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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5

더 원 (The One) - 유전자 검사 한번에 운명의 상대를 찾을 수 있다면? 추천 영드 범죄물

 
'단 한번'의 검사로 '오직 하나 뿐인 그대'를 찾을 수 있는 세상.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더 원 서비스에 신청을 하고 머리카락 한 가닥만 보내면 끝. 내 유전자와 특정 부분이 맞는 유전자가 발견되면 '매칭(matching)' 성공. 그렇게 과학기술이 맺어준 두 사람은 만나는 순간부터 남다른 감정을 느낀다. 마치 거짓말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모아 한 사람의 얼굴을 만들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원' / TMDB

더 원 (The One)

: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1년 공개. 영국 드라마. 총 8화. SF 범죄물. 해나 웨어, 조이 태퍼, 디미트리 레오니다스, 아미르 엘마스리, 로이스 치밈바, 에릭 코피 아브레파, 팔라비 샤르다 등 출연. 


이 기술을 개발한 리베카는 그야말로 승승장구한다. DNA를 맡기는 사람은 1분 1초가 다르게 늘어나고 그만큼 운명의 상대를 찾는 사람도 많아진다. 리베카 역시 유전자 검사로 찾은 완벽한 짝과 함께 대중을 홀린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이미 결혼했거나 애인이 있는 사람도 운명의 상대에게로 가버리는 일이 생긴다. 주목 받는 만큼 원망도 감당해야 한다. 


어느 날 강에서 시신이 발견되고, 신원을 파악해보니 리베카와 관련 있는 사람이었다. 케이트 형사는 리베카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아울러 그녀와 DNA 연구를 함께 했던 제임스가 모든 명예를 버리고 조용히 사는 것도 의문스럽다. 케이트는 최고 권력자 수준의 리베카를 상대로 힘든 수사를 이어나간다. 


SF라고 하면 왠지 자동차가 날아다니고 로봇이 나올 것 같은데 이 드라마는 전혀 그렇지 않다. DNA로 운명의 짝을 찾을 수 있다는 설정만 가상일 뿐이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나니 범죄 사건을 빼고 이 기발한 설정만으로 이야기를 끌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매칭을 둘러싼 갈등도 충분히 재미있고 이야깃거리가 많아 보여서다. 막판에 새로운 떡밥이 등장했고 리미티드 시리즈라는 말도 없는데, 2시즌 언제 나오나요?

정말 이런 게 가능하다면 세상 사는 게 조금은 덜 복잡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온 세상 사람들이 자신만의 상대를 찾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대체 얼마나 될까? 차라리 인간이 자웅동체로 태어나면 편하겠다는 생각도 해봤던 터라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상상력이 아주 흥미로웠다. 정말 이런 서비스가 있다면 당신은 의뢰하시겠습니까? 저는... I don't know.



2024-02-10

사체의 증언 - 법의학 스릴러 수사물 영드 추천


티빙에서 독점으로 제공하는 파라마운트사 작품들을 살펴보던 중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다. 사체의 증언? (24년 1월에 정주행 했는데 2월 현재 티빙에 없다. Oh my~😱)


법의학자가 작업복 모자를 쓰고 있다
The Chemistry of Death


사체의 증언 (2023)

: 사이먼 베케트 원작. 리처드 클락 감독. 해리 트레드웨이, 사무엘 앤더슨, 잔느 구르소 등 출연. 


타이틀에 나오는 원제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죽음의 화학(The Chemistry of Death)'이다. 그런데 한국 제목은 왜 이렇게 노골적으로 지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아무튼 법의학이 주 내용 같아서 보게 되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제라도 봐서 다행'인 작품이었다.

인구가 많지 않은 지역에서 '시골 의사'로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 데이비드 헌터는 어느 날 죽음과 마주하게 된다. 숲에서 놀던 어린 형제가 시신을 발견한 것이다. 부검의를 당장 불러올 수 없었던 경찰은 그에게 시신을 봐달라고 부탁한다. 


거절을 거듭하던 헌터는 현장만 보고 이런 저런 것들을 짚어낸다. 누가 봐도 전문가 같은 모습에 그를 조사해본 경찰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헌터는 한때 알아주는 법의학자였던 것. 

대단한 경력을 숨긴 채 오지에 숨어있는 법의학 전문가. 뭔가 설정이 매력적이지 않은가? 트라우마를 피해 일(job)에서 달아난 주인공은 운명처럼 다시 그 일을 하게 된다.  

법의학자가 주인공이지만 장르를 따진다면 범죄 스릴러에 가깝다. 두번째 이야기에서 그는 근처 섬에 일하러 갔다가 태풍으로 발이 묶인다.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한 명뿐인 경찰을 도와 사건 해결에 나선다. 법의학자가 경찰처럼 발로 뛰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끝까지 절대 안심할 수 없는 스토리 진행이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든다. 

알고 보니 소설 원작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사체의 증언'으로 책이 나와 있어서 그 제목을 그대로 갖다 붙인 모양이다. 어느 ott에서든 다시 제공할 때에는 원제로 수정해주면 좋겠다. 세련되지 못한 제목이 볼만한 작품을 가려버리는 느낌이다. 

2024년 2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 작품을 볼 수 있는 ott가 없어서 리뷰를 쓰는 게 뻘쭘하긴 하다. 그래도 추천!


2024-01-14

비밀의 비밀 - 넷플릭스 추천 범죄물 영드 [할런 코벤 소설 원작 드라마들]

* 줄거리 결말 스포일러 없이 쓴 리뷰입니다. 이 드라마를 가장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 아무 것도 찾아보지 말고 그냥 보는 것입니다~

주인공 마이아는 졸지에 남편을 잃었다. 불과 몇 달 전에는 언니를 잃었다. 두 사람 모두 공교롭게도 총을 맞고 사망했다. 마이아는 경찰의 의심을 받으면서도 진실을 찾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살인자는 과연 누구일까?


넷플릭스 드라마 비밀의 비밀


비밀의 비밀 (Fool Me Once)


: 넷플릭스 리미티드 시리즈. 2024년 1월 1일 공개. 영국 드라마. 총 8화. 원작 할런 코벤. 미셸 키건, 아딜 액터, 리처드 아미티지, 조애나 럼리, 디노 페처, 에멧 스캔랜, 조 암스트롱, 마커스 가비 등 출연. (리미티드 시리즈 : 한 개의 시즌으로 완결되는 드라마) 



친구로부터 내니캠(보모 감시 카메라)을 선물 받은 마이아는 녹화된 영상을 확인해보다 깜짝 놀란다. 홀연히 나타나 아이를 안아주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남편 죠였다. 죽은 사람이 대체 어떻게? 사실대로 말하라는 마이아의 요구에 보모는 대답 대신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리고 달아난다.

처음부터 흥미롭지 않은가? 이것은 정말 시작에 불과하다. 회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드러나는 비밀과 진실들이 드라마를 계속 보게 만든다. 웬만하면 쉬는 날 보시길 바란다. 잠 안 온다고 보았다가는 날을 꼴딱 셀 수도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아무것도 몰라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할런 코벤. 이 작가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순전히 넷플릭스를 통해서였다. '스트레인저'라는 영드를 재밌게 보았는데 크리에이터가 할런 코벤이었다. 그 뒤로 본 '스테이 클로즈'에서도 이 이름이 보였다. 검색해보니 이럴 수가, (나만 모르는) 아주 유명한 소설가였다. 넷플릭스에서도 이 이름을 검색하면 드라마 여러 편이 걸려 나온다. 그의 소설로 만든 드라마들은 웬만하면 재미있다. '비밀의 비밀'도 역시나 그 이름값을 제대로 한다. 강추!



