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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나쁜 가족(Para perhe) - 아빠의 업이 남매를 사랑하게 만든다 [2010년 핀란드 영화]


넷플릭스 핀란드 형사물 '데드윈드'의 덕질을 하다가 보게 된 영화. 더 정확히 말하면 이 드라마의 주연 배우들 '피흘라 비탈라(Pihla Viitala)'와 '라우리 틸카넨(Lauri Tilkanen)'의 덕질을 하다가 두 사람이 20대 때 함께 찍은 이 작품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어딘가를 바라보는 아버지, 딸, 아들의 시선을 각각 포착
Bad Family

나쁜 가족 (Bad Family / Para perhe / En dålig familj )


: 2010년 01월 29일 핀란드 개봉. 제4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상영작. 알레크시 살멘페라 감독. 빌레 비르타넨, 라우리 틸카넨, 피흘라 비탈라, 베리 키스키넨, 니키 세팔라 등 출연.


주인공 미카엘은 중년의 판사이다. 그에겐 전 부인에게서 얻은 큰아들(다니엘)과 재혼해서 얻은 어린 아들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전 부인이 사망하면서 그녀가 키우고 있던 딸(틸다)이 미카엘의 집에 오게 된다. 아주 어려서 헤어진 여동생을 16년 만에 만나게 된 다니엘은 혼란스럽다. 틸다가 다니엘을 바라보는 시선도 예사롭지 않다. 미카엘은 아들과 딸이 '같이 잤다(sex)'고 혼자 오해하고는 다니엘을 못살게 군다. 그의 의심은 점점 커져서 둘이 같이 있기만 해도 난리를 친다. 아빠가 그러거나 말거나 붙어 지내는 남매는 서로에게 가족 이상의 감정을 갖게 된다. 다니엘은 틸다와 함께 떠날 준비를 하고 이를 눈치 챈 미카엘은 극단의 방법을 취하는데.......


미카엘의 부인은 다니엘을 낳고 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아들을 낳은 지 두 달 만에 집을 나가 3주 뒤에 돌아왔다. 그러다 숨을 못 쉬겠다며 떠나버렸다. 그때 그녀 옆에는 약쟁이 가수가 있었다. 그럼 틸다를 언제 낳은 것일까? 처음에는 틸다의 아빠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틸다가 '왜 약쟁이 엄마한테 자기를 보냈냐'고 미카엘에게 묻는다. '엄마가 나아질까 해서 너를 보냈다'는 얘기도 나오고. 줄거리를 찾아봐도 친남매라고 나와있다. 제대로 번역된 자막이 필요하다😭😭😭


틸다와 다니엘이 키스를 나눈다
핀란드 영화 '나쁜 가족' (직접 편집)

같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오랜 세월 떨어져 있다가 만나면 강한 끌림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유전적 성적 이끌림-Genetic sexual attraction/GSA), 영화 속 다니엘과 틸다도 이런 양상을 보인다. 신체적으로는 다 큰 남매가 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잠을 자니 부모 입장에서는 물론 걱정이 되겠지만, 미카엘의 의심은 도를 넘어서 다니엘과 틸다가 섹스하는 사이라고 단정을 짓다 못해 이 둘을 막는답시고 비이성적 일까지 감행한다. 한마디로 미쳤다.

그에겐 오로지 아들을 불청객으로부터 지켜내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딸에 대한 애정은 눈곱 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다. 하긴 상식적인 아버지라면 아무리 멀리 살아도 자식의 안부 만큼은 챙겼을 것이다. 단지 바람 난 전 부인이 키운다는 이유만으로 딸을 완전히 지우고 산 것을 보니 틸다와 죽은 전 부인을 동일시한 것 같다. 틸다에게 "다니(Dani)는 내 아들이야!" 소리 지를 때나 전에 있던 곳으로 돌아가라며 비행기 표 얘기를 할 때는 매정함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다니엘이 갈수록 어긋나는 것을 모조리 틸다의 탓으로 넘기고 있지만, 미카엘을 미치게 만드는 것은 결국 딸을 챙기지 않은 그 자신의 죄이다.



이 작품의 장르가 코미디로 분류되어 있어서 의아했는데, 미카엘의 과민한 행동들을 보면 쓴웃음이 나온다. 틸다의 방 앞에서 가족끼리 성적 관계를 가질 경우 어떤 처벌을 받는지 법조항을 고래 고래 읽는 장면은 압권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남매 사이를 무섭게 결속 시킨 것은 결국 미카엘이었다. 그러게 어렸을 때부터 남매를 계속 만나게 했든가 같이 살았다면 이렇게 되었겠냐고~!

미카엘로 나오는 '빌레 비르타넨'의 연기는 최고다. 당시 신인 급인 라우리 틸카넨의 연기도 뛰어나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도 지금과 똑같다. 피흘라 비탈라는 팜므파탈 느낌에 깜찍한 외모가 너무나 매력적이다. 번역이 잘 된 자막으로 보고 싶다! 우리나라 영화제에서 상영했었으니 한글 자막이 어딘가 있을 텐데😭😭😭 어느 OTT든 이 영화 좀 제공해주세요 제발~


* 핀란드 제목 'Para perhe'를 해석하면 '최고의 가족'이다.

* 2009년에 촬영했다 치고 당시 배우들 나이를 따져보니 라우리가 22살, 피흘라가 27살?!! 그럼에도 10대 역할이 어색하지 않다. 십여 년 만에 한 작품에서 주연으로 다시 만나는 기분은 과연 어떨까?

데드윈드 주인공 카르피와 누르미가 함께 나온 잡지 표지
'데드윈드' 누르미와 카르피


* '데드윈드'에서 본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반갑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카페에서 틸다에게 관심 보이는 남자는 사샤(1,2시즌), 미카엘의 지인은 경찰 간부 스텐(2시즌), 병원 간호사는 3시즌 요주의 인물, 미카엘의 재혼 부인은 카르피&누르미와 함께 일하는 펠톨라(지적인 미모에 깜짝). 경찰 간부 쿨리오(2시즌)도 잠깐 출연.

* 빌레 비르타넨이 셜록 같은 추리력을 가진 형사로 나오는 핀란드 드라마 '살인 없는 땅(=보더타운=소르요넨)'도 볼만하다. 넷플릭스에 한참 올라와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2024-04-24

넷플릭스 추천 영화 - 눈물을 만드는 사람 The Tearsmith (+ 나의 잘못 My Fault)

 
니카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보육원에 가게 된다. 그곳은 악독한 원장이 지배하는 지옥같은 곳이었다. 원장은 리젤을 뺀 모든 아이들을 괴롭힌다. 리젤 역시 니카에게는 불친절한 아이였다. 세월이 흐르고, 청소년이 된 니카는 드디어 새 가족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리젤을 본 양부모가 그를 같이 입양하려고 한다. 줄곧 입양을 거절해왔던 리젤은 이번엔 순순히 따라 나서는데.....

