥쳐, 그 사람들이 우리 말을 듣고 있을 수도 있어.

이 세 문구 중 첫 번째와 마지막 문구는 허구이며, 두 번째 문구는 로사리오가 "그럴 시간이 없었지?"라고 말한 내용을 각색한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문구가 나중에 진실로 받아들여져 신문, 잡지, 텔레비전(심지어 2013년 10월 30일자 TVE-1의 전국 뉴스에서도)에서 무한정 반복되었다는 것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에도 두 사람이 구금된 뒤 (저 표현 그대로는 아니고) 둘만의 비밀이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대화 장면이 나온다. [이 드라마는 서사를 위해 각색된 부분이 있다고 밝히긴 했으나 어느 부분을 어떻게 각색했는지는 설명해놓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식의 대화가 '비공식적으로는' 정말 있었다는 건지 아니면 말 그대로 지어낸 것인지 그걸 잘 모르겠다. 위키백과의 내용이 맞다면 드라마에서는 이 대화를 재현할 게 아니라 당시 방송에서 이것을 어떻게 왜곡했는지 그 실상을 보여줬어야 하지 않을까? 시청자 대다수는 실제 아순타 사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이 드라마를 보니까 말이다. 실화를 다큐가 아닌 드라마로 만드는 건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이런 사건을 보면 이춘재 연쇄 살인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분이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사건 현장 주변의) 나무들은 범인을 다 봤을 텐데 말을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어린 나이에 죽은 아순타가 불쌍하고 안타깝다. 로사리오도 이제는 말 없는 자가 되었다. 도대체 범행 동기가 뭐였을까? 이것이 너무나 궁금할 뿐이다. 




2024-04-15

부재의 기억 -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세월호 참사 다큐멘터리


2014년 4월 16일.

그날 오전 나는 서울역 부근을 헤매고 있었다. 휴대폰 지도를 보며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가고 있었는데, 방향을 잘못 잡아서 완전히 반대쪽으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지하철을 탔는지 버스를 탔는지 그것까지는 기억이 안 나고 내린 위치에서 몇 분만 걸으면 저 곳이 나와야 했다. 하지만 10분 넘게 걸어도 저 대형 건물이 나타날 기미가 없어서 마침 옆을 지나가시던 어르신께 길을 물었다. 그런데 하필 그때 침이 튀어서 몹시 당황했다. 아무튼 그분 도움으로 강의 시작 전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업무에 필요한 강의를 듣는 동안 인터넷을 보지 못했다. 인천에서 제주도로 가던 배가 침몰했다는 것도 일터로 돌아와서야 알았다. 배에 타고 있던 승객들을 모두 구했다는 기사에 안도한 것도 잠시, 잘못된 보도였다는 후속 기사를 보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퇴근한 뒤부터 밤새도록 TV 뉴스를 보았다. 앞으로 어떤 생지옥이 펼치질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부재의 기억 (In the Absence)


: 2018년 제작. 이승준 감독. 런닝타임 28분.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에 노미네이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도 벌써 10년이 흘렀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정확한 침몰 원인을 알지 못한다. 여러가지 문제가 한꺼번에 겹쳐 일어난 사고인 것은 분명한데, 세월호가 침몰한 직후 개미 손발이라도 빌려서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해야 할 그 시점에, 사고 장소 근처에 있던 미국 특수부대의 도움도 거절하고 밤바다를 대낮처럼 밝혀줄 수 있는 조명 기구 지원도 거절하고 잠수부들 작업에 도움이 되는 다이빙벨도 못쓰게 하고(이 정도는 빙산의 일부분일 뿐) 그 1분 1초가 아쉬운 골든타임에 왜 그랬는지 지금까지도 이해 안 되고 설명 안 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참사 당일 새벽 아니 그 전날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은.........

