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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6

두 개의 사랑 (프랑수아 오종 감독, 19금)


영화 타이틀 뒤에 이어지는 장면의 정체가 무엇인지 깨닫고 깜짝 놀랐다. 정신이 번쩍 들면서 '이 영화 뭐지?' 반발심마저 들었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영화를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편한 마음으로 본 것은 없다. 어쩌면, 그 예상치 못한 충격을 받는 맛에 그의 작품을 굳이 찾는 것인지도.


여자의 등에 남자가 밀착하고 있다
The Double Lover

두 개의 사랑


: 2017년 발표. 프랑스. 108분. 원작 소설 조이스 캐럴 오츠의 'Lives of the Twins'. 프랑수아 오종 감독. 마린 백트, 제레미 레니에, 재클린 비셋, 미리암 보이에 등 출연.


주인공 클로에는 불청객 같은 복통에 시달린다. 산부인과 진료로 해결이 안 되자 정신과 의사 폴을 찾아간다. 몇 번의 상담이 이어지고 폴은 더 이상 진료를 할 수 없다며 클로에에게 다른 의사를 알려주겠다고 한다. 점점 나아지고 있었던 클로에는 반발한다. 폴은 클로에에게 악수를 청하고는 손을 놓지 않는다. 클로에는 그의 본심을 알게 된다.




클로에는 폴의 집에서 함께 살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 길에 어떤 여자와 함께 있는 폴을 보게 된다. 그에게 따져 물으니 병원에만 있었는데 무슨 소리냐며 반문한다. 클로에의 의심은 점점 커져 가고 급기야 그를 목격했던 곳을 찾아가는데.......

외모는 똑같지만 존재는 다른 사람. 쌍둥이나 도플갱어는 창작물의 단골 소재이다. 보통은 두 존재를 물과 기름처럼 아주 상반되게 그린다. 천사와 악마, 이성과 감성, 부드러움과 거침, 따뜻함과 차가움 등. 클로에 역시 폴과 180도 다른 그의 분신에게 정신없이 빠져들고 만다. 

어디서부터 현실이고 어디까지 상상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연출을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 마린 벡트는 물론이고 야누스 같은 제레미 레니에의 매력이 크다. 청소년 관람 불가 답게 노출 장면들이 있으니 절대 후방 주의. 폭력 묘사가 많지는 않지만 수위가 높으니 역시 주의.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애매하긴 한데, 인간은 누구나 다 이중적이다? 이면이 있다? 내 안에 숨어있는 혹은 숨기고 있는 '전혀 다른 모습'에 대한 공포? 글쎄.... '세상에는 이런 작품도 있구나' 하고 넘어간다. (오종이 아닌 다른 감독이 만들었어도 이렇게 자비로웠을지 모르겠다)



2023-12-10

FBI (에프비아이) - 추천 미드 수사물

FBI.
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의 약자. 미국 연방 수사국. 미국 법무부 산하의 수사 기관이자 정보기관으로서, 범죄 수사와 미국 내의 정보 수집 업무를 담당(구글 검색 참고).

[미국이란 나라가 워낙 땅덩이가 크다 보니 주(州) 한 개가 웬만한 국가 수준이다. 하나의 사건이 여러 주를 넘나들며 일어나면 FBI가 사건을 맡게 된다. 그래서 연쇄 살인범이나 납치범이 나오는 범죄 수사물 에피소드에는 FBI가 등장할 확률이 99%다.]

미드 FBI 주연 배우들 사진이 모자이크처럼 배치되어 있다
미드 FBI / 출처 TMDB

FBI (에프비아이)

: 미국 CBS 제작. 2023년 5시즌 방영. 크레이그 터크 각본 및 감독. 딕 울프 감독. 미시 페레그림, 지코 자키, 제레미 시스토, 알라나 드 라 가르자, 존 보이드, 캐서린 르네 터너, 샨텔 반산텐, 에보니 노엘, 셀라 워드, 테일러 앤서니 밀러, 베데트 림, 제임스 첸, 로션 프랭클린 등 출연.