*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할런 코벤 원작 드라마들 (2024년 1월 현재)

- 스트레인저
- 영원히 사라지다
- 홀드타이트
- 숲
- 결백
- 내 이웃의 비밀 (소설 없음. 코벤 제작)
- 비밀의 비밀
- 스테이 클로즈


넷플릭스는 작품의 상세 정보 페이지에서 배우나 스텝 이름을 누르면 그 사람과 관련된 작품들이 모두 걸려 나온다. 할런 코벤의 이름을 클릭하면 크리에이터라고 되어있는 여섯 작품만 나온다. 반면 넷플 검색창에서 이름을 직접 검색하면 '비밀의 비밀', '스테이 클로즈'도 이어서 나온다. 두 드라마 정보란에는 왜 그의 이름이 들어가 있지 않은지 이유를 모르겠다. 두 드라마 오프닝에도 할런 코벤이 Executive producer로 나오는데 말이다. 아무튼 이 가운데 하나라도 재미있게 보셨다면 다른 작품들도 보시기 바란다. 나 역시 다 본 것은 아니지만 '내 이웃의 비밀'과 '스트레인저'는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 

* 내 이웃의 비밀 (The Safe) : '덱스터'로 유명한 마이클 C.홀 주연. 고급 주택 단지에서 한 아이가 죽고 주인공의 딸이 사라진다. 한번 보면 끊기 어렵다. 강추!

* 스트레인저 (The Stranger) : 리처드 아미티지 주연.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여자가 주인공에게 다가와 아내에 대해 이상한 말을 한다. 비슷한 제목의 다른 작품이 있으니 주의.

* 숲 (The Woods) : 폴란드 드라마. 사건이 정신없이 전개되는 미드 스타일을 싫어하는 분께 추천. 정적이고 다소 무거운 분위기. 25년 전 캠프장에서 사라진 동생. 그날의 진실은?




2023-11-23

넷플릭스 범죄 다큐 추천 - 누가 질 댄도를 죽였나? (Who Killed Jill Dando?)


1999년 4월 26일, 영국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 자택 앞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다. 그의 이름은 질 댄도. BBC 방송사의 유능한 진행자이자 '크라임워치'라는 범죄 제보 프로그램을 맡고 있었다. 대낮에 주택가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영국은 큰 충격에 빠지고 경찰은 대대적인 수사에 들어간다. 

여성 앵커 질 댄도가 환하게 웃고 있다
Who Killed Jill Dando? / 넷플릭스 공식홈 캡처

누가 질 댄도를 죽였나?

: 2023년 9월 공개. 넷플릭스 오리지널. 3부작. 실화를 다룬 범죄 다큐멘터리.

당시 질 댄도는 자택이 아닌 약혼자의 집에서 살고 있었다. 팩스로 온 문서를 보러 잠시 집에 들르는 타이밍에 죽임을 당한 것이다. 그래서 경찰은 그녀의 스케줄을 잘 알고 있을 만한 주변 인물들부터 조사한다. 하지만 별다른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는다.


사건 현장에서 수집된 쓸만한 목격담은 두 가지였다. 검정색 머리의 남자가 뛰다가 버스 정류장에서 멈춰 섰다는 것과 파란색 레인지로버가 급히 떠났다는 것. 하지만 어이 없게도 사건 당시 그 정류장을 지나간 버스들의 CCTV를 빨리 확보하지 않아 경찰이 움직였을 땐 이미 다 지워진 상태였다. 

범인이 금방 잡힐 것 같았던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질 댄도가 애정을 갖고 진행했던 '크라임워치'에서 질 댄도를 죽인 범인을 수배한다. 제보가 쏟아져 들어오지만 이번엔 너무 많은 정보가 수사를 힘들게 만든다. 버스 정류장의 남자가 자기 같다는 사람까지 나타났으나 조사 끝에 범인에서 제외된다. 마약 조직 개입, 국제적인 문제의 발언에 대한 보복이라는 제보도 들어오지만 거짓 또는 신빙성이 없다고 판명된다. 

그러던 중 수사망에 포착된 유력한 용의자 배리. 그를 캐면 캘수록 수상한 점이 쏟아져 나온다. 급기야 유죄 판결을 받고 감옥에 갇힌다. 하지만 재심을 받고 8년 만에 다시 풀려난다. 담당 형사는 여전히 그가 범인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그는 절대로 질 댄도를 죽이지 않았다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질 댄도를 죽인 진짜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다큐 초반과 마지막에 나오는 영상이 있는데, 질이 어떤 방송에서 '크라임워치를 보면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답을 하는 장면이다. "걱정되죠, 그런데 사실 그런 범죄는 드물어요. 거리에서 나도 같은 일을 당할 거란 생각은 안 하죠".

이 다큐멘터리를 보는 동안 생각나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바로 '멘탈리스트'이다. 주인공 제인은 방송에서 범죄자 레드 존에 대해 한 마디 했다가 그에게 부인과 딸을 잃는다. 질 댄도 역시 저 발언 때문에 범인의 타겟이 된 것은 아닐까? 자신을 신(God)이라 여기고 사람 목숨을 장난감처럼 갖고 노는 과대망상자가 저 말에 꽂혀버린 건지도 모른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너도 같은 일(범죄)을 거리에서 당하게 해주마'. 그렇게 질 댄도를 죽일 계획을 세우고 길거리에서 실행. 1999년부터 현재까지 미제 사건으로 남았으니, 범인은 얼마나 신이 났을까? 만약 자유로운 몸이라면 이 넷플릭스 다큐도 나오자마자 보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 정도면 '내가 죽였다'고 동네방네 광고하고 싶을 것이다. 진짜 좀 그래주면 좋겠다.

너무나 아까운 사람이 한낮 범죄자 따위에게 희생되었다. 앞으로 얼마의 세월이 더 걸리든 범인이 꼭 잡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3-11-20

원더러스트(Wanderlust) - 권태기 부부께 추천하는 넷플릭스 19금 성인 영드


오랜 세월을 함께한 부부 조이와 앨런. 서로를 사랑하는 건 분명하지만 스러운 생활은 영 만족스럽지가 않다.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에서 거의 동시에 일탈을 하게 된 두 사람. 그런데 이것이 돌파구가 될 줄이야.

부부가 서로 다른 생각에 빠져 있다
넷플릭스 BBC 드라마 원더러스트 

원더러스트(Wanderlust)


: 2018년 넷플릭스 공개. 영국 BBC 드라마. 6부작. 크리에이터 닉 페인. 토니 콜렛, 스티븐 매킨토시, 자위 애쉬튼, 조 허스트, 에마 다시, 셀레스트 드링, 윌리엄 애시, 그리고 소피 오코네도 출연. 


조이는 부부 전문 상담가이고 앨런은 학교 선생님이다. 

교통사고에서 회복 중이던 조이는 수영장에서 마틴을 알게 되고 그에게 강한 충동(sexual impulse)을 느낀다. 그의 도움을 받은 날, 조이는 상담실을 보여주다가 그와 아주 진한 스킨십을 하게 된다. 

