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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1

파인드 미 폴링 (Find Me Falling) - 힐링하기 좋은 영화 [넷플릭스 추천작]

우연히 만난 존과 시아
출처 TMDB

해리 코닉 주니어.


그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다. 20대 젊은 나이에 영화 '해리가 셀리를 만났을 때'의 음악을 맡아 이름을 크게 날렸다는 것 정도? 그의 이름 앞에는 천재 재즈 뮤지션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재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그의 음반은 들어본 게 없지만 '해리가 셀리를 만났을 때' OST는 아주 좋았다. 

얼굴마저 잘 생긴 그는 연기도 함께 했다. 그의 출연작 중 몇 편을 보긴 했는데 본 지 너무 오래되어 제대로 기억나는 게 없다. 그래서 오랜만에 얼굴이나 볼 겸 이 영화를 골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기를 잘 했다. 

주인공 존은 음반이 망하자 사이프러스(키프로스)로 와버렸다. 바다 풍경이 끝내주는 절벽 위의 집을 사서 칩거한다. 사람들 눈을 피해 조용히 살고 싶었던 그는 상상도 못한 일을 겪게 된다. 갑자기 나타난 사람이 그의 눈앞에서 몸을 날린 것이다. 알고 보니 이 절벽은 자살 명소였다. 경찰은 존에게 아예 감시자 역할을 부탁한다.


존은 마을에 갔다가 한 여성을 알게 된다. 그리고 시아와 마주친다. 시아는 그의 옛 연인이었다. 감정이 남아있던 두 사람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낸다. 이곳 생활에 점점 적응해가던 그는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다. 

존이 사이프러스를 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과거의 추억이 남아있던 곳을 본능적으로 고른 것이었다. 세상으로부터 도망친 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난 그는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게 무엇인지 깨닫는 선물을 받게 된다.

해리 코닉 주니어가 왕년의 록스타 역할에 빙의한 듯 잘 어울린다. 노래가 자주 나와서 귀가 심심하지 않다. 배경으로 나오는 마을 풍경도 따뜻하고 그곳 사람들 에피소드도 재미있다. 쉬는 날 커피나 차 한 잔 마시면서(술도 좋겠다) 보기 좋은 영화이다. 강추.

존이 멜리나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출처 TMDB

2024-11-03

넷플릭스 외교관(The Diplomat) 시즌1,2 - 강력 추천 정치 외교 미드


넷플릭스에 볼 것 없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 미드 '외교관' 안 본 사람 없게 해주세요~😱 시즌2 엔딩 보고 나서 제작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크리에이터 데보라 칸이 바로 앞에 있었으면 미친 듯이 찬사를 날렸을 지도.


케이트 영국 대사 클로즈업


외교관 (The Diplomat)


: 넷플릭스 오리지널 미국 드라마. 1시즌 2023년 4월 20일 공개. 2시즌 2024년 10월 31일 공개. 3시즌 제작 확정. 제작 데보라 칸. 연출 및 작가 데보라 칸 외 여러 명.
케리 러셀, 루퍼스 슈얼, 데이비드 자시, 알리 안, 아토 에산도, 로리 키니어, 실리아 임리, 제스 챈리오, 조지 헨리, 나나 멘사, 세실리아 데니슨 등 출연. 그리고 앨리슨 재니.


=== 스포일러 주의 ===

시즌 1 시작은, 영국 함선이 폭탄 공격을 받아 군인 43명이 전사한다. 영국 총리 니콜 트로브리지는 러시아의 소행이라 확신하고 복수를 다짐한다. 아프가니스탄 카불로 일하러 갈 예정이었던 주인공 케이트 와일러는 갑자기 영국 대사로 발령 받아 이 사태의 중심에 서게 된다. 불안한 세계 정세 만큼이나 케이트의 결혼 생활도 삐걱대지만 보여지는 게 중요한 자리라 이혼을 선택할 수 없다.

남편이자 저명한 외교관인 할 와일러는 케이트의 든든한 조력자인 동시에 원수 같은 존재이다. 영국 외무 장관 오스틴 데니슨과는 일로 계속 부딪히면서 서로 호감을 갖게 된다. 두 사람의 감정이 극에 달한 날 폭탄 공격의 배후가 드러난다.




2시즌에서는 폭탄 공격의 전말이 밝혀진다. 미국 부통령이 새로 등장하는데 캐릭터도 멋지지만 배우의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그리고 충격적인 엔딩. 1시즌 마지막도 그랬는데 2시즌은 아주 머리를 후려치는구나~ 

1시즌만 보았을 땐 이 드라마 때문에 실제로 외교 분쟁이 일어나는 건 아닌가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 2시즌을 보고는 더 이상 아무 생각 하지 않기로 했다. 새 시즌 나오면 닥치고 즐기기만 하겠습니다~

오늘의 넷플릭스를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지만 주연 배우 때문에 추천하기 어려운 '하우스 오브 카드'나 '지정생존자'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외교관'에도 정신없이 빠져들 것이다. 웬만하면 두 시즌을 한번에 이어서 보는 게 좋겠다. 1시즌 내용이 잘 생각나야 2시즌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강추강추강강추!


* 배우들 연기가 그야말로 후덜덜(Excellent)이다. 특히 케이트 역의 케리 러셀과 할 역의 루퍼스 슈얼. 이 부부의 역학 관계와 외교 전쟁이 다르지 않아 보인다. 영원한 아군도, 영원한 적(enemy)도 없는 세계.

* 부통령 그레이스 펜으로 나오는 앨리스 재니는 '웨스트 윙'에서 백악관 대변인 역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웨스트 윙을 안 봐서 몰랐다. 엄청난 정치 드라마라는 말은 많이 들었다. HBO MAX에서 볼 수 있다는데 우리나라에는 이 OTT가 언제 들어오려나? VPN까지 쓰면서 보고 싶지는 않다.

2024-10-27

지옥 2 - 넷플릭스 추천 한드 (김현주 김성철 김신록 문소리 문근영)

 
불에 타고 있는 사람 앞에 지옥의 사자가 있다

지옥 (Hellbound)


: 넷플릭스 오리지널. 1시즌 2021년 11월 19일 공개. 2시즌 2024년 10월 25일 공개. 원작 및 각본 연상호&최규석. 감독 연상호. 김현주, 김성철, 김신록, 양익준, 이레, 임성재, 이동희, 홍의준, 조동인, 김도윤, 유아인, 박정민, 원진아, 류경수 등 출연. 2시즌 특별출연 문소리, 문근영.


😈👿 스포일러 주의 👿😈

지옥 시즌 2가 드디어 나왔다. 줄거리가 잘 생각이 안 나서 찾아보니 시즌 1 나온 게 2021년이라고?! 아니 그렇게 오래 되었나? 거의 3년쯤 지났으니 세세하게 기억이 날 리가. 그렇다고 처음부터 다시 보기는 부담스럽고 유튜브에서 1시즌 10분 요약 영상을 본 뒤에 2시즌을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았다. 새 시즌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지 전혀 상상이 안 되었는데, 다음 시즌이 또 나온다면 그저 열심히 즐기기만 하련다. 지옥 2를 다 보고 나니 1부터 다시 볼 걸 그랬다는 후회가 살짝 들었다. 

'너는 *월 *일 *시에 죽는다... 너는 지옥에 간다....'



죽는 날짜와 시간을 고지 받은 사람은 그때가 되면 처참하게 죽는다는 설정이 참 기발했다. 죽음까지 남은 시간도 제각각이다. 누구는 년 단위로 누구는 일 단위로. 왜 죽는지 이유 따윈 알려주지 않는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조차 고지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랜덤(random)이다. 하지만 사이비 종교는 '죄인이기 때문에 신의 고지를 받은 것'이라며 사람들의 공포심을 조장해 자신들을 믿게 만든다. 어떻게 이런 스토리를 생각해냈을까? 상상력이 대단할 뿐.

지옥 시즌 2는 부활한 자와 이를 이용하려는 자들, 부활한 자를 지키려는 민혜진의 이야기이다. 김현주는 이번에도 참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김성철은 이미 정진수 의장이었다. 문근영은 임팩트가 엄청난 연기를 보여준다. 시즌 3은 3년보다는 빨리 나왔으면.


* '신의 고지' 설정은 김동식 작가의 짧은 소설 '푸르스마, 푸르스마나스'를 생각나게 한다.
https://brunch.co.kr/@fkfmrhekd/6

*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연상호×김현주 작품은 세 편이다. 지옥, 선산, 정이. (그러고 보니 제목이 다 두 글자)


2024-10-23

완전무결한 커플, 비하인드 허 아이즈 - 넷플릭스 추천 미드 영드

 
빛나는 금발의 니콜 키드먼(Nicole Kidman)이 썸네일에 박혀 있다. 소개글을 보니 결혼식을 앞두고 누군가가 죽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였다. 길이도 짧아서 망설임 없이 보게 되었는데.