드라마 제목이 그냥 FBI이다. 타이틀도 화면 가득 차게 FBI 세 글자만 써 놓았다. 제목 그대로 FBI 요원들이 밤낮없이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이다. 주로 테러, 마약, 유괴&납치, 연쇄 살인, 혐오&증오 범죄, 국제적인 문제 등 규모가 큰 사건들이 나온다. 미국 드라마 '로 앤 오더(Law&Order)' 시리즈와 '시카고' 시리즈의 팬이라면 "딕 울프"라는 이름만으로도 이미 보셨을 수 있겠다.

메인(main) 주인공은 매기 요원과 OA로 불리는 오마르 요원이다. 매기는 남편을 잃은 충격과 슬픔에서 회복하지 못한 상태이고 오마르는 무슬림이라는 특이점을 가졌다(실제로도 무슬림 배우가 미드에서 주연을 맡은 게 처음이라고 함-나무위키). 서브(sub)지만 주연처럼 나오는 요원들도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사무실에서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수사를 지휘하는 주발 부(副)지부장은 알콜중독과 계속 싸우고 있다. 2시즌부터 나오는 스콜라 요원은 911테러로 가족을 잃은 아픔이 있다. 대단한 스펙에 세상 다 가진 듯 보이는 요원들이지만, 알고 보면 다 자기만의 짐을 지고 있는 (나와) 똑같은 사람들이다.

무슬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오마르를 잘 활용하는(?) 에피들이 있는데, 무슬림이 미국에서 테러를 자행하는 이유에 과연 미국의 책임은 없는지 되묻는 듯한 내용도 살짝 나온다(이런 에피의 경우 현지 시청자들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애써 찾아보지는 않았다). 딕 울프의 드라마는 선뜻 하기 힘든 질문도 던질 줄 안다. 그래서 좋다.



- 군더더기 없이 빨리 빨리 진행되는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
- 1~2회에 이야기가 끝나는 구성을 좋아하시는 분
- 남녀 주인공의 러브라인을 극도로 싫어하시는(극혐) 분

범죄 수사물 드라마가 거의 이런 식이지만 그래도 주인공의 러브라인을 필사적으로 피해다니는 분이 있다면 강력하게 추천해봅니다(단, 서브 배역에는 있음). 현재 5시즌까지 보았는데, 없어요~

* 웨이브에 다섯 개 시즌이 다 있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여기저기로 나뉘었다. 2023년 12월 현재 티빙과 쿠팡플레이에 1시즌부터 4시즌까지 있으며 웨이브에는 5시즌만 있다. 자꾸 바뀌다 보니 OTT를 결제하기 전에 확인이 필요하다. 

* 스핀오프 시리즈로 'FBI:모스트 원티드'와 'FBI:인터네셔널'이 있다. 시리즈 간에 크로스오버를 하기도 한다. 

* 사실 정말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로 앤 오더:성범죄 전담반(SVU)'이다. 현재 24시즌까지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길어서 엄두가 안 난다 해도 우선 1시즌만 봐보시라. 



2022-10-14

모범형사 1, 2시즌 - 넷플릭스 형사물 추천


줄거리가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Spoiler!

모범형사 강력2팀이 나란히 서있다
모범형사 시즌2


모범 형사

: 대한민국 드라마. JTBC 제작. 조남국 연출. 최진원 극본. 손현주, 장승조, 조희봉, 차래영, 김지훈, 정순원, 김명준(여기까지 인천 서부경찰서 강력2팀), 손종학, 신동미, 백은혜, 이하은 등 출연.

* 1시즌 - 2020년 방영. 이엘리야, 오정세, 지승현, 양현민, 조재윤, 이현욱, 손병호, 조재룡, 조승연 등 출연.

* 2시즌 - 2022년 방영. 김효진, 박근형, 정문성, 최대훈, 박원상, 이중옥, 홍서영, 백상희, 하영 등 출연. 