한편 앨런은 동료 교사 클레어의 집에 갔다가 분위기에 취해 관계를 갖게 된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두 사람은 서로의 죄를 털어놓고 솔직한 대화를 나눈다. 두 사람 모두 타인과의 스킨십에서 그간 부부 사이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꼈다.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에 합의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부부 관계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한 수단으로써 였다. 둘 다 절대로 가정을 위태롭게 만드는 일은 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줄거리는 이하 생략)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 다른 (섹스) 파트너 만들기. 아무리 지금이 21세기라지만 아주 파격적인 설정이다. 상상이야 얼마든지 해볼 수 있겠으나 현실에서는 감행하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굳이 추천해본다. 특히 권태기에 빠져있는 부부라면 드라마로나마 일탈을 대리 체험해보면 어떨까? 

아울러 조이가 심리 상담을 받는 장면이 꽤 나오는데, 집중해서 본다면 마치 내가 상담을 받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5회에서 그녀의 심리가 아주 깊게 파헤쳐 진다. 전혀 생각지 못한 과거의 일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 그녀는 조금 달라진다. 그래서 이 부부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시면 드라마를 보시기 바랍니다.



* 원더러스트 뜻 - 독일어로 Wander[하이킹] Lust[강한 욕망]. 새로운 것을 찾고 경험하려는 욕구는 마치 미지를 탐험하는 여행자 같다. (구글 검색 참고)

* 18금(청소년 관람 불가) 드라마지만 야한 장면들 수위가 높지 않다. 이야기 진행에 필요한 정도로만 묘사한다. 노골적으로 야한 작품을 원한다면 넷플릭스의 서브미션이나 섹스/라이프를 보시기 바란다. 

2023-11-17

해피 밸리 시즌 3 - 추천 영드 형사물


해피 밸리의 주인공 캐서린-토미리로이스-라이언
해피 밸리 시즌 3 / 출처 TMDB


'해피 밸리'라는 영국 드라마가 있다. 이전 리뷰 보기

사이코패스와 그에게 딸을 잃은 경찰관의 숙명적인 대결을 그린 작품으로, 내가 구독하고 있는 OTT에서는 시즌2 이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것으로 끝인가 했는데, 쿠팡플레이에서 시즌3을 발견하고는 (기쁨의) 소리를 지를 뻔했다.


시즌 1, 2를 본 지 거의 2년 만에 시즌 3을 보니 앞서 나왔던 인물들이 잘 생각 나지 않아 애를 먹었다. 시즌 3에서도 사이코패스 토미는 여전히 문제였고, 경찰관 캐서린의 손자이자 토미의 자식인 라이언은 할머니 뿐 아니라 시청자도 환장하게 만든다. 뭐 물론 나름의 이유가 있는 행동이었지만. 

캐서린과 토미, 두 사람의 지긋지긋한 인연은 3시즌에서야 결판이 난다. 시즌2까지만 보신 분은 반드시 시즌3을 보시기 바란다. 그래야 이 거대한 이야기의 진짜 끝을 볼 수 있다. 글 제목에 형사물이라고 써 놓긴 했지만 단지 수사하고 범인 잡는 내용을 넘어 그 이상의 '드라마'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람은 과연 변할까, 변하지 않을까. 당신도 이 화두를 만나보시면 좋겠다.

* 스포일러를 뿌리지 않으려니 뭔 얘기를 할 수가 없지만.... 그래도 줄거리는 쓰지 않겠다. 

* 등장인물 중에 앤으로 나온 배우가 낯익다 했더니 영드 옵세션의 주인공 찰리 머피였다. 


2023-11-13

치터스(Cheaters) - 집중 못하는 사람이 볼만한 10분컷 성인 영국 드라마 (19금 영드)


애인이 바람을 피워 홧김에 핀란드로 떠난 조시. 그곳에서 어떤 여자와 자꾸 마주친다. 급기야 술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가 불이 붙어버리는 두 사람. 뜨거운 밤을 보내고 먼저 자리를 뜨는 여자의 한마디가 조시를 기함하게 만든다. "나 유부녀야"

치터스의 네 사람 잭, 폴라, 에스더, 조시
영국 드라마 치터스(Cheaters) / 출처 TMDB 

치터스 (Cheaters) 

: 2022년 시즌1 방영. BBC One 제작. 조슈아 맥과이어, 수잔 워코마, 칼리 쿡, 잭 폭스 출연.

찜찜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조시는 집 앞에서 문제의 여자와 또 마주친다. 알고 보니 그녀는 건너편 집에 막 이사 온 폴라였다. 일이 꼬여도 이렇게 꼬일 수가! 그 뒤로도 두 사람은 계속해서 엮이게 되는데.... 



=====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

조시는 '아주 오래된 연인' 에스더와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 폴라는 멋진 남편 잭이 있었지만 그가 섹스를 피하고 있어서 욕구 불만 상태였다. 일상으로 돌아오고 난 뒤에도 조시와 폴라는 자꾸만 서로가 생각난다. 조시는 자극을 위해 상황극을 원하는 에스더에게 억지로 맞춰주고 있었는데, 폴라에게는 이럴 필요가 없었다. 폴라는 서운한 마음을 잭에게 다 표현하지도 못하고 혼자서 속만 끓이고 있었는데, 조시에게는 이럴 필요가 없었다. 조시와 폴라는 서로에게, 욕망 그 자체에 솔직할 수 있는 상대였던 것이다. 

섹스에 자신감이 없었던 잭은 부인이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갖는 소리를 듣고 자신도 흥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잭은 폴라에게 조시와 계속 관계를 가지라고 말한다. 그의 솔직함은 폴라에게 너무 큰 상처를 준다. 자신의 성적 흥분을 위해서 부인에게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하라고 요청하는 남편이라니. 조시와 폴라 사이에서는 솔직한 게 좋아 보이다가도 폴라와 잭 사이에서는 솔직한 게 뭘까 싶어진다. 그래도 스토리는 솔직한 게 좋은 쪽으로 가는가 싶었으나....... 시즌2 언제 나오나요? Hurry up!



쿠팡플레이에서 볼만한 영국 드라마를 찾아보다 발견하게 되었는데 1회 당 길이가 평균 10분이다. 다른 것 다 재치고 그 점이 신기해서 보게 되었으나 내용이 파격적이라 끝까지 달리게 되었다. 10분*18회=180분(3시간)이면 다 본다. 단, 사람 속살과 신음 소리가 곳곳에 나오니 밖에서 보긴 힘들다. 그리고 불륜이라면 치를 떠는 분께는 추천하지 않는다. 

* 치터스 - 속이는 사람, 사기꾼

2023-05-23

옵세션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드 (18금)


옵세션 (Obsession)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국 드라마. 2023.04.13 공개. 조세핀 하트의 소설 '데미지' 원작. 리처드 아미티지, 찰리 머피, 인디라 바르마, 리시 샤 출연.

약혼자의 아버지와 예비 며느리의 뜨거운 관계. 발표 당시 엄청난 화제였던 영화 '데미지'와 설정이 똑같다 했더니 원작이 같다. 영화가 세상에 나온지 30년이 넘었는데 이제서야 리메이크 작품이 나온 게 의아스럽기도 하다. 어쩌면 영화의 임팩트가 너무 커서 창작자들이 감히 손을 못 댄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누가 주인공을 하든 제레미 아이언스, 줄리엣 비노쉬와 끊임없이 비교될테니 웬만한 각오 없이는 배역을 맡기도 힘들었을 것 같다. 