윈버리 가족이 가족사진을 찍고 있다
완벽해보이는 윈버리 가족

완전무결한 커플 (The Perfect Couple)

: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4년 9월 공개. 미국 드라마. 총 6회 완결.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낸터킷'의 풍경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그런 환상적인 곳에서 윈버리 가문이 몇 대째 살고 있다. 니콜 키드먼은 인기 소설가이자 장성한 세 아들을 둔 '그리어 개리슨 윈버리'로 나온다. 남편 태그는 모태 부자에 사랑꾼이다. 그리어와 그 가족의 삶은 완벽 그 자체로 보인다. 하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그들이 숨기고 있던 비밀이 모습을 드러낸다.



엄청난 동안(baby face)으로 뱀파이어 소리까지 들었던 이자벨 아자니가 비중 있게 나온다. 그 밖에도 리브 슈라이버, 다코타 패닝, 이브 휴슨 등 유명 배우들과 조연 배우들이 드라마를 꽉 채운다. 이 사람이 범인 같기도 하고 저 사람이 범인 같기도 하고 마지막까지 아리송하다. '나이브스 아웃'처럼 여러 인물들이 한꺼번에 나오는 추리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제격이다. 

교훈 : 솔직하게 살자!


아델이 식칼을 쳐들고 있다
의사 부인 아델로 나온 이브 휴슨

비하인드 허 아이즈 (Behind Her Eyes)


: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1년 2월 공개. 영국 드라마. 총 6회 완결. 

'완전무결한 커플'에서 신부(bride)로 나온 이브 휴슨(Eve Hewson)이 주연한 드라마. 공개 당시 재미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으나 왜 안 보았는지 모르겠다. 엄청난 반전이 있다는 스포(spoiler)를 당해서? 이게 무슨 스포일러냐고 하실 분도 있겠지만, 드라마든 영화든 소설이든 반전이 있다는 것을 아는 상태에서 보면 거기에 계속 신경이 쓰인다.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보는 내내 반전을 의식하고 있는 내 자신이 불편하다. 아마도 그게 싫어서 안 본 것 같은데.... 이번에는 이브 휴슨을 보겠다는 목적이 뚜렷해서 그런가 거부감이 덜 했다. 


와!! 반전을 의식하고 봤는데도 뒤통수가 얼얼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말에 머리가 멍하다. 전말을 다 아는 상태에서 보면 이 놀라운 재미를 맛볼 수 없다. 스포 절대 주의! 정신과 의사와 그의 비서, 의사의 부인, 부인의 친구까지 네 사람이 얽힌 이야기. 결말을 알고 나서 중간 중간 다시 보니 새로운 게 보인다. 상상력이란 얼마나 대단한가. WoW!


* 이브 휴슨의 아버지가 아일랜드 록 밴드 U2의 리드 보컬 '보노'였다....

* '완전무결한 커플'에서 눈에 띄는 배우가 또 있었는데, 더말 슈터로 나온 인도 배우 이스한 카터 (Ishaan Khatter)이다. 부모와 배다른 형도 모두 배우라고. 넷플릭스에 '수터블 보이'라는 주연작이 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진정한 사랑을 찾는 두 사람의 이야기. 찜!

더말이 샤워하는데 누군가 문을 열어서 돌아보고 있다


2024-10-10

흑백요리사 11회 12회 리뷰 (+ 에드워드 리 셰프)

여러 셰프들이 요리에 몰두하고 있다

🍚🥘 강 스포일러 주의! 🍮🍸


드디어 넷플릭스 요리 서바이벌 '흑백요리사'가 끝이 났다. 취지를 모르겠는 팀전 때문에 기분이 많이 안 좋았으나 마지막 두 회는 재미와 감동 그 자체였다.

준결승은 두부 한 가지 만으로 계속해서 요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무한요리지옥' 대결이었다. 30분 동안 무조건 하나의 요리를 완성해야 하며 한 명이 남을 때까지 계속하는 죽음의 토너먼트였다.

다들 어쩌면 그렇게 새로운 두부 요리를 만들어내는지 신기함을 넘어서 존경스러웠다. 특히 에드워드 리(Edward Lee) 셰프는 발상이 대단했다. 켄터키 하면 떠오르는 것을 재현해냈을 때는 쌍따봉을 날릴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보니 양식 코스를 그대로 따라서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진심 천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프 → 해산물 요리 → 고기 요리 → 파스타/치즈 → 해산물or고기 요리 → 디저트. 흑백요리사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강렬하고 가장 볼만하며 가장 재미있는 미션이었다. 


마지막 대결은 '내 이름을 건 요리' 만들기. 이런 미션이라면 내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요리를 만들 텐데 에드워드 리 셰프는 결승전에서도 (안전한 선택 대신) 그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요리를 만들어냈다. 아울러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한국에 대한 사랑을 서툰 우리말로 고백할 때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동이 느껴졌다.



무한요리지옥 대결의 임팩트가 엄청나서 결승전은 몹시 싱겁고 평이하게 느껴졌다. 칭찬에 인색한 안성재 셰프가 극찬을 할 만큼 우승자의 음식이 맛있어서 이긴 것이겠지만, 결승을 따로 할 게 아니고 두부 미션으로 우승자를 가렸어야 했다. 이전 대결에서 최고점을 받아 결승전으로 직행한 그에게 두부 미션 2회 정도 면제해주고 같이 겨루게 했다면 과연 결과가 어땠을까? 우승자도 분명 요리를 잘하고 우승 자격이 충분하지만, 두부 미션에서 에드워드 리 셰프가 보여준 실력과 철학이 너무 대단해서 우승자보다 더 큰 찬사를 받고 있다. 

우승자가 공개되고 나서 출연자들이 편하게 후일담을 풀고 있는데, 에드워드 리 셰프는 미국을 오가느라 시차 적응도 힘들었고 숙박 업소에서는 음식 연습을 할 수가 없으니 도구 몇 개 사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해보는 게 전부였다고 한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었으니 그를 칭송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흑백요리사 시즌 2가 분명히 만들어질 텐데, 다음 시즌에서는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팀전은 더 신중하게 만들어주시고 통편집은 줄었으면. 대한민국 프로인 만큼 한식 미션은 필수로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재료 계속 바꿔서 무한요리지옥 미션만 따로 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출연자 이력 체크도 좀 더 깐깐하게 해주시길. 무엇보다 요리에 미쳐있는, 요리에 진심인 멋진 셰프들을 많이 알게 되어서 좋았다. 강추!


* 출연자들 과거가 속속 발굴되고 있다. 시즌 2 나가고 싶은 분들은 업장 청결에 더욱 신경 쓰시고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영상은 없는지 찾아보시길. 

2024-10-02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8, 9, 10회 분노의 후기


8회 패자부활전 미션은 아주 볼만했다. 편의점에서 파는 것들을 재료 삼아 음식 만들기. 이미 다 조리되어 있거나 라면처럼 끓이기만 되는 것들로 셰프들이 어떤 음식을 만들어낼까 상상이 안 되었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러지 않는 시간이었다. 

서바이벌 참가자들이 편의점으로 달려가고 있다
흑백요리사 패자부활전

🥡🍱 스포일러 주의!🍜🍣

두 심사위원의 표정과 먹는 모습에서 1등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얼마나 맛있으면 연거푸 먹는지 나도 먹어보고 싶어졌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10월 1일 저녁부터 레시피가 돌아다녔고 실제로 만들어보았다는 사람도 나타났다. 곧 CU에서 팔 예정이라고 하는데, 솔직히는 아이디어를 낸 셰프가 직접 만든 것을 먹어보고 싶다. 

패자부활전으로 올라온 3명을 합쳐 8회까지 남아있는 셰프는 총 15명. 이들이 치룬 팀전은 그야말로 흑백요리사 전 회를 통틀어서 가장 최악이었다.

열 다섯 명이면 많지도 않은데 왜 또 팀을 짜서 요리를 시키는지 모를 일이었지만, 굳이 팀마다 한 명씩 방출시켜서 새로운 팀을 짜게 만든 부분이 가장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그럼 쪽수라도 맞춰주든가~ 난 또 3명 뿐인 방출팀에 안성재 셰프가 조커로 투입되는 줄 알았다. 아니면 전혀 생각지 못한 사람이 등장하든지. 아무리 원래 있던 팀의 전략을 다 아는 세 사람이 모였다고는 해도, 다른 팀들은 그때 이미 재료 준비가 끝난 상태 아니었던가? 방출 룰(rule)도 황당한데 모자란 인원은 채워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우선권 주는 것도 없고, 이런 불공평한 상태로 대체 무슨 경쟁을 하라는 것인지??

그리고 먹방 유튜버들을 불러와 음식을 사먹게 하는 것도 그랬다. 한 사람 당 돈을 100만원씩이나 주면 당연히 비싼 메뉴도 별 거리낌 없이 시켜 먹을 것이다. 음식값을 20만원 이하로 줬어야 고민하며 메뉴를 고르지 않을까? 아니면 차라리 먹방러 모두에게 음식을 일괄적으로 제공하고 투표를 시키든지. 대체 왜 이따위 미션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매출 1등 팀은 전원 생존. 이건 그렇다 치고 2, 3위 팀에서 일부만 합격시킨 것도 우습다. 그럼 당연히 팀장이 유리하지 않을까? 조용히 보조 역할을 한 사람은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다. 편의점 미션까지는 재밌게 보았는데 이 팀전 보고는 기분이 아주 나빠졌다. 요리는 개인 작업인데 왜 자꾸 팀전으로 운명을 가르는 것인지? 스타성 있는 셰프만 유리했던 미션이었다.