지난 10년 동안 특히 4월이 되면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 다짐을 하고 기억을 되새기지만 그야말로 세월의 힘은 무섭다. 잊지 않으려 해도 기억은 희미해진다. 감정도 점점 옅어진다. 이렇게 세월이 더 흐르다 보면 무엇을 잊었는지 조차 잊어버리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딱 30분 정도만 세월호 참사와 희생자를 되새기는 일에 써보시면 어떨까. 물론 이 다큐를 보는 순간부터 숨이 막히고 화가 치밀어 오를 수도 있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배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도 청와대 VIP에게 보여줄 영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살인 충동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번은 보시길 권해봅니다. 우리 사회에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 되기에.

* 유튜브에서 '부재의 기억'을 검색하면 뉴스 영상만 죽어라 뜬다.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 영문 제목으로 올려놓은 이 다큐 풀버전(full version)을 찾을 수 있다. 한글 제목만 찾다가는 이것 마저도 놓칠 수 있다. 

2023-12-30

넷플릭스 실화 범죄 다큐 - 카레와 청산가리:졸리 조셉 사건

넷플릭스 신작 소개를 보는데, 제목이 주는 느낌이 몹시 섬뜩했다. 소개 글만 읽어봐도 심상치 않은 내용이다. 한 집안에서 여섯 명이 사망했는데 이게 모두 한 사람의 소행이라고?

🍛 보실 분은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

여섯 사람을 죽인 졸리 조셉의 두 얼굴

카레와 청산가리 : 졸리 조셉 사건

: 2023년 12월 공개. 넷플릭스 오리지널. 크리스토 토미 감독.

2019년 인도 케랄라의 구다타이 마을에서 '졸리 조셉' 이라는 여자가 체포된다. 14년 동안 시부모를 비롯해서 남편과 그 친척들까지 모두 6명을 살해한 혐의였다. 그녀는 그 지역에서 유명한 폰나마탐 가문의 일원이자 국립대학 교수로 존경을 받던 인물이었다. 남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그녀는 도대체 왜 이런 짓을 저질렀을까?



졸리 조셉은 농부의 딸로, 끊임없이 일을 해야만 하는 집안 사정이 불만스러웠다. 화려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컸던 그녀는 먼 친척이자 부유한 집안의 로이에게 관심을 보인다. 로이의 어머니인 안나마는 졸리가 석사 학위 소지자라는 점을 높이 사 아들과 결혼을 추진한다. 반면 로이의 아버지 은 졸리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1997년 두 사람은 결혼하고 졸리는 폰나마탐 가문에 무사히 입성한다.

학교 선생이었던 안나마는 고학력의 며느리가 집에만 있는 것을 원치 않았다. 졸리가 아이를 낳은 뒤에도 직업을 가지라고 계속 권유했다. 그러던 중 친정 아버지가 찾아오자 졸리는 궁지에 몰린다. 아버지와 시부모가 만날 경우 자신에게 학위가 없다는 사실이 탄로 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졸리에게 가장 압박감을 주던 시어머니 안나마가 2002년 죽음을 맞이한다. 가족들은 병 때문이라 생각했기에 부검도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6년 뒤인 2008년에는 시아버지 톰이 사망한다. 톰은 졸리가 자신의 처조카 매슈와 보통 사이가 아닌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톰은 건강에 좋다는 버섯 캡슐을 먹고 쓰러진다. 이번에도 다른 가족들은 톰이 왜 죽었는지 그 진짜 이유를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졸리는 톰이 로이와 자신에게 재산을 물려주었다고 알린다. 로이의 남동생 로조와 여동생 렌지는 허술한 유언장을 보관해 놓는다. 이 일이 있고 나서 로이가 사망한다(2011년). 이번엔 의사가 부검을 권해서 하게 되는데, 사인이 청산가리 중독으로 나온다. 이에 졸리는 남편이 빚만 잔뜩 남기고 자살한 것이라 주장한다. 다른 가족들은 당시엔 그녀의 말을 믿었으나 훗날 거짓임을 알게 된다. 빚을 갚으라고 나타난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2012년 렌지와 로조는 부모님의 집과 부동산이 졸리한테로 넘어간 것을 알게 된다. 졸리가 내놓은 유언장은 처음보다 헛점을 보강한 것이었으나 이는 죽은 톰이 유언장을 다시 썼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았다. 남매는 보관하고 있던 초기 유언장을 증거로 명의를 되찾아온다. 대신 졸리와 아이들은 부모님의 집에서 그대로 살게 해준다. 

