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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3

옛사랑 - MBC 베스트극장 (이영하 한민 허정민 권해성)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중년남 민수(이영하)는 약을 모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와 부딪히며 약을 쏟는다. 순간 민수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린다. 약을 주워준 여자는, 닮았다. 닮아도 너무나 닮았다.


연진이 민수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민 권해성 허정민 / 웨이브 캡처


MBC 베스트극장 제 572회 '옛사랑'


: 2004년 3월 19일 방영. 강은경 극본. 김우선 연출. 이영하, 한민, 허정민, 권민(권해성), 김진서, 김건호, 이필모, 박태진, 백주환, 정준익, 이지훈, 최홍조, 김시현, 정채빈, 전지애, 장리라 출연.


고등학생 민수(허정민)에게는 쌍둥이 형이 있었다. 잘 생긴 외모에 공부 잘하고 성격도 좋아 늘 칭찬이 따르는 모범생 민호(권해성). 그와 늘 비교 당하며 자란 민수는 반항아가 되었다. 형 보다 민수가 나은 것은 그림 실력 뿐. 그러던 어느 날 민수는 누군가와 부딪히며 그림 도구를 쏟는다.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하는 여학생을 본 순간 민수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린다. 데스티니~

첫눈에 반해버린 그녀의 이름은 연진(한민). 하지만 형과 친밀해 보이는 연진을 보고는 마음을 숨기는데....


이 화를 보고 나서 아바(ABBA)의 'S.O.S'에 꽂혀 버렸다. 비극적인 스토리와 어우러져 노래가 어찌나 사무치게 들리던지 가사 뜻도 잘 모른 채 한참을 즐겨 들었었다. 


(공식 뮤직비디오가 있지만
가사를 한글로 번역해 놓아서 이것으로 링크)


여운이 아주 길었던 이 화를 이십여 년만에 다시 보았는데 이럴 수가...... 민수 이 좌식! 이 바보같은 인간아~~~ 연진이가 그렇게 신호를 줬건만 뭐한 거야~~~~ 아니 어떻게 연진이를 그냥 뒀냐고~~~~ 이 답답한 인간아~~~~~~

오랜 세월 간직하고 있었던 애뜻한 감상이 와장창! 민수가 연진을 멀리하게 된 계기가 있긴 하지만 다시 만났을 때 뭐한 거야~~~~ 술에 취해서 중요한 순간을 또 잊어버리면 어떡하냐고~~~~

연진이 민수에게 아바 레코드판을 주고 있다
연진이 민수에게 아바의 레코드판을 주었지만...


이쯤 되니 괜히 복습했다 싶다. 사실 이 단막극을 완전히 잊고 살다가 우연히 찾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다시 보게 되었는데, 방영 당시엔 너무나 불쌍하게 느껴졌던 민수가 이제는 등짝을 패주고 싶은 밥통으로만 보이니 이것 참.......

자신의 장점을 보지 못하는 것도 비극,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혼자 결론 내리는 것도 비극, 지레 포기해버리는 것도 비극..... 다시 보면서 느낀 점은 어쩌면 내 스스로 만든 비극이 생각보다 많을 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 젊은 민수로 나온 허정민은 록 밴드 '문차일드'의 멤버였다. 건반 담당.

* 상큼한 한민 배우 다시 보고 싶다. 동명이인 남자 배우가 있다. 

* 베스트극장 '짐작과는 다른 일들'이 연상된다.

* 같은 제목의 베스트극장이 또 있어서 헷갈릴 수 있다. 제 383회. 이주경 주연.

2025-03-22

차마 제목을 밝히지 못하겠는 어느 베스트극장

mbc 베스트극장 로고


MBC 베스트극장 목록을 훑다가 제목이 끌리는 것을 한 편 골라서 보았는데 와..........

아무리 오래 전이라지만 이렇게 허접한 드라마가 어떻게 방영까지 되었는지 진심으로 궁금할 따름이다. 지금까지 본 베스트극장 중에 가장 최악. 

주인공은 지속적으로 성범죄를 당한 설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피해자가 보일 법한 행동이 전혀 묘사되지 않는다. 다 떠나서 대문 열기 전에 주위를 마구 살피고 집 안에 들어가서도 여기저기 살피는 모습이 한번이라도 나왔으면 이런 지적을 안 했을 것이다.

또 다른 스토커가 등장해 괴롭혀도 주인공은 집을 떠나지 않는다. 더구나 살인까지 저지른 곳이라면 1분 1초도 더 지내기 힘들 것 같은데 주인공에게서는 그런 심리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남자를 경계하는 모습도 없고 누군가 불필요하게 만져도 가만히 있는다. 도대체 이 단막극 쓴 작가는 사람 심리에 대해 조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다. 연출자도 마찬가지이고.



이 대환장 파티가 어떻게 끝이 나는지 궁금해서 다 보긴 했는데 끝까지 가관이었다. 싹퉁바가지 젊은 반장에게 꼬박꼬박 존대하던 경찰은 여자 경찰들에게는 거침없이 반말을 날리며 할 일 없는 사람 취급을 한다. 여경들은 잘 생긴 반장에게 정신 팔려서 아양 떠는 용도로만 소비된다. 주인공의 사무실 남자들은 한달에 한번 마법이 어쩌고 저쩌고 떠들어 댄다. 성범죄 묘사도 몹시 자극적이었는데 주인공부터 해서 여자 단역들 의상도 은근 노출이 많다. (지금 방영하면 각종 커뮤니티에서 난리가 날 듯)

이런 부수적인 것은 넘어간다 해도, 2025년 현재에도 경찰이 자유롭게 총을 쓰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그 시절 경고도 없이 총부터 빵빵 쏴대는 연출이라니. 그 전에 반장이 증거 확보한답시고 주인공의 물건을 대놓고 훼손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도 정말 어이가 없었다. 주인공에게 먼저 동의를 구하든지 아니면 티 안 나게 몰래 수집하든지 아니면 주인공이 훼손된 물건을 보고 초조해 하는 장면이라도 나와야 하지 않을까? 

다 보고 나니 제목과 내용이 무슨 상관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에로틱 스릴러 작품을 흉내 내서 붙인 듯. 대체 어떻게 개연성은 개나 줘버린 이런 졸작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어쩌면 작가도 이 작품을 잊고 싶은 흑역사로 여기고 있을지 몰라서 제목은 밝히지 않는다. 


2025-02-12

짐작과는 다른 일들 - MBC 베스트극장 (신애라 이기영 / 은희경 원작)


권태기에 빠진 부부. 하지만 이들에겐 싸울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다. 졸지에 혼자가 된 선주(신애라)는 남편(이재훈)이 다녔던 회사의 배려를 받아 사장실 비서로 일하게 된다. 괜찮은 외모를 가진 그녀에게 회사 유부남들이 집적대는 가운데, 새로운 사람 일도(이기영)가 나타난다. 

선주가 창 밖의 남자를 유심히 보고 있다
이기영, 신애라 / 웨이브 캡처


MBC 베스트극장 제 268회 짐작과는 다른 일들


: 1997.04.25 방영. 은희경 원작. 장영철 극본. 한희 연출. 신애라, 이기영, 故 이재훈, 최용민, 윤예희, 심양홍, 김홍석, 이재포, 유식, 이인정, 이정규, 황진영, 김치국, 김윤중, 윤만용, 황정혜, 박희진, 이정화, 김주연, 박여진, 아역 김성민 / 임호택 출연.