그리고 밤을 새워가며 찍는 것도 문제이다. 아무리 일회성이라지만 기본적인 인권은 지켜가며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설마 극한 상황에 몰아넣은 것도 제작진의 의도? 체력 테스트 하는 것도 아니고 다음 시즌에서는 지양했으면 좋겠다. 

재료 몇 개만 똑같이 주고 자신만의 음식 만들어 보라거나 우리나라 프로그램인데 전통 한식 미션 하나 넣으면 안 됐나? 남은 두 회에서는 뭐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기분 잡치게 하는 미션은 제발 안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 흑백요리사 1~4회 리뷰 
https://bluenote100.blogspot.com/2024/09/culinary-class-Wars.html

2024-09-27

흑백요리사(Culinary Class Wars) 5, 6, 7회 솔직한 리뷰 -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추천


🍖🍖🥩🥩 스포일러 주의!
출연자 실명 언급 없음 🦪🦪🍤🍤

생선 요리를 하는 두 팀과 100인의 심사위원
넷플릭스 예고편 캡처


1~4회 리뷰 
https://bluenote100.blogspot.com/2024/09/culinary-class-Wars.html


흑백요리사 5~7회에서는 팀전이 진행되었다. 고기와 해산물의 대결. 흑수저 팀과 백수저 팀이 각각 반으로 나뉘어 경쟁. 사공(머리 역할)만 하던 사람들이 과연 잘 뭉칠 수 있을까 우려가 되었는데 역시나. 4명의 팀장을 보니 느끼는 바가 많았다. 분위기와 감정에 휩쓸려 우왕좌왕하는 리더는 최악. 팀원들에게 제대로 지시를 못내리는 리더도 최악. 팀원들의 장점을 파악해 효율적으로 일을 나눠준 팀장이 돋보였다. 미션 시작하자마자 재료부터 독점한 팀장은 몹시 얄미워 보였으나 팀의 입장에서는 든든한 팀장이 아니었을지(개인적으로는 불호).

팀장 말에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팀원도 최악. 말본새가 좋지 않은 팀원도 최악. 같은 팀원을 믿지 못하고 계속 의심하는 팀원도 최악. 이런 팀은 역시나 패배로 이어졌다.



팀전 심사는 안성재와 백종원 두 대표 심사위원을 포함해서 100인이 했는데, 공정하게 하려면 이들도 블라인드 심사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밀 유지를 위해 프로그램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98명에게 알려주지는 않았겠지만, 백수저 팀에는 유명한 셰프들이 많았기에 얼굴을 알아보는 심사위원도 있었을 것이다. 그중에는 개인적인 팬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반대로 안티(Anti)도 있을 수 있겠지만. 


고기 재료를 준비하는 출연자들과 세팅된 음식 모습
넷플릭스 화면 캡처


100인 세트가 마치 KBS 퀴즈 프로 1대100을 연상시켰는데, 100인 자리에 서본 경험으로 미루어 보면, 100인 자리에서는 거리가 꽤 있어서 두 팀의 조리 과정이 자세히는 안 보였을 것이다. 100인용 모니터나 스피커를 따로 설치하지 않았다면 현장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실제로는 어떻게 했는지 모름). 그래도 조리 과정을 지켜보면서 팀과 팀원에 대한 호불호를 가질 수 있고 이것이 음식맛보다 심사에 더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것조차 심사의 일부로 제작진이 의도한 거라면 더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100인에게 조리 과정을 전혀 노출하지 않고 음식맛만 보게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그래도 비슷했을까? 아니면 완전히 달랐을까? 궁금하다. (서핑을 하다 보면 어차피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 결과도 다 정해 놓았을 거라고 철저히 불신하는 시청자도 있던데 그 정도로 의심할 거면 안 보는 게)

10월 1일에 공개되는 8, 9, 10회 예고를 보니 패자부활전(편의점에서 파는 것들로 음식 만들기), 대식가 먹방 유튜버들이 주문하는 대로 음식 만드는 미션이 나온다. 빨리 보고 싶다~


* 이미 다 촬영 편집이 끝난 것이니 수정할 순 없겠지만, 여성 셰프들에게 이모님, 어머님이라고 부르던 분들은 이 기회에 자신을 돌아보시길. 다 동등한 셰프 자격으로 참가한 것 아니었나? 

* 다음 시즌에서는 마스크와 셰프 모자 필수로 쓰고 조리하는 규정 추가하기를.

* 흑백요리사 8~10회 감상 리뷰
https://bluenote100.blogspot.com/2024/10/Culinary-Class-Wars-8-9-10.html

2024-09-18

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 4회까지 보고 쓰는 리뷰 -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추천


계급, 흑수저, 백수저..... 이 프로에서 시그니처(signature)처럼 쓰는 말들은 어감부터 도발적이다. 제목에서부터 계급 타령을 하고 있는데 대놓고 말하면 재수가 없다. 유명 셰프 20명(백수저)과 무명 재야 고수 80명(흑수저)의 대결이라지만, 흑수저에 속한 이들을 보니 한가닥 하는 맛집 오너가 대부분이다. 말만 흑수저이지 이미 대단한 셰프들인 것이다. 

안성재 셰프와 백종원이 요리 심사를 하고 있다


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 (Culinary Class Wars)


: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4년 9월 17일 첫 공개. 크리에이터 윤현준, 김학민, 김은지. 작가 모은설. 

100명의 요리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심사위원은 단 두 명이다. 백종원과 안성재. 백종원이야 뭐 우리나라 외식업계의 큰손으로 그를 모르는 사람 찾기가 더 힘들 것이다. 안성재는 미슐랭 3스타(별 3개) 식당 'MOSU(모수)'의 셰프라고 한다. 찾아보니 2024년 1월에 문을 닫았다고. 그래서 여기에 출연할 수 있었나 보다. 

===== 스포일러 주의!!! =====


1라운드에서는 흑수저 80명에게 가장 자신 있는 요리를 만들라고 한다. 참가자가 요리를 끝냈다고 알리면 심사위원이 바로 가서 먹어보고 그 자리에서 결과를 알려준다. 심사위원 한 명이 40명씩 심사. 그렇게 해서 단 20명만 남긴다. 헐~

여기서 불만인 점은 하나의 요리를 두 심사위원이 다 먹어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 입맛이 제각각이고 판단 기준이 다른데 두 사람이 따로 심사한다는 게 영 마뜩하지가 않다. 물론 한 사람이 40명의 요리를 한 입씩만 먹어도 배가 부르겠지만, 시간 차이를 두고 경연하면 80명의 요리를 다 먹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안성재 셰프가 백종원보다 더 까다롭게 심사하는 느낌이어서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2라운드는 흑백 1:1 대결. 20개의 냉장고가 등장한다. 백수저와 흑수저가 서로 대결할 상대를 고른다. 짝을 이룬 두 사람은 냉장고 하나를 선택해 그 안에 들어있는 재료로 나만의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 

2라운드부터는 심사위원 두 사람이 하나의 요리를 모두 먹어본다. 그 어떤 정보도 주지 않고 오로지 맛만 보게 하는 방식은 아주 좋다. 그런데 일대일 대결은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운명이 180도 달라질 수 있으니 그게 또 불만이다. 이것은 비단 이 프로만의 문제가 아니고 서바이벌에서 일대일 대결을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물론 여건상 한 사람이 상대팀 모두와 일대일로 겨룰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심사를 하고 나면 어느 탈락자가 합격자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 않을까? 

아무튼 백수저 최현석과 흑수저 원투쓰리 두 셰프의 대결에서 누가 이겼는지 알려면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서바이벌은 잔인하지만 너무 재밌다. 강추!


* 갖가지 요리 구경만 해도 재미있다. 
* 그 많은 음식들은 다 어떻게 처리했을까? 출연자와 스텝이 다 나눠 먹었나?
* 늦은 시간에 봤더니 배가 너무 고파진다. 
* 넷플릭스 간판 서바이벌 프로 '피지컬100'을 재밌게 보았다면 당장 보세요.


흑백요리사 5~7회 리뷰 
https://bluenote100.blogspot.com/2024/09/culinary-class-Wars-567.html

흑백요리사 8~10회 리뷰
https://bluenote100.blogspot.com/2024/10/Culinary-Class-Wars-8-9-10.html

2024-08-30

라스트 썸머 (Last Summer) - 새엄마와 의붓아들의 사랑 [프랑스 영화 추천]


💘 스포일러 주의! 결말까지 줄거리가 다 나옵니다 💔


주인공 안느는 청소년 전문 변호사이다. 여자 아이 둘을 입양해서 키우고 있고 남편 피에르와도 사이가 좋다. 평온한 그녀의 삶에 남편의 아들 테오가 끼어든다. 


새엄마와 의붓아들이 서로 바라보며 웃고 있다
Last Summer

라스트 썸머 (Last Summer / L'Été dernier)


: 프랑스 영화. 2023년 제76회 칸 영화제에서 공개. 카트린 브레야 감독. 레아 드뤼케르, 사무엘 키르셰, 올리비에 라보딘, 클로딜트 쿠로 등 출연.