조카 로이의 죽음을 계속해서 의심하던 삼촌 매슈(앞서 나온 매슈와 동명이인)는 2014년 죽음을 맞이한다. 그는 로이의 부검을 강하게 주장했고, 졸리의 불륜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혼자가 된 졸리는 남편의 사촌 샤주에게 눈독을 들인다. 샤주는 솔로도 아니고 아이가 둘(아벨과 알핀)이나 있는 유부남이었다. 2014년 아벨의 성찬식에서 일이 벌어진다. 당시 두 살이었던 알핀이 갑자기 눈이 뒤집히면서 의식을 잃은 것이다. 아이는 사망하고 샤주의 부인 실리는 우울에 빠진다. 졸리는 그런 실리에게 접근해 친해지더니 버섯 캡슐을 권한다. 아이를 다시 갖고 싶었던 실리는 건강에 좋다는 말에 캡슐을 먹었다가 사망한다. (2016년)




렌지는 실리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졸리를 보면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왠지 그녀가 즐거워 보인 것이다. 그제야 렌지는 이 모든 죽음에 졸리가 있음을 깨닫는다.

2017년 졸리는 소원대로 샤주와 재혼한다. 

렌지는 오빠 로이의 부검 결과서를 다시 살펴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당시 졸리는 로이가 '점심만 먹고 저녁을 먹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밤 11시 넘어 사망한 로이의 위에는 병아리콩 카레가 남아 있었다. 청산가리는 중독될 경우 짧은 시간 안에 사망하기 때문에, 로이의 위에 음식물이 남아있다는 것은 죽기 4시간 이내에 식사를 했다는 말이 된다. 

렌지는 경찰에게 이런 내용을 알리고 재수사 해줄 것을 요청한다. 사건을 검토한 사이먼 경정은 팀을 꾸리고 여섯 구의 시신을 모두 발굴해낸다. 뒤이어 놀라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난다. 교수로 일했다던 졸리는 대학교 그 어떤 자리에도 채용된 적이 일체 없었다. 각종 증명서는 톰이 운영했던 교육 컨설팅 회사에서 타인의 것을 훔쳐 위조했던 것.

그뿐 아니라 일반인은 허가를 받아야 구할 수 있는 청산가리를 졸리가 어떻게 구했을 지 따져보니 바로 그녀의 내연남 매슈가 열쇠였다. 귀금속을 다룰 때 청산가리를 쓰는데 매슈의 일터가 바로 귀금속 가게였던 것이다. 그는 친한 세공사에게서 청산가리를 얻을 수 있었다. 매슈는 졸리의 공범으로 체포된다.  



과학수사를 벌인 결과, 마지막으로 사망한 실리에게서 청산가리가 발견되었다. 로이를 제외한 나머지 시신에서는 음성이 나왔다고. 졸리의 남편 샤주와 그녀의 변호사 얼루어는 졸리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졸리는 렌지에게 '신이 자신을 용서할 것' 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에 렌지는 (화를 내키는커녕) "신이 너를 용서하고 모든 이를 용서하길 바란다"고 답했다는데, 다른 의미로 부처님 같은 렌지의 인품에 소름이 돋는다. 렌지는 현재 졸리의 아이들을 자신의 친자식처럼 보살피고 있다.

이 다큐를 보다 보면 졸리를 의심할 줄 몰랐던 가족들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굳이 그들의 죄를 묻는다면 사람을 너무 믿은 것뿐. 이런 반응이 많았던 것인지 '(당신은) 며느리의 학력을 서류까지 확인해 보았느냐'고 렌지가 되묻는데, 맞는 말이다. 새 식구가 집안에 들어올 때 신상을 철저히 털어보는 집이 과연 몇이나 될까. 가족이니까 믿었다는 렌지의 말은 한편으론 슬프게 들린다.
 