얼마나 재미있으면 2시즌까지 나왔을까 궁금해져서 보게 된 드라마. 역시 재미있었다. 무조건 발로 뛰는 베테랑 형사와 머리 회전이 빠른 젊은 형사의 조합. 심지어 젊은 형사는 몇 억 짜리 시계를 한번에 살만큼 부자이기도 하다. 돈이 억수로 많은 경찰이라니. 고정관념을 깨버리는 설정이 정말 신선하게 느껴졌다. 

1시즌은 사실상 사형 제도가 사라진 우리나라에서 사형이 이루어지는 것을 가정하고 진행된다. 사형 집행을 앞두고 불거진 어느 사형수에 대한 진범 논란. 천신만고 끝에 재심까지 열리지만 힘 있는 자들이 짜놓은 각본을 깨뜨리지는 못한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 저혈압이 치료 되는 기적을 만날 수도 있다. 어떻게든 진짜 범인을 밝히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형사들과 기자의 노력이 볼만하다. 양파 껍질처럼 한 겹 한 겹 벗겨지는 사건 전말, 그리고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보고 싶어서 마지막 회까지 열심히 달리게 된다.  




2시즌은 1시즌에 비하면 작위적인 부분이 눈에 많이 띈다. 재벌가 남매가 주연으로 등장하는데, 갑자기 나타난 경찰서장의 딸이 하필이면 여기 회사에 다닌다. 또 강도창(손현주 역)의 동생이 운영하는, PPL인 게 분명한 치킨집에서 주요 인물이 중요한 얘기를 엿듣는 일도 생긴다. 이 세상에 치킨집이 단 하나라면 모르겠지만. 이해 못 할 수준은 아니나 여러모로 1시즌과 비교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흠을 더 지적해보자면, 1시즌도 그랬지만 2시즌도 시작부터 자극적인 연출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재벌 2세가 개망나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설정이겠으나 여자를 구타하는 묘사가 도를 넘어선다. 더욱이 회상 장면으로 계속 나온다. 연쇄 살인범에 희생되는 여자들 묘사 또한 지나치게 자극적이다. 만약 3시즌이 나온다면 이는 반드시 고쳐져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백델 테스트를 하면 과연 몇 점이 나올까? 형사라는 직업이 워낙 남초이긴 하지만....) 




그나저나 '장승조' 배우의 연기를 여기서 처음 보았는데 이렇게 매력적일 수가..! 잘생긴 외모는 둘째 치고 내면 연기를 잘한다(순전히 그를 보기 위해 MBC 드라마 '돈꽃'을 보려 한다).
악녀 이미지가 강했던 이엘리야는 소신 있는 기자 역을 잘 소화해낸다. 특별 출연한 이현욱은 1시즌 초반부터 드라마에 몰입하게 만들어준다.

2시즌에서는 사이코패스 재벌 남매를 연기한 두 배우가 눈을 사로잡는다. 상처 깊은 영혼이 불쌍하다가도 자신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천나나 역의 김효진은 복잡한 인물을 잘 그려낸다. (Born to be 돌아이) 천상우 역의 최대훈은 여기서 처음 봤는데 연기를 잘해서 눈에 확 들어온다. 수트빨(suit fit)이 한 몫 했을 수도. 이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우태호 역의 정문성은 MBC 드라마 '검은 태양'에서 눈에 띄던 배우였다. 다음엔 길게 봤으면 좋겠다. 




진짜 범인이 밝혀지고 정의가 실현되는 형사 드라마가 잘나간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힘 있는 자들이 저지른 범죄가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거나 아예 묻혀버리는 것을 그간 많이 봐왔다. 드라마로 대리 만족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언젠가는 오기를. 


* 1시즌을 보는 동안 SBS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가 자꾸 생각났다. 조남국 PD의 연출작으로 손현주가 억울하게 딸을 잃은 아버지로 나온다. 아직 안 본 분이 있다면,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2022-09-14

머독 미스터리 14시즌 (Murdoch Mysteries) - 캐나다+영국 드라마 형사물


13시즌까지 다 보신 분만 보세요!
줄거리 나옵니다! Spoiler!