테오는 남편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로 10대 청소년이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쫓겨났다. 집에 온 테오는 문제아라는 오명과는 다르게 어린 동생들을 아주 잘 보살핀다. 안느와도 말이 잘 통한다. 두 사람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점점 가까워진다. 그리고 남편이 집을 비운 날 일이 벌어진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입을 맞추고 섹스를 한다. 안느는 다시는 이러면 안된다고 다짐해놓고는 테오와 또다시 관계를 가진다. 그러다 동생에게 비밀을 들켜버린다. 

안느는 위기를 느끼고 테오에게 결별을 고한다. 피에르는 아들과 친해질 시간이 필요하다며 둘이서만 여행을 간다. 일정보다 빨리 돌아온 남편을 보고 안느는 걱정했던 일이 벌어졌음을 느낀다. 피에르는 테오에게 다 들었다면서 둘이 정말 섹스를 했는지 묻는다. 이에 안느는 몹시 화를 내면서 강하게 부정한다. 졸지에 거짓말쟁이가 된 테오는 안느를 고소하기에 이른다. 


<라스트 썸머> 줄거리가 어디서 본 것 같다 했더니 리메이크작이었다. 원작은 덴마크 영화 '퀸 오브 하츠'. 새엄마와 의붓아들의 금지된 사랑. 정말 사랑일까?

안느는 어렸을 때 엄마의 친구(성인 남자)를 좋아했었다. 상대가 그 사람이라고 정확히 나오지는 않지만, 미성년 시절 임신과 중절을 겪었다. 그로 인해 다시는 임신을 할 수 없는 몸이 되었으나 (직업 또한 과거의 영향으로 청소년 보호하는 일을 택한 것 같은데) 또다시 금지된 관계에 빠져버렸다. 

스스로 일을 망치는 것이 가장 두렵다던 안느는 현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무섭게 돌변하는데, 픽션인 것을 아는데도 내가 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것 같다. 나이를 잊고 테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던 안느는 없다. 아직 스무 살이 안 된, 인생이 창창한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도 있으니 그런 것이겠지만, 영화 속 안느는 본인의 삶을 지키려는 의지가 더 커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테오를 미친놈 취급하다가 다시 받아들이는데, 이번엔 남편이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머리를 띵하게 만드는 열린 결말. 대체 이 가족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안느와 테오의 사이가 플라토닉(platonic love)하게 그려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뭐 그거야 내 생각일 뿐이고.... 카트린 브레야 감독의 인터뷰를 읽으니 영화가 좀 더 이해 된다. 

제목대로 여름에 보면 더 좋을 작품이다. 음미할 수록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안느와 테오가 함께 하는 마지막 여름? 아니면 이들 가족의 마지막 여름? 두 사람의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마지막 사랑? (솔직히 말하면 영화라서 즐기지만 실제로 내 상황이 된다면... Oh, No😱) 아무튼 두 사람 생각에 여운이 길게 남는다. 추천.


새엄마와 의붓아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L'Été dernier


* 원작 영화의 줄거리를 찾아보니 결말이 다르다. 원작의 결말이 훨씬 현실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열린 결말이 더 마음에 든다.

* 테오 역의 배우가 너무 어려 보였는데 정말 십대였다. 아무리 그래도 촬영 당시 스무 살은 되었겠거니 했는데.... 사무엘 키르셰 2004년 12월 23일 생. 2022년 여름에 찍었다고 하니 당시 17세! 

* 테오 역의 사무엘 키르셰(Samuel Kircher)에 대해 찾아보니 엄마 아빠 모두 유명 배우였다. 엄마가 '이렌 자코프(Irène Jacob)'라길래 대체 누군가 했더니 우리나라에서 '이렌느 야곱'으로 알려졌던 배우!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세가지색:레드의 주인공! 감독 인터뷰를 보니 원래는 사무엘의 형 '폴 키르셰'가 마음에 들었는데, 그가 영화 촬영중이라 자기 동생을 추천했다고. 사무엘은 이 영화가 데뷔작. 이래서 DNA가 무섭다....

* 이 영화를 보면서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이 떠올랐다. 친구의 엄마와 결혼한....

2024-08-09

에일리어니스트 - 정신과의사+탐정+기자 조합의 수사물 미드


넷플릭스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추천작에 줄곧 뜨던 드라마였다. 계속 본다 본다 하다가 몇 년이 흘러버렸는데 '시카고 피디'에서 눈여겨 본 '브라이언 게러티'가 출연했다길래 얼른 보았다. 그런데 2024년 8월 9일까지만 볼 수 있다고?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며? 넷플릭스가 제작한 게 아니고 방영권 독점이었나? 아니 그럼 빨간색 N자 말고 표시를 좀 다르게 하든가~


닥터 크라이슬러, 탐정 세라, 기자 존이 나란히 서있다
출처 TMDB


에일리어니스트 (The Alienist)

: 원작 칼렙 카 소설 [이스트사이드의 남자], [어둠의 천사]. 다니엘 브륄, 다코타 패닝, 루크 에반스, 테드 러바인, 로지 맥윈, 로버트 위즈덤, 더글라스 스미스, 매튜 쉐어, 브라이언 게러티, 맷 린츠 등 출연.

=== 스포일러 최소! ===

아무튼 부랴부랴 본 에일리어니스트는 순순히 잘 보아지는 작품은 아니었다. 자해를 한다든가 동물을 해친다든가 사람을 죽이는 묘사가 과하다 싶을 만큼 생생했다. 범인이 궁금해서 계속 보긴 했지만 어떤 장면은 너무 끔찍해서 끄고 싶을 정도였다. 

내용 얘기를 해보자면, 1896년 미국 뉴욕이 배경이다. 

"정신 질환을 앓는 이들은 인간의 진정한 본성을 잃은 것으로 여겨졌으며 이들을 연구하는 정신의학자를 에일리어니스트라고 불렀다"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는 닥터 크라이슬러, 여성 최초로 경찰국에 입성한 세라 하워드, 삽화가이자 기자로 활동하는 존 무어가 주요 인물이다. 그리고 쌍둥이 경찰과 크라이슬러의 하인들이 든든한 조력자로 이들과 함께 한다.


시즌1에서는 어린 남창들을 기묘하게 죽이는 살인자를 쫓는다. 이미 썩을 대로 썩어있는 경찰국에 새로운 인물 루스벨트가 국장으로 부임했다. 전 경찰국장은 범인이 힘입는 집안의 자식이라 여겨 어떻게든 수사를 덮으려 한다. 루스벨트와 손잡은 세 사람은 범인의 심리를 읽기 위해 정보와 지혜를 모은다.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이들도 위험해진다.


시즌2 '어둠의 천사'에서는 세라가 주인공이다. 활동에 한계가 있는 경찰을 그만두고 아예 탐정 사무소를 차렸다. 당시 미국과 사이가 안 좋은 스페인 대사의 아기가 납치되자 세라가 비밀리에 아기를 찾아 나선다. 존과 크라이슬러도 세라를 돕는다. 범인이 어쩌다 그 지경이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한편으론 불쌍하기도 하다. 여자라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야 하는 게 (숨 쉬는 것처럼) 당연했던 시대의 희생양. 일과 사랑 앞에서 갈등하는 세라의 이야기도 재미를 더해준다.

개인적으로는 시즌2가 훨씬 더 재미있었다. 넷플릭스에서 내려가면 어느 ott에서 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소심하게 추천을 해본다. (잔인한 장면들 때문에 적극 추천은 못하겠음)



* 2시즌 주연 로지 맥윈의 연기가 끝내준다. 니콜 키드먼의 젊은 시절을 보는 듯.

* 1시즌에 나오는 루스벨트는 26대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32대 루스벨트 아님). 브라이언 게러티가 이 역을 하긴 했는데 비중도 그렇고 별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시카고PD'나 좀 더 나오지😭)

* 1시즌에 나온 버겐 집안 부인이 왠지 숀 영 같았는데 정말이었네?! 맷 딜런과 나온 '죽음 전의 키스' 못 잊어~~~

* '인데버'에서 조안으로 나온 사라 비커스도 나왔다고? 1시즌 3화를 다시 보니 세라에게 자기 약혼했다고 알리는 친구였다. 진짜 닮았다 했더니 본인이었구나~😂


* 여성 탐정이 활약하는 영드 '미스 스칼렛의 사건 일지(Miss Scarlet and The Duke)'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에일리어니스트가 더 무겁고 어두운 느낌. 이럴 수가! 1시즌 3화 다시 보다가 깜짝 놀랐다. 미스 스칼렛 주인공 케이트 필립스도 여기 나왔었네?


* 여성 변호사가 활약하는 넷플릭스 시대물 '리디아 포에트의 법'도 분위기가 비슷해보인다.찜!  '래치드'와 '그레이스'는 언제 보려나... 

2024-07-10

트리비아 퀘스트/트리비아버스 - 넷플릭스 추천 퀴즈배틀 게임


넷플릭스에는 시청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쌍방향) 시리즈가 있다. 그중에 퀴즈 콘텐츠도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문제가 주어지면 정해진 시간 안에 정답을 골라서 눌러야 한다. 그럼 도전해보시겠습니까?