날카롭고 시크한 이미지의 리처드 아미티지가 주인공 윌리엄으로 나온다기에 구미가 당겼다. 애나(안나)로 나온 여성 배우도 사람을 홀리는 매력이 있었다. 길이도 4회 분량이라 부담없이 시작했는데 뒤로 갈 수록 실망과 의문이 점점 커져 갔다. 



애나는 비정상적인 관계에 탐닉하는 캐릭터로 약혼자 제이를 만나기 전까지 위험한 게임을 아주 많이 한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데, 그를 잃고나서 바로 정신을 차리는 게 어째 상습범 같지가 않다. 제이가 사라짐으로써 윌리엄과 더 이상 위험한 관계가 성립되지 않아 윌리엄에게 흥미를 잃고 그를 차버리는 거라면 모를까. 영화에서의 안나가 이랬던 것 같은데. 드라마에선 애나가 갑자기 양심을 되찾으니 캐릭터가 이상해진 느낌이다. 이왕 리메이크 하는 거 결말을 새롭게 지었으면 어땠을까. 두 사람이 관계를 유지하는 상태로 드라마가 끝났다면 막장 중의 막장으로 두고두고 회자되었을 것 같은데. 

맨 마지막에 애니와 상담사 장면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애나가 상담사의 말에 새로운 자극을 받은 건가? 아니면 상담사를 유혹하기로 결심? 영화 '데미지'를 전혀 몰랐으면 드라마 "옵세션"이 파격적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겠지만, 이미 정보가 있는 상태에선 영화와 계속 비교만 될 뿐이었다. 




* 배우들만 보겠다면 보세요. 야한 드라마 원하시면 보세요.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추천하기가... 차라리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92년의 제레미 아이언스가 보여준 그 섹시미를 누가 뛰어넘을 수 있을까요.

* 리처드 아미티지는 영드 '엘리자베스 개스겔의 남과 북'에서 가히 최고였다. 그가 등장한 날 BBC 홈페이지가 폭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원제는 '북과 남'이 맞다. '남과 북'하면 패트릭 스웨이지가 주연한 미드가 따로 있다).
 그밖에 '한니발' '스트라이크 백 1시즌' '더 스트레인저' 추천.

2022-09-14

머독 미스터리 14시즌 (Murdoch Mysteries) - 캐나다+영국 드라마 형사물


13시즌까지 다 보신 분만 보세요!
줄거리 나옵니다! Spoiler!


머독 미스터리 시즌14


머독 미스터리 시즌14 (Murdoch Mysteries 14season)

: 2021년 1~3월 방영. 2022년 16시즌 방영.

(2024.1월 현재 웨이브,티빙,왓챠,U+모바일tv에서 15시즌을 볼 수 있음)


14시즌은 전체 11개의 에피소드로 다른 시즌에 비해 짧다. 시즌마다 한번씩 나와주는 제임스 펜드릭과 테런스 마이어스를 제외하고 오래전 인물들이 다시 나타나 사건을 일으키는데 10화와 11화는 충격을 넘어서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5시즌에서 머독과 잠시 진한 사이였던 여인의 아이가 등장하는데, 설마 아이가 머독과 관계가 있나 했더니 역시나. Oh my god. 




머독은 자신을 닮은 자녀(특히 아들)를 원했지만 줄리아는 과거에 받았던 중절 수술로 인해 임신을 할 수 없었다. 아이를 포기한 채 살았던 그로써는 소원을 이룬 셈이다. 하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기엔 이야기를 쥐어 짜내려고 갈 때까지 간 느낌이다. 10년 만에 갑자기 나타난 아들이라니. (다음엔 또 누가 나오려나?)

인물이 많아야 이야깃거리가 많아지긴 하지만, 검시관의 연애 이야기나 크랩트리 순경의 스토커 이야기는 마치 물 위에 떠있는 기름 같은 느낌이다. 15시즌을 보면 생각이 또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14시즌은 13시즌보다 나아진 듯 했으나 뒤로 갈수록 의무감으로 보는 건 마찬가지였다. 캐나다에서는 여전히 인기가 높다고 하는데, 박수 칠 때 깨끗이 떠났으면 하는 바람도 든다.  


2022-07-12

2022년 상반기에 본 드라마 리스트


= 2022년 1월부터 6월까지 본 외국 드라마 =


* 크리미널 마인드 12~15시즌 : 프로파일러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 크리미널 마인드 국제 범죄수사팀 1, 2시즌 :  크리미널 마인드의 스핀 오프. 미국 시민에게 문제가 생기면 세계 어디든 날아가는 FBI 특수팀.

* 웨스트 월드 1시즌 : HBO 시리즈. 사람에게 이용 당하는 인조인간들의 반란.

* 덱스터 ; 뉴 블러드 : 덱스터 9시즌. Good Bye Dexter.

* 로앤오더 조직범죄 전담반 2시즌 : SVU(로앤오더 성범죄 전담반) 스핀오프. 돌아온 엘리어트 스테이블러 형사. 부패 경찰을 잡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된다.




* 라인 오브 듀티 1시즌 : 영국 드라마. 부패 경찰을 쫓는 경찰 내부 수사팀 이야기. 표적이 된 경찰 역의 배우 '레니 제임스 Lennie James'의 연기가 그야말로 끝내준다. (워킹 데드에서 모건 존스) 

* 죄인 3, 4시즌 : 넷플릭스 오리지널. 주인공 형사가 어린 시절 저지른 원죄 같은 일이 그로 하여금 범인을 끈질기게 뒤쫓게 만든다. 

* 트랩트 1, 2시즌 : 넷플릭스 오리지널. 아이슬란드 드라마. 조용한 마을에서 발견된 토막 사체. 연쇄 살인. 그 얽히고설킨 이야기. 아이슬란드의 광활하고 스산한 풍경은 보너스.

아나토미 오브 스캔들 :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번 저지른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 언포가튼 4시즌 : 영국 드라마. 케케묵은 사건을 해결해내는 여성 형사. 

👉👉👉 라인 오브 듀티, 트랩트, 죄인 추천




= 한국 드라마. 공교롭게도 전부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

* 사운드 트랙 : 한소희, 박형식 주연. 우정에서 사랑으로.

* 그리드 : 서강준, 김아중, 이시영 등 출연. 과거는 정녕 바꿀 수 없는 것인가?

* 키스 식스센스 : 서지혜, 윤계상 주연. 입술이 닿으면 상대방의 미래가 보인다. 


2022-05-11

결말이 왜 이러나? 언포가튼 시즌4 - 영국드라마 추천 형사물

줄거리가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Spoiler!

드라마 언포가튼 주인공 두 사람 캐시와 썬
출처 네이버 이미지

언포가튼(Unforgotten)

- 영국 BBC 제작. 2015년 방영 시작. 2021년 4시즌 방영.
- 니콜라 워커 Nicola Walker, 산지브 바스카 Sanjeev Bhaskar 출연.


잊고 있었던 드라마 언포가튼(Unforgotten)이 웨이브에 새로 뜬 것을 발견하고 쾌재를 불렀다. 언포가튼은 미국 드라마 '콜드 케이스'처럼 대놓고 미해결 사건을 다루는 포맷은 아니지만 아주 오래전에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한다.