머독 미스터리 시즌14


머독 미스터리 시즌14 (Murdoch Mysteries 14season)

: 2021년 1~3월 방영. 2022년 16시즌 방영.

(2024.1월 현재 웨이브,티빙,왓챠,U+모바일tv에서 15시즌을 볼 수 있음)


14시즌은 전체 11개의 에피소드로 다른 시즌에 비해 짧다. 시즌마다 한번씩 나와주는 제임스 펜드릭과 테런스 마이어스를 제외하고 오래전 인물들이 다시 나타나 사건을 일으키는데 10화와 11화는 충격을 넘어서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5시즌에서 머독과 잠시 진한 사이였던 여인의 아이가 등장하는데, 설마 아이가 머독과 관계가 있나 했더니 역시나. Oh my god. 




머독은 자신을 닮은 자녀(특히 아들)를 원했지만 줄리아는 과거에 받았던 중절 수술로 인해 임신을 할 수 없었다. 아이를 포기한 채 살았던 그로써는 소원을 이룬 셈이다. 하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기엔 이야기를 쥐어 짜내려고 갈 때까지 간 느낌이다. 10년 만에 갑자기 나타난 아들이라니. (다음엔 또 누가 나오려나?)

인물이 많아야 이야깃거리가 많아지긴 하지만, 검시관의 연애 이야기나 크랩트리 순경의 스토커 이야기는 마치 물 위에 떠있는 기름 같은 느낌이다. 15시즌을 보면 생각이 또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14시즌은 13시즌보다 나아진 듯 했으나 뒤로 갈수록 의무감으로 보는 건 마찬가지였다. 캐나다에서는 여전히 인기가 높다고 하는데, 박수 칠 때 깨끗이 떠났으면 하는 바람도 든다.  


2022-03-28

이 날짜엔 절대로 OTT에 가입하지 마라 - 넷플릭스 팁

 OTT (Over The Top/온라인동영상서비스) 

 : 기존 통신・방송 사업자 이외 제3의 사업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TV, PC, 스마트폰 등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에듀윌 시사 상식)


대한민국에서-제공되는-OTT
주요 OTT 모음. 이미지 출처 지디넷코리아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 디즈니플러스, 카카오TV, 네이버티비, 쿠팡플레이, 애플티비, HBO MAX 등... OTT가 갈 수록 늘어나고 있다. 아마도 Netflix는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 찾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OTT를 여러 곳 이용해보니 조금이라도 손해를 안 보려면 가입 날짜를 잘 선택해야 하겠다.

특히 새로 가입하지 말아야 할 날짜는 바로 2월 28일이다.

처음부터 1년 사용할 것이라면 언제 가입하든 상관없다. 하지만 딱 한 달만 사용하려고 했을 때 반드시 저 날짜는 피하는 게 좋다. 왜냐하면 2월 28일 0시에 가입했다고 가정했을 때 3월 27일 pm 11시 59분 59초가 되면 서비스가 끝날 것이다. 그럼 "28일 동안"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셈이다. 



반면 3월 1일 0시 1분에 가입했다고 가정해보자. 한달 지나 4월 1일 0시 1분 직전까지 사용한다고 하면 31일 동안 사용하는 것이다. 무려 3일 차이가 난다. 하지만 OTT 회사에서는 이 차이를 절대로 보전해주지 않는다. 

가입한 날짜의 다음달 그 날짜(ex.2월 28일이면 3월 28일)에 결제가 이루어지므로, 가장 좋은 가입 날짜는 매월 1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31일에도 되도록 가입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두번째 팁. 휴대폰 OTT 앱에서 결제하지 말고 되도록 컴퓨터나 모바일 웹에서 결제할 것. 앱에서 결제할 경우 구글에서 결제가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환불이나 취소하려고 할 때 복잡해질 수가 있다. 아울러 구글 수수료 때문에 앱에서 결제하는 요금이 더 비쌀 수도 있다. 반드시 컴퓨터와 앱에서 결제할 때의 이용료 차이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것!