졸리는 경찰에게 '석사 학위가 있다고 거짓말한 게 살면서 저지른 가장 큰 실수였다'고 털어놓았다. 거짓을 숨기려다 살인까지 저질렀고, 그 뒤로 살인은 그녀가 목적을 쉽게 이루는 수단이 되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졸리 조셉. 남의 것을 빼앗아 내 욕망을 채우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오로지 자기만 아는 사이코패스의 심리를 내가 어찌 알겠나 만.... 사람 하나 잘못 들어와서 너무 혹독한 대가를 치룬 폰나마탐 가문 사람들의 행복을 이제라도 빌어본다. 



*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다큐 중 '비밀의 집 : 부라리 일가 사망 사건'이 있는데 이것도 인도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한 집에서 일가족 11명이 사망한 채로 발견. 몹시 충격적인 내용이다. 


2023-11-23

넷플릭스 범죄 다큐 추천 - 누가 질 댄도를 죽였나? (Who Killed Jill Dando?)


1999년 4월 26일, 영국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 자택 앞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다. 그의 이름은 질 댄도. BBC 방송사의 유능한 진행자이자 '크라임워치'라는 범죄 제보 프로그램을 맡고 있었다. 대낮에 주택가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영국은 큰 충격에 빠지고 경찰은 대대적인 수사에 들어간다. 

여성 앵커 질 댄도가 환하게 웃고 있다
Who Killed Jill Dando? / 넷플릭스 공식홈 캡처

누가 질 댄도를 죽였나?

: 2023년 9월 공개. 넷플릭스 오리지널. 3부작. 실화를 다룬 범죄 다큐멘터리.

당시 질 댄도는 자택이 아닌 약혼자의 집에서 살고 있었다. 팩스로 온 문서를 보러 잠시 집에 들르는 타이밍에 죽임을 당한 것이다. 그래서 경찰은 그녀의 스케줄을 잘 알고 있을 만한 주변 인물들부터 조사한다. 하지만 별다른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는다.


사건 현장에서 수집된 쓸만한 목격담은 두 가지였다. 검정색 머리의 남자가 뛰다가 버스 정류장에서 멈춰 섰다는 것과 파란색 레인지로버가 급히 떠났다는 것. 하지만 어이 없게도 사건 당시 그 정류장을 지나간 버스들의 CCTV를 빨리 확보하지 않아 경찰이 움직였을 땐 이미 다 지워진 상태였다. 

범인이 금방 잡힐 것 같았던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질 댄도가 애정을 갖고 진행했던 '크라임워치'에서 질 댄도를 죽인 범인을 수배한다. 제보가 쏟아져 들어오지만 이번엔 너무 많은 정보가 수사를 힘들게 만든다. 버스 정류장의 남자가 자기 같다는 사람까지 나타났으나 조사 끝에 범인에서 제외된다. 마약 조직 개입, 국제적인 문제의 발언에 대한 보복이라는 제보도 들어오지만 거짓 또는 신빙성이 없다고 판명된다. 

그러던 중 수사망에 포착된 유력한 용의자 배리. 그를 캐면 캘수록 수상한 점이 쏟아져 나온다. 급기야 유죄 판결을 받고 감옥에 갇힌다. 하지만 재심을 받고 8년 만에 다시 풀려난다. 담당 형사는 여전히 그가 범인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그는 절대로 질 댄도를 죽이지 않았다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질 댄도를 죽인 진짜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다큐 초반과 마지막에 나오는 영상이 있는데, 질이 어떤 방송에서 '크라임워치를 보면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답을 하는 장면이다. "걱정되죠, 그런데 사실 그런 범죄는 드물어요. 거리에서 나도 같은 일을 당할 거란 생각은 안 하죠".