니카와 리젤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눈물을 만드는 사람 (The Tearsmith)


: 넷플릭스 오리지널 이탈리아 영화. 2024년 4월 공개. 에린 둠 소설 원작. 시모네 발다세로니, 카테리나 페리올리, 사브리나 파라비치니, 알레산드로 베데티, 로베르타 로벨리 등 출연.

🦋🦋🦋 스포일러 주의 🦋🦋🦋

사춘기 미성년자를 한꺼번에 두 명씩이나 입양하는 게 말이 되나 싶기도 한데 원작 소설 설정이 그런 것이니 따지지 않기로 한다. 어쨌거나 주인공 두 사람이 가족이 될 처지에 놓여야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으니 말이다.



영화는 니카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리젤도 내레이션을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랬다면 지독한 아이러니와 싸우는 리젤의 내면이 더 잘 드러났을 것 같다. 

리젤은 원장의 편애를 받는 입장에서 니카를 좋아하는 마음을 드러낼 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원장이 니카를 더 괴롭힐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는 니카와 함께 있기 위해 입양을 거절해왔지만, 니카와 함께 있기 위해 입양에 응한 뒤에도 진심을 드러낼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임시 입양 상태에서 둘이 연애라도 했다간 입양이 무산될 수도 있었다. 리젤은 니카가 얼마나 가족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니카에게 계속 가시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 혹은 남녀 주인공 버전이 각각 있는 영화 '엘리노어 릭비(제임스 맥어보이, 제시카 차스테인 주연)'처럼 리젤 버전을 따로 만들어도 괜찮을 듯.

사실 주인공 두 배우에게서 고생하며 자란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개연성 0인 외모가 한편으로는 또 개연성이다. 니카와 리젤 두 사람이 한 화면에 나오면 그야말로 '섹텐(성적 긴장감)'이 줄줄 흐른다. 더구나 노출 장면도 있는데 등급이 15세 관람가! 19금 매기기엔 수위가 좀 약하다 해도 청소년 관람 가능 등급은 아니지 싶은데.....🙄 아무튼 고급스러운 하이틴 로맨스 같은 영화 '눈물을 만드는 사람'을 소심하게 추천해본다. 


+) 이 작품 반응이 궁금해서 서핑해보는데 다른 영화가 함께 언급되고 있었다. 내용을 보니 부모의 재혼으로 남매가 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 이 작품도 궁금해서 찾아 보았다. 


나의 잘못 (My Fault)

: 프라임 비디오 2023년 공개. 스페인 영화. 원작 메르세데스 론의 3부작 소설. 니콜 월레스, 가브리엘 게바라 주연. (나무위키 참고)

감상을 솔직히 말해보면...... 여자 주인공 노아에게 엄청난 재력의 새 아버지가 생긴 것부터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5성급 호텔 같은 저택은 물론이고 모든 것을 다 가진 오빠 닉의 존재까지. 초반에 노아와 닉이 티격태격 불꽃이 튈 때는 영화가 기대가 됐었다. 그 톡톡 튀는 티키타카가 계속 되었으면 좋았으련만....

카레이싱이 비중 있게 나오는데 후반에 가면 감독이 정작 만들고 싶었던 건 '분노의 질주'였나 싶어서 어리둥절해진다. 조연이 주연 된 느낌? 그래도 카레이싱 장면 연출은 괜찮다. 잡아먹을 듯 키스하는 장면이 많고 섹스씬이 노골적으로 나오는데 19금이 아니고 16세 이상?! 엔딩을 보니 다음 이야기가 또 나올 것 같은데, 속편의 빌런은 이들의 부모가 되려나? 속편이 나온다면 볼거리는 적당히 집어넣고 두 사람의 이야기에 충실하면 좋겠다. 


2024-04-15

부재의 기억 -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세월호 참사 다큐멘터리


2014년 4월 16일.

그날 오전 나는 서울역 부근을 헤매고 있었다. 휴대폰 지도를 보며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가고 있었는데, 방향을 잘못 잡아서 완전히 반대쪽으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지하철을 탔는지 버스를 탔는지 그것까지는 기억이 안 나고 내린 위치에서 몇 분만 걸으면 저 곳이 나와야 했다. 하지만 10분 넘게 걸어도 저 대형 건물이 나타날 기미가 없어서 마침 옆을 지나가시던 어르신께 길을 물었다. 그런데 하필 그때 침이 튀어서 몹시 당황했다. 아무튼 그분 도움으로 강의 시작 전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업무에 필요한 강의를 듣는 동안 인터넷을 보지 못했다. 인천에서 제주도로 가던 배가 침몰했다는 것도 일터로 돌아와서야 알았다. 배에 타고 있던 승객들을 모두 구했다는 기사에 안도한 것도 잠시, 잘못된 보도였다는 후속 기사를 보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퇴근한 뒤부터 밤새도록 TV 뉴스를 보았다. 앞으로 어떤 생지옥이 펼치질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부재의 기억 (In the Absence)


: 2018년 제작. 이승준 감독. 런닝타임 28분.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에 노미네이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도 벌써 10년이 흘렀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정확한 침몰 원인을 알지 못한다. 여러가지 문제가 한꺼번에 겹쳐 일어난 사고인 것은 분명한데, 세월호가 침몰한 직후 개미 손발이라도 빌려서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해야 할 그 시점에, 사고 장소 근처에 있던 미국 특수부대의 도움도 거절하고 밤바다를 대낮처럼 밝혀줄 수 있는 조명 기구 지원도 거절하고 잠수부들 작업에 도움이 되는 다이빙벨도 못쓰게 하고(이 정도는 빙산의 일부분일 뿐) 그 1분 1초가 아쉬운 골든타임에 왜 그랬는지 지금까지도 이해 안 되고 설명 안 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참사 당일 새벽 아니 그 전날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은.........

지난 10년 동안 특히 4월이 되면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 다짐을 하고 기억을 되새기지만 그야말로 세월의 힘은 무섭다. 잊지 않으려 해도 기억은 희미해진다. 감정도 점점 옅어진다. 이렇게 세월이 더 흐르다 보면 무엇을 잊었는지 조차 잊어버리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딱 30분 정도만 세월호 참사와 희생자를 되새기는 일에 써보시면 어떨까. 물론 이 다큐를 보는 순간부터 숨이 막히고 화가 치밀어 오를 수도 있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배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도 청와대 VIP에게 보여줄 영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살인 충동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번은 보시길 권해봅니다. 우리 사회에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 되기에.

* 유튜브에서 '부재의 기억'을 검색하면 뉴스 영상만 죽어라 뜬다.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 영문 제목으로 올려놓은 이 다큐 풀버전(full version)을 찾을 수 있다. 한글 제목만 찾다가는 이것 마저도 놓칠 수 있다. 