퀴즈쇼 주인공 윌리가 활짝 웃고 있다
예고편 캡처


트리비아 퀘스트 (Trivia Quest)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게임이 아닌 시리즈 카테고리에 있음). 총 30화. 각 에피소드마다 기본 모드 문제 12개, 하드 모드 문제 12개. 사지선다형(보기 4개 중에 하나 고르기). 


4지선다형 문제
Netflix 예고편 캡처

이 퀴즈쇼의 주인공은 윌리. 악당 로키가 가둬 놓은 친구들을 구하려면 점수가 필요하다. 그 점수를 올려야 하는 것이 바로 나, 시청자.

- 각 에피소드마다 분야가 다르다. 가장 자신 있는 것부터 풀어도 된다.
- 문제가 어렵다 싶으면 기본모드만 풀고 다른 에피소드로 넘어가도 된다.
- 기본모드만 풀고 넘어간 에피소드는 다시 재생하면 하드모드를 풀 수 있다.

- 한번 풀었던 에피소드를 또다시 풀어서 점수를 높여도 된다.
- 친구를 구하면 구할 수록 획득해야 할 점수가 늘어난다. 
- 음성은 한국어, 자막은 끄거나 한국어로 설정해놓으면 퀴즈 풀기 편하다. 자막을 꺼도 문제는 한국어로 나온다.

퀴즈 문제를 풀어서 친구를 구할 수 있는 열쇠가 생겼다
Netflix 예고편 캡처

사소하고 잡다한 지식으로 윌리의 친구들을 구해보세요~ 지루할 때 심심할 때 시간 빨리 보내야 할 때 하면 시간순삭! 어린이용 콘텐츠 아님!

이것과 비슷한 퀴즈 콘텐츠가 또 있었으니...... 

netflix Triviaverse
Netflix 예고편 캡처

트리비아버스 (Triviaverse)

이 퀴즈쇼는 주어진 시간 안에 문제를 최대한 많이 풀어야 한다. '트리비아 퀘스트'보다 좀 더 어렵게 느껴진다. 눈만 보이는 호스트가 자꾸 도발을 한다. 

Netflix Quiz Triviaverse
Netflix 예고편 캡처

에피소드가 나뉘어져 있지 않고 1인 모드, 2인 모드만 선택할 수 있다. 시간에 쫓겨도 문제를 잘 읽어야 한다. 몇 점까지 딸 수 있는지 도전해보시길!


2024-06-30

돌풍 -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 정치물 (설경구 김희애/박경수 작가)


박경수 작가의 신작 '돌풍'이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 주인공 박동호가 대통령을 시해했다고 자백하는 예고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전작들(추적자:더 체이서, 황금의 제국, 펀치 등)만큼이나 속도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전개를 보여준다. 엎치락뒤치락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가 없다. 

김희애와 설경구가 서로 대립한다


돌풍 (The Whirlwind)

: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2024.06.28 공개. 박경수 극본. 김용완 연출. 설경구, 김희애, 김미숙, 김영민, 김홍파, 임세미, 전배수, 김종구, 강상원, 오민애 등 출연.


스포일러 주의!
드라마 보실 분은 아무것도 모르고
보시는 게 좋습니다!

크게 대립하는 두 인물은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와 부총리 정수진(김희애)이다. 박동호는 재벌인 대진그룹을 수사하다 물 먹은 검사였다. 그런 그를 장일준이 정치에 입문시켰고, 훗날 장일준은 대통령이 되었다. 박동호는 장일준이 자기 아들의 비리를 덮기 위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게 된다. 그 설거지를 맡아서 한 것은 정수진이었다. 대통령 아들은 대진그룹과 얽혀 있었고 정수진 역시 그룹 2인자 강상운과 공범 같은 사이였다.

분노한 박동호는 썩어버린 장일준을 시해하고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된다.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2화 엔딩을 예상한 분이 있다면 작가 하세요.

박경수의 작품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내 편도 없다. 누구와 손을 잡을지 누구의 뒤통수를 때릴지 알 수가 없기에 보는 동안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이 드라마도 그렇다. 만남을 가질 때에는 은밀한 곳보다 차라리 공공장소가 낫다는 교훈을 준다. 쓸 떼 없는 말도 하지 말고 선물도 조심. 휴대폰 단속은 필수.



박동호는 괴물을 잡으려다 괴물이 된 듯한 모습도 보인다. 정수진은 운동권 시절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지만 현재는 자기 안위를 위해서 싸운다. 박동호가 그 어떤 일을 벌여도 대진그룹은 사라지지 않고 카멜레온 같은 인간은 또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고 그 희생을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을까? 정의가 늘 불의를 이기고 벌 받아야 할 자가 제대로 벌 받는 세상. 이 당연한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 이제는 드라마에서가 아닌, 대한민국 현실에서 보고 싶다. 절실히. 

넷플릭스에 볼 것 없다 하시는 분, 재미있는 드라마 찾으시는 분께 강추. 현재 우리나라 정치 현실이 답답한 분께도 추천. 판을 뒤엎을 자가 필요하다.


* 은유와 비유로 함축된, 뼈를 품은 촌철살인의 대사가 매력적이다. 바꿔 말하면 이 점이 피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마음에 든다면 박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추천.

* 후반부에 가면 어떤 장면 때문에 한 전직 대통령이 떠오른다. 중간 중간 그분이 생전에 했던 말씀과 비슷한 대사도 나와서 더더욱. 그리운 대통령님. 

* 오래전에 MBC에서 '내 인생의 스페셜'이라는 미니시리즈를 방영했었는데 제목도 모르고 봤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본방사수를 했었다. 김승우, 명세빈, 신성우 등이 나왔고 캐릭터들이 톡톡 튀었다. 알고 보니 박경수 작가 작품. (당시 '늑대'의 주연 배우 문정혁과 한지민이 촬영 도중 사고를 당해 2회 만에 방영 중단되면서 사전 제작해놓은 이 드라마를 방영한 것이라고 함-위키 참고) 

* 김희애 주연의 '퀸메이커'도 강추. 재벌가 기획실장이 인권 변호사를 서울시장으로 만드는 내용.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2024-05-25

넷플릭스 영화 신부의 어머니 (브룩 쉴즈 주연) 그런데 이래도 될까?


시작은 엠마가 RJ에게 청혼을 받는 장면이지만, 영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작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바로 엠마의 엄마인 라나(Rana). 그녀는 유전자 연구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의학 박사이다. 예정보다 빨리 찾아온 딸은 깜짝 놀랄 소식을 안겨준다.


신부의 어머니에 나오는 인물들이 모래사장에 줄지어 서있다
신부의 어머니 / 출처 공식 홈

신부의 어머니 (Mother of the Bride)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2024년 5월 9일 공개. 런닝타임 1시간 30분. 마크 워터스 감독. 러빈 번하임 버거 각본. 브룩 쉴즈, 미란다 코스그로브, 벤저민 브랫, 레이철 해리스, 션 틸, 채드 마이클 머레이, 윌슨 크루즈 등 출연.

🍹🍷🍸 결말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

엠마의 결혼식이 열릴 푸켓의 리조트에서 라나는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예비 사위 RJ의 아빠가 대학 시절 사귄 윌(Will)이었던 것. 라나는 윌이 갑자기 떠나버려서 너무 큰 상처를 받았었다. (유전자 연구자 답게) 혹여 RJ도 그의 아빠처럼 행동할까봐 라나는 괜히 걱정이 된다.

이 영화는 솔직히 말하면 클리셰 범벅이다. 껄끄러운 사이인 두 사람이 상대방의 나체를 보게 된다던지 서로 춤 파트너가 없어서 짝이 된다던지 둘이 어디를 갔는데 하필 차가 고장나서 발이 묶인다던지. 아, 그럴듯해 보이는 (연하의) 경쟁자가 나타나 상대방이 질투하게 되는 것도.

런닝타임이 짧은 만큼 갈등이 적당한 수준으로 그려지고 빨리 해결된다. 아울러 푸켓의 멋진 풍경과 럭셔리한 아난타라 리조트가 눈을 즐겁게 해준다.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에 딱 좋은 킬링타임용 영화이다.

그런데 엔딩 얘기는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다. 자식의 결혼식에서 프로포즈를 하는 아빠라니! 아무리 로맨틱 코미디 영화라지만 조금은 현실성 있게 진도를 천천히 나갔으면 어땠을지 아쉬움이 든다. 몇십 년 쌓여있던 앙금이 단 며칠 만에 녹아서 나랑 결혼할래 말래? Yes! 한다는 게 도대체가....😑 (아무리 그래도 신부와 신랑이 주연이어야 할 자리에서 그 부모들이 공개적으로 그러는 게 웬 주책인가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이 영화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라나 아닌가....)