이럴 수가. 이 단막극이 은희경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에 실려있는 단편으로 만든 것이라고? 이 책을 읽은 건 기억하지만 이 소설은 먼지 만큼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행히(?) 이 단막극 본 기억은 남아있다. 분명히 웃으면서 봤었는데 다시 보니 로맨틱 코미디 같은 느낌이 아니네? 😑

잘 될 것 같던 선주와 일도는 타이밍이 자꾸만 어긋난다. 자신의 짐작을 굳게 믿는 일도는 선주와 다시 만날 기회를 놓친다. 스스로 기회를 날려버린 셈이다. 선주 앞에 나서서 용기 내어 묻거나 사실이 무엇인지 제대로 확인해보았다면 결말은 달라졌을 것이다. 

소설 줄거리를 읽어보니 선주는 회사 사람과 재혼을 한다. 드라마에서는 이 부분이 바뀌었다. 소설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는 인생에 대해 말하고 있다. 드라마는 제목에 좀 더 충실하다. 의문이 생겼을 때 혼자 머릿속으로 기승전결 다 쓰고 결론까지 내리는 성향이라면 뜨끔할 만한 이야기.


카메라 앞에서 일도가 선주의 어깨에 팔을 두른다
이기영의 웃는 얼굴이 매력적이어서 캡처


* 훗날 이 단막극을 쓴 장영철 작가의 히트작 '자이언트'에 이기영-이효정 형제 함께 출연. 

* 드라마에 나오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어디인가 찾아보니 OK코랄스테이크하우스? 처음 들어보았다.

* MBC 주말극 '사랑이 뭐길래'의 신애라-이재룡 커플 진짜 좋아했었는데... 이후 신애라는 MBC 미니시리즈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 함께 출연한 차인표와 1995년 3월 10일 결혼했다. 이재룡의 부인 유호정과 절친 사이. 

2024-12-27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 (Squid Game 2) 보자마자 쓰는 후기 (스포 주의)


🦑 스포일러 조심하세요!!! 🦑


오징어게임 참가자들이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오징어게임2 (Squid Game 2)


: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2024년 12월 26일 공개. 총 7화. 황동혁 극본&감독. 이정재, 이병헌, 박성훈, 임시완, 강애심, 이서환, 강하늘, 위하준, 박규영, 양동근, 채국희, 전석호, 공유, 이다윗, 노재원, 조유리, 이진욱, 최승현, 원지안 등 출연.

오징어게임2 볼 마음은 반반이었다. 

오겜 1시즌을 재밌게 보아서 2탄이 궁금했다. 반면 비호감 배우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싫었다. 그래도 궁금해서 오겜2를 보았는데...

1시즌을 본 지 3년이 넘었는데 복습 없이 2시즌 봤다가 오일남이 누구지? 헤매는 불상사 발생. 결국 누군지 기억해내긴 했지만, 앞으로 보실 분은 1시즌을 다시 보든지 요약본이라도 먼저 보시길.

죽음의 게임에서 살아남아 큰 부자가 된 사람이 어떻게 다시 게임에 참여할 마음을 먹을지 그게 궁금했는데, 복수를 하겠다는 성기훈에게 그런대로 설득이 되었다. 그가 투사처럼 너무 비장해진 게 좀 오버같기도 했지만 돈을 떠나서 그런 미친 경험을 하고 나면 손 놓고 가만히 있기는 힘들 것 같다.



아무튼 6회까진 재미있게 보았는데 재투표를 앞두고 살인극이 벌어진 뒤부터 좀 어리둥절했다. 게임을 끝내려는 자들(X)과 게임을 계속하려는 자들(O)이 서로를 죽이면 이를 진압하러 들어온 병사들에게서 총기를 빼앗는, 성기훈의 계획이 너무 갑작스럽게 세워진다. 그래, 여기까진 그렇다고 치자.

오겜 지휘부를 잡을 생각이었으면 내부자를 포섭하거나 건물 설계도라도 구해서 작전을 짰어야 하지 않을까? 컨트롤룸이 위쪽에 있으니 위로 올라간다? 이건 너무 무모하잖아~ 총마다 총알이 무한정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이 게임 진행하는 것들이 군대 같은 집단인 것을 알고 있었잖아요 성기훈씨~~~

O편이 X편을 공격하려 했을 때 주최측에서 O편을 처리하는 스토리로 갔으면 어땠을까? 이로 인해 참가자들이 주최 측을 믿게 되고 X편에서도 게임을 계속하려는 사람이 생기는 흐름으로 갔으면 어땠을지..?

3시즌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오징어게임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매 라운드마다 진행되는 게임이다. 이제는 총격전보다는 게임이 나와야 한다.



예전에 채경선 미술감독님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황동혁 감독이 오겜 2탄은 절대로 만들지 않겠다고 해서 소품이고 세트고 다 없애버렸다고 한다. 1시즌 만들 때 너무 힘든 나머지 황 감독님 치아가 몇 개 빠졌다더라?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흥행을 해버렸으니 후속편을 안 만들 수 없었겠지.

창작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아서 심하게 욕할 생각은 없다. 다만 범죄자들이 많이 나온 것과 필요 이상으로 잔인한 것, 시대에 뒤떨어지는 대사와 설정 몇 개 정도만 우선 탓하련다. 앞으로 3시즌이 중요해졌다.


* 탄핵 정국 속에서 여당 야당의 표결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있었다.

* 공유의 연기는 아주 강렬하다. 진짜 crazy man 같음.

* 2시즌 1회에서 교통경찰 위하준에게 여자가 들이대는 장면은 대체 왜 나오는 것일까? 난 또 인스타에 사진 올려도 되냐고 하길래 그 사진이 퍼져서 성기훈이나 그의 형이 보게 되는 줄 알았다. 한데 그런 것도 아니고.... 핑크 모텔 앞에서 커플이 아웅다웅하는 장면도 왜 그렇게까지 길게 나오는지 모르겠다. 모텔에서 만실 되면 간판에 불 끈다는 얘기 아는 게 뭐 어떻다고? 감독님 이런 장면은 제발 좀~~~


2024-12-24

외등 - KBS HD TV문학관 (기태영 홍수현 정은찬 서영희) + 단막극 페스티벌


고등학생인 영우는 학교짱 노상규 패거리를 따라 기생집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혜주와 처음 마주친다. 그리고 얼마 뒤 집에 들어온 세입자를 보고 깜짝 놀란다. 혜주와 그 엄마였다. 그뿐 아니라 혜주는 영우와 상규가 있는 반으로 전학을 온다. 그렇게 영우, 혜주, 상규 세 사람의 인생은 복잡하게 얽혀버린다.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세수를 하는 영우와 그 옆에 서있는 혜주

외등 (Outdoor Lamp)


: 2005년 5월 29일 KBS 방영. 박범신 원작. 유갑렬 극본. 최지영 연출. 홍수현, 기태영, 정은찬, 서영희, 김동주, 임성언, 이상숙, 안석환, 이효정, 정상훈, 박형재 등 출연. 2006년 11월 04일 불가리아 플로브디프에서 열린 '골든 체스트상(GoldenChest International TV Festival)' 시상식에서 성인 대상 TV영화 부문 동상 수상.


지금까지 본 단막극 중에 가장 많이 다시 본 작품이다. 정확히 몇 번인지는 모르겠고 열 세 번은 넘게 봤을 것이다. KBS에서 처음 방영할 때 보고 완전히 반해버렸다. 그 뒤로 몇 년 간 명절 때나 연말 연초에 재방송을 해주었는데 그때마다 눈에 불을 켜고 본방사수를 했었다. 잘 짜여진 스토리와 아름다운 영상이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명작이었다. 

오래전에 인기 단막극을 모아 (영화제처럼) 극장에서 상영한 적이 있었다. 당시 기사를 찾아보니 행사 명칭이 [2011 단막극 페스티벌]이었다. '외등'이 폐막작이었는데 연출자와 주연 배우도 만날 수 있다기에 얼른 신청했었다. 극장(목동CGV)이 집에서 멀고 처음 가보는 곳이라 헤맸던 기억이 난다. 대형 화면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드디어 만남의 시간. 진행자의 소개와 함께 기태영 배우와 최지영 PD가 행사장으로 들어왔는데 내 자리 근처를 지나가는 게 아닌가? 2미터 못 되는 거리에서 본 영우는 아주 멋있었다.