이 다큐멘터리를 보는 동안 생각나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바로 '멘탈리스트'이다. 주인공 제인은 방송에서 범죄자 레드 존에 대해 한 마디 했다가 그에게 부인과 딸을 잃는다. 질 댄도 역시 저 발언 때문에 범인의 타겟이 된 것은 아닐까? 자신을 신(God)이라 여기고 사람 목숨을 장난감처럼 갖고 노는 과대망상자가 저 말에 꽂혀버린 건지도 모른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너도 같은 일(범죄)을 거리에서 당하게 해주마'. 그렇게 질 댄도를 죽일 계획을 세우고 길거리에서 실행. 1999년부터 현재까지 미제 사건으로 남았으니, 범인은 얼마나 신이 났을까? 만약 자유로운 몸이라면 이 넷플릭스 다큐도 나오자마자 보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 정도면 '내가 죽였다'고 동네방네 광고하고 싶을 것이다. 진짜 좀 그래주면 좋겠다.

너무나 아까운 사람이 한낮 범죄자 따위에게 희생되었다. 앞으로 얼마의 세월이 더 걸리든 범인이 꼭 잡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3-04-22

머독 가문의 살인 : 미남부 스캔들 - 넷플릭스 범죄 다큐 추천

스포일러 주의. Spoiler!

머독 가문의 앨릭스 머독
출처 TMDB 

머독 가문의 살인 : 미남부 스캔들

: 넷플릭스 리미티드 시리즈. 2023년 공개. 실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대대로 로펌을 운영하며 미국의 한 지역을 장악한 머독 가문. 겉으로 보기엔 부와 명예를 모두 갖춘 명문 집안이지만, 한 사고를 계기로 추악한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2019년 10월, 십대 남녀 여러 명이 탄 보트가 충돌 사고를 일으켜 한 명이 실종된다. 당시 보트에는 폴 머독과 모건, 맬러리와 앤서니, 마일리와 코너 이렇게 세 커플(총 6명)이 타고 있었다. 보트는 폴 머독의 것으로 사고 당시 그는 술에 잔뜩 취해 있었다. 그럼에도 보트의 주인은 자신이라며 아득바득 조종간을 잡은 것이다.
  

폴 머독이 속한 '머독 가문'은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햄프턴 지역에서 "법" 그 자체로 통했다. 보트 사고 직후 폴의 가족들이 번개처럼 출동하고 폴은 이렇다 할 조사도 받지 않는다. 사고 역시 폴이 아닌 코너가 낸 것처럼 몰아간다. 경찰은 갑자기 무능해지고 제 할 일을 하지 않는다. 머독 가문은 그렇게 집안 사람이 사고를 칠 때마다 힘과 인맥을 동원하여 덮어버리는 게 일상이었다. 

보트에서 튕겨져 나간 맬러리는 사고 지점보다 한참 먼 곳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맬러리를 추모하는 이들은 그녀가 천사 같은 사람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결과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도 벌을 제대로 받지 않은 폴은 그로부터 2년 뒤 그의 엄마 매기와 함께 살해된다. 이 사건의 용의자로 맬러리의 가족과 친구들이 가장 먼저 의심을 받는다. 

하지만 곧 (폴의 아빠이자 매기의 남편인) 앨릭스 머독에게 의심이 쏠린다. 아울러 과거에 죽은 두 사람이 조명을 받는다. 한 명은 머독의 집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글로리아로 어느 날 출근했다가 계단에서 넘어져 사망했다. 알고 보니 그녀가 죽기 한달 전 앨릭스는 부동산에 관련된 보험에 가입했고 그녀의 사망으로 엄청난 액수의 보험금을 받았다. (그녀의 가족에게는 배상금은커녕 보험금도 전혀 주지 않았음)
     

또 한 명은 앨릭스의 큰아들 버틀러의 학교 친구인 스티븐으로, 버틀러와 동성 애인 관계라는 소문이 있었다. 햄프턴은 게이를 멸시하는 분위기였고 머독 집안에서도 동성애를 용납하지 않았을 거라는 추측이다. 경찰은 뺑소니 사망으로 결론 내렸지만 스티븐의 몸에는 그런 정황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앨릭스가 로펌에서 거액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고, 급기야 길에서 총을 맞는다. 2021년 9월, 아들과 부인의 살해 사건 3개월 뒤였다. 여기서 에디라는 전과자가 등장하는데, 앨릭스가 그에게 지속적으로 돈을 보낸 정황이 있다(범죄 파트너). 앨릭스는 그에게 총을 쏘아 달라 부탁했다고 진술한다. 하지만 에디는 자신이 총을 쏘지 않았으며 도리어 그가 판 함정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어느 기자가 정보원으로부터 받은 제보에 의하면, 앨릭스가 에디를 현장에 불러 죽이고는 '에디가 자신을 죽이려 했으며 부인과 아들을 죽인 진범'이라고 주장하려 했다는 것이다. 