역시 브룩 쉴즈가 주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크리스마스 캐슬'도 이 작품과 비슷한 느낌이다. 바쁘게만 살아온 유명 작가가 휴가를 가서 사랑도 찾고 자아도 찾는 얘기. '신부의 어머니'가 반응이 좋으면 넷플릭스에서 그녀를 주연으로 영화를 또 만든다에 500원을 걸어본다. 여전히 멋진 브룩 쉴즈는 '중년 로맨스' 장르의 대명사가 될 것이다. 아니, 이미 되었다.


* 사돈끼리 결혼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혈족의 배우자의 혈족이므로 근친 결혼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겹사돈도 가능하다. 

* 전성기 때 브룩 쉴즈의 미모는 그야말로 따를 자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가 더 마음 편해 보이고 좋아 보인다. (그녀의 어린 시절은 불행했다고....)

* 이 영화를 보고 푸켓에 가보고 싶어졌다. 리조트 예약한 분도 있다에 또 오백원을 걸어볼까나?

* 넷플릭스에서 각본가의 이름을 클릭해보니 '크리스마스 스위치' 시리즈 세 편이 나온다. 킬링타임용으로 부담 없이 보기 좋은 영화들이다. 

* 같은 제목의 외국 소설이 있는데 줄거리는 다르지만 설정이 비슷하다. 자녀끼리 얽혀서 전 남편과 다시 만나게 됨. (원작인가?)

* 이제 보니 글 주소에 bride를 bridge로 써놓았다. 😓😓😓

2024-05-18

넷플릭스 브리저튼 시즌 3을 보고 든 생각 (추천 미드)


💗💗 강력 스포일러!! 앞으로 브리저튼 시리즈 보실 분은 주의하세요!! 💘💘


브리저튼 시즌 3 part2 넷플릭스 공식 예고편


브리저튼 (Bridgerton) 시즌3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사 숀다랜드(Shondaland). 총괄 프로듀서 숀다 라임스 외 여러 명. 니콜라 코클란, 루크 뉴턴 주연.


2024년 5월 16일 브리저튼 3시즌 part 1(4회)이 공개되었다. 이번에는 브리저튼 가문의 8남매 중 셋째인 콜린과 이웃에 사는 페넬로피 페더링턴이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친구 사이지만, 페넬로피는 오래전부터 콜린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3시즌은 이 두 사람이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이야기이다. (여섯째 프란체스카의 남편 찾기와 둘째 베네딕트의 연애 이야기도 곁들여짐)

24년 6월 13일에 공개될 part 2 예고를 보니 페넬로피가 위기에 빠진다. 콜린은 사교계를 뒤흔드는 익명의 gassip girl '레이디 휘슬다운'에게 이를 갈고 있었다. 휘슬다운의 정체를 알게 되면 어디 한 군데는 망가뜨릴 기세인데...... 누구인지 알게 되면 콜린이 어떻게 나올지 너무 궁금하다. 브리저튼 시리즈에서 레이디 휘슬다운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데 설마 시즌 3까지 나오고 굿바이? 아니면 시리즈 끝날 때까지 비밀보장? 이것도 정말 궁금하다.



브리저튼 시리즈는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즐기기는 좋은데, 짝 찾기에 목숨 거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작품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역설일 것이다. 세상에는 사랑과 결혼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조건이나 남의 시선을 떠나) 진실된 사랑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끼게 한다고나... 그럼에도 페널로피의 엄마가 '진짜 낭만은 안정감'이라고 할 때는 또 그 말에 수긍하게 된다.


* 2화 무도회 장면에서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나온다. 숀다 님도 혹시 아미(ARMY)?


* 무려 여덟 명이나 되는 브리저튼 집안의 남매 이름이 헷갈린다면! ABC 순서라는 것을 기억하면 편하다.

첫째 - 안소니 (Anthony / 남 / 2시즌 주인공 / 배우 조나단 베일리)
둘째 - 베네딕트 (Benedict / 남 / 배우 루크 톰슨 )
셋째 - 콜린 (Colin / 남 / 3시즌 주인공 / 배우 루크 뉴턴)
넷째 - 다프네 (Daphne / 여 / 1시즌 주인공 / 배우 피비 디네버)
다섯째 - 엘로이즈 (Eloise / 여 / 배우 클라우디아 제시)
여섯째 - 프란체스카 (Franceska / 여 / 3시즌부터 해나 도드. 1,2시즌 루비 스톡스)
일곱째 - 그레고리 (Gregory / 남 / 배우 윌 틸스턴)
여덟째 - 히아신스 (Hyacinth / 여 / 배우 플로렌스 헌트)


2024-05-04

아순타 케이스(The Asunta Case) - 실제 사건을 드라마로 재구성한 스페인 넷플릭스 범죄 수사물


2001년, 스페인의 로사리오(엄마)와 알폰소(아빠) 부부는 중국인 여자 아기를 입양하고 이름을 '아순타'로 짓는다. 2013년 9월 21일, 두 사람은 딸이 없어졌다며 실종 신고를 한다. 다음날 아순타는 사망한 상태로 발견된다. 로사리오의 시골집에서 5km 떨어진 숲길이었다. 며칠 뒤 두 사람은 딸을 죽인 혐의로 체포된다. 

아순타의 부모 알폰소와 로사리오가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아순타 케이스 (El Caso Asunta)

: 2024.04.26 공개.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미티드 시리즈 스페인 드라마. 칸델라 페냐, 트리스탄 우요아, 하비에르 구티에레스, 아이리스 우, 카를로스 블랑코, 마리아 레온, 프란시스코 오렐라, 알리시아 보라체로 등 출연. 

👉👉👉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

다 보고 난 지금, 이 작품이 단순 창작물이었으면 재미있는 드라마 한편 봤다 생각하고 넘어갔을 텐데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라고 하니 찜찜함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로사리오와 알폰소가 범인이라면 대체 왜 아순타를 죽였을까? 로사리오의 부모가 대규모의 별장을 손녀에게 남겼는데 돈이 필요했던 두 사람이 이것 때문에 죽였다? 루프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던 로사리오가 온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을 저질렀다? 두 사람의 치명적인 비밀을 아순타가 알게 되어서 미리 차단? 범행 동기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끝이 나버려서 너무 답답하다.


2013년 1월 알폰소는 로사리오가 유부남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2013년 2월, 두 사람은 이혼한다.
2013년 6월, 로사리오의 병이 깊어져 입원한다. 알폰소는 '로사리오가 불륜을 정리하는 조건으로' 로사리오와 아순타를 돌봐주기로 한다.
2013년 7월, 누군가 아순타의 방에 들어가 그녀를 목 졸라 죽이려 했다. 그런데 로사리오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소음에 민감한 이웃집 개도 그날은 짓지 않았다고 이웃이 진술한다. 누군가 밖에서 침입했다면 개가 반드시 짖었을 것이라고. [범인이 제3자가 아니고 로사리오라는 의심이 강하게 드는 대목이다]

죽은 아순타에게서는 치사량의 로라제팜(벤조디아제핀계 약) 성분이 발견되었다. 아순타가 평소에도 약에 취한 듯한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고 주변인 몇 사람이 진술했다. 알폰소는 아순타가 알레르기 비염 때문에 항히스타민제를 먹어서 그렇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순타의 머리카락에서 나온 정보는 그녀가 로라제팜 성분을 장기간에 걸쳐 먹어왔다는 것이었다. 로라제팜은 로사리오가 먹고 있는 안정제(수면제로도 이용)였다.  

이들은 대체 왜 아이에게 향정신성 의약품을 먹였을까? 불륜에 빠져있던 로사리오가 아이를 재워 놓고 불륜남을 만나러 가기 위해? 아시안 포르노도 즐겼던 알폰소가 아이를 재워 놓고 어떤 식으로든 탐닉? 아니면 아이를 죽이려고 계속 시도했다는 뜻? 이것도 확실한 이유가 나오지 않는다. (아이고 답답해😫)

이 사건에 대한 스페인 위키백과를 읽어보았는데, 아 글쎄 아순타를 처음 발견했을 때 체온을 재지 않았다고 한다! 성폭행 가능성 때문에 직장의 온도를 재지 않았다고 하는데 아니 그럼 다른 부위의 온도라도 쟀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 시기에 나온 CSI 과학수사대 드라마에서는 간의 온도를 재던데 아무튼!] 아순타의 몸 속에 남아있는 로라제팜 성분 양으로 사망 시간을 추정했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시신 발견 당시 체온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면 상황이 또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로사리오와 알폰소 두 사람이 몹시 의심스러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녀사냥을 당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이 각각 체포되어 경찰서에 구금되었을 때 경찰이 이들의 대화를 도청했는데, 스페인 위키백과에 따르면 이 녹음본이 유출되어 방송에 나왔다고 한다. 다만 방송에서는 배우들이 대화를 재현했다고. 그런데 문제는 경찰의 공식 기록에는 이런 표현의 대화가 없다는 것이다.

https://es.wikipedia.org/wiki/Caso_Asunta_Basterra 에서 발췌.


로사리오 : 당신과 당신의 작은 게임. 그걸 없앨 시간이 있었나요?
알폰소 : 닥쳐, 그 사람들이 우리 말을 듣고 있을 수도 있어.

