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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7

지옥 2 - 넷플릭스 추천 한드 (김현주 김성철 김신록 문소리 문근영)

 
불에 타고 있는 사람 앞에 지옥의 사자가 있다

지옥 (Hellbound)


: 넷플릭스 오리지널. 1시즌 2021년 11월 19일 공개. 2시즌 2024년 10월 25일 공개. 원작 및 각본 연상호&최규석. 감독 연상호. 김현주, 김성철, 김신록, 양익준, 이레, 임성재, 이동희, 홍의준, 조동인, 김도윤, 유아인, 박정민, 원진아, 류경수 등 출연. 2시즌 특별출연 문소리, 문근영.


😈👿 스포일러 주의 👿😈

지옥 시즌 2가 드디어 나왔다. 줄거리가 잘 생각이 안 나서 찾아보니 시즌 1 나온 게 2021년이라고?! 아니 그렇게 오래 되었나? 거의 3년쯤 지났으니 세세하게 기억이 날 리가. 그렇다고 처음부터 다시 보기는 부담스럽고 유튜브에서 1시즌 10분 요약 영상을 본 뒤에 2시즌을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았다. 새 시즌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지 전혀 상상이 안 되었는데, 다음 시즌이 또 나온다면 그저 열심히 즐기기만 하련다. 지옥 2를 다 보고 나니 1부터 다시 볼 걸 그랬다는 후회가 살짝 들었다. 

'너는 *월 *일 *시에 죽는다... 너는 지옥에 간다....'



죽는 날짜와 시간을 고지 받은 사람은 그때가 되면 처참하게 죽는다는 설정이 참 기발했다. 죽음까지 남은 시간도 제각각이다. 누구는 년 단위로 누구는 일 단위로. 왜 죽는지 이유 따윈 알려주지 않는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조차 고지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랜덤(random)이다. 하지만 사이비 종교는 '죄인이기 때문에 신의 고지를 받은 것'이라며 사람들의 공포심을 조장해 자신들을 믿게 만든다. 어떻게 이런 스토리를 생각해냈을까? 상상력이 대단할 뿐.

지옥 시즌 2는 부활한 자와 이를 이용하려는 자들, 부활한 자를 지키려는 민혜진의 이야기이다. 김현주는 이번에도 참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김성철은 이미 정진수 의장이었다. 문근영은 임팩트가 엄청난 연기를 보여준다. 시즌 3은 3년보다는 빨리 나왔으면.


* '신의 고지' 설정은 김동식 작가의 짧은 소설 '푸르스마, 푸르스마나스'를 생각나게 한다.
https://brunch.co.kr/@fkfmrhekd/6

*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연상호×김현주 작품은 세 편이다. 지옥, 선산, 정이. (그러고 보니 제목이 다 두 글자)


2024-08-23

야구하면 떠오르는 드라마 - 9회말 2아웃, 스토브리그 (+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수애가 이정진 위에 올라 앉아있다

9회말 2아웃 (구회말 투아웃)

2007년 MBC 주말 드라마. 수애, 이정진 주연. 둘이 어릴 때부터 친구였나 아무튼 서로에게 남사친 여사친이었다. 각자 연애하는 것도 지켜보고 실연 했을 때 위로도 해주고 쉽게 말해 별의별 꼴 다 본 사이. 그러다 둘이 서로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고 상대에게 직구 같은 키스를 날린다. 불이 붙어버린 둘의 모습이 아주 짜릿했다.

시청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열혈 충성 시청자가 많았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아주 재미있는 로맨틱 코미디였다. 두 배우가 별로 어울려 보이지 않았는데, 드라마에서 보니 케미가 좋았다. 사진 찾다가 알게 되었는데 원래 캐스팅은 최강희, 하정우였다고.



백승수로 나온 남궁민이 등을 보인 채 서있다

스토브리그

남궁민이 저절로 떠오르는 SBS 금토드라마. 야구를 몰라도 볼 수 있고 알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극단적으로 요약해보면 냉철한 신임 단장이 꼴찌 야구팀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는 백승수가 만들어내는 매직이 감동의 도가니탕을 선사해준다. 야구팀과 야구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면 이 드라마를 보세요.