2024-03-16

두 개의 사랑 (프랑수아 오종 감독, 19금)


영화 타이틀 뒤에 이어지는 장면의 정체가 무엇인지 깨닫고 깜짝 놀랐다. 정신이 번쩍 들면서 '이 영화 뭐지?' 반발심마저 들었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영화를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편한 마음으로 본 것은 없다. 어쩌면, 그 예상치 못한 충격을 받는 맛에 그의 작품을 굳이 찾는 것인지도.


여자의 등에 남자가 밀착하고 있다
The Double Lover

두 개의 사랑


: 2017년 발표. 프랑스. 108분. 원작 소설 조이스 캐럴 오츠의 'Lives of the Twins'. 프랑수아 오종 감독. 마린 백트, 제레미 레니에, 재클린 비셋, 미리암 보이에 등 출연.


주인공 클로에는 불청객 같은 복통에 시달린다. 산부인과 진료로 해결이 안 되자 정신과 의사 폴을 찾아간다. 몇 번의 상담이 이어지고 폴은 더 이상 진료를 할 수 없다며 클로에에게 다른 의사를 알려주겠다고 한다. 점점 나아지고 있었던 클로에는 반발한다. 폴은 클로에에게 악수를 청하고는 손을 놓지 않는다. 클로에는 그의 본심을 알게 된다.




클로에는 폴의 집에서 함께 살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 길에 어떤 여자와 함께 있는 폴을 보게 된다. 그에게 따져 물으니 병원에만 있었는데 무슨 소리냐며 반문한다. 클로에의 의심은 점점 커져 가고 급기야 그를 목격했던 곳을 찾아가는데.......

외모는 똑같지만 존재는 다른 사람. 쌍둥이나 도플갱어는 창작물의 단골 소재이다. 보통은 두 존재를 물과 기름처럼 아주 상반되게 그린다. 천사와 악마, 이성과 감성, 부드러움과 거침, 따뜻함과 차가움 등. 클로에 역시 폴과 180도 다른 그의 분신에게 정신없이 빠져들고 만다. 

어디서부터 현실이고 어디까지 상상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연출을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 마린 벡트는 물론이고 야누스 같은 제레미 레니에의 매력이 크다. 청소년 관람 불가 답게 노출 장면들이 있으니 절대 후방 주의. 폭력 묘사가 많지는 않지만 수위가 높으니 역시 주의.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애매하긴 한데, 인간은 누구나 다 이중적이다? 이면이 있다? 내 안에 숨어있는 혹은 숨기고 있는 '전혀 다른 모습'에 대한 공포? 글쎄.... '세상에는 이런 작품도 있구나' 하고 넘어간다. (오종이 아닌 다른 감독이 만들었어도 이렇게 자비로웠을지 모르겠다)



2024-03-07

영화 아기와 나 (이이경 정연주 박순천 손예준)


'아기와 나'라는 일본 만화가 있었다. 본지 너무 오래되어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귀여운 아기가 나오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발견했을 때 괜히 친근감이 들었다. 만화처럼 웃기고 화기애애한 내용을 기대하며 영화를 보았는데...


이이경과 아기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이경 주연 영화 '아기와 나'


아기와 나 

: 2016년 제작. 손태겸 각본, 감독. 이이경, 손예준(아기), 정연주, 박순천, 오희준, 윤소미, 류경수, 성도현, 추귀정, 정인기, 한일규 등 출연.

주인공 도일은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다. 집에는 그의 엄마와 그를 오빠라고 부르는 순영, 그리고 아기가 있었다. 순영은 도일과 결혼식을 앞둔 사이다. 정확한 나이는 나오지 않지만 둘 다 20대 초반에 아기는 두어살. 그러던 어느 날 순영이 갑자기 사라진다. 그것도 모자라 엄마까지 아프다.



줄거리 소개는 이쯤하고... 만화와는 그저 제목만 같을 뿐이라는 것을, 영화를 조금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웬 욕설이 그렇게 많이 나와야 할까? 특히나 헤픈 여자로 설정해놓은 순영에 대해 도일의 친구들이 필터없이 내뱉는 말들은 차마 언급도 못하겠다. 도일 역시 순영의 행방을 알면서 모른척하는 친구에게 화가 나긴 하겠지만 어찌나 쌍욕을 퍼붓는지 욕이 나올 지경이다. 물론 영화에 욕을 쓰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설마 저학력 저소득층을 묘사하는 방법으로 욕을 택한 것인가? 아니면 연출자 개인의 감정을 영화속 인물들을 통해서 발산? 그렇지 않고서야 어쩜 그렇게 욕 파티를 벌이는지...

도일로 나오는 이이경의 연기는 좋다. 다른 배우들도 잘한다. 그의 집 안 풍경도 실제 가정집을 빌린 듯 아주 실감난다. 그런데 제목에도 먼저 나오는 아기를 주연으로 느낄 수 있을 만큼의 클로즈업이나 단독 분량이 없으니 그게 좀 아쉽다. 사랑스러운 아기의 모습이라도 실컷 보여줬으면 점수를 조금은 더 줬을 텐데.

이이경 연기만 보겠다고 하시면... 보세요(그가 이 영화에 애착이 있다고 하니). 영화 전반에서 느껴지는 리얼리티는 좋지만 선뜻 보라고 추천하기는 힘들다. 


* 그러고보니 장근석과 문메이슨이 주연한 같은 제목의 영화가 먼저 있었다. 여기서 여주인공은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이이경과 함께 나온 송하윤. 



2024-01-26

페어플레이 - 여자 쪽이 더 잘난 커플의 최후 (넷플릭스 19금 영화 추천)


함께 살고 있지만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남인 척 연기하는 에밀리와 루크. 따로 출근한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곳은 같은 회사 사무실이다. 사내 연애 금지 규정을 어기고 결혼까지 약속한 두 사람은 예상치 못한 일로 삐걱거리기 시작하는데.......

*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

영화 페어플레이의 두 주인공
넷플릭스 공식홈 캡처

페어플레이 (Fair Play)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2023년 공개. 청소년 관람 불가(만 18세 미만 시청 금지).
클로이 도몬트 각본, 감독. 피비 디네버, 올든 에런라이크, 에디 마산, 리치 서머, 서배스찬 더수자, 패트릭 피슐러 등 출연.


루크가 올라갈 줄 알았던 자리에 에밀리가 앉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 금이 간다. 남자 동료들은 에밀리가 성(sex)을 팔아서 그 자리에 올랐을 거라고 쑥덕거린다. 회사에서야 철저히 비밀로 하는 사이니 그런 개소리에 루크가 아무 말도 못 한 것인 줄 알았는데, 그 역시 에밀리가 성 상납 같은 편법을 썼을 거라 의심하고 있었다. 루크는 에밀리가 실력으로 승진했다는 것을 도저히 인정하지 못 한다.