4시즌 시작도 그렇다. 중고 냉장고를 폐기하는 곳에서 시신이 발견된다. 겉보기에는 사망한 지 오래 안 된 것 같은데 부검을 해보니 30년도 더 전에 죽었다. 더구나 머리와 두 손이 사라진 상태이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


이 드라마의 주인공 캐시 스튜어트 경감은 3시즌에서 악마 같은 범인을 잡은 뒤 정신적으로 타격을 입고 일에서 떠났다. 하지만 병가 3개월이 근무 일수로 인정이 안 되어 연금을 받을 수 없게 되자 고심 끝에 업무에 복귀한다. 그리고 이 희한한 사건의 범인을 찾아 나서는데...

단서를 하나씩 밟아 찾아낸 용의자들의 신분이 아주 뜻밖이다. 강력한 스포일러라서 여기까지만 쓴다.

(사족 : 용의자로 나오는 배우들 중 두 명의 얼굴이 낯익었는데 한 사람은 '해피 벨리(Happy Valley)'에서 본 게 바로 생각났지만 다른 한 명은 어디서 봤는지 도통 생각이 나지 않았다. imdb를 뒤지면 금방 해결되겠지만 내 힘으로 기억해내고 싶어 머리를 쥐어 짰다. 결국 '라이프 온 마스(Life on Mars)'에서 과거로 간 주인공을 도와주는 여성 주인공이었다는 게 생각나면서 10년 묵은 체증이 쑤욱~)

그나저나 제목에도 썼지만 언포가튼 4시즌 결말이 대체 왜 이래야 할까?


- 결말 스포일러 주의!!! -


30년 가까이 경찰로 살면서 숱한 범인들을 잡아온 주인공이라면 훈장이라도 주고 끝내야 하는 거 아닌가? 캐시가 대체 왜 교통사고를 당해야 할까? 배우를 하차시키는 방법이 그렇게 없나? 이렇게 찜찜한 결말은 정말이지 사양하고 싶다!

외국 시청자들도 이 결말이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였나 보다. 언포가튼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 중 "캐시는 더 나은 대접을 받았어야 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냥 일반인 신분으로 돌아가 일상을 누리는 모습으로 끝나면 안 될 게 뭔가? 제작진은 그녀의 운명이 '본 투 비 경찰(Born to be Police)'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경찰이 아닌 한 인간으로써 이제 좀 행복해지려던 캐시에게 4시즌 결말은 너무나 가혹했다.  


그래도 5시즌 나오면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날 것이다.
The unforgettable Cassie.

2022-04-29

아나토미 오브 스캔들 - 영국드라마 넷플릭스 추천 법정물


줄거리가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Spoiler!

넷플릭스-드라마-아나토미-오브-스캔들
아나토미 오브 스캔들. 넷플릭스 캡쳐


아나토미 오브 스캔들 (Anatomy of a Scandal)


: 2022년 4월 15일 넷플릭스 공개. 시에나 밀러 Sienna Miller, 미셸 도커리 Michelle Dockery, 루퍼트 프렌드 Rupert Friend, 나오미 스콧 Naomi Scott 출연.

사회적으로 인정 받고 인기가 많은 젊은 정치인. 가정적인 남편으로, 두 아이의 아빠로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보이는 남자. 그런 그가 추문에 휘말린다. 그는 정말 보좌관을 강간 했을까? 아니면, 그와 한때 불륜 관계였던 보좌관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마냥 재미만 추구하며 보기엔 무거운 내용이다. 하지만 드라마 자체는 매우 재미있다. 1회당 45분 안팎의 6회 분량이라 보기에도 부담 없다. 이름난 배우들은 역시 이름값에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준다. 추천!



* "누군가 너에게 해악을 끼치거든 앙갚음하려 들지 말고 강가에 고요히 앉아 강물을 바라보아라. 그럼 머지않아 그의 시체가 떠내려 올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타나토노트'에서 노자가 한 것으로 소개되는 말이라고 함). 

'아나토미 오브 스캔들'을 한 줄로 요약해본다면 '내 복수는 남이 해준다'라고 하겠다. 죄를 덮을 수는 있지만 그 죄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는 한 언제든 드러나게 마련이다.   

** 미드 '홈랜드'에서 주인공 캐리를 물심양면 도와주는 '퀸'으로 나왔던 루퍼트 프렌드. 퀸처럼 멋진 캐릭터를 기대했다가는 실망할 수도 있다.😭 

2022-03-30

미스 스칼렛의 사건 일지 - 영국드라마 추천 탐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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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스칼렛과-듀크
스칼렛과 듀크. 구글이미지

미스 스칼렛의 사건 일지 (Miss Scarlet & The Duke)

: 케이트 필립스 Kate Phillips, 스튜어트 마틴 Stuart Martin 주연. 
 2020년 영국 방영. 2023년 3시즌 방영.


19세기 영국. 여자는 남자에게 종속되어 살던 갑갑한 시절. 하지만 이런 시대적인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의 능력을 펼치려 애쓰는 여자가 있었으니...

엘리자베스 스칼렛의 아버지는 전직 경찰인 탐정이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보고 자랐다. 똑똑한 머리에 풍부한 지식을 가진 그녀는 이미 프로 탐정이다. 하지만 그녀가 속한 시대는 여자의 능력 따위는 믿지 않는다. 아버지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생계가 막막해지지만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결혼에는 관심이 없다. 아버지처럼 탐정으로 활동하며 생계도 해결하고 자신의 능력도 발휘하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스칼렛이 찾은 대안은 윌리엄 듀크 웰링턴이다. 그녀의 아버지에게서 영향을 받아 경찰이 된 듀크는 그녀의 남자친구(boyfriend)가 아닌, 성별이 남자인 친구이다. 스칼렛은 그를 만난다는 핑계로 경시청을 찾아와 사건 정보를 수집하면서 한편으론 그가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스칼렛은 여성으로서의 한계와 여러 제약을 뛰어넘는 수단으로 그를 적절히 활용하고, 듀크는 뛰어난 조력자를 곁에 둔 셈이다.  

어릴 적부터 함께 해서 가족 같은 친숙함으로 서로를 믿고 따르지만 그 이면에는 공식적으로 드러내 놓지 않은 애정이 자리 잡고 있다. 아슬아슬 선을 넘을 듯 말 듯 썸을 타는 두 사람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 요소이다. 특히 이런 범죄 수사 드라마에서 주인공들 사이에 '우정 이상 사랑 이하' 클리셰(cliché)는 더 효과가 좋은 것 같다.

영리하고 자주적이며 당당한 여성 캐릭터가 활약하는 드라마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안 그래도 남자가 셜록 홈즈인 드라마는 너무 많다. 이 작품이 여성 탐정 드라마에 한 획을 길게 그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2-02-19

월랜더 스핀오프 영 월랜더 2시즌 - 넷플릭스 추천 형사물


줄거리가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Spoiler!