감사용 투수로 나온 이범수

슈퍼스타 감사용

'감사용'이라는 실존 무명 투수를 주인공으로 만든 영화. 찾아보니 실제와 다른 점들이 있다고 하는데, 실존 인물의 이야기라는 것을 의식하지 말고 픽션 영화로 생각하고 보아도 좋겠다. 인기 투수 박철순과 맞붙는 경기가 압권. 주연 배우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이 작품 만큼은 재미와 감동을 다 잡은 수작이라 추천한다. (박철순으로 특별 출연한 공유가 강렬했음)


그밖에 생각나는.....

영화 'YMCA 야구단'. 우리나라 최초의 야구팀 얘기였는데 꽤 재미있게 보았었다. 김혜수, 김주혁만 생각이 난다. 송강호, 황정민이 나왔었다니.....

임창정이 주연한 '스카우트'. 추천은 많이 들었다. 본다 하고는 잊어버림.

조승우, 양동근 주연 영화 '퍼펙트 게임'. 최동원과 선동열의 대결. 안 봤다.....

영화 '이장호의 외인구단'은 TV에서 보았었다. 최재성과 안성기가 생각난다. 천호진도 생각나서 찾아보니 2편에 나왔었다고. 훗날 MBC에서도 '2009 외인구단' 드라마를 만들었는데 욕을 잔뜩 먹고 조기종영. 그래도 나는 재미있게 봤단 말이지! 



2024-08-21

순결한 순이 - KBS 드라마시티 (한여운 임주환 정수영)


KBS 드라마시티 '순결한 순이' 

: 2007. 06. 09 방영. 극본 이은주. 연출 강병택. 한여운(안미나), 임주환, 정수영, 이미지, 윤승원, 기연호, 하진 출연. 

 * 스포일러 주의!
캡처 순서는 드라마와 조금 다를 수 있음.
캡처 이미지 저작권자 KBS *


서울 부잣집에 식모로 취직한 순이.
고향에서부터 이름 모를 꽃을 친구처럼 데려왔다.




첫날부터 다정하게 잘 대해주는 주인집 아들 준수.
순이에게 쓰라고 내어준 방도 예쁘게 잘 꾸며져 있다.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을 준수와 함께 듣는 순이.

"사랑의 묘약을 함께 마신 사람들은 
영원히 함께, 삶과 죽음까지, 서로 사랑하게 된대"

순이가 타온 차를 마시고는 "사랑의 묘약이 들었나?" 플러팅을 하는 준수.




준수가 라디오를 주었다.
순이는 그에게 점점 빠져들고....




준수 모친이 부산에서 사업하는 남편을 보러 간 날, 
준수는 비에 젖은 순이를 보고 충동에 휩싸인다.




순이의 순결을 훔치는 준수.




사실 준수는 결혼까지 약속한 상대가 있었다.




준수가 결혼하는 것도 모자라 외국으로 떠난다는 말에 순이는 큰 충격을 받는다.




식모와 살림을 차린 아버지와 자신은 다르다고 선을 긋는 준수.
"너 따위랑 안 살아"




준수가 어떤 인간인지도 모르면서
옆집 식모 영자는 오매불망 준수만 부르짖는다.




눈빛이 달라진 순이.




순이는 대뜸 준수의 방에 들어가 애원한다.
"나도 데려가요"
이에 준수는 자기 좀 살려달라고 죽는 소리를 하고.




결혼을 앞두고 준수는 눈이 멀어버린다.
그 이유는 신과 순이만 안다.




아들의 결혼까지 엎어지자 쓰러져버린 준수 모친.
순이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준수의 부친은 순이에게 모든 것을 맡겨버렸다.
순이를 저주하던 준수는 새 식모를 구했으니 나가라고 한다.




새로 구했다는 식모는 옆집 영자였다.
결국 이 집을 떠나기로 한 순이.
준수는 너무나 조용하다.