에밀리는 상사로써 루크를 밀어주려고 하다가 큰 손해를 본다. 곧 실력으로 실수를 만회하지만, 루크는 그런 에밀리에게 열등감만 더 느낄 뿐이다. 에밀리가 잘 나갈 수록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각본이 탄탄하고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 그런 것이겠지만, 자기가 무조건 잘나야 하는 줄 아는 루크의 캐릭터가 너무 리얼해서 소름이 돋는다. 성인 여성 분들, 특히 연애 중인 분들께 이 영화를 추천해본다. 여자보다 남자가 잘나야 가정이 행복하다는 소리를 실제로 듣고 자랐던 세대로써 이렇게 관습을 짚어주고 현재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은 반갑다. 


* 에밀리로 나온 피비 디네버는 넷플릭스 히트작 '브리저튼'에서 처음 보았다. 연기를 잘한다 싶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감탄했다. 루크로 나온 올든 에런라이크의 연기도 대단하다. 두 주연 배우들의 연기만 봐도 충분히 남는 작품이다.




2024-01-21

송곳니- 블랙코미디라고 하기엔 너무 무서운 영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 스포일러 가득! 
영화를 보실 분은 스포 노출에 주의하세요 *


한 여자가 눈을 가린 채 두 팔과 두 무릎으로 잔디밭을 짚고 있다

송곳니 (2009년 작)


: 그리스 영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크리스토스 스테르기오글루, 미셸 벨리, 아겔리키 파푸리아, 크리스토스 파사리스, 마리 초니, 안나 칼라이치도 등 출연.


사실 프랑소와 오종 감독이 만든 영화인 줄 알고 보았다. 짧은 소개글에서도 평범하지 않은 작품이라는 게 느껴지긴 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이야..!!!




정확한 나이는 나오지 않지만 성인으로 보이는 세 남매는 높은 담장에 둘러싸인 대저택에서 살고 있다. 집 안의 세상은 아빠에 의해 철저히 통제된다. 인터넷도 TV도 라디오도 없다. 부모는 자식들에게 단어의 뜻도 완전히 다르게(틀리게) 알려준다. 길고양이가 집안에 들어오자 아들이 잔인하게 죽여버린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라고 교육 받은(세뇌) 탓이다. 

오직 아빠만이 집을 드나든다. 대형 사업체를 운영해서 돈은 많아 보인다. 생수병조차 라벨을 떼고 집 안에 들이는 그가 유일하게 집에 데려가는 사람은 회사 직원 크리스티나이다. 그녀는 돈을 받고 사장 아들의 성욕을 풀어준다. 큰딸은 그녀의 '키보드'를 핥아주고 그 대가로 영화 테이프를 얻어낸다. 

큰딸은 '록키(실베스터 스탤론 주연)'로 추정되는 영화를 보고 바깥 세상에 눈을 뜬다. 아빠는 몰래 영화를 본 큰딸을 비디오 테이프로 마구 때린다. 그리고 크리스티나의 집을 찾아가 폭력을 휘두른다. 쓰러진 그녀를 향해 '내 집에 악의 씨를 뿌린 죄를 알라'며 '네 자식이 널 닮은 천하의 망나니로 자라길 바란다'고 저주를 퍼붓는다. [이 대목에서 아비 당신이야말로 망나니이자 악(evil) 그 자체라고 퍼붓고 싶었다]


 
부모는 자식들에게 말해왔다. 어느 쪽이든 송곳니 하나가 빠지면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큰딸은 흔들릴 줄 모르는 자신의 송곳니를 스스로 빼버린다. 그리고 (바깥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인) 아빠의 차 트렁크에 몸을 숨긴다.

큰딸이 빠진 송곳니를 보며 웃는 장면이 압권이라는데 차마 볼 자신이 없어서 손으로 화면을 가렸다. 부모가 자식을 통제하는 게 얼마나 끔찍한지 살벌하게 보여준다. 더 나아가서는 사회 체제가 국민을 통제하는 것에도 적용시켜 볼 수 있겠다. 평화롭고 평범해 보이는 일상의 모습들이 이렇게 소름 끼치게 느껴지는 영화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크리스티나가 하던 역할을 큰딸에게 시키는 것도 엽기 그 자체다. 직접적인 장면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작은딸과 아들 사이에서도 성적인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말이지 너무 불편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한 영화이다. 정신적으로 충격을 크게 받을 수 있으니 강력히 추천은 못 하겠다. 괜히 봤다 싶으면서도 여운이 상당해서 영화나 창작 공부하는 분들께만 추천해본다. 

큰딸은 탈출에 성공했을까? 아니면...... 감독의 다른 작품 '랍스타'의 엔딩이 겹쳐진다.




2023-12-30

넷플릭스 실화 범죄 다큐 - 카레와 청산가리:졸리 조셉 사건

넷플릭스 신작 소개를 보는데, 제목이 주는 느낌이 몹시 섬뜩했다. 소개 글만 읽어봐도 심상치 않은 내용이다. 한 집안에서 여섯 명이 사망했는데 이게 모두 한 사람의 소행이라고?

🍛 보실 분은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

여섯 사람을 죽인 졸리 조셉의 두 얼굴

카레와 청산가리 : 졸리 조셉 사건

: 2023년 12월 공개. 넷플릭스 오리지널. 크리스토 토미 감독.

2019년 인도 케랄라의 구다타이 마을에서 '졸리 조셉' 이라는 여자가 체포된다. 14년 동안 시부모를 비롯해서 남편과 그 친척들까지 모두 6명을 살해한 혐의였다. 그녀는 그 지역에서 유명한 폰나마탐 가문의 일원이자 국립대학 교수로 존경을 받던 인물이었다. 남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그녀는 도대체 왜 이런 짓을 저질렀을까?



졸리 조셉은 농부의 딸로, 끊임없이 일을 해야만 하는 집안 사정이 불만스러웠다. 화려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컸던 그녀는 먼 친척이자 부유한 집안의 로이에게 관심을 보인다. 로이의 어머니인 안나마는 졸리가 석사 학위 소지자라는 점을 높이 사 아들과 결혼을 추진한다. 반면 로이의 아버지 은 졸리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1997년 두 사람은 결혼하고 졸리는 폰나마탐 가문에 무사히 입성한다.