이 세 문구 중 첫 번째와 마지막 문구는 허구이며, 두 번째 문구는 로사리오가 "그럴 시간이 없었지?"라고 말한 내용을 각색한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문구가 나중에 진실로 받아들여져 신문, 잡지, 텔레비전(심지어 2013년 10월 30일자 TVE-1의 전국 뉴스에서도)에서 무한정 반복되었다는 것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에도 두 사람이 구금된 뒤 (저 표현 그대로는 아니고) 둘만의 비밀이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대화 장면이 나온다. [이 드라마는 서사를 위해 각색된 부분이 있다고 밝히긴 했으나 어느 부분을 어떻게 각색했는지는 설명해놓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식의 대화가 '비공식적으로는' 정말 있었다는 건지 아니면 말 그대로 지어낸 것인지 그걸 잘 모르겠다. 위키백과의 내용이 맞다면 드라마에서는 이 대화를 재현할 게 아니라 당시 방송에서 이것을 어떻게 왜곡했는지 그 실상을 보여줬어야 하지 않을까? 시청자 대다수는 실제 아순타 사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이 드라마를 보니까 말이다. 실화를 다큐가 아닌 드라마로 만드는 건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이런 사건을 보면 이춘재 연쇄 살인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분이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사건 현장 주변의) 나무들은 범인을 다 봤을 텐데 말을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어린 나이에 죽은 아순타가 불쌍하고 안타깝다. 로사리오도 이제는 말 없는 자가 되었다. 도대체 범행 동기가 뭐였을까? 이것이 너무나 궁금할 뿐이다. 




2024-04-24

넷플릭스 추천 영화 - 눈물을 만드는 사람 The Tearsmith (+ 나의 잘못 My Fault)

 
니카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보육원에 가게 된다. 그곳은 악독한 원장이 지배하는 지옥같은 곳이었다. 원장은 리젤을 뺀 모든 아이들을 괴롭힌다. 리젤 역시 니카에게는 불친절한 아이였다. 세월이 흐르고, 청소년이 된 니카는 드디어 새 가족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리젤을 본 양부모가 그를 같이 입양하려고 한다. 줄곧 입양을 거절해왔던 리젤은 이번엔 순순히 따라 나서는데.....

니카와 리젤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눈물을 만드는 사람 (The Tearsmith)


: 넷플릭스 오리지널 이탈리아 영화. 2024년 4월 공개. 에린 둠 소설 원작. 시모네 발다세로니, 카테리나 페리올리, 사브리나 파라비치니, 알레산드로 베데티, 로베르타 로벨리 등 출연.

🦋🦋🦋 스포일러 주의 🦋🦋🦋

사춘기 미성년자를 한꺼번에 두 명씩이나 입양하는 게 말이 되나 싶기도 한데 원작 소설 설정이 그런 것이니 따지지 않기로 한다. 어쨌거나 주인공 두 사람이 가족이 될 처지에 놓여야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으니 말이다.



영화는 니카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리젤도 내레이션을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랬다면 지독한 아이러니와 싸우는 리젤의 내면이 더 잘 드러났을 것 같다. 

리젤은 원장의 편애를 받는 입장에서 니카를 좋아하는 마음을 드러낼 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원장이 니카를 더 괴롭힐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는 니카와 함께 있기 위해 입양을 거절해왔지만, 니카와 함께 있기 위해 입양에 응한 뒤에도 진심을 드러낼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임시 입양 상태에서 둘이 연애라도 했다간 입양이 무산될 수도 있었다. 리젤은 니카가 얼마나 가족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니카에게 계속 가시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 혹은 남녀 주인공 버전이 각각 있는 영화 '엘리노어 릭비(제임스 맥어보이, 제시카 차스테인 주연)'처럼 리젤 버전을 따로 만들어도 괜찮을 듯.

사실 주인공 두 배우에게서 고생하며 자란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개연성 0인 외모가 한편으로는 또 개연성이다. 니카와 리젤 두 사람이 한 화면에 나오면 그야말로 '섹텐(성적 긴장감)'이 줄줄 흐른다. 더구나 노출 장면도 있는데 등급이 15세 관람가! 19금 매기기엔 수위가 좀 약하다 해도 청소년 관람 가능 등급은 아니지 싶은데.....🙄 아무튼 고급스러운 하이틴 로맨스 같은 영화 '눈물을 만드는 사람'을 소심하게 추천해본다. 


+) 이 작품 반응이 궁금해서 서핑해보는데 다른 영화가 함께 언급되고 있었다. 내용을 보니 부모의 재혼으로 남매가 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 이 작품도 궁금해서 찾아 보았다. 


나의 잘못 (My Fault)

: 프라임 비디오 2023년 공개. 스페인 영화. 원작 메르세데스 론의 3부작 소설. 니콜 월레스, 가브리엘 게바라 주연. (나무위키 참고)

감상을 솔직히 말해보면...... 여자 주인공 노아에게 엄청난 재력의 새 아버지가 생긴 것부터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5성급 호텔 같은 저택은 물론이고 모든 것을 다 가진 오빠 닉의 존재까지. 초반에 노아와 닉이 티격태격 불꽃이 튈 때는 영화가 기대가 됐었다. 그 톡톡 튀는 티키타카가 계속 되었으면 좋았으련만....

카레이싱이 비중 있게 나오는데 후반에 가면 감독이 정작 만들고 싶었던 건 '분노의 질주'였나 싶어서 어리둥절해진다. 조연이 주연 된 느낌? 그래도 카레이싱 장면 연출은 괜찮다. 잡아먹을 듯 키스하는 장면이 많고 섹스씬이 노골적으로 나오는데 19금이 아니고 16세 이상?! 엔딩을 보니 다음 이야기가 또 나올 것 같은데, 속편의 빌런은 이들의 부모가 되려나? 속편이 나온다면 볼거리는 적당히 집어넣고 두 사람의 이야기에 충실하면 좋겠다. 


2024-04-20

언더커버(Undercover) - 강력 추천 넷플릭스 네델란드 드라마 범죄수사물

네델란드 하면 떠오르는 것은?
풍차, 튤립, 바다 보다 낮은 땅, 천재 화가 반 고흐, 대한민국 축구계의 영웅 거스 히딩크 감독..... 앞으로는 드라마 '언더커버'도 생각이 날 것 같다.


권총 모양에 주인공 네 사람의 얼굴이 배치되어 있다

언더커버 (Undercover)


: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1년 3시즌 공개. 네델란드 드라마. 톰 바스, 프랑크 라머르스, 엘리서 스하프, 아나 드레이버르, 뤼트 베카르트 등 출연. (넷플릭스 표기에 따름)


마약왕 페리 바우만을 잡기 위해 그의 이웃으로 침투한 경찰관 봅과 킴. 두 사람은 연인인 척 연기를 하며 페리와 친해질 기회만 엿본다. 하지만 페리는 갑자기 나타난 두 사람을 몹시 경계하며 쫓아내려 할 뿐이다. 일에 진전이 없자 킴은 페리의 부인 다니엘라를 노리고, 친구가 없어서 힘들어하던 다니엘라는 킴과 빠르게 가까워진다.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페리도 점점 봅에게 곁을 내준다. 가짜 삶에 몰두할수록 봅의 진짜 삶은 망가져 가고 킴의 죄책감은 커져만 간다. (이상 시즌1 줄거리)

잠입 경찰(Undercover)을 다룬 드라마와 영화가 많이 있다. 그만큼 매력적인 소재라는 반증일 것이다. 경찰이 범죄자를 잡으러 범죄 조직에 들어갔다가 범죄자에게 감화되거나 진짜 범죄자가 되거나 인생이 파괴되는 결말의 창작물들이 떠오른다. '언더커버'의 두 경찰도 어떻게든 작전을 성공시키겠다는 일념으로 별의별 일(짓)을 다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이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 어디까지 실제이고 어디까지 창작인지 모르겠지만 - 이 작전에 투입된 경찰들은 자아(ego)에 큰 상처를 입었을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악당 쪽에도 이입이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사람은 다니엘라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속아 넘어가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잠입 수사 방식이 너무 잔인하게 느껴진다. 물론 그녀가 완전 무결한 것은 아니다. 남편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몰라도 그 범죄 수익으로 잘 먹고 잘 사는 처지니까. 페리 역시 세상에 마약을 퍼뜨려 수많은 사람들을 망가뜨리는 나쁜 놈인 것만은 분명한데 시즌 3까지 다 보고 나면 생각이 조금 흔들릴 수도 있다. 

그만큼 이 드라마가 인물을 입체적으로 잘 그려서 그럴 것이다. 인물들의 관계가 변해가는 과정도 실감나게 그려진다. 긴장감과 서스펜스가 살아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끝내준다. 특히 페리 역의 프랑크 라머르스. 한번 재미가 붙으면 끊을 수가 없다. 이렇게 잠도 잊게 만드는 드라마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넷플릭스에는 '언더커버'의 스핀오프 드라마인 '페리 : 더 시리즈'와 영화 '페리'도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페리 바우만이 주인공이다.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악당 페리의 캐릭터에 반했다면 이 작품들도 찾아보시길. 


* 같은 제목의 영국 드라마(2016년 작품)는 지루해서 보다 말았다. 이것을 리메이크한 우리나라 드라마(김현주, 지진희 주연)는 보지 않아서 어떤지 모르겠다. 