월랜더가-어딘가-바라보고-있다
영 월랜더 시즌2. 넷플릭스 캡처

영 월랜더 Young Wallander 시즌2 : 살인범의 그림자 (2022)


넷플릭스에 드디어 영 월랜더 시즌2가 공개되었다. 다 보고 나니 케네스 브레너의 월랜더와 같은 것이라고는 이름과 착한 성품, 아버지를 싫어한다는 것 정도 뿐이다. 2008년에 중년이었던 월랜더의 프리퀄인데 2시즌 배경은 2022년이다. 1시즌에서는 그래도 구형 휴대폰을 썼던 것 같은데 2시즌에서는 대놓고 스마트폰을 쓴다. 최신식 수사 기법들은 물론이고 SNS도 수사에 활용하는 월랜더라니. 미래에서 활약하는 과거 인물 설정이 흥미롭긴 한데 엄밀히 따지면 이걸 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월랜더는 1시즌에서 충격적인 일을 겪고 사직서를 냈다. 하지만 사직서는 접수되지 않았다. 뺑소니를 가장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월랜더는 시동 걸 틈도 없이 바로 사건에 투입된다. 피해자는 위장 신분으로 숨죽여 살던 젊은 남자. 범인은 그의 진짜 이름을 아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과연 누구일까?

보는 중간 범인이 누구와 관련 있겠구나 자신했다가 보기 좋게 틀리고 후반부에서 뒤통수를 얻어 맞았다. 뺑소니 살인범도 물론 나쁘지만, 과거의 사건에서 범인을 제대로 잡았더라면 현재의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진실을 덮기 위해 진짜 범인이 벌인 일들이 하나둘 드러난다. 하지만 사법적으로 통쾌한 단죄는 기대하기 어렵다. 월랜더는 자신을 잘라버릴 수도 있는 권력자에게 직접 따져 묻는다. 그리고 그나마 정의를 세울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는다.
   



영 월랜더는 월랜더의 명성을 빌리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는 드라마이다. 하지만 '월랜더의 젊은 시절 얘기'라는 점 때문에 보게 된 것이니 이 특이점이 없었다면 순순히 선택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월랜더는 월랜더인데 월랜더 같지 않은 월랜더. 한 시즌 6화는 너무 짧다. 3시즌을 기대해본다.

2022-01-28

가스라이팅의 비극, 크리미널 저스티스 2 -영국드라마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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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인공-얼굴-클로즈업

크리미널 저스티스 2 (Criminal Justice 2 season)

- 2009년 방영. 맥신 피크 Maxine Peake 주연.

이 드라마를 보게 된 경위 :
1. 우리나라에서 김수현, 차승원 주연의 '어느 날'이라는 드라마가 만들어짐.
2. 찾아보니 영국의 '크리미널 저스티스 1시즌'이 원작이라고 함.
3. 웨이브에 1, 2시즌이 있음.
4. 2시즌 썸네일에서 맥신 피크 발견! 그러고 보니 실크(Silk) 볼 때 그녀의 필모그래피(filmography)를 찾아봐 놓고는 잊어버림.
5. 1시즌 건너 뛰고 2시즌부터 시청.


첫 회 초반부터 갑갑하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도, 샤워를 하는 것도 남편이 알아챌까봐 전전긍긍하는 주인공 줄리엣(Juliet). 실력으로 인정받는 변호사 남편 조(Joe)는 집에 오자마자 집안 곳곳을 살피며 줄리엣이 무엇을 했는지 탐정처럼 캐낸다. 남편과 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줄리엣은 주눅이 들고.

밤이 되자 조는 줄리엣에게 관계를 요구한다. 줄리엣은 갑자기 주방에서 칼을 가져와 남편을 찌른다. 어린 딸이 이 광경을 목격하고, 줄리엣은 두 사람을 놓아두고 집을 나가버리는데...

줄리엣은 왜 남편을 찔렀을까?




이 의문에 대한 풀이가 드라마의 전반적인 내용이다. 
줄리엣은 혀라도 삼켜버린 듯 좀처럼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그녀의 담당 변호사들 만큼이나 드라마를 보는 사람의 속도 터진다. 변호사 잭(Jack)은 줄리엣이 남편에게 학대 받았다고 확신하지만 석연치 않은 점들도 있다. 담당 경찰들도 의견이 갈린다. 우발적인 범행 VS 계획적인 살인.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이 드라마를 보기 전에 다른 분의 리뷰를 뜻하지 않게 보게 되었는데, 결말에 엄청난 반전이 있다는 듯이 써 놓아서 솔직히 드라마 보는 내내 의식이 되었다. 줄리엣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계속 의심하면서 본 셈이다. 그러다 마지막 회까지 다 보고 나니 어찌나 허무하던지... 역시 어떤 작품이든 그 어떤 정보도 접하지 않고 보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줄리엣, S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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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신 피크의 연기는 역시나 끝내준다. 주인공이 처한 현실의 무게와 슬픔이 절절히 느껴진다. 사람을, 더구나 남편의 생명을 끊은 것은 확실하니 그에 대한 벌은 받아야겠지만 줄리엣의 영혼을 죽인 남편은 단지 사망한 것으로 단죄가 된 것일까? 상처와 죄책감은 평생 그녀를 괴롭힐 텐데 말이다.

보는 동안 마음이 가라앉고 답답했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드라마였다. 줄리엣이 받은 형량은 과연 적절한 것일까? 내가 판사였으면 어떤 판결을 내렸을 지 계속 생각해보게 된다.  




  * 사무장의 전립선 얘기가 낯익어서 작가를 찾아보니 피터 모팻(Peter Moffat)이었다. 실크 작가와 동일.

2022-01-20

더 베이 (The Bay) 시즌1 - 영국드라마 추천 형사물

줄거리가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Spo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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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TMDB

더 베이 (The Bay)


- 2019년 방영 시작, 2022년 3시즌 방영
- 주연 : 모벤 크리스티 Morven Christie (2시즌까지만 출연)


* 한국의 OTT 웨이브에 3시즌까지 있다! (2023년 12월 현재) 

3시즌에서는 여성 주인공이 다른 배우로 바뀌었다. 교체 이유는 배우도 제작진도 확실히 밝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영국의 모어캠브 만(Morecambe Bay)에 자리 잡은 해안 마을이 배경이다. 한껏 차려 입고 친구들과 놀러 나가는 주인공 리사. 술집에서 만난 남자와 가볍게 섹스를 하고 숙취에 절어 늦잠을 잔다. 그녀가 달려간 직장은 경찰서. 밤 사이 실종 신고가 접수된 남매의 부모를 만나러 가는데, 그들의 의붓아버지라고 나타난 사람이 다름 아닌 전날 밤 파트너이다.

원칙대로 하자면 리사는 수사에서 빠져야 하지만 비밀을 안은 채 사건을 계속 맡는다. 결백해 보였던 남자는 캐면 캘 수록 이상하다. 그의 행적을 재구성하려니 리사도 비밀을 털어놓아야 한다.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실종된 쌍둥이와 비슷한 연령대의 남매는 경찰 엄마 모르게 사고를 치고, 아이들을 봐주던 리사의 엄마는 자기 삶을 찾아 집을 떠나려 한다. 엎친 데 덮치는 일들. 역시 영국 경찰 드라마의 주인공은 도대체 편하게 살 수가 없다. 




줄거리 소개는 이쯤하고.  
영국 경찰 드라마에서 주인공 가족의 일탈이 비중 있게 그려지는 것을 보면 '내 가까운 곳부터 살피라'는 말을 하는 것 같다. 아울러 죄를 짓는 사람은 멀리 있지도, 따로 있지도 않다는 것. 이 드라마를 쓴 작가는 너도 나도 범인으로 의심하게 만드는 솜씨가 아주 좋다. 1시즌 결말이 다소 급하게 지어지는 느낌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재미있다. itv에서 만든 드라마도 믿고 본다.