학교 선생이었던 안나마는 고학력의 며느리가 집에만 있는 것을 원치 않았다. 졸리가 아이를 낳은 뒤에도 직업을 가지라고 계속 권유했다. 그러던 중 친정 아버지가 찾아오자 졸리는 궁지에 몰린다. 아버지와 시부모가 만날 경우 자신에게 학위가 없다는 사실이 탄로 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졸리에게 가장 압박감을 주던 시어머니 안나마가 2002년 죽음을 맞이한다. 가족들은 병 때문이라 생각했기에 부검도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6년 뒤인 2008년에는 시아버지 톰이 사망한다. 톰은 졸리가 자신의 처조카 매슈와 보통 사이가 아닌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톰은 건강에 좋다는 버섯 캡슐을 먹고 쓰러진다. 이번에도 다른 가족들은 톰이 왜 죽었는지 그 진짜 이유를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졸리는 톰이 로이와 자신에게 재산을 물려주었다고 알린다. 로이의 남동생 로조와 여동생 렌지는 허술한 유언장을 보관해 놓는다. 이 일이 있고 나서 로이가 사망한다(2011년). 이번엔 의사가 부검을 권해서 하게 되는데, 사인이 청산가리 중독으로 나온다. 이에 졸리는 남편이 빚만 잔뜩 남기고 자살한 것이라 주장한다. 다른 가족들은 당시엔 그녀의 말을 믿었으나 훗날 거짓임을 알게 된다. 빚을 갚으라고 나타난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2012년 렌지와 로조는 부모님의 집과 부동산이 졸리한테로 넘어간 것을 알게 된다. 졸리가 내놓은 유언장은 처음보다 헛점을 보강한 것이었으나 이는 죽은 톰이 유언장을 다시 썼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았다. 남매는 보관하고 있던 초기 유언장을 증거로 명의를 되찾아온다. 대신 졸리와 아이들은 부모님의 집에서 그대로 살게 해준다. 

조카 로이의 죽음을 계속해서 의심하던 삼촌 매슈(앞서 나온 매슈와 동명이인)는 2014년 죽음을 맞이한다. 그는 로이의 부검을 강하게 주장했고, 졸리의 불륜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혼자가 된 졸리는 남편의 사촌 샤주에게 눈독을 들인다. 샤주는 솔로도 아니고 아이가 둘(아벨과 알핀)이나 있는 유부남이었다. 2014년 아벨의 성찬식에서 일이 벌어진다. 당시 두 살이었던 알핀이 갑자기 눈이 뒤집히면서 의식을 잃은 것이다. 아이는 사망하고 샤주의 부인 실리는 우울에 빠진다. 졸리는 그런 실리에게 접근해 친해지더니 버섯 캡슐을 권한다. 아이를 다시 갖고 싶었던 실리는 건강에 좋다는 말에 캡슐을 먹었다가 사망한다. (2016년)




렌지는 실리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졸리를 보면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왠지 그녀가 즐거워 보인 것이다. 그제야 렌지는 이 모든 죽음에 졸리가 있음을 깨닫는다.

2017년 졸리는 소원대로 샤주와 재혼한다. 

렌지는 오빠 로이의 부검 결과서를 다시 살펴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당시 졸리는 로이가 '점심만 먹고 저녁을 먹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밤 11시 넘어 사망한 로이의 위에는 병아리콩 카레가 남아 있었다. 청산가리는 중독될 경우 짧은 시간 안에 사망하기 때문에, 로이의 위에 음식물이 남아있다는 것은 죽기 4시간 이내에 식사를 했다는 말이 된다. 

렌지는 경찰에게 이런 내용을 알리고 재수사 해줄 것을 요청한다. 사건을 검토한 사이먼 경정은 팀을 꾸리고 여섯 구의 시신을 모두 발굴해낸다. 뒤이어 놀라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난다. 교수로 일했다던 졸리는 대학교 그 어떤 자리에도 채용된 적이 일체 없었다. 각종 증명서는 톰이 운영했던 교육 컨설팅 회사에서 타인의 것을 훔쳐 위조했던 것.

그뿐 아니라 일반인은 허가를 받아야 구할 수 있는 청산가리를 졸리가 어떻게 구했을 지 따져보니 바로 그녀의 내연남 매슈가 열쇠였다. 귀금속을 다룰 때 청산가리를 쓰는데 매슈의 일터가 바로 귀금속 가게였던 것이다. 그는 친한 세공사에게서 청산가리를 얻을 수 있었다. 매슈는 졸리의 공범으로 체포된다.  



과학수사를 벌인 결과, 마지막으로 사망한 실리에게서 청산가리가 발견되었다. 로이를 제외한 나머지 시신에서는 음성이 나왔다고. 졸리의 남편 샤주와 그녀의 변호사 얼루어는 졸리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졸리는 렌지에게 '신이 자신을 용서할 것' 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에 렌지는 (화를 내키는커녕) "신이 너를 용서하고 모든 이를 용서하길 바란다"고 답했다는데, 다른 의미로 부처님 같은 렌지의 인품에 소름이 돋는다. 렌지는 현재 졸리의 아이들을 자신의 친자식처럼 보살피고 있다.

이 다큐를 보다 보면 졸리를 의심할 줄 몰랐던 가족들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굳이 그들의 죄를 묻는다면 사람을 너무 믿은 것뿐. 이런 반응이 많았던 것인지 '(당신은) 며느리의 학력을 서류까지 확인해 보았느냐'고 렌지가 되묻는데, 맞는 말이다. 새 식구가 집안에 들어올 때 신상을 철저히 털어보는 집이 과연 몇이나 될까. 가족이니까 믿었다는 렌지의 말은 한편으론 슬프게 들린다.
 
졸리는 경찰에게 '석사 학위가 있다고 거짓말한 게 살면서 저지른 가장 큰 실수였다'고 털어놓았다. 거짓을 숨기려다 살인까지 저질렀고, 그 뒤로 살인은 그녀가 목적을 쉽게 이루는 수단이 되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졸리 조셉. 남의 것을 빼앗아 내 욕망을 채우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오로지 자기만 아는 사이코패스의 심리를 내가 어찌 알겠나 만.... 사람 하나 잘못 들어와서 너무 혹독한 대가를 치룬 폰나마탐 가문 사람들의 행복을 이제라도 빌어본다. 



*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다큐 중 '비밀의 집 : 부라리 일가 사망 사건'이 있는데 이것도 인도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한 집에서 일가족 11명이 사망한 채로 발견. 몹시 충격적인 내용이다. 


2023-12-06

영화 비상선언 (송강호 이병헌 임시완 김남길 김소진 전도연)


개봉하자마자 보고 싶었지만 사정이 생겨 예매도 취소하고 잊고 지낸 영화였다. 당시에 평을 보니 좋은 소리 보다는 악평이 훨씬 많았다. 그래서 솔직히 안 보길 잘했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다 쿠팡플레이에서 발견하고 호기심에 보게 되었는데 웬걸?! 재밌는데? 이 정도면 잘 만들었는데 왜 그렇게 욕을 많이 먹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영화 비상선언 임시완 포스터
영화 비상선언 / 사이코패스로 나온 임시완

비상선언 (Emergency Declaration)


: 2022년 개봉. 한재림 감독. 송강호 이병헌 임시완 김남길 김소진 전도연 박해준 우미화 현봉식 문숙 설인아 권한솔 김학선 김보민(아역) 등 출연.


물론 왜 혹평이 많았는지 이유를 아예 모르겠는 것은 아니다. 범인이 사라지고 난 뒤부터 개연성이 흔들리고 억지스러운 설정들이 신경에 거슬린다. 신파가 강조되는 연출도 보는 이에 따라선 눈물을 강요하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겠다. 