글로리아의 보험금 횡령 혐의로 구속된 앨릭스는 강력한 법의학적 증거가 나오면서 아들과 부인의 살해 혐의로 기소되었다(2022년 7월 14일). 최신 뉴스를 찾아보니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두 번 연속으로 선고 받았고 이에 항소할 것이라고 한다. 글로리아에 이어 스티븐에 대한 조사도 다시 시작되어 그의 시신을 발굴해 부검을 했다고 한다(23년 4월 3일 CNN 뉴스). 맬러리 가족이 낸 소송에 대한 재판은 시작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머독 가문에 꼭 책임을 묻게 되길 바란다.   

제목에 추천이라고 써 놓았으나 이 다큐를 보고 나면 사이코패스 같은 인간 본성에 치가 떨리고 회의가 들 수 있다. 돈이 많으면 뭐하고 명예가 드높으면 무엇 하리.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들을 반드시 막아야 하는 이유는 하나다. 그들을 그냥 놔두면 애먼 사람들, 특히 착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대가를 치른다. 맬러리, 글로리아, 스티븐이 그런 것처럼.


2022-10-20

범죄 다큐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 시즌3 - 넷플릭스 추천

줄거리가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Spoiler!

어느 경찰이 기차 선로에서 증거를 찾고 있다
넷플릭스 캡쳐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 (Unsolved Mysteries) 3부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 시리즈. 2022년 10월 18일 3부(3시즌) 공개. 

제목 그대로 '풀리지 않은', 도무지 진실을 알기 어려운 사건들을 다루는 다큐멘터리이다. 여기서 나오는 미제 사건들은 사람이 감쪽같이 사라지거나 전말을 알 수 없게 죽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재미를 논하는 게 민망하지만, 한번 보기 시작하면 끊기 어려울 만큼 몰입도가 높다.

1시즌 1화 옥상의 미스터리 - 어느 건물의 천장을 뚫고 들어가 사망한 남자. 그런데 그가 추락한 곳을 추리해보면,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떨어져야 한다. 도대체 답이 나오지 않는 추락지점. 그는 대체 어떤 경로로 죽음을 맞게 된 것일까?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미용사, 쓰레기장에서 발견된 백악관 전 보좌관, 가족을 몰살하고 사라져버린 가장, 호텔에서 죽은 채 발견된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자, 연달아 사라져버린 아이들......

3부도 미스터리한 죽음을 맞이한 10대 배구 선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집 근처에서 사라진 그녀는 집에서 한참 떨어진 선로에서 기차에 치인다. 철도회사에 소속된 경찰은 처음부터 그녀가 자살했다고 결론 내리고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 심지어 부검조차 하지 않았다. 가족들이 증거를 찾으러 다닌다. 어떻게든 고인의 잘못으로 넘기려는 철도회사 때문에 초동 수사가 엉망으로 이루어졌다. 몇 년이 지난 지금 가족들은 진실을 아는 사람이 나서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해결되지 않은 사건들 이야기라서 시청하는 동안 무력감을 느낄 수도, 분노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하지만 더 많은 (미국) 사람이 이 다큐를 보면 좋겠다. 오래전에 무심코 보았던 어떤 장면을 떠올릴 수도 있고, 침묵을 지키고 있던 사람이 마음을 바꿔 제보할 수도 있으니까. 뭐니뭐니해도 가장 바라는 것은 사건의 진실이 낱낱이 밝혀지는 것. UFO나 혼령은 그러기 힘들겠지만, 미제 사건만큼은 세월이 얼마가 흐르든 꼭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희생자는 물론이고 시간이 멈춰버린 그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2022-08-07

마릴린 먼로 미스터리 : 비공개 테이프 - 넷플릭스 다큐 추천


줄거리가 자세히 나오니 주의하세요. Spoiler!