순이는 자신이 준비한 '사랑의 묘약'을 마신다.




"잘 있어요, 내 사랑"


눈이 먼 순이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거리를 헤매는 순이 앞에 신문이 날아든다.
식모가 주인집 아들을 죽이고 자살했다는 기사가 실려있다.
눈이 먼 순이는 '사랑의 묘약' 음반을 끌어안은 채
어딘지 모를 곳으로 간다.


💘💘💘

1968년 주인을 독살한 식모의 얘기를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다시 보니 시작부터 끝까지 허튼 대사가 없다. 순이로 나온 한여운의 연기가 대단하다. 섬세한 연출도 돋보인다. 한 가지 문제라면, 순이를 갖고 논 준수가 천하의 개새끼로 보여야 하는데 임주환이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비극이 되어버린 순이의 삶. 과연 누가 순이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

유튜브에서 볼 수 있음. 강추!



Lzzy Cooper가 부른 Una Furtiva Lagrima



2024-08-07

박경수 작가의 드라마들 - 추적자:더 체이서, 황금의 제국, 펀치, 돌풍


SBS 월화 드라마 추적자:THE CHASER 1회를 봤을 때가 생각난다. 재미있다는 말을 듣고 뒤늦게 보기 시작했는데 그야말로 시간순삭(시간이 삭제된 듯 순식간에 가버림)이었다. 나도 모르게 몰입해서 보고 나니 끝~ 앉은 자리에서 몇 회를 내리 달렸다. 내용은 너무 화가 났지만 재미 면에서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작품을 쓴 작가가 누구인지 찾아보고 이름을 외우게 되었다. 박경수.

저작권자 SBS

원래 방영 예정작이 있었는데 문제가 생겨서 이 드라마가 급하게 편성되었다. 그해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손현주 배우가 대상을 탔을 때 같이 울뻔했다. 어린 딸을 갑자기 잃고 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찾아다니던 형사의 연기가 얼마나 절절하던지... 시청률 좋은 드라마에 상을 몰아 주는 게 관행처럼 되어서 공중파 방송 3사 연기상 시상식을 멀리하게 되었는데, 이 때 만큼은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으로 보았었다. 



저작권자 SBS

그 뒤에 나온 작품이 황금의 제국. 복수를 꿈꾸는 한 남자와 재벌가 패밀리가 등장한다. 박근형 배우가 재벌 총수로 나왔었는데, 하는 말마다 뼈가 있는 고단수의 인물로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적과 동지 사이를 오가는 고수-이요원의 연기 합도 좋았고 엎치락뒤치락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가 정신을 쏙 빼놓았다. 



저작권자 SBS

펀치는 한 줄로 요약하자면,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젊은 검사의 마지막 사투를 그린다. 김래원의 '미친(greatful)' 연기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짜장면 먹방이 많이 나와서 볼 때마다 군침이 삼켰다. (단, 검찰에 대한 신뢰가 0에 가까운 시대에서는 전혀 공감이 안 될 수도 있음) 


'귓속말'은 보지 않아서 패스.

'돌풍'은 리뷰를 이미 써서 간단히 언급하면, 극단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세상을 바꾸려는 자와 그것을 막는 자의 이야기라고 할까? 역시나 엎치락뒤치락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가 한번 보기 시작하면 계속 보게 만든다. 정치를 몰라도 볼 수 있고 알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정치 드라마이다.


결론 : 박경수 작가의 작품은 재미있다! 볼만하다! 강추!


2024-08-01

뉴하트 - 너무 너무 재미있었던 MBC 의학드라마 (지성 김민정)


아주 잠깐 드라마 작가를 희망한 적이 있었다. 그런 헛꿈을 꾸게 만든 드라마가 있었으니 바로 MBC 의드(의학 드라마) '뉴하트' 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홀릭(holic)한 작품들이 있었다. 그렇다고 드라마를 써보고 싶은 생각까진 들지 않았었는데 '뉴하트'는 보면서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드라마에 완전히 미쳤었다.