그래도 개인적으론 단점보다 장점이 많이 보였기에 이제라도 소심하게 추천해본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있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서는 안 되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기에, 나였다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이 영화를 보고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 ✈ ✈

* 임시완이 이렇게 연기를 잘 했구나. 다시 봤다. 살아있는 연기였다. 

* 배우로서 전도연을 좋아하지만 장관 역에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았다. 맞지 않은 옷을 뒤집어 쓴 느낌. 

* 송강호, 김남길 두 배우 연기는 잘 했으나 배우로서의 매력이 그다지 드러나지는 않았다. 반면 사무장 역의 김소진 배우는 눈에 띈다.

* 비행기 연료가 그렇게 많은가? 미스터리다. 개연성 하락시키는 원인 중 하나. 

* 후반부에 의견 모으는 부분이 세밀하게 연출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조성진이 연주한 드뷔시의 달빛이 나올 줄이야.



2023-11-27

전두환의 손자를 응원한다 - 영화 서울의 봄 흥행에 부쳐 (+ MBC 제5공화국)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

2023년 초,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씨가 할아버지와 자기 가족들의 죄를 직접 폭로하고 나섰다. 가족들이 자신을 정신이상자로 몰아갈 것이 뻔하다며 정신건강 관련 문서도 미리 공개했었다. 내부자가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을 SNS와 라이브 방송을 통해 밝히며 재수사를 요구했었는데, 2023년 말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전우원씨의 마약 관련 혐의에 대해서만 재판이 진행 중이다.


역사의 인물로 분장한 황정민과 정우성
영화 서울의 봄


난 전두환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이다. 그가 대통령이던 시절, 북한을 상대로 댐을 세우지 않으면 남한이 물바다가 된다고 겁을 잔뜩 줘서는 전 국민에게 돈을 거뒀었다. 초등학생(국민학생)은 1인당 500원을 내야 했는데, 당시 우리집은 단돈 100원도 짜내기 힘들 만큼 어려웠다. (요즘 1천 원 안팎의 콘 아이스크림이 그 당시에 100원 정도 했음)



결국 돈을 다 못 내자 선생님이 대놓고 짜증을 내셨는데 그 표정과 말투가 아직도 생각난다. 나중에 커서 그 댐 얘기가 전부 거짓말이었고 그 돈이 다 어디로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전두환 ㄱㅅㄲ에게 진심으로 분노가 치밀었다. 그나마 초등생에게 할당된 액수가 가장 적었던 것 같은데, 전국에서 걷힌 돈이 과연! 대체! 얼마였을까? 검은 돈 챙긴 게 비단 이것뿐이겠냐 만은.

MBC 정치 드라마 제5공화국의 주요 인물들
MBC 정치 드라마 제5공화국

이덕화가 전두환으로 나왔던 MBC 드라마 '제5공화국'도 보다 말아버렸다. 연기인데도 그 ㄱㅅㄲ를 보는 게 괴로웠다. ㄱㅅㄲ는 저지른 죄에 비하면 저세상으로 너무 편하게 가버려서 신이 원망스럽지만 그 손자 만큼은 계속 응원해보려 한다.

* 2023년 11월 22일 영화 '서울의 봄' 개봉. 개봉 6일 만에 전국 관객 200만명 돌파. 군인 전두환이 쿠테타에 성공해 저 맘대로 대통령이 되어 나라를 휘청이게 만든 역사는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역사는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2023-02-06

서브미션 - 19일의 금요일에 볼만한 넷플릭스 성인 미드 추천




서브미션 (Submission)


: 2016년 쇼타임 미국 드라마. 넷플릭스에서 제공. 애슐린 예니, 저스틴 버티, 스킨 다이아몬드(레일린 조이) 출연. 재키 세인트 제임스 감독.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서브미션 두 주인공이 마주 보고 있다
쇼타임 드라마 서브미션. 출처 TMDB

미국은 놀라운 점이 "이런 드라마"도 만든다는 것이다. 사실 이건 말만 드라마지 야야야~한 영상 그 자체 아닌가. 리뷰를 쓰면서도 설마 이 글 때문에 블로그 문 닫는 건 아닐까 살짝 걱정이 된다. 

불만족스러운 애인과 헤어지고 친구 집에서 지내게 된 애슐리는 '노예'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복종하는 판타지에 매혹 된다. 그러던 중 친구의 생일 파티에서 한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자신이 바로 '노예'를 쓴 작가 놀란 키츠라고 밝힌다. 애슐리는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남자와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그에게 점점 끌리게 된다. 그리고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세계로 발을 들이게 되는데.




드라마 시작부터 사람 피부가 보인다. 6회 다 합쳐서 3시간 정도인데 절반 넘게 피부의 마찰과 야생의 소리로 채워지는 듯 하다. 둘이서, 셋이서, 동성끼리, 갖가지 도구를 이용해서.......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버전은 주요 부위가 불투명하게 처리되어 있다. 그럼 그렇지 원본을 그대로 보여줄 리가.

딜런 역을 맡은 스킨 다이아몬드는 과거에 성인물 쪽에서 활동했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스킨십' 연기가 누구보다 격렬하다. 현재는 배우 겸 가수 '레일린 조이'로 활동하고 있다고. 

시즌2에 대해 찾아보니, 시즌1을 '아메리칸 카마수트라'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 2018년에 개봉한 것 말고는 별 다른 소식이 없다. 시즌2는 영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이나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다시 얻으면 이제라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헛된 기대를 가져본다. 

재생하기 전에 이어폰이나 헤드셋 준비하세요. 😅😅😅




2023-01-24

넷플릭스 영화 정이(Jung-E) 추천! AI는 인간인가, 아닌가?

정이(Jung_E)

: 넷플릭스 오리지널. SF 액션 영화. 2023년 1월 20일 공개. 연상호 각본, 감독. 강수연, 김현주, 류경수, 이동희, 한우열, 윤기창, 이가경, 신민재, 박충환, 김선혁, 이현균, 박소이(아역), 전정일, 안지안 출연. 엄지원 특별출연.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 정이
넷플릭스 영화 정이

  • 대강의 줄거리

: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게 된 지구. 인류는 우주 공간에 피난처를 만들고 이동하지만, 그곳에서 분열이 일어나 아주 오래 전쟁이 계속 되고 있다.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해 전쟁을 끝낼 만한 AI 전투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연구소가 영화의 주요 무대이다. 이 연구를 이끄는 사람이 바로 정이의 딸 윤서현. 
어느 날 연구소의 주인이 곧 휴전이 될 거라며 전투 로봇 대신 (돈이 될만한) 다른 용도로 개발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엄마의 뇌와 외모를 가진 존재가 성인용 섹스토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서현은 정이를 연구소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목숨을 건다.