사실 두 분이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관람객에게 질문을 받았는데 아무도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자신 있게 손을 들었다. 그때 기 배우가 가수 겸 배우 유진과 결혼한 지 얼마 안 됐던 때라 축하 인사를 했더니 허리 숙여 답인사를 해주었다. 그리고 최PD께 이런 저런 얘기를 했었다. 작품이 너무 좋고, 열 번 넘게 보았고, 피디님 드라마를 보고 싶은데 왜 연출을 안 하시냐 블라블라.... 답을 한참 해주셨는데 세월이 많이 지나서 자세한 워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연출을 다시 해보겠다고 말씀하신 건 잊지 않았다.

[2011년 당시 책임프로듀서(CP)로 활동중. 2012년에 홍수현 주연의 단막극 '또 한번의 웨딩' 연출. 그 뒤로 CP와 연출 병행. 2024년 KBS 일일드라마 '스캔들' 연출]

내가 질문하고 나니 그 뒤로 많은 분들이 손을 들었다. 나중엔 질문이 계속 이어져서 할 수 없이 끊었던 것 같다. 당시 리뷰를 찾아보니 홍수현 배우도 지방 촬영장에서 출발했는데 교통 사정이 안 좋아서 결국 참석 못했다는 슬픈 이야기가.... 그런데 이게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게 더 슬프다😭 행사 다녀와서 인터넷 커뮤니티 어딘가에 기록을 남겼었는데 찾을 수가 없다. 아무래도 지웠나 보다. 사진도 찍었었는데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아무튼 드라마에 반해서 원작 소설도 읽었는데 좀 다른 게 있었다. 역시나 읽은 지 너무 오래 되어서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고 노상규 캐릭터가 드라마보다 더 지독했던 것 같다. 혜주를 사랑하긴 하는데 집착 같은 방법 말고는 사랑할 줄 모르는 인간? 읽으면서 놀랐던 부분이 있었는데 뭐였나...😑

영우의 아버지는 빨갱이로 몰려 죽임을 당한 지식인. 상규는 부와 힘을 가진 매국노 집안의 후계자. 혜주의 엄마는 종군 위안부로 끌려갔다 살아남은 역사의 희생자. 설정만 봐도 이야기가 한 트럭은 나올 것 같지 않은가? 드라마는 시간이 짧다 보니 세 사람의 비극적인 관계에 집중했다. 설마 아직까지 안 보신 분이 있다면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일단 한번 봐보세요 제발~

그림을 그리는 혜주와 그런 혜주를 보고 있는 영우


* 언제였나 재방송할 때 감독판을 틀어준 적이 있었다. 여러 버전에 대해 확실히 정리해놓은 리뷰 발견! 감사합니다~

* 이번에 서핑을 하다가 깜짝 놀랐다. 어느 분 리뷰에 내가 찍혀있는 사진이 있었다. 그러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오래전에 이미 그 사진을 본 것 같은 느낌이.... 이렇게 홀라당 잊어버리고 다시 놀란 게 너무 웃겼다. 

2024-11-30

넷플릭스 드라마 트렁크 막리뷰 - 서현진 공유 정윤하 조이건 김동원


강력 스포일러!
드라마를 안 보신 분들은 주의해주세요.

서현진이 공유에게 나비넥타이를 매주고 있다
Netflix drama 'TRUNK'


트렁크 (Trunk)


: 대한민국 드라마. 2024.11.29 공개.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미티드 시리즈. 총 8화. 19금. 김려령 소설 원작. 박은영 극본. 김규태 연출.

발표 났을 때부터 기대되던 작품이라 넷플에 올라오자마자 달렸다. 느낀 점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다. 수시로 수정, 추가될 수 있음.


* 트렁크처럼 단단한 비밀을 품고 있는 커플들의 이야기. 발상이 독특하다. 원작 소설도 궁금해진다. [소설 줄거리를 보니 드라마와 많이 다르다]

* 제목 타이틀 글씨체가 트렁크 모양이다. 디자인 굿.

* 처음엔 서현진과 공유가 잘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보다 보니 케미가 괜찮다. 두 사람의 관계가 달라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재밌다. 

* 이서연으로 나온 정윤하는 김고은과 윤지혜가 생각나는 얼굴이다. 말투만 들었을 때 윤지혜인 줄 알았다. 신인인 줄 알았는데 경력이 꽤 된다. 연기를 아주 잘한다. 

* 윤지오로 나온 조이건은 언뜻 언뜻 지성을 연상시킨다. 20대 지성 느낌. 처음 보는 배우인데 연기가 괜찮다. 

* 엄태성으로 나온 김동원은 정말 미친 도라이 같다. 스토커의 심리가 아주 리얼하게 그려지는데, 배우의 연기가 큰 몫을 한다.

* 1회 엔딩 크레딧에 차승원 이름이 보이길래 다시 보니 제일 처음에 나오는 남편이 그였다. 크레딧 안 봤으면 차승원이 나온 줄도 몰랐을 것이다. 

* 외국 작품과 비교하면 19금 수위가 좀 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한드에서 이 정도면 wow😱



* 과거 현재가 잘 구분되지 않아서 헷갈린다. 

* 외국 자동차 회사에서 차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나? 페라리와 마세라티 차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 노인지가 섬이 되는 곳의 풍경이 예술이다. 카약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 엔딩은 너무 절제한 느낌이라 연출자가 조금 원망스럽다고 할까....

* 노인지와 한정원에게 NM이 최종 빌런이 되었으면 어땠을까? 매뉴얼을 어긴 사람들에게 (위약금이나 소송 말고)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스토리로 진행하면 너무 범죄 스릴러가 되어버리려나? 팽팽했던 이야기가 뒤에 가서 힘이 빠지는 게 안타깝다.

*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확실히 여성에게 불리한 점이 많다.

*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견고한 트라우마도 트렁크라고 할 수 있겠다. 트렁크는 열 수도, 부술 수도 있다.

* 5화에 나오는 베드신은 꿈일까 실제일까? 4화 후반부를 다시 보니, 노인지는 소파에 있다가 1층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오른쪽 침대에서 깬다. 그리고 다시 1층에 내려갔다 온다.



이때 왼쪽 침대의 한정원이 자다 깨서는 '불편해 보여서 내가 옮겼다'고 말한다. 이 말로 미루어 볼 때 노인지는 소파에서 잠이 든 것이다. 소파에서 1층으로 내려간 부분은 노인지의 꿈.

샹들리에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챈 노인지는 한정원에게 간다. 베드신이 이어지고 노인지의 꿈과 교차되면서 악몽에 시달리는 노인지가 나온다. 그런데 이때 노인지가 누워있는 침대는 왼쪽에 있는 한정원의 것이다. 베드신은 꿈이 아닌 실제라고 볼 수 있겠다.


2024-10-27

지옥 2 - 넷플릭스 추천 한드 (김현주 김성철 김신록 문소리 문근영)

 
불에 타고 있는 사람 앞에 지옥의 사자가 있다

지옥 (Hellbound)


: 넷플릭스 오리지널. 1시즌 2021년 11월 19일 공개. 2시즌 2024년 10월 25일 공개. 원작 및 각본 연상호&최규석. 감독 연상호. 김현주, 김성철, 김신록, 양익준, 이레, 임성재, 이동희, 홍의준, 조동인, 김도윤, 유아인, 박정민, 원진아, 류경수 등 출연. 2시즌 특별출연 문소리, 문근영.