* 주인공 배우가 10대 자녀를 둔 엄마로 나오기엔 너무 젊어 보인다. 
* 출연진 소개를 보니 'DCI 뱅크스' 에서 뱅크스 경감으로 나온 스티브 톰킨슨이 있다. 
* 타이틀에 나오는 바다와 하늘 풍경이 끝내준다. 직접 보면 얼마나 더 멋질까.
* 웨이브에 시즌3까지 올라와 있다(2023.12월 현재). 제공 ott를 알고 싶을 땐 키노라이츠 같은 곳에서 검색해보면 된다. 


2022-01-10

무언의 목격자 (Silent Witness) - 추천 영국 법의학 드라마


줄거리가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Spo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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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니키 알렉산더. 출처 BBC 홈

무언의 목격자 (Silent Witness)

: 1996년부터 2023년까지 26시즌 방영. 에밀리아 폭스 Emilia Fox, 데이비드 케이브즈 David Caves 주연. BBC 공식 홈페이지


이 작품도 웨이브(wavve)를 뒤지다가 보게 된 영국 드라마이다. 하지만 지금(2023년 11월 현재)은 쿠팡플레이에서 20,21,22시즌을 볼 수 있다. 제공하는 OTT는 언제 또 바뀔지 모른다. 

그래도 인기 영국 드라마는 많이 봤다고 생각했는데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장수 드라마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고개를 숙였다. 대체 얼마나 재미있기에 이렇게 20시즌 넘게 제작되는지 궁금해서 얼른 보았다. 무려 시즌 열다섯 개를 뛰어넘어 16시즌부터 보았지만 과학 수사가 주된 얘기라 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




'무언의 목격자'는 죽음의 원인을 밝혀주는 법의학 연구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공식 홈페이지의 설명을 찾아보니 주인공 니키는 법의병리학자(Forensic Pathologist), 잭은 수석 법의학 과학자(Lead Forensic Scientist)로 소개되어있다. 니키는 주로 시신을 다루고 잭은 현장 증거들을 챙긴다. 조사관 클라리사는 증거에서 정보를 끝내주게 뽑아낸다. 얼핏 미국의 CSI와 비슷해 보이지만 배경이 되는 연구소는 규모가 작고 개인 기업 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이런 곳이 있는지 아니면 드라마를 위해서 만들어낸 공간인지 모르겠다. 

한 시즌은 10편이고 하나의 스토리가 두 편(상,하)에 걸쳐 진행된다. 한 시즌마다 다섯 개의 이야기가 있는 셈이다. 하나의 이야기마다 분량은 거의 두 시간. 영화 한 편이다. 처음엔 이렇게 딱 딱 맞춰 분량을 뽑아내는 것도 신기했다. 아무튼 긴 호흡의 얘기들이 지루하지 않게 전개된다. 한번 보기 시작하면 계속 보게 된다. 끊을 수가 없다.

주인공-잭-호지슨
주인공 잭 호지슨. BBC 홈

이렇게 다른 성별끼리 짝 지어 일하는 드라마를 볼 때면 (대놓고) 러브 라인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시즌을 길게 이끌고 나가야 하는 제작진은 그런 시청자의 바람 따위 철저히 모른 체 한다. 두 사람 각자에게 다른 파트너들을 열심히 만들어준다. 마치 주인공끼리 연애는 꿈도 꾸지 말라는 듯. 22시즌까지 밖에 못 보았으니 현재 시점에선 틀린 얘기일 수도 있다. 정말 보고 싶은데 볼 수가 없다. 다른 시즌도 제공해달라고 OTT 회사에 요청해봤으나......😭

- 사실 이 드라마도 본 지 오래 되어 변죽 두드리는 소리만 썼다. 20시즌에 니키가 죽음의 문턱까지 가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스토리의 깊이가 상당하여 여운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한 줄 평을 해보자면 이성과 감성이 아주 잘 혼합되어있는 드라마라고 할까. 



2022-01-06

수준 높은 법정 드라마 실크 (Silk) - 영국드라마 추천 법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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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실크-세명의-주인공
드라마 실크 주연들

실크 (Silk)

- 2014년 3시즌까지 방영.
- 맥신 피크 Maxine Peake, 루퍼트 펜리 존스 Rupert Penry-Jones, 닐 스튜크 Neil Stuke 주연


인데버의 숀 에반스 '필모그래피 깨기(특정 배우의 출연작들을 전부 보는 것)'를 하다가 보게 된 영국 드라마. 

제목만 봐선 비단 얘기인가 싶지만... 실크는 영국의 왕립 자문 변호사를 말하는데 영국에선 굉장히 명예로운 자리인가 보다. 실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변호사들과 이들이 소속된 법률 사무소의 사무장이 드라마의 주축이다. 영국도 우리나라의 로펌(Law Firm)처럼 사무소의 힘이 센 모양이다. 사무장이라는 호칭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사무소를 관리하는 이가 변호사들을 쥐락펴락 한다. 악어와 악어새 같은 느낌이다.




영국의 사법 제도를 모르니 신기하게 보이는 것이겠지만, 같은 사무소 동료끼리 하나의 사건에서 서로 반대되는 입장에 서기도 하고 사무소 대표 변호사가 갑자기 판사 노릇을 하기도 한다.  영국에서는 검사, 판사, 변호사를 겸할 수 있는 것일까? 이 때문에 아이러니한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숀 에반스를 보려고 보기 시작한 드라마인데 '맥신 피크'라는 여성 배우에게 반해버렸다. 헛점을 파고들어 높은 승소율을 올리는 변호사 연기를 어찌나 잘 하는지 실제 변호사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대본은 또 어찌나 탄탄한지,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이나 법정 장면들도 실제 재판을 방불케 한다. 법조인을 꿈꾼다면 꼭 보기를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인물을 결코 이분법 적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얘는 좋은 사람~ 얘는 나쁜 사람~ 이렇게 단순하게 구분짓지 않는다. 예를 들어보면, 남자 주인공인 클라이브(루퍼트 펜리 존스)는 바람둥이 본능을 숨기지 못한다. 사무소 동료인 마사와 연인 관계이면서도 새로 들어온 여직원과 일을 벌인다. 이것만 보면 개새끼인데 그가 법정에서 보이는 모습은 또 정의롭다. 한 인간에게는 여러 모습이 있고 '절대' 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렇기에 드라마 공부하는 분께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 다만, 여주인공이 사라진 듯한 느낌으로 드라마가 끝나버려서 연출자에게 왜 이렇게 결말을 냈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4시즌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을까?

* 맥신 피크 주연의 '크리미널 저스티스' 시즌2를 보고 있는데 내용이 너무 무겁다.

* 루퍼트 펜리 존스는 정장이 잘 어울려서 특히 섹시해 보인다. 제인 오스틴 원작의 '설득'에서 주인공 남자였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여주인공만 생각나는 드라마여서.



2022-01-03

해피 밸리 (Happy Valley) - 영국드라마 추천 형사물


줄거리가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Spoiler!

경찰-제복을-입은-주인공

해피 밸리 (Happy Valley)


: 영국 BBC 제작. 사라 랭커셔(Sarah Lancashire), 제임스 노튼(James Norton) 주연.


웨이브(Wavve)에서 영드 카테고리를 훑다가 보게 된 영국 드라마.
캐서린은 영국 경찰 드라마의 주인공 답게(?) 개인적으로 아주 큰 아픔이 있다. 

