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 안 간지 너무 오래되었다.
이제는 조금만 기다리면 OTT에서 아주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으니 차비 들여 시간 들여 영화관까지 가는 게 너무나 비효율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관람료도 많이 올라서 더더욱. 개봉 전부터 보고 싶어서 환장한 영화가 아닌 이상 웬만하면 집에서 혼자 보는 것에 길들여졌다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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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18 처음엔 싫었지만... |
'미키 17'은 제작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보고 싶은 영화였다. 그럼에도 막상 개봉을 하니 보러 가는 게 너무 귀찮은 것이다. 미루고 미루다 OTT로 간다는 뉴스에 허겁지겁 동네 극장을 찾아보니 이틀 뒤에 끝! 그것도 하루에 한 번 상영! 역시나 허겁지겁 극장으로 달려가 나 포함 네 명이서 영화를 보았다.
아......
이래서 극장을 가는 거였는데 그간 너무 효율만 따진 것에 반성을 했다. (물론 모든 영화가 극장에서 보면 더 좋겠지만) 미키 17은 웬만하면 극장에서 봐야 할 작품이었다. 더 큰 화면으로 보지 못한 게 안타까울 뿐.
공포 그 자체인 사채업자를 피해 다른 행성으로 옮겨가는 계획에 뛰어든 미키. 그저 1초라도 지구를 빨리 뜨고 싶은 마음에 지원자 없는 '익스펜더블'에 지원해버린다. 익스펜더블(expendable)은 말 그대로 소모품처럼 쓰여지는 인간으로 온갖 생체 실험의 대상이 된다.
실험 당하고 죽고 새 몸으로 다시 태어나고 실험 당하고 죽고 다시 태어나는 불사(不死) 아닌 불사의 삶. 미키는 분명 인간임에도 인간으로써 누려야 할 존엄 따위는 개나 줘버린 삶을 산다. 그를 미키 그 자체로 보아주는 나샤를 만나기 전까지는.
영화는 인간 복제 기술이 얼마나 비윤리적인지 잘 느끼게 해준다. 아무리 한 사람 희생 시켜 몇 십 억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를 얻는다고 해도 말이다. 미키도 사람이다. 아무리 스스로 그런 삶을 선택했다 해도 그에게는 사람으로 살 권리가 있다.
보고 나니 왜 흥행이 잘 안 되었는지 알겠다. 이야기를 쌓아가는 초반부가 조금은 지리하게 느껴지고 영상 톤이 우중충하니 즐겁게 보아지는 그림이 아니다. 미키가 줄기차게 소모되는 부분도 보고 있기 괴롭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는 역시 봉준호!를 외치게 한다. 이렇게 기승전결 꽉 짜이고 메시지까지 확실한 작품은 인간적으로다가 흥행했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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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러팔로 악역이 처음이라고? |
마샬이 미지의 생명체를 다 죽이려 하는 대목에서는 미국의 인디언 학살 역사가 떠올랐다. 뛰어난 2세를 태어나게 하려는 계획에서는 히틀러가 보였다. 특히 우리나라(대한민국)에서는 마샬 부부에게서 얼마 전 탄핵 당한 대통령 부부를 떠올린 분들이 많을 듯하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본 것도 있다]
흥행에 실패했는지는 몰라도 작품성에선 전혀 실패하지 않은 '미키 17' 강추강추강강추! 아직 안 보신 분은 꼭 보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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