😈👿 스포일러 주의 👿😈

지옥 시즌 2가 드디어 나왔다. 줄거리가 잘 생각이 안 나서 찾아보니 시즌 1 나온 게 2021년이라고?! 아니 그렇게 오래 되었나? 거의 3년쯤 지났으니 세세하게 기억이 날 리가. 그렇다고 처음부터 다시 보기는 부담스럽고 유튜브에서 1시즌 10분 요약 영상을 본 뒤에 2시즌을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았다. 새 시즌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지 전혀 상상이 안 되었는데, 다음 시즌이 또 나온다면 그저 열심히 즐기기만 하련다. 지옥 2를 다 보고 나니 1부터 다시 볼 걸 그랬다는 후회가 살짝 들었다. 

'너는 *월 *일 *시에 죽는다... 너는 지옥에 간다....'



죽는 날짜와 시간을 고지 받은 사람은 그때가 되면 처참하게 죽는다는 설정이 참 기발했다. 죽음까지 남은 시간도 제각각이다. 누구는 년 단위로 누구는 일 단위로. 왜 죽는지 이유 따윈 알려주지 않는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조차 고지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랜덤(random)이다. 하지만 사이비 종교는 '죄인이기 때문에 신의 고지를 받은 것'이라며 사람들의 공포심을 조장해 자신들을 믿게 만든다. 어떻게 이런 스토리를 생각해냈을까? 상상력이 대단할 뿐.

지옥 시즌 2는 부활한 자와 이를 이용하려는 자들, 부활한 자를 지키려는 민혜진의 이야기이다. 김현주는 이번에도 참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김성철은 이미 정진수 의장이었다. 문근영은 임팩트가 엄청난 연기를 보여준다. 시즌 3은 3년보다는 빨리 나왔으면.


* '신의 고지' 설정은 김동식 작가의 짧은 소설 '푸르스마, 푸르스마나스'를 생각나게 한다.
https://brunch.co.kr/@fkfmrhekd/6

*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연상호×김현주 작품은 세 편이다. 지옥, 선산, 정이. (그러고 보니 제목이 다 두 글자)


2024-08-23

야구하면 떠오르는 드라마 - 9회말 2아웃, 스토브리그 (+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수애가 이정진 위에 올라 앉아있다

9회말 2아웃 (구회말 투아웃)

2007년 MBC 주말 드라마. 수애, 이정진 주연. 둘이 어릴 때부터 친구였나 아무튼 서로에게 남사친 여사친이었다. 각자 연애하는 것도 지켜보고 실연 했을 때 위로도 해주고 쉽게 말해 별의별 꼴 다 본 사이. 그러다 둘이 서로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고 상대에게 직구 같은 키스를 날린다. 불이 붙어버린 둘의 모습이 아주 짜릿했다.

시청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열혈 충성 시청자가 많았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아주 재미있는 로맨틱 코미디였다. 두 배우가 별로 어울려 보이지 않았는데, 드라마에서 보니 케미가 좋았다. 사진 찾다가 알게 되었는데 원래 캐스팅은 최강희, 하정우였다고.

* 매 회 제목을 야구와 관련 있게 지었다.


백승수로 나온 남궁민이 등을 보인 채 서있다

스토브리그

남궁민이 저절로 떠오르는 SBS 금토드라마. 야구를 몰라도 볼 수 있고 알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극단적으로 요약해보면 냉철한 신임 단장이 꼴찌 야구팀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는 백승수가 만들어내는 매직이 감동의 도가니탕을 선사해준다. 야구팀과 야구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면 이 드라마를 보세요.



감사용 투수로 나온 이범수

슈퍼스타 감사용

'감사용'이라는 실존 무명 투수를 주인공으로 만든 영화. 찾아보니 실제와 다른 점들이 있다고 하는데, 실존 인물의 이야기라는 것을 의식하지 말고 픽션 영화로 생각하고 보아도 좋겠다. 인기 투수 박철순과 맞붙는 경기가 압권. 주연 배우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이 작품 만큼은 재미와 감동을 다 잡은 수작이라 추천한다. (박철순으로 특별 출연한 공유가 강렬했음)


그밖에 생각나는.....

영화 'YMCA 야구단'. 우리나라 최초의 야구팀 얘기였는데 꽤 재미있게 보았었다. 김혜수, 김주혁만 생각이 난다. 송강호, 황정민이 나왔었다니.....

임창정이 주연한 '스카우트'. 추천은 많이 들었다. 본다 하고는 잊어버림.

조승우, 양동근 주연 영화 '퍼펙트 게임'. 최동원과 선동열의 대결. 안 봤다.....

영화 '이장호의 외인구단'은 TV에서 보았었다. 최재성과 안성기가 생각난다. 천호진도 생각나서 찾아보니 2편에 나왔었다고. 훗날 MBC에서도 '2009 외인구단' 드라마를 만들었는데 욕을 잔뜩 먹고 조기종영. 그래도 나는 재미있게 봤단 말이지! 



2024-08-21

순결한 순이 - KBS 드라마시티 (한여운 임주환 정수영)


KBS 드라마시티 '순결한 순이' 

: 2007. 06. 09 방영. 극본 이은주. 연출 강병택. 한여운(안미나), 임주환, 정수영, 이미지, 윤승원, 기연호, 하진 출연. 

 * 스포일러 주의!
캡처 순서는 드라마와 조금 다를 수 있음.
캡처 이미지 저작권자 KBS *


서울 부잣집에 식모로 취직한 순이.
고향에서부터 이름 모를 꽃을 친구처럼 데려왔다.




첫날부터 다정하게 잘 대해주는 주인집 아들 준수.
순이에게 쓰라고 내어준 방도 예쁘게 잘 꾸며져 있다.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을 준수와 함께 듣는 순이.

"사랑의 묘약을 함께 마신 사람들은 
영원히 함께, 삶과 죽음까지, 서로 사랑하게 된대"

순이가 타온 차를 마시고는 "사랑의 묘약이 들었나?" 플러팅을 하는 준수.




준수가 라디오를 주었다.
순이는 그에게 점점 빠져들고....




준수 모친이 부산에서 사업하는 남편을 보러 간 날, 
준수는 비에 젖은 순이를 보고 충동에 휩싸인다.




순이의 순결을 훔치는 준수.




사실 준수는 결혼까지 약속한 상대가 있었다.




준수가 결혼하는 것도 모자라 외국으로 떠난다는 말에 순이는 큰 충격을 받는다.




식모와 살림을 차린 아버지와 자신은 다르다고 선을 긋는 준수.
"너 따위랑 안 살아"




준수가 어떤 인간인지도 모르면서
옆집 식모 영자는 오매불망 준수만 부르짖는다.




눈빛이 달라진 순이.




순이는 대뜸 준수의 방에 들어가 애원한다.
"나도 데려가요"
이에 준수는 자기 좀 살려달라고 죽는 소리를 하고.




결혼을 앞두고 준수는 눈이 멀어버린다.
그 이유는 신과 순이만 안다.




아들의 결혼까지 엎어지자 쓰러져버린 준수 모친.
순이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준수의 부친은 순이에게 모든 것을 맡겨버렸다.
순이를 저주하던 준수는 새 식모를 구했으니 나가라고 한다.




새로 구했다는 식모는 옆집 영자였다.
결국 이 집을 떠나기로 한 순이.
준수는 너무나 조용하다.








순이는 자신이 준비한 '사랑의 묘약'을 마신다.




"잘 있어요, 내 사랑"


눈이 먼 순이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거리를 헤매는 순이 앞에 신문이 날아든다.
식모가 주인집 아들을 죽이고 자살했다는 기사가 실려있다.
눈이 먼 순이는 '사랑의 묘약' 음반을 끌어안은 채
어딘지 모를 곳으로 간다.