10대 딸이 자기가 좋아한 남자에게 강간을 당하고 임신, 아기를 낳은 지 얼마 안 되어 스스로 세상을 등진 것이다. 강간범은 다른 죄로 감옥에 가 있는 상태. 딸에게 저지른 죄는 묻지도 못했다. 더욱이 딸을 죽게 만든 놈의 자식을 키워야 한다. 이 문제로 남편, 자식과 멀어졌다. 불행이 한꺼번에 들이닥친 캐릭터이다.




평온하지만 평온하지 않은 캐서린의 일상에 바람이 몰아친다.
강간범 로이스가 감옥을 나왔다는 소식, 그런데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소식이 그녀를 미치게 만든다. 그놈을 찾아서 직접 죽여버리는 게 삶의 목표 아닌 목표. 마치 그 힘으로 사는 사람 같기도 하다. 

로이스는 출소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범죄에 가담하는데, 범죄 본능을 타고난 그는 돈만 뜯으려 했던 일당들과는 달리 끔찍한 일들을 서슴없이 저지른다. 누가 봐도 사이코패스인 그는 자식의 존재를 알고는 아버지 노릇을 하겠다며 아들한테 집착하는데...


딸이 남겨 놓고 간 손자는 할머니 속도 모르고 끊임없이 말썽을 피운다. 할머니는 혹시나 손자에게 범죄자의 DNA가 발현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딸이 유산처럼 남겨 놓고 간 자식이지만 한편으로는 딸의 원수이자 범죄자의 핏줄이니 솔직히 손자에 대한 양가감정(ambivalence)이 얼마나 지독할까. 그래도 사랑을 듬뿍 주려고 늘 애쓰는 할머니 캐서린은 로이스에게서 필사적으로 손자를 지켜낸다. 

일도 해야 하고 집안 가장 노릇도 해야 하고 손자도 신경 써야 하고 사이코패스에게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하니 아무리 드라마 속 인물이지만 정말 피곤하고 고된 삶이다. 

 
그럼에도 누구의 말도 흘려 듣지 않고 작은 단서도 가볍게 보지 않으며 그 누구보다 진심을 다해 수사에 임하는 캐서린. 이런 경찰만 있으면 그 관할 지역은 드라마 제목처럼 '해피 밸리' 일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 BBC 드라마는 믿고 본다. 역시나 재밌다.
 
* 시즌3 리뷰를 보시려면 클릭하세요.


2021-12-29

인데버(Endeavour) - 영국드라마 추천 형사물

스포일러 주의!

인데버-주인공-모스


인데버(Endeavour)

- 2013년 방영 시작. 2021년 8시즌 방영
- 콜린 덱스터 원작. 숀 에반스 Shaun Evans, 로저 알람 Roger Allam 주연. 


영국에서 셜록 만큼 유명하다는 모스 경감(Inspector E. Morse). 
인데버는 그의 젊은 시절을 다룬 프리퀄(prequel) 드라마이다.

인데버(Endeavour)는 모스의 이름이다. 우리나라 말로 하면 이름이 '노력'이라는 건데 나 같아도 이런 이름이면 불리길 꺼려할 것이다. 

처음엔 무슨 의미인지도 잘 모르고 드라마를 보았다. 그만큼 모스의 이름은 드라마 안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드라마 제목이 인데버(Endeavour)인 이유는 무엇일까. 



옥스포드 대학교를 다니다 그만 둔 그의 학력은 경찰 내에서 화제가 된다. 고학력자가 왜 이런 (험한) 일을 하느냐는 의혹의 시선이 대부분이다. 오페라와 문학을 좋아하고 십자말풀이(a cross-word puzzle)를 즐기며 조직에 애써 섞이려고 하지 않는 독신 남자. 그런 그에게서는 요즘 말로 쿨내(chic)가 진동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모스는 다른 경찰이 보지 못하는 것을 발견해내고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짚어낸다. 그런 그를 주시하는 이가 있었으니 상관인 썰스데이 반장이다.

인데버-썰스데이-반장

드라마 내용을 모르는 번역가가 '목요일' 반장으로 바꿔 놓기도 하는 그는 모스가 남다르다는 것을 알아보고 자신의 파트너로 발탁한다. 아울러 가족과 데면데면한 모스에게 가족 같은 연대감을 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드라마 인데버를 접했을 때가 한창 미국 드라마에 빠져있던 때였다. 한 회당 45분 안팎의 빠른 전개에 익숙해져 있다가 그 두 배인 90분 분량을 보려니 처음엔 지루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똑똑한 신입과 노련한 형사의 파트너쉽(partnership), 고풍스러운 옥스포드(Oxford)의 풍경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 (급기야 옥스포드에 가서 드라마에 나온 곳을 돌아보는 게 소원이 되었다)


모스와-조안이-마주-보고있다
4시즌 3회에서 직접 캡쳐

아무래도 모스의 중년 이후가 이미 전개되어있다 보니 기대를 갖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바로 그의 사랑 얘기인데, 모스 경감은 평생 독신이었다고 한다. 결혼까지 생각한 여자가 있었지만 여자 쪽 집안의 극심한 반대로 헤어지고 그 뒤로 그나마 마음에 둔 사람은 썰스데이 반장의 딸 조안Joan이었다. 하지만 조안은 (어떤 사건으로 인해) 자신이 경찰의 딸이라는 운명에서 벗어나려 애쓰는데 그런 그녀가 경찰과 연애를 하기 만무하다. 

그리고 영국에서는 이미 방영했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들어오지 않은 8시즌 관련 기사를 찾아보다 깜짝 놀랄 만한 내용을 발견했다. 경찰 싫다고 할 땐 언제고 조안이 *****와 엮인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드라마를 봐야 알겠지만 어느 정도까지 얘기가 진행되는지 궁금해 죽겠다.


턱시도를-입은-모스

'숀 에반스'라는 배우에게 반한 뒤 그의 전작들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화이트 채플', '실크' 모두 자신있게 추천할만한 영국 드라마들이다(두 편 다 공교롭게도 '루퍼트 펜리 존스' 주연). 화이트 채플에 나온 숀을 보고 모스로 발탁했다는 그분(아마도 러셀 루이스? Russell Lewis)께 절하고 싶다.😊 실크에서는 경찰에 염증을 느껴 그만두고 변호사가 된 인물로 나왔었는데 곧바로 경찰 역을 맡게 되었으니 이것도 참 아이러니하다.

드라마-연출하고-있는-숀-에반스

인데버 모스가 점점 노련한 형사로 거듭나듯 숀 에반스도 연기를 넘어서 직접 연출까지 한다. 시즌7도 그가 연출했다. 

오페라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더욱 재밌게 볼 수 있을 듯한 인데버. 그의 문화적 소양과 지식을 총동원하여 살인마를 쫓는 에피들이 있는데 두 번 세 번 봐도 재밌다. 



* 형사물, 범죄물을 보고 싶은데 섣불리 도전을 못하는 분이 있다면 인데버를 보십시오. 물론 시신이나 피가 나오지만 드라마 진행에 필요한 만큼만 나옵니다. 폭력 묘사도 그렇고요. 강력하게 추천!

인데버-작가-콜린-덱스터

* 드라마 중간 중간 이 분이 나온다면 눈 여겨 보시길. 원작 소설을 쓴 콜린 덱스터 경.

* 썰스데이 반장님의 실제 부인도 드라마에 나온다! 힌트 : 미용실

(사진 출처 : 인데버 공식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