마릴린-먼로가-검은-눈물을-흘리고-있다

마릴린 먼로 미스터리 : 비공개 테이프
(The Mystery of Marilyn Monroe: The Unheard Tapes)

: 2022년 공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사망한 지 60년이 넘었지만 그 세월을 느낄 수 없을 만큼 현재에도 회자되고 있는 마릴린 먼로. 그녀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을 밝히기 위해 앤서니 서머즈(Anthony Summers) 라는 작가가 그녀의 주변 인물 1000여명을 인터뷰하고 이를 650개의 테이프에 담았다. 이 다큐에 나오는 목소리는 실제 인물들 것으로 이 다큐 외에 전혀 공개된 적이 없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 다큐에는 마릴린 먼로를 얘기할 때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케네디 형제의 얘기가 자세히 나온다. 마릴린은 당시 미국의 대통령인 존 F. 케네디와 법무부 장관인 로버트 케네디 두 남자와 모두 관계를 가졌다. 정치 실세들과 몰래 만나는 그녀는 FBI의 감시 대상이 된다. 더욱이 로버트 케네디의 정적인 마피아(지미 호파)가 세 사람의 밀회 장소와 마릴린의 자택을 도청해서 녹음을 했는데 대화는 물론이고 섹스 소리까지 담겼다고 한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세 사람이 도청 당하고 있는 것을 FBI가 몰랐을 리 없었을 텐데, 그걸 그냥 뒀다는 말인지? 명목은 로버트의 적이 도청을 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FBI가 시켰거나 이를 이용한 게 아닐까 의심이 든다. 아무튼 공산주의자인 아서 밀러와 결혼했었고 공산주의자들과 접촉한 적이 있는 마릴린은 FBI가 판단하기에 미국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인물이었다.




당시는 미국과 러시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냉전 시대였고 FBI는 마릴린을 통해 미국의 극비 정보들이 러시아(당시 소련)로 넘어갈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 모양이다. 갑자기 두 형제에게 버림 받은 마릴린은 너무 상심한 나머지 약물에 더 의존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인터뷰 작업을 통해서 마릴린의 사망 당시 정황도 밝혀졌다. 마릴린은 집에서 죽은 게 아니고 병원으로 실려가던 도중 사망해서 다시 집으로 실려왔다고. 그 전에 로버트 케네디가 현장에 있었고 마릴린과 대판 싸웠다고 한다. 로버트가 떠난 시점이 정확히 나오지는 않는데 마릴린이 죽은 뒤가 아닐까 싶다. FBI 요원들이 현장을 수습했고, 죽은 마릴린을 처음 목격한 것은 가사도우미로 발표되었다. 앤서니 서머즈가 결론 내리기를 마릴린이 살해되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고 자살 내지는 우발적인 약물 남용으로 추정한다고 한다.




마릴린이 죽자마자 케네디와 그녀를 연결 지을 수 있는 모든 것을 FBI가 없애버렸다고 하는데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세 사람의 관계를 아는 모든 사람을 죽여 없애기 전에는 말이다. 공직자면서 결혼도 한 놈들이 당대 스타와 공공연하게 바람피우는 것도 밥맛이지만, 마릴린에게 왜 그러고 살았냐고 따져 묻기에도 너무 늦어버렸다. 마릴린은 자신이 케네디 두 형제에게 이용 당했다고 치를 떨었다는데, 만약 좋은 남편을 만났다면 그놈들과는 애초에 엮이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생각할 수록 그녀가 안타까울 뿐이다. 

36년 동안 불꽃처럼 살다 간 마릴린 먼로. 
마릴린 먼로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다면 이 다큐멘터리를 꼭 보기 바란다.


왼쪽부터-로버트-케네디-마릴린-먼로-케네디-대통령
로버트케네디-마릴린먼로-케네디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