💘💘💘

1968년 주인을 독살한 식모의 얘기를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다시 보니 시작부터 끝까지 허튼 대사가 없다. 순이로 나온 한여운의 연기가 대단하다. 섬세한 연출도 돋보인다. 한 가지 문제라면, 순이를 갖고 논 준수가 천하의 개새끼로 보여야 하는데 임주환이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비극이 되어버린 순이의 삶. 과연 누가 순이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

유튜브에서 볼 수 있음. 강추!



Lzzy Cooper가 부른 Una Furtiva Lagrima



2024-08-07

박경수 작가의 드라마들 - 추적자:더 체이서, 황금의 제국, 펀치, 돌풍


SBS 월화 드라마 추적자:THE CHASER 1회를 봤을 때가 생각난다. 재미있다는 말을 듣고 뒤늦게 보기 시작했는데 그야말로 시간순삭(시간이 삭제된 듯 순식간에 가버림)이었다. 나도 모르게 몰입해서 보고 나니 끝~ 앉은 자리에서 몇 회를 내리 달렸다. 내용은 너무 화가 났지만 재미 면에서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작품을 쓴 작가가 누구인지 찾아보고 이름을 외우게 되었다. 박경수.

저작권자 SBS

원래 방영 예정작이 있었는데 문제가 생겨서 이 드라마가 급하게 편성되었다. 그해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손현주 배우가 대상을 탔을 때 같이 울뻔했다. 어린 딸을 갑자기 잃고 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찾아다니던 형사의 연기가 얼마나 절절하던지... 시청률 좋은 드라마에 상을 몰아 주는 게 관행처럼 되어서 공중파 방송 3사 연기상 시상식을 멀리하게 되었는데, 이 때 만큼은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으로 보았었다. 



저작권자 SBS

그 뒤에 나온 작품이 황금의 제국. 복수를 꿈꾸는 한 남자와 재벌가 패밀리가 등장한다. 박근형 배우가 재벌 총수로 나왔었는데, 하는 말마다 뼈가 있는 고단수의 인물로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적과 동지 사이를 오가는 고수-이요원의 연기 합도 좋았고 엎치락뒤치락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가 정신을 쏙 빼놓았다. 



저작권자 SBS

펀치는 한 줄로 요약하자면,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젊은 검사의 마지막 사투를 그린다. 김래원의 '미친(greatful)' 연기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짜장면 먹방이 많이 나와서 볼 때마다 군침을 삼켰다. (단, 검찰에 대한 신뢰가 0에 가까운 시대에서는 전혀 공감이 안 될 수도 있음) 


'귓속말'은 보지 않아서 패스.

'돌풍'은 리뷰를 이미 써서 간단히 언급하면, 극단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세상을 바꾸려는 자와 그것을 막는 자의 이야기라고 할까? 역시나 엎치락뒤치락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가 한번 보기 시작하면 계속 보게 만든다. 정치를 몰라도 볼 수 있고 알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정치 드라마이다.


결론 : 박경수 작가의 작품은 재미있다! 볼만하다! 강추!


2024-08-01

뉴하트 - 너무 너무 재미있었던 MBC 의학드라마 (지성 김민정)


아주 잠깐 드라마 작가를 희망한 적이 있었다. 그런 헛꿈을 꾸게 만든 드라마가 있었으니 바로 MBC 의드(의학 드라마) '뉴하트' 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홀릭(holic)한 작품들이 있었다. 그렇다고 드라마를 써보고 싶은 생각까진 들지 않았었는데 '뉴하트'는 보면서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드라마에 완전히 미쳤었다.


지성이 김민정을 뒤에서 안고 있다
저작권자 MBC

뉴하트 (MBC)


: 2007.12.12~2008.02.28 수목 방영. 총 23부작. 황은경 극본. 박홍균 연출. 지성, 김민정, 조재현, 박철민, 정동환, 장현성, 성동일, 정호근, 이기영, 박광정, 신동미, 정경순, 이지훈, 신다은, 강지후, 이창주, 김준호, 김영옥, 진서연, 김유정, 권용운 등 출연.


드라마의 주 무대는 우리나라 최고의 종합병원인 광희대학교병원이다. 고아로 자라서 되는 대로 살다 검정고시로 지방 의대에 간 은성과 1등만 하면서 살았어도 아버지 만큼은 떳떳이 밝힐 수 없는 혜석이 주인공이다. 소위 꼴통과 엄친딸이 흉부외과에서 함께 수련하다 서로를 이해하고 아껴주는 사이가 된다.

무엇보다 이 두 사람의 서사가 정말 재미있었다. 혜석을 좋아하는 스타까지 등장해 삼각관계를 이루었으나 시청자 반응이 좋지 않아서 금방 하차했다. 여기에 '하얀거탑' 뺨치는 병원 내부의 정치질, 다양한 의료진과 환자들의 사연이 어우러져 지루할 틈이 없었다. 수술 장면 묘사도 사실적이어서 의드로써의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몇 회부터였나 시작 화면을 B컷으로 내보냈다. 이전 화의 마지막 장면 대신, 다른 촬영 컷을 도입부에 쓴 것이다. 분명 본 장면인데 어딘지 모르게 다른 느낌이 들어서 재방송 때 비교해보니 차이가 있었다. 또 등장인물을 본떠서 만든 테디베어를 엔딩 크레딧과 함께 내보냈다. 당시에 거의 생방송처럼 찍어서 내보낸 것으로 아는데, 그럼에도 디테일에 신경 쓰는 것을 보고 감탄을 했었다.

방영 당시 내 나이가 훨씬 더 어렸다면 의대에 도전하는 꿈을 꾸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홀려서 보았던 작품이라 복습을 하고 싶은데 치명적으로 걸리는 게 있다. 광희대병원의 간판 의사이자 은성과 혜석을 단련시키는 스승 역할을 한 배우가........ 차라리 악역이었으면 그나마 덜 거슬렸을 텐데........ (쌍욕을 퍼붓고 싶지만 참는다)

그땐 일주일이 너무 길었었다. 드라마 기다리는 낙으로 살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온 마음을 다해 덕질했던 그 시절의 열정은 조금 그립다. 그래서 이 드라마 '뉴하트'가 더 특별하게 기억된다. 

2024-07-29

그녀의 화분 NO.1 - MBC 베스트극장 (김선아 정찬 홍일권 김래원)


무역회사에서 전화 연결해주는 일을 하는 현아(김선아)는 본의 아니게 통화 내용을 듣게 된다. 그러다 보니 회사 사람들의 비밀이나 사생활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현아가 짝사랑하는 총무부의 도훈(홍일권)은 쉬는 날 봉사 활동을 하고 있었다. 현아는 한껏 외모에 신경을 쓰고 그가 가는 청각장애인 학교를 찾아간다. 하지만 그곳 선생과 도훈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절망한다.


김선아가 정찬에게 기대고 있다
웨이브 캡처 / 저작권자 MBC


MBC 베스트극장 제323화 "그녀의 화분 No.1"


: 1998. 07. 31 방영. 윤성희 극본. 김윤철 연출. 김선아, 정찬, 홍일권, 김래원, 전유진, 김복희, 문회원, 차윤회, 이명숙, 최한호, 조향이, 손소영, 이경순 출연.


그래도 말이나 해보자는 심정으로 도훈에게 고백하지만 바로 거절 당한다. 선재(정찬)는 길에서 울고 있는 현아를 보게 된다.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그녀를 지켜보는 시선. 현아는 치한을 피해 자리를 옮기다 선재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 앉아버린다.

사실 두 사람은 청각장애인 학교에 갔던 날 버스에 나란히 앉았었다. 현아가 본 선재는 아이와 수화로 인사를 나누었고, 선재가 본 현아는 그날도 혼자 울고 있었다.

잔뜩 취한 현아는 속상한 마음을 선재에게 털어놓는다. 그가 청각장애인이라 자신의 말을 전혀 듣지 못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선재는 사실을 바로 밝히지 못하고 연기 아닌 연기를 하게 된다.

