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얼 서스펙트'라고 반전의 대명사로 이름난 영화가 있다. 끝까지 범인을 모르고 봐야 엔딩에서 제대로 충격을 받을 수 있는데, 어떤 미친 인간이 버스에 올라타서는 창문을 열고 극장 앞 사람들을 향해 범인은 누구다~ 외쳤다는 이야기가 있다. 갑자기 이 얘기를 왜 하냐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보고 나도 이렇게 외치고 싶은 충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제발 보지마~~~~~
🏍 스포일러 주의! 줄거리 많이 나옵니다 🩰
![]() |
Eros & Reese |
배드 인플루언스 (Bad Influence / Mala influencia)
: 2025년 5월 넷플릭스 공개. 스페인 작품. 감독 클로이 윌리스. 각본 클로이 윌리스, 디아나 무로. 알베르트 올모, 엘레아 로체라, 엔리케 아르세, 미렐라 발리치, 사라 아리뇨 등 출연.
영화 시작부터 설정이 좀 이상하긴 했다. 누구인지 모를 상대로부터 괴롭힘 당하는 딸을 위해 부자 아빠가 경호원을 고용하는데 굳이 감옥에 있는 남자를 빼와서 일을 시킨다? 그렇다고 이 남자가 경호원으로써 경력이나 스펙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특이 사항이 있다면 부자 아빠가 어렸을 때부터 후원해준 고아라는 점. 미성년 딸에게 잘 생긴 젊은 남자를 붙여 놓고는 깊은 사이가 되면 안된다고 눈에 불을 켠다. 이때만 해도 남자가 운동이라도 잘 하나 했는데.
요즘 말로 아주 쓸만한 와꾸(외모)를 가진 주인공 에로스는 부잣집 딸 리즈가 다니는 학교에서 단숨에 화제가 된다. 학생도 아니면서 교복까지 입고 학교에 같이 다니는 설정도 웃기긴 했는데, 명색이 경호원임에도 리즈를 지켜주려는 느낌이 없다. 그냥 따라다니는 키링남 같다고나. 사정이 있어 이 일이 필요한데도 그 어떤 절박함이나 진지함이 에로스에게선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래 뭐 여기까진 그가 얼떨결에 이 일을 하게 되어서 그렇다 쳐도....
제목 뜻이 '나쁜 영향'인데 에로스가 리즈에게 무슨 영향을 얼마나 주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설정의 영화라면 곱게 자란 부잣집 딸이 전혀 걸맞지 않은 남자를 만나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면서 자신만의 우물에서 탈출하는 것을 기대하게 되는데, 남의 오토바이 함께 부순 것 말고는 이렇다 할 일탈이 없다. 파티 같은 건 리즈가 더 경험이 많아 보이는데?
두 주인공 사이에 케미는 나쁘지 않으나 텐션은커녕 매력적인 티키타카 대화 하나 찾아볼 수 없고 둘이 합체를 하는데도 별 감흥이 없다. (여기서 그만 봤어야 했는데😭)
리즈를 괴롭힌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은 또 어떤가. 애매한 영상 하나 보고 바로 확신? 개연성은 일찍이 개나 줘버렸으니 가능한 전개였다. 범인의 정체보다 더 황당한 건 최후의 비밀을 범인이 다 폭로해버린다는 것. (아니 그걸 대체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정도는 나와줘야 하지 않을까??)
하.......
결국 에로스와 리즈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사이였던 것인데.... 에로스는 자기 부모를 죽게 만든 인간의 딸에게 미안하다는 소리만 늘어놓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빠가 알고 보니 자기 부모의 원수인데 어떻게 분노하는 장면 하나 나오지 않을까? 운명의 장난에 휘말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리즈에게 애증을 보이는 장면도 없다. 부모 죽게 만든 자식이란 오명을 평생 달고 살다가 진실을 알게 되었는데도 에로스라는 인물에게는 아무 변화가 없다.
리즈 또한 아빠의 추악한 모습을 알게 되었는데도 이에 대한 반응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아빠의 악행으로 힘든 인생을 산 에로스에게 미안해 하는 장면 하나 없다. 이건 뭐 시나리오와 연출 탓을 해야겠다.
에로스와 리즈로 나오는 배우들은 충분히 매력적인데 캐릭터는 놀랍도록 밋밋하고 무매력이다. 아니 어떻게 이런 시나리오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만들어졌을까? 지금까지 본 넷플 오리지널 중에 가장 최악이다. 둘이 수영장에 빠져 젖은 머리로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영화 '애프터'의 포스터가 떠올랐는데 제작자는 이런 청춘물을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스페인 작품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실망한 적이 없었는데 '배드 인플루언스'는 정말이지...!!! 같은 스페인 로맨스 영화 '나의 잘못'은 이것에 비하면 진짜 양반이었다~
다시 한 번 외치겠습니다! 강력 비추! 보지마 제발~~~~~ Time is Gold~~~~~
* 이렇게 인터넷에서라도 외치고 나니 또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햄식이 크리스 헴스워스와 탕웨이가 함께 나온 영화가 있다 길래 당장 찾아봤다가....😤😤😤 진짜 볼거라고는 키스신 & 베드신(?) 뿐. 제목도 기억 안 나는 영화. 찾아보니 '블랙코드(Blackhat)'. 무려 2시간 넘는 런닝타임. 이것도 궁금하신가요? 분명 경고했습니다~~~ 당신의 시간은 소중하다고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매크로 스팸 빼고 부담 없이 댓글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