2024-04-19

피지컬 100 - 한계의 한계에 도전하는 100명의 각본없는 드라마 [넷플릭스 추천 예능]


홀을 가득 채운 100개의 상반신 석고 모형이 시작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비슷해 보여도 똑같은 것은 없다. 토르소 주인들이 하나둘씩 등장해 자신의 분신을 찾아간다. 성별, 인종, 나이 구분 없이 뽑힌 참가자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며 상대를 스캔하고 분위기를 파악한다. 

피지컬100 시즌2에 참가한 사람들


피지컬 : 100 (Physical : 100)


: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3년 시즌1, 2024년 시즌2 공개. 프로듀서&연출 장호기. 연출 이종일. 메인 작가 강숙경. 촬영 감독 정장수, 김찬홍, 박재영. 무대 총괄 김광석. 미술 감독 이영주. 그밖에 수많은 연출진과 작가진, 스텝진. 


여기까지는 화기애애하다. 100명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미션은 처음부터 무자비하다. 신체 능력이 강한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팀을 이뤄 치루는 경기에서는 운까지 시험 받는다. 어떤 팀장과 팀원을 만나느냐에 따라 생존할 확률이 달라진다. 개인전이나 팀전이나 참가자들에게는 지옥 그 자체다. 

피지컬 100 시즌1을 처음 보았을 땐 새로운 것을 넘어서 혁명적이라는 생각마저 들었었다. 엄청난 규모의 경기장도 놀라웠지만 감탄 나오는 몸들이 한데 뒤엉켜 겨루는 모습도 예술이었다. 무기만 들지 않았을 뿐 검투사와 맹수의 한판 승부를 직관하는 느낌이랄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는 재미에 전편이 한꺼번에 공개되지 않는 게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시즌2는 더 발전되고 진화한 느낌이다. 경기장 스케일은 더욱 커졌고 미션도 더 지독해졌다. 잔인한 룰은 우정도 저버리게 만든다. 참가자들이 미쳐할 수록 재미는 더 커진다. 모든 외부 조건을 다 벗어던지고 오직 몸 하나만으로 겨룬다는 것이 이 시리즈의 최고 장점이다. 아직까지 전혀 안 보신 분은 스포일러 절대 밟지 말고 시작해보시기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2시즌을 강력히 추천한다. 

*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힘을 쓰는 미션이 대부분이다 보니 여성 참가자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성별만큼은 나눠서 진행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또 지금처럼 흥행이 안 될 것 같기도 하다. 현재의 인기를 보면 시즌3도 만들어질 게 분명한데, 여성 참가자에 대한 룰은 보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1시즌은 결승전에서 논란이 있었다. 경기를 하다 중단하고 다시 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서 승부 조작 얘기까지 나왔었다. 제작진이 시청자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하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시즌2에서는 재경기한 부분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것도 나아진 점이다. 

2024-04-10

기생수:더 그레이 - 넷플릭스 추천 한드 (전소니 구교환 이정현 권해효 박인권 윤현길)


어느 날 갑자기 대한민국에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들이 떨어진다. 그들은 인간의 몸에 들어가 뇌를 점령하고 인간을 먹이로 삼는다. 생명 유지에 인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그들은 조직을 만들어 힘을 합친다. 반면 주인공 정수인의 몸에 들어간 외계 생명체는 뇌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수인과 공생하는 상태가 된다. 이 외계 생명체는 자신이 살려면 수인을 지켜야 한다. 

주인공 수인의 얼굴에서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인공 정수인 역의 전소니

기생수 : 더 그레이 (Parasyte : The Grey)


: 넷플릭스 오리지널. 총 6화. 이와아키 히토시 원작. 연상호 감독. 연상호, 류용재 각본. 전소니, 구교환, 이정현, 권해효, 김인권, 윤현길, 이현균, 오치운, 홍의준, 문주연, 유용, 조동인 등 출연. 



'기생수'는 1990년대에 나온 일본 만화이다. 나는 이 작품을 만화책으로 보았다. 지구에 떨어진 외계 생명체가 사람의 몸에 기생해서 산다는 기본 설정이 획기적이었다. 스토리도 굉장히 재미있어서 정신없이 만화를 보았었다. 사실 줄거리는 세세하게 기억이 안 나지만 재미와 감동이 컸던 것 만큼은 확실하다. 

일본에서 만든 애니메이션과 영화는 보지 않았다. 만화에서 받은 감상을 간직하고 싶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2024년 우리나라에서 드라마로 나온다고 했을 때 솔직히 반가움 반 의구심 반이었다. 관련 기사를 읽어보니 왠지 원작과 많이 다를 것 같았다.

역시나 '기생수 : 더 그레이'는 원작 만화와는 기본 설정만 같은, 스핀오프 급의 새로운 작품으로 보는 게 맞겠다. 원작에서는 남자 주인공의 오른손에 외계 생명체가 자리 잡는데, 드라마에서는 여자 주인공의 얼굴 오른쪽에서 나타난다. 차라리 원작을 하나도 모르면 드라마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듯하다. 어렴풋이나마 원작 줄거리가 생각나니 오히려 드라마 감상에 방해가 되었다. 원작에 충실한 드라마를 원한 분이라면 화가 날지도 모르겠다. 앞서도 말했지만 원작 만화와는 선을 긋고 보는 것이 좋겠다.

CG도 그만하면 훌륭하고 설강우 역을 맡은 구교환의 연기가 끝내준다. 스포일러 밟지 말고 보시길 바란다. 추천!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외계 생명체 전담팀 이름을 왜 '더 그레이'로 지었는지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건 나와줘야 하지 않나? 왜 그렇게 지었는지 알려줘야죠~

그리고 마지막회 엔딩 장면은 그게 최선이었을까? 웬 일본인이 등장해서는 그의 오른손을 클로즈업 하는데 원작이나 영화를 전혀 보지 않은 분이라면 이게 대체 무슨 뜻인가 할 것이다.  차라리 엔딩 크레딧 뒤에 넣었으면 쿠키 영상으로 생각했을 텐데 드라마 엔딩으로 나오니 어리둥절한 느낌이 크다. 더욱이 다음 시즌 없는 리미티드 시리즈 드라마의 끝이라면 진짜 주연 배우들이 장식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좀 그렇다.

* 리뷰를 올린 뒤에 다시 찾아보니 드라마 엔딩에 나온 일본 배우는 기생수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나온 배우가 아니고 연상호 감독이 개인적으로 캐스팅한 '스다 마사키'라고 한다. 굳이 일본 배우를 출연 시켜야겠으면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나온 배우(소메타니 쇼타)가 낫지 않나? 엔딩 크레딧에 '이즈미 신이치'라고 나와서 이게 배우 이름인 줄 알았더니 원작 만화의 주인공 이름이었다.

2024-04-01

카피타니(Capitani) - 넷플릭스 룩셈부르크 드라마 [유럽 범죄수사물]

 
넷플릭스에 들어가면 추천작들이 많이 나온다. 내가 찜해놓은 작품들과 아닌 것들이 섞여있다. '카피타니'도 추천작 리스트에 늘 나오는 드라마 중 하나였다.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선뜻 보게 되지 않던 이 작품을 묵혀둔 숙제를 해치우는 심정으로 보게 되었는데......


경찰 카피타니가 총을 겨누고 있다
Netflix Drama 'Capitani'

카피타니 (Capitani)

: 넷플릭스 오리지널. 2019년 공개. 룩셈부르크 작품. 뤼크 슐리츠, 소피 무젤, 클로드 데 데모, 쥘 베르너, 질 드브레스 등 출연. 


카피타니는 주인공 경찰의 이름이다. 그는 휴가 기간 동안 어느 외진 마을을 찾아간다. 그런데 하필 그곳에서 10대 소녀가 사망한 채 발견된다. 졸지에 사건을 맡게 된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서 보이지 않는 벽을 느낀다. 작은 동네다 보니 주민들은 서로 다 알고 지내는 사이였고 이방인이 하는 수사에 비협조적이다. 그는 이곳에서 나고 자란 경찰 엘자와 함께 폐쇄적인 마을을 헤집기 시작한다. 

사실 카피타니가 이 마을에 온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조사하는 경찰이 찾아와 그를 압박한다. 사건은 수사를 할수록 복잡해진다. 갖은 어려움 속에서 그는 결국 충격적인 진실을 밝혀낸다.



1, 2시즌 각각 12편의 에피소드로 되어있지만 한 회당 길이가 30분 안팎이다. 보다 보면 금방 다음회가 찾아온다. 사실 이 드라마의 국적이 이 드라마를 보게 만든 가장 큰 이유지만, 재미만 따진다면 중간은 간다. 2시즌은 분위기가 확 바뀐다. 스포일러라서 여기까지만.

룩셈부르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베네룩스 3국! 혹은 크라잉넛의 노래를 떠올린 분도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룩셈부르크 드라마를 보게 될 줄이야. 덕분에 이 나라가 프랑스, 벨기에, 독일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과 GDP가 세계 1위라는 것도 새삼 알게 되었다. 영상으로나마 룩셈부르크를 구경해보고 싶으신 분께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