그 다음날부터 현아에게 매일 화분이 하나씩 배달된다. 보낸 사람 이름도 없고 100부터 거꾸로 카운트 되는 숫자 쪽지만 담겨 있는 미스터리한 화분.



2005년 최고 인기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연출한 김윤철 PD의 단막극이다. 처음 봤을 때 완전 감동 받아서 내 마음속 명작 리스트에 올려놓았던 작품인데 이십 여년 만에 다시 보니 흠........

선재 캐릭터가 이렇게 청승 맞게 느껴질 줄이야. 처음부터 현아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게 너무 미안한 건 알겠으나 자신을 위해 수화까지 배우는 사람이면 사라지려 할 게 아니고 더 잘해줘야지~

마지막 장면에서는 물음표가 생긴다. 대본을 찾아보니 선재가 침묵의 세계에 빠져있는 상태라고 하는데, 현아가 그에게 머리를 기댔을 때 그 역시 살짝 움직이기라도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는 선재와 현아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과연 언제 나올까 거기에만 초점이 가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이 놀랍기만 했다. 그런데 이제 다 아는 상태로 다시 보니 선재의 모습이 불만스럽게 느껴진다. 엔딩만 놓고 보면 현아가 선재를 혼자 좋아하는 것처럼 보여서 말이다. 

다시 안 봤으면 마음 속에 애틋하게 남아 있었겠지만, 세월이 흘러 감상이 달라진 것을 확인해보는 것도 나쁘지 만은 않다. 한편으로는 재밌기도 하다. 드라마는 그대로인데 내가 변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연보라색과 노란색 란타나 꽃이 어우러져 있다
출처 픽사베이

* 란타나 꽃이 나온다. 꽃 색깔이 일곱 번 바뀌어 '칠변화'로 불리기도 한다고. 꽃말이 '나는 변하지 않는다'.

2024-07-21

안판석 감독의 작품들 (드라마 추천 - 하얀거탑, 봄밤, 졸업)


하얀거탑 주인공 장준혁과 주요 인물들
왼쪽부터 기태영, 송선미, 이선균, 이정길, 김창완, 변희봉, 김명민, 김보경 / 출처 TMDB 

하얀거탑 (MBC)

: 2007년 방영. 2018년 리마스터링 버전 방영. 같은 제목의 일본소설 원작. 이기원 극본. 김명민, 이선균, 이정길, 송선미, 김창완, 변희봉, 기태영, 김보경, 장소연 등 출연.

안판석이라는 이름을 외우게 만든 드라마이다. 물론 그 이전에 연출한 작품도 여러 편 보았고 이름도 워낙 특이해서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팬심으로 그를 기억한 것은 처음이었다. 

2007년이면 미국 의학 드라마 '닥터 하우스'와 '그레이 아나토미'가 우리나라에서도 한창 인기가 많을 때였다. 미국 의드 열풍 속에 등장한 우리나라 의드 '하얀거탑'은 1회가 방영되자마자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시청자 반응을 살필 수 있는 커뮤니티와 공식홈 게시판에 찬사가 쏟아졌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는 리뷰가 대부분이었다. 주인공 장준혁 역의 김명민을 비롯해서 출연 배우들의 연기도 끝내줬다. 다 떠나서 드라마가 정말! 너무나! 재미있었다.

외형은 의드이지만 집단 내에서의 정치질이 이렇게 잘 그려진 작품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아울러 장준혁과 미국에서 온 의사 노민국의 대결, 장준혁과 환자 가족 간의 소송 등 여러 에피소드가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었다. 특히 의료 사고로 변호사들이 공방을 벌이던 화는 실제 재판을 보는 듯 몰입감이 대단했다. 갓판석!을 외치지 않을 수 없는 연출이었다. 아직 안 보신 분이 있다면 보세요 젭알(제발)~~~



한지민이 손을 뻗어 정해인의 입을 막고 있다
MBC '봄밤' 정해인, 한지민 / 출처 TMDB

봄밤 (MBC)

: 2019년 방영. 김은 극본. 한지민, 정해인, 김준한, 임성언, 주민경, 송승환, 김창완, 길해연, 이무생, 이상희, 윤슬, 이창훈, 오만석, 김정영, 임현수, 유하진, 하이안 등 출연.

벚꽃이 가득한 다리에서 정해인이 어딘가를 보고 있다
정해인이 멋지게 잘 나와서 한 컷 더 / 출처 TMDB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해보면, 오래 만난 연인이 있는 여자와 아이가 있는 남자의 사랑 이야기. 여자는 도서관 사서, 남자는 약사, 남자의 부모는 세탁소 운영. 배경으로 나오는 곳들도 친숙해서 세상 어딘가에 이 인물들이 진짜로 살고 있을 것만 같다. 서로에게 서서히, 그렇지만 진하게 물들어가는 로맨스. 한지민과 정해인의 케미도 아주 좋았다. 보고 나면 사랑에 빠지고 싶은 충동이 들던 작품. 강추! 





위하준과 려원이 빨간 우산을 함께 쓴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tvN '졸업' 위하준, 려원 / 출처 TMDB

졸업 (tvN)

: 2024.05.11~06.30 방영. 박경화 극본. 려원, 위하준, 소주연, 김종태, 김송일, 김정영, 길해연, 서정연, 신주협, 차강윤, 장인섭, 장소연 이시훈 등 출연.

일타 강사가 수업하는 입시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소재부터 아주 신선하게 느껴졌다. 학원 선생과 학생 사이였던 두 주인공의 로맨스 외에 학원 내부의 알력다툼, 경쟁 학원끼리의 눈치싸움, 학원과 학교의 갈등이 실감나게 그려져 큰 재미를 준다.

일타 강사로 잘 나가지만 학원 선생으로 일하는 게 삶의 전부였던 서혜진이 동료 선생이자 옛 제자인 이준호와 사랑을 나누면서 변화해가는 과정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또, 실제 선생님을 캐스팅한 게 아닐까 싶었던 표상섭 선생의 강의 장면은 이 드라마의 백미이다. 10분 정도 나오는데 진심으로 더 듣고 싶었다. 국어와 문학 공부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역시 강추!



* 주인공 두 사람이 자주 만나는 아지트 같은 공간이 있다. 
* OST로 팝송을 주로 쓴다.
* 조연 배우들이 많이 겹친다. 이 배우가 다음 안판석 드라마에서는 어떤 역으로 나올지 기대 되기도 한다. 
안판석 피디님 팬이에요! 외치기엔 안 본 연출작이 많아서 백스텝을.......

2024-06-30

돌풍 -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 정치물 (설경구 김희애/박경수 작가)


박경수 작가의 신작 '돌풍'이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 주인공 박동호가 대통령을 시해했다고 자백하는 예고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전작들(추적자:더 체이서, 황금의 제국, 펀치 등)만큼이나 속도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전개를 보여준다. 엎치락뒤치락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가 없다. 

김희애와 설경구가 서로 대립한다


돌풍 (The Whirlwind)

: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2024.06.28 공개. 박경수 극본. 김용완 연출. 설경구, 김희애, 김미숙, 김영민, 김홍파, 임세미, 전배수, 김종구, 강상원, 오민애 등 출연.


스포일러 주의!
드라마 보실 분은 아무것도 모르고
보시는 게 좋습니다!

크게 대립하는 두 인물은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와 부총리 정수진(김희애)이다. 박동호는 재벌인 대진그룹을 수사하다 물 먹은 검사였다. 그런 그를 장일준이 정치에 입문시켰고, 훗날 장일준은 대통령이 되었다. 박동호는 장일준이 자기 아들의 비리를 덮기 위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게 된다. 그 설거지를 맡아서 한 것은 정수진이었다. 대통령 아들은 대진그룹과 얽혀 있었고 정수진 역시 그룹 2인자 강상운과 공범 같은 사이였다.