  • 좋았던 점

- 배우 김현주의 연기. 액션 연기도 뛰어나다. 
- 배우 강수연을 오랜만에 볼 수 있다는 것. 그녀의 마지막 연기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캐릭터라는 게 몹시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 수준 높은 CG. 정이가 경찰 로봇들과 싸우는 장면 특히 압권.
- 인간이 복제인간을 마음대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게 한다. 아울러 복제인간을 단순히 기계로 볼 수 있는지 생각할 꺼리를 준다.
- 마지막 5분. 



  • 덧붙임

영화를 보고 나서 포털사이트의 평점란을 보니 생각보다 악평이 많았다. 단점도 분명히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만한 SF 작품이 나왔다는 사실에 먼저 박수를 보낸다. 볼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면, 평점에 휘둘리지 말고 영화를 직접 보고 판단하시길 바란다.  

 

2022-03-03

영화 세 편 리뷰 - 피그(Pig), 시라노(Cyrano), 리코리쉬 피자(Licorice Pizza)


줄거리가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Spoiler!

니콜라스 케이지가 돼지에게 밥을 먹이고 있다
영화 '피그' 니콜라스 케이지 / 판씨네마

피그(Pig)
 :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 마이클 사노스키 감독.


영화 제목이 '돼지'이지만 주인공은 돼지가 아니다. 돼지는 주인공 로빈과 함께 사는 가족 같은 존재였다. 어느 날 갑자기 돼지가 납치된다. 산 속에 처박혀 살던 로빈은 돼지를 찾기 위해 세상으로 나온다.

그가 왜 은둔 생활을 하는지는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돼지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그의 놀라운 과거가 드러난다. 그는 돼지를 찾아다니면서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는 끝내준다. 그냥 주인공 그 자체다. '썩어도 준치' 라고 그의 연기력은 녹슬지 않았다. 아니, 더 깊어진 것 같다. 그의 연기만 봐도 관람료가 아깝지 않을 것이다. 영화도 재미와 감동을 함께 갖추었다. 감독의 첫 연출 작품이라니 놀라울 뿐이다. 몰락한(줄 알았던) 배우를 다시 살린 신인 감독.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에게 있어서 마이클 사노스키 감독이 '돼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런닝타임도 91분으로 부담이 적고 한껏 몰입하고 보다 보면 끝이 난다. 짧지만 여운이 긴 영화. 추천!


💔 💔 💔 💔 💔


짝사랑하는 여자 앞에 나서지 못하는 시라노
영화 '시라노' 피터 딘클리지 / 유니버셜 픽쳐스

시라노(Cyrano)
 : 피터 딘클리지, 헤일리 베넷 주연. 조 라이트 감독.


외모에 자신이 없는 남자 시라노는 록산느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한다. 록산느가 첫눈에 반한 남자에게 편지를 대신 써주면서 자신의 목마름을 채우는데...

제라르 드 빠르디유가 연기한 시라노를 아주 오래전에 보았었다. 편지를 채우는 문장들이 기가 막히게 멋지고 좋았었다. 다만 마지막에 숨이 끊어져 가는 시라노가 말을 하는데 도무지 끝나지 않아서 '도대체 언제 죽지?' 몹시 지겨워했던 게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운 시라노를 볼 때 이 기억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오만과 편견' 감독과 피터 딘클리지를 믿어본 결과는 역시나 대박(최고)!




뮤지컬 같은 연출과 노래 다 좋다. 배우들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두 시간이 후루룩. 다만 내용이 내용인 만큼 극심한 답답함과 짜증을 느낄 수 있다. 시라노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을 빙자해서 한 여자를 속이는 두 남자도 짜증 나고, 사랑에 눈이 멀어 시라노에게 이것저것 부탁하는 여자도 짜증 나고. 내용을 전혀 모르고 봤다면 짜증으로 폭발해버렸을 지도 모른다. 

정말 마음에 드는 것은 엔딩이다. 스포일러라서 쓰지는 못하겠지만 시라노의 마지막 대사는 그야말로 최고! 사랑에 솔직하지 못한 대가는 너무나 쓰고 아프다. 강력 추천!


🍕 🍕 🍕 🍕 🍕


여름날 여자와 남자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영화 '리코리쉬 피자' / 유니버셜 픽쳐스

리코리쉬 피자(Licorice Pizza)
 : 앨라나 하임, 쿠퍼 호프만 주연.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폴 감독의 작품 중에 '매그놀리아'를 감명 깊게 보았었다. 그의 다른 작품 '마스터'는 어렵다 못해 암호로 가득한 수학 책을 들여다 보는 기분이었다. '리코리쉬 피자'는 예고편을 보니 과거 시대의 일상을 다룬 것 같아서 부담이 없을 줄 알았다.

15살 남자애와 25살 여자의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 감독이 그리고 싶었던 그림은 이거였을까? 

'성인 여자에게 반해서 들이대는 남자애와 미성년자에게 거리를 두다 결국은 그 애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 여자의 얘기' 라고 요점 정리해버리기엔 영화 속에 담긴 것들이 많지만...... 감독은 대체 왜 이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내가 미국에서 태어나 1970년대를 몸소 겪은 사람이라면 그 시절 추억을 곱씹으며 아주 재미있게 봤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한국인. 철저히 미국 갬성(감성)인 영화를 한참 보고 있자니 내가 왜 이걸 보고 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커플에 몰입을 못 한 건 남자 주인공 개리의 탓이 크다. 너무 철딱서니 없게 느껴져서.

주연 배우들 연기는 좋다. 쿠퍼 호프만은 고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아들이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어쩐지 누구 닮은 것 같더라니. 연기력은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앨라나 하임은 원래 가수이고 이 영화가 첫 출연작이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처음부터 연기를 이렇게 잘하다니 반칙이야~ 아울러 영화 속 자매들과 부모 역할 배우의 성씨가 전부 하임(Haim)이었다. 온 가족이 연기를 잘 하다니😄😄😄 

좋은 노래도 많이 나오고 화면 색감도 좋은데 지루하다. 왜 지루한지 모르게 지루하다. 감독 이름이 아니었으면 선택하지 않았을 영화. 유치한 개리와는 다르게 자신이 어른이라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는 알라나의 끝내주던 운전 장면, 이것 만큼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2021-12-27

스파이더맨 노웨이홈 (Spider-Man : No Way Home) 리뷰 - 마블 영화

초강력 스포일러 주의!

스파이더맨-노웨이홈-영화포스터

스파이더맨 : 노웨이홈
(Spider-Man : No Way Home)


- 존 왓츠 감독. 톰 홀랜드, 베네딕트 컴버배치, 젠데이아 콜먼 주연. 2021년작.

 
마블 시리즈를 좋아하고 스파이더맨을 좋아하지만 이번 스파이더맨 : 노웨이홈은 보면서 정말 짜증이 났다.  

2탄 파프롬홈에서 미스테리오에 의해 악인으로 낙인 찍혀버린 피터 파커는 자신의 여자친구와 친구가 자기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대학교에 불합격하자 닥터 스테레인지를 찾아가 시간을 되돌려 달라고 부탁한다. 