2022-02-16

덱스터 뉴 블러드 (Dexter New Blood) 리뷰 - 결말 스포일러 주의!


줄거리가 나옵니다. 주의하세요! Spoiler!

덱스터와-그의-아들-해리슨이-마주-보고-있다
덱스터와 아들 해리슨. 사진 출처 TV Guide

덱스터:뉴 블러드(Dexter:New Blood)를 드디어 다 보았다. 흠...


조용히 숨어 사는 덱스터 앞에 어느 날 갑자기 아들이 나타난다. 안 본 사이에 10대 청소년이 되어있는 해리슨. 덱스터는 아들이 자신의 사이코패스 기질을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고민 끝에 '어둠의 동반자'를 어떻게 제어해야 하는지 아들에게 알려주기로 하는데... 

"나는 사이코패스이고 '죽어 마땅한' 놈들을 찾아내 죽이는 것으로 살인 충동을 다스린다"
이런 얘기를 누가 했을 때 아무 거리낌 없이 '그래? 그렇구나'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전에 이런 얘기를 남에게 드러내 놓고 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덱스터는 늘 외로웠다. 갓난아기 해리슨에게나 자신의 본성을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었다. 그의 진짜 정체를 알고도 그를 따랐던 여자들이 있긴 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그가 아무리 나쁜 인간들만 골라 죽인다 해도 일반인의 기준에 그는 살인자일 뿐이다.


아버지 덱스터는 아들 해리슨의 본성을 알아채고 -양아버지가 덱스터에게 가르쳤던 것처럼- 살인자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는 곧 아들에게 '나는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라고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막상 결심이 서자 덱스터는 해리슨이 보는 앞에서 사람을 죽인다. 그것도 모자라 시신을 절단하는 것도 보여주고 뒤처리까지 함께 한다. 물론 가르칠 때 확실히 가르쳐야겠지만, (일반인의 입장에선) 덱스터가 사이코패스라는 것을 새삼 다시 느낀 순간이었다.  

'악인을 처단하는 것으로 수많은 무고한 생명을 살린다' 
해리슨이 이 논리에 매료될 때 불안하긴 했다. 덱스터는 살아남기 위해 악인이 아닌 사람도 희생시켰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 리 없는 해리슨은 덱스터를 영웅으로 여긴다.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것까지 감수하면서 아버지와 함께 사는 삶을 꿈꿨는데, 해리슨이 곧 마주한 진실은 아버지란 인간이 필요에 의해 죄 없는 사람도 죽인다는 사실이었다. 분노한 해리슨은 아버지에게 총을 겨눈다. 크리스마스 때 아버지 덱스터가 아들 해리슨에게 선물로 준 바로 그 총.


해리슨이 덱스터에게 총을 겨누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덱스터가 자기 가슴을 가리키며 쏘라고 한다. 여기서 1차로 Woops. 아들을 살인자로 만들겠다고? 더구나 친아버지를 죽인 존속 살인자로? 사실 아버지라면 이럴 땐 차라리 자살을 택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 드라마의 작가들은 그런 스토리로 가지 않는다. 아버지가 총을 쏘랬다고 잠시 망설이다 쏘는 해리슨에게서 그 역시 타고난 사이코패스임을 절감하게 된다. 

줄지어 달려가는 경찰차를 보면서 유유히 마을을 빠져나가는 해리슨은 눈물 한 자락 흘리지 않는다. 심지어 그의 얼굴은 평온해 보이기까지 한다. 옅은 미소도 지은 것 같다. 이쯤 되면 제목에 왜 '뉴 블러드'가 붙었는지 알겠다. 덱스터의 자리가 '새로운 피'에게 넘겨진 것이다. 덱스터의 피를 물려받은 해리슨에게로.