분노한 박동호는 썩어버린 장일준을 시해하고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된다.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2화 엔딩을 예상한 분이 있다면 작가 하세요.

박경수의 작품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내 편도 없다. 누구와 손을 잡을지 누구의 뒤통수를 때릴지 알 수가 없기에 보는 동안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이 드라마도 그렇다. 만남을 가질 때에는 은밀한 곳보다 차라리 공공장소가 낫다는 교훈을 준다. 쓸 떼 없는 말도 하지 말고 선물도 조심. 휴대폰 단속은 필수.



박동호는 괴물을 잡으려다 괴물이 된 듯한 모습도 보인다. 정수진은 운동권 시절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지만 현재는 자기 안위를 위해서 싸운다. 박동호가 그 어떤 일을 벌여도 대진그룹은 사라지지 않고 카멜레온 같은 인간은 또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고 그 희생을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을까? 정의가 늘 불의를 이기고 벌 받아야 할 자가 제대로 벌 받는 세상. 이 당연한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 이제는 드라마에서가 아닌, 대한민국 현실에서 보고 싶다. 절실히. 

넷플릭스에 볼 것 없다 하시는 분, 재미있는 드라마 찾으시는 분께 강추. 현재 우리나라 정치 현실이 답답한 분께도 추천. 판을 뒤엎을 자가 필요하다.


* 은유와 비유로 함축된, 뼈를 품은 촌철살인의 대사가 매력적이다. 바꿔 말하면 이 점이 피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마음에 든다면 박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추천.

* 후반부에 가면 어떤 장면 때문에 한 전직 대통령이 떠오른다. 중간 중간 그분이 생전에 했던 말씀과 비슷한 대사도 나와서 더더욱. 그리운 대통령님. 

* 오래전에 MBC에서 '내 인생의 스페셜'이라는 미니시리즈를 방영했었는데 제목도 모르고 봤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본방사수를 했었다. 김승우, 명세빈, 신성우 등이 나왔고 캐릭터들이 톡톡 튀었다. 알고 보니 박경수 작가 작품. (당시 '늑대'의 주연 배우 문정혁과 한지민이 촬영 도중 사고를 당해 2회 만에 방영 중단되면서 사전 제작해놓은 이 드라마를 방영한 것이라고 함-위키 참고) 

* 김희애 주연의 '퀸메이커'도 강추. 재벌가 기획실장이 인권 변호사를 서울시장으로 만드는 내용.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2024-06-25

홍길동 - SBS 수목 드라마 (김석훈 김원희 김상중 이종원)


양반 아버지와 몸종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홍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었다. 아무리 똑똑하고 재주가 많아도 양반들처럼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없었다.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던 그는 탐관오리의 재산을 훔쳐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의적이 된다.

조선 시대에 지어진 홍길동 이야기는 드라마와 영화로 많이 만들어졌다. 그중 SBS 드라마 '홍길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유를 따진다면 주연 배우 김석훈의 지분이 90%쯤?


홍길동이 놀란 얼굴로 어딘가를 보고 있다
SBS '홍길동' 김석훈 / 1회 캡처 

홍길동 (SBS) 


: 1998.07.22~09.10 수,목 방영. 총 16부. 이한호 극본. 정세호 연출. 김석훈, 김원희, 박상아, 김상중, 이종원, 이덕화, 김흥기, 유태웅, 박준규, 전운, 김해숙, 이혜숙, 이계인, 남성진, 윤여정, 양금석, 길용우, 김규철, 노영국 등 출연.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1회가 방영되고 난리가 났다. 생전 처음 보는 배우가 잘 생긴 것도 모자라 연기까지 잘하니 이 무슨! 이 드라마 전에는 TV에서 본 적이 없으니 신인(New Face)인 것은 분명한데 그의 연기에서는 버벅거림을 느낄 수 없었다.

의문은 곧 풀렸다. 인터뷰 기사를 보니 국립극장 전속 배우! 드라마에 나오기 전 2년쯤 연극 무대에서 연기력을 갈고 닦은 경력자였다. 처음엔 홍길동 출연 제의도 거절했다고 한다. 김석훈 아닌 홍길동은 지금 생각해도 상상이 되지 않는다. 


당시 SBS의 연예 정보 프로그램 '한밤의 티비 연예'에서 드라마 촬영 현장을 찾아가 김석훈을 인터뷰 했었다. 국밥을 먹는 그에게 리포터가 계속 질문을 하는데 시청자 입장에서는 짜증이 났었다.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뭐냐고😡 물론 드라마 찍기 바빠서 주인공인 그가 짬을 낼 수 있는 시간이 그때 뿐이라 그랬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설마 생방송이었나? 카메라가 찍든 말든 꿋꿋이 밥을 먹던 그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다.

배우를 보려는 목적이 컸지만 드라마 자체도 아주 재미있어서 닥치고 본방을 사수했었다. 홍길동 만큼이나 호위무사 역의 이종원도 멋있었다. 김상중이 김원희에게 마음을 드러내던 장면도 생각난다. 박상아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으나....... (할말하않)

찾아보니 SBS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시보기가 가능한데 언제 날 잡아 추억 여행을 떠나봐야겠다. 


* 홍길동을 다룬 드라마로 KBS '쾌도 홍길동', MBC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 있다. 김상중은 MBC 드라마에서 홍길동의 아버지 역을 맡았다. 

* 영화 중에는 이제훈 주연의 '탐정 홍길동' 추천.

* 현재 김석훈은 유튜브 채널 '나의 쓰레기 아저씨'를 운영 중이다. 환경과 쓰레기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2024-06-22

만신 - 시네마틱 드라마 SF8 (이연희 이동휘 남명렬) 웨이브 추천


무려 96.3 퍼센트!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이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단순히 운세를 넘어서 예언에 가까운 적중률을 보여준다. 이 운세 프로그램의 이름은 만신. '만신 의존증'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이용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알려주는 대로 행동한다. 오늘 하루 조심하라는 운세가 나오면 몸을 사리느라 직장에 출근하지 않을 정도다. 만신을 맹신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이연희와 이동휘가 휴대폰을 보며 미소짓는다
SF8 만신 / 웨이브 캡처

시네마틱 드라마 SF8 제4부 만신 


: 2020. .8.21 MBC 방영. 기획 DGK(한국영화감독조합)&MBC. 제작 DGK&수필름. 제공 WAVVE&MBC. 감독 노덕. 각본 한분외&노덕. 프로듀서 강가미. 이연희, 이동휘, 남명렬, 서현우, 윤경호, 박성연, 현봉식, 이연, 김한나, 이호원, 이명옥, 오민정, 박윤호, 김진옥, 최호진, 박세현(우정출연), 김수지(목소리만) 등 출연. 

주인공 토선호(이연희)는 만신을 만든 개발자 김인홍(서현우)을 찾으러 다닌다. 그가 만신 간증회에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지만 만나지 못한다. 대신 만신을 맹신하던 정가람(이동휘)을 알게 되고, 둘이 함께 그를 찾아간다. 김인홍은 만신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지 오래라며 현재 소유주를 추적할 수 있는 단서를 알려준다.



선호는 동생을 죽게 만든 것이 만신이라고 확신했다. 동생이 마지막으로 받은 운세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지만 동생의 휴대폰은 복구 되지 않았다. 그래서 만신 개발자를 찾아다닌 것인데, 휴대폰이 일부 복구 되었다는 연락이 온다. 그래서 알게 된 진실은 선호를 충격에 빠뜨린다.

선호와 가람은 현재의 만신을 만든 지함(남명렬)을 만나게 되고, 그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만신 업데이트를 단행한다. 성공하면 신과 같은 프로그램이 될 수 있고 실패하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인공지능 만신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한다.