닥터는 개인적인 부탁에 힘을 쓸 수 없다고 처음엔 거절한다. 그러다 외면 못하고 대신에 사람들의 기억을 지워주겠다며 주문을 실행한다. 

피터는 그런 닥터에게 이 사람 빼달라 저 사람 빼달라 요구하고, 닥터는 그만 하라고 하면서도 또 그걸 다 들어주다가 일이 커지고 마는데.

위험한 주문에 변수를 계속 가하는 것도 웃기지만, 사람들이 스파이더맨을 나쁜 놈으로 여기는 그 생각만 지우면 될 것 같은데 스파이더맨 존재에 대한 기억을 다 지워버려야 한다니 그것부터 무리수다 싶었다.  


그래 뭐, 여기까진 그렇다 치고. 

피터의 무리한 부탁으로 주문이 어긋나면서 다른 차원의 빌런(악당)들이 소환되는데, 닥터가 이들을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려 하자 피터가 무려 방해를 한다. 왜? 

자기가 그들을 고쳐보겠다고! 

고쳐서 돌려보내면 제 2의 인생을 살 수도 있을 거다, 죽을 걸 아는데 돌려보낼 순 없다 따위의 주장을 하며 닥터를 가두기까지 하는데 정말이지 개연성은커녕 황당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든 스토리를 쥐어 짜기 위한 설정으로 느껴졌다고나 할까.

메이-고모-역할의-마리사-토메이

메이 고모와 임시로 지내는 남의 집에 그 위험한 빌런들을 안전 장치도 없이 들이더니 본성을 못 버린 한 빌런으로 인해 결국 고모는 죽고 만다.

여기까지 보는데 어찌나 짜증이 나던지.

피터가 아직은 어린 10대 청소년이긴 하지만 전작들에서 이렇게 대책 없는 캐릭터였었나?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라는 말처럼 엄청난 힘을 가진 애송이를 철 들이려는 건 알겠는데 그걸 꼭 고모를 희생시켜서 이뤄야 했나?

단순한 조연도 아니고 메이 고모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소중한 일부였는데.


아무튼 이 와중에 소환된 1대, 2대 스파이더맨과 힘을 합쳐 빌런들을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려보내는데

애초에 빌런들이 소환된 이유가 어처구니 없다 보니 세 스파이더맨의 합동 활약도 빛이 바랜 느낌이다. 

차라리 토비와 앤드류 분량을 늘려줄 것이지. 

빌런들 치료하는 혈청을 오랫동안 생각했다는 토비가 빨리 등장해서 피터가 그에게 영향을 받아 빌런들을 고쳐보겠다는 주장을 한 것이라면 또 모를까.

피터가 닥터 스트레인지한테 맞서면서까지 빌런들의 치료를 주장한 게 설득력 없이 그려져서 생각할 수록 짜증이 난다.

런닝타임은 두시간 반에 가까운데 초반부터 몰입을 못하니 지루하게 느껴질 뿐이고.

뒷수습까지 하는 닥터 스트레인지는 웬 날벼락인지.

토비와 앤드류 나온 스파이더맨이나 다시 보련다.



2021-12-23

파워 오브 도그 (The Power of the Dog) 리뷰 - 넷플릭스 추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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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옆모습이-담긴-영화-포스터

파워 오브 도그 (The Power of the Dog)

- 제인 캠피온 Jane Campion 감독. 베네딕트 컴버배치 Benedict Cumberbatch, 커스틴 던스트 Kirsten Dunst, 코디 스밋 맥피 Kodi Smit McPhee 주연. 2021년 작품.


영국 드라마 '셜록'으로 '베네딕트 컴버배치'라는 배우를 알게 된 뒤로 그의 작품을 부지런히 찾아보았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고 하니 더 궁금하기도 했다.

이 작품을 다 보고 나서 바로 받은 느낌을 그대로 얘기하자면, 영화 '그린 나이트'를 보고 난 뒤와 비슷하다. 도대체 이게 뭐지? 의문이 머릿속을 마구 맴도는.

그린 나이트를 찾아 보게 된 것도 이동진 평론가의 몫이 큰데 '파워 오브 도그'에도 똑같은 말이 덧붙여져 있었다. '이동진 평론가가 극찬한 영화'. 

재생 속도를 1.25로 올려서 봤다. 안 그랬으면 보다 말았을 수도 있다.


컴버배치는 알려진 대로 동생을 가스라이팅(gaslighting)하고 동생의 부인과 그 아들을 심리적으로 괴롭히는 목장 주인 '필 버뱅크'를 연기한다. 그의 연기는 뭐, 내가 입을 댈 수준이 아니다. 그는 필 버뱅크 그 자체다.

커스틴 던스트는 10대 후반의 아들을 둔 엄마로 나오는데 솔직히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 그녀가 몇 살인지 정확히 나오지는 않지만 40살도 안 된 배우에게 다 큰 자식이 있는 역이라니. 불가능한 설정은 아니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꼈다.
괜히 내 나이가 의식이 되어 더 그런지도?

피아노-연주를-종용받은-로즈가-괴로워하는-모습

필의 동생은 형한테 주눅 들어 사는 마냥 불쌍한 캐릭터라 생각했는데 가만 보니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한다.
남편과 사별한 로즈에게 접근해 형에게 언질도 없이 결혼해버리는 것도 그렇고, 로즈의 연주 실력이나 심리 상태가 어떤지는 생각도 않고 손님들 앞에서 해맑은 얼굴로 피아노 연주를 거듭 권할 땐 화면 속으로 들어가 등짝을 한대 때려주고 싶었다. 

로즈가 필을 피해 다니다 못해 알코올 중독이 된 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 동생도 필 만큼이나 짜증을 유발 시키는 캐릭터였다.


문화적 소양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필이 기타 비슷한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나온다. 왜 나오나 했더니 집안에 피아노가 들어오고 로즈가 연습을 할 때 두 악기가 대비되는 것이다.
로즈의 기를 꺾어 놓으려는 필의 심리가 악기를 빌려 표현되는데 이 장면에선 감탄이 나왔다. 어떻게 이런 설정과 장면을 생각해낼 수가 있을까? 감독의 전작 '피아노'에서 주인공의 심리가 피아노 연주로 표현되던 장면과 겹쳐진다. 

필은 로즈의 아들이자 의붓 조카인 피터 마저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 로즈를 더 괴롭게 만든다. 그런데 연약하게만 보이는 피터가 영화에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었다.

피터가-종이로-꽃을-만들고-있다

결과를 따져보면 필의 운명은 필 자신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처음으로 돌아가 피터의 독백을 다시 들어볼 것.

영화가 갑자기 끝나버린 느낌에 어리둥절했으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인과응보에 대한 얘기인가 싶다.

파워 오브 도그, 지루하지만 한번은 볼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