총을 맞고 눈밭에 쓰러진 덱스터의 뒤에 피가 빠르게 번져나갔지만, 그는 정말 죽었을까? 우선 그의 맥박을 확인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그가 죽었다는 것을 확실히 결론 내주는 그 어떤 것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덱스터가 살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뉴 블러드 2시즌이 나온다면 주인공은 해리슨이고, 덱스터는 병원을 탈출해서 사라져버리는 설정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하지만 과연 2시즌이 나올 수 있을까)

사이코패스가 역시 사이코패스인 자식에 의해 최후를 맞이하는 결말이 아주 그럴 듯해 보이긴 하지만, 정말 이게 최선이었을지 묻고 싶다. 결국은 덱스터가 이기적인 살인자였다는 결론을 내리려고 새 시즌을 만든 것이 아닐 텐데. 뉴 블러드까지 9시즌에 걸쳐서 본 덱스터의 캐릭터가 와장창 깨어진 느낌이다. 그의 자식까지 사이코패스로 만든 게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도 들고. 


2021-12-30

그가 돌아왔다! 덱스터:뉴 블러드(DEXTER: NEW BLOOD) - 티빙 미드

주인공-덱스터
쇼타임 홈페이지에서 캡쳐


'연쇄살인마를 쫓는 연쇄살인마'


2013년에 시즌8로 끝난 덱스터가 2021년에 돌아왔다!

솔직히 8시즌에 너무 실망했어서 몇 달 전 새로운 덱스터 시리즈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 반 걱정 반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선 한참 뒤에나 볼 수 있겠거니 별 생각도 않고 있었다. 그런데 티빙(tving)에서 단독으로 제공한다는 뉴스를 보고 어찌나 반갑든지!


제작진도 8시즌이 마음에 안 들었나 보다. 억지로 쥐어 짠 스토리와 황당한 결말에 당시 얼마나 화가 났었는지 모른다. 그걸 만회할 수 있는 새 시즌이라면 대환영!

덱스터는 설경이 끝내주는 외진 동네에서 짐(Jim)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 총포상 점원으로 일하며 연애도 하고 무엇보다 오랫동안 살인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어떤 사건에 의해 그의 살인 본능이 되살아나고 그는 다시 '덱스터'가 된다. 

덱스터와 그의 여동생 뎁

덱스터, 그는 살인을 일삼는 사이코패스이다.

하지만 정말 죽어도 싼 놈들, 법의 심판을 제대로 받지 않는 놈들만 골라 죽인다.
경찰이 잡지 못하고 있던 악질 범죄자도 처치하고 범죄에 노출된 이들을 도와주기도 한다.

그는 과연 나쁜 사람일까?

법을 다룰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직접 단죄를 하는 자경단 활동을 옳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범죄자의 처벌이 너무 약하거나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갈 때면 내가 나서서 벌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례로 성범죄자 조**의 집에 들어가 그를 때려준 젊은이가 인터넷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다. 다른 나라 같았으면 조**은 벌써 사형 당했거나 죽을 때까지 바깥 구경도 못 했을 것을.

덱스터가 그런 헛헛한 마음을 채워준다. 아니 실제로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새 시즌에서도 죽여 마땅한 놈들을 처치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래도 살인은 안 될 말이지 하실 분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허나 덱스터는 판단 보류다. 아니, 뉴 블러드를 다 보아도 나는 그를 나쁜 놈으로 볼 수 없을 것이다.
 
배우 마이클 C. 홀

덱스터 역의 마이클 C.홀은 덱스터 그 자체다. 하나의 배역에 굳어지는 게 배우에게는 좋을 리 없겠지만 그가 아닌 덱스터는 상상할 수도 없다. 그가 나온 다른 드라마는 몰입이 잘 안되어서 덱스터만 보기로 했다. 마이클의 메소드 연기만 봐도 남는다. 

'덱스터 : 뉴 블러드'는 납득이 가는 결말로 무사히 끝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