휴대폰에서 운세 앱을 삭제한다
SF8 만신 / 웨이브 캡처


줄거리를 자세히 쓰려다 꾹 참았다. 이런 작품이 다 있었다니! 운세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더 재미있게 본 것 같다. 알려주는 대로 족족 다 들어맞는 운세 앱이 있다면 이것을 과연 쓰지 않을 수가 있을까? 더구나 매일 매일 적중률 100%에 가까운 오늘의 운세를 알려준다면? 이것에 영향 받지 않을 자신이 없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하면 회사 출근보다 더한 것도 하지 않을 듯하다.

이 작품은 묻는다. 미래를 미리 알게 되는 것이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까, 아닐까. 글쎄...... 안 좋은 미래를 미리 알아서 대비할 수 있다면, 그래서 좋게 바뀐다면 아는 게 나을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드는 의문은, 미래를 미리 알고 다른 선택을 하는 것까지 적용된 운세가 제공된다면? 그렇다면 미래에 대한 조치를 취한 것이 오히려 안 좋게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계속하다 보면 미래는 모르는 게 속 편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진다.

SF8은 여덟 명의 감독이 SF 소재로 한 편씩 연출한 단막극이다. 제목 그대로 영화 같은 드라마이다. 런닝타임도 50분 조금 넘으니 시간 부담이 적다. 추천~


* '노덕'이라는 감독 이름을 보고 남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고정관념을 버려야겠다.

* 극중에 가미제과라는 이름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프로듀서의 이름에서 따온 듯.

* 같은 제목의 다큐 영화가 있다. 무속인 故 김금화 만신의 삶을 조명했다. 

* 유전자 검사 한번으로 내 평생의 짝을 찾는 영국 드라마 '더 원'이 생각났다. 리뷰 보기

2024-06-15

타인의 취향 - MBC 베스트극장 (김지우 이필모)


주인공 민주는 취재하러 간 곳에서 우연히 한 남자를 보게 된다.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2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산에 갔다 길을 잃은 민주는 동굴에서 날이 밝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남자가 비를 피해 들어왔다. 그는 민주의 신체 부위에 관심을 보이더니 급기야 야수로 돌변해버렸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그날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었던 민주는 남자를 본 뒤로 일상이 멈춰버린다.


주인공 민주가 약물을 주사기에 담고 있다
강민주 역의 김지우 / 웨이브 캡처


MBC 베스트극장 제 625회 '타인의 취향'

: 2006. 01. 14 방영. 소현경 극본. 유정준 연출. 김지우, 이필모, 박호영, 윤성훈, 이대연, 윤주영 등 출연.


준수한 외모를 가진 남자는 은행에서 일하는 유진이었다. 민주는 그의 동선을 파악해 일부러 자꾸 마주친다. 유진은 민주에게 관심을 보이고 민주도 그에게 관심 있는 척한다. 그 와중에 민주의 상처에 대해 알게 된 애인은 감당하지 못하겠다며 떠나버리고, 민주는 유진에게 복수할 준비를 한다. 그리고 비 예보가 뜬 날 그와 함께 산에 간다. 

2004년 경남 밀양에서 집단 성폭행 사건이 있었다. 가해자가 40명이 넘고 관련자만 100명이 넘는 초유의 사건인데 처벌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묻혀버린 사건이 20년이 지나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신상이 폭로된 몇 명의 가해자들은 역시나 잘 처먹고 잘 살고 있었다. 이제 법으로는 그들을 또 벌할 수 없고 이렇게라도 단죄를 받게 된 것이 진심 쌤통이다.

성폭력 희생자의 사적 복수. 밀양 사건 관련 뉴스를 보면서 이 단막극이 떠올랐다. 물론 살인은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법으로 전혀 다스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법의 심판을 받았다 해도 그 형량이 터무니없이 가볍다면? 나와 전혀 관계없는 희생자의 복수도 대신 해주고 싶을 때가 있는데 심지어 내가 그 당사자라면? 마음이 오죽할까.



유진이 자신의 본심을 그대로 드러내는 대사가 있다. "완벽하게 자기 자신에게 충실할 때, 이기적인 본능에 충실할 때 그때 받는 쾌감이 얼마나 큰 줄 알아요?"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희생시키는 범죄자의 심리가 이렇지 않을까? 민주는 그에게 답한다. "이때까진 그래본 적이 없는데, 이제부턴 그래봐야겠네요"라고.

민주는 문제의 그 동굴에서 유진에게 원수를 갚아준다. 사람을 죽이는 과정이 나오는데도 별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통쾌하기까지 하다. 엔딩에는 모짜르트의 레퀴엠 '라크리모사(Lacrimosa)'가 깔린다. 레퀴엠은 죽은 이를 위한 미사에 쓰이는 곡으로, 이 드라마에서는 유진의 안식이 아닌 한때 영혼이 죽었던 민주를 위한 선곡이라 생각하고 들었다. 산봉우리에 위태롭게 서있던 민주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포르테 디 콰트로 '라크리모사'


* 같은 제목의 프랑스 영화가 유명하다. 솔직히 이 화의 내용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 성범죄에 유독 관대한 우리나라의 양형 기준이 올라가길 바라 본다.

2024-06-12

신 귀공자 - MBC 미니시리즈 (최지우 김승우 이순재) + SBS 행복합니다, MBC 마지막 연인


생수 배송 일을 열심히 하는 주인공 용남. 그 생수 회사를 소유한 재벌가에도 배달을 하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그 집 딸 수진과 엮이게 된다. 재벌가에서는 난리가 나고. 과연 두 사람의 운명은?

생수 배달원과 재벌 딸의 만남
'신귀공자' 김승우 최지우

新귀공자 (MBC)

: 2000.07.12~2000.08.31 수,목 방영(MBC 기록에 따름). 총 16부. 이창순 기획. 이주환 연출. 김선영, 유진희 극본. 김승우, 최지우, 김병세, 최정윤, 이순재, 박영규, 최란, 명계남, 나문희, 이계인, 정영숙, 김동현, 김창완, 홍경인, 김형자, 박영지, 심양홍, 김기현, 조혜영, 이현경, 주용만, 김진형 등 출연.


정말 재밌게 보았던 드라마이다. 생수 배달원과 재벌가 외동딸의 사랑.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데, 드라마에서라면 불가능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본 지 너무 오래되어 세세한 내용은 잊어버렸지만 두 사람이 서로에게 진심이었던 것 만큼은 분명히 기억이 난다.


성별이 뒤바뀐 신데렐라 이야기는 크게 화제가 됐었다. 아마도 당시에 재벌가 딸이 재벌 아닌 사람과 결혼을 했어서 이런 드라마도 기획된 게 아닐까 추측을. 수진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던 용남이 얼마나 멋있어 보였는지 모른다. 수진 역의 최지우도 곱게 자란 공주 같은 역에 정말 잘 어울렸고. 급 다시 보고 싶어지는구나~

재벌가 외동딸로 나오는 최지우


* 다시보기를 찾아보니 웨이브에는 없고 MBC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이용권을 결제해야 함.

* 재벌가 배경의 SBS 주말극 '행복합니다'도 함께 생각난다. 이 드라마에서는 재벌가 세 남매(배우 김효진, 이종원, 이은성)가 주축이었는데 모두 재벌 아닌 인물(배우 이훈, 채영인, 하석진)과 결혼하거나 애정 관계로 얽힌다. 또, 재벌까지는 아니어도 부잣집 여성과 가난한 남성의 사랑을 그린 MBC 드라마 '마지막 연인'도 있었다. 최수종, 김지수 주연으로 결말이 되게 슬펐던 것 같다.

* 출연자 명단에 박병은이 보여서 찾아보니 데뷔작이라고. 정만식도 단역으로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