지성이 김민정을 뒤에서 안고 있다
저작권자 MBC

뉴하트 (MBC)


: 2007.12.12~2008.02.28 수목 방영. 총 23부작. 황은경 극본. 박홍균 연출. 지성, 김민정, 조재현, 박철민, 정동환, 장현성, 성동일, 정호근, 이기영, 박광정, 신동미, 정경순, 이지훈, 신다은, 강지후, 이창주, 김준호, 김영옥, 진서연, 김유정, 권용운 등 출연.


드라마의 주 무대는 우리나라 최고의 종합병원인 광희대학교병원이다. 고아로 자라서 되는 대로 살다 검정고시로 지방 의대에 간 은성과 1등만 하면서 살았어도 아버지 만큼은 떳떳이 밝힐 수 없는 혜석이 주인공이다. 소위 꼴통과 엄친딸이 흉부외과에서 함께 수련하다 서로를 이해하고 아껴주는 사이가 된다.

무엇보다 이 두 사람의 서사가 정말 재미있었다. 혜석을 좋아하는 스타까지 등장해 삼각관계를 이루었으나 시청자 반응이 좋지 않아서 금방 하차했다. 여기에 '하얀거탑' 뺨치는 병원 내부의 정치질, 다양한 의료진과 환자들의 사연이 어우러져 지루할 틈이 없었다. 수술 장면 묘사도 사실적이어서 의드로써의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몇 회부터였나 시작 화면을 B컷으로 내보냈다. 이전 화의 마지막 장면 대신, 다른 촬영 컷을 도입부에 쓴 것이다. 분명 본 장면인데 어딘지 모르게 다른 느낌이 들어서 재방송 때 비교해보니 차이가 있었다. 또 등장인물을 본떠서 만든 테디베어를 엔딩 크레딧과 함께 내보냈다. 당시에 거의 생방송처럼 찍어서 내보낸 것으로 아는데, 그럼에도 디테일에 신경 쓰는 것을 보고 감탄을 했었다.

방영 당시 내 나이가 훨씬 더 어렸다면 의대에 도전하는 꿈을 꾸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홀려서 보았던 작품이라 복습을 하고 싶은데 치명적으로 걸리는 게 있다. 광희대병원의 간판 의사이자 은성과 혜석을 단련시키는 스승 역할을 한 배우가........ 차라리 악역이었으면 그나마 덜 거슬렸을 텐데........ (쌍욕을 퍼붓고 싶지만 참는다)

그땐 일주일이 너무 길었었다. 드라마 기다리는 낙으로 살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온 마음을 다해 덕질했던 그 시절의 열정은 조금 그립다. 그래서 이 드라마 '뉴하트'가 더 특별하게 기억된다. 

2024-07-29

그녀의 화분 NO.1 - MBC 베스트극장 (김선아 정찬 홍일권 김래원)


무역회사에서 전화 연결해주는 일을 하는 현아(김선아)는 본의 아니게 통화 내용을 듣게 된다. 그러다 보니 회사 사람들의 비밀이나 사생활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현아가 짝사랑하는 총무부의 도훈(홍일권)은 쉬는 날 봉사 활동을 하고 있었다. 현아는 한껏 외모에 신경을 쓰고 그가 가는 청각장애인 학교를 찾아간다. 하지만 그곳 선생과 도훈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절망한다.


김선아가 정찬에게 기대고 있다
웨이브 캡처 / 저작권자 MBC


MBC 베스트극장 제323화 "그녀의 화분 No.1"


: 1998. 07. 31 방영. 윤성희 극본. 김윤철 연출. 김선아, 정찬, 홍일권, 김래원, 전유진, 김복희, 문회원, 차윤회, 이명숙, 최한호, 조향이, 손소영, 이경순 출연.


그래도 말이나 해보자는 심정으로 도훈에게 고백하지만 바로 거절 당한다. 선재(정찬)는 길에서 울고 있는 현아를 보게 된다.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그녀를 지켜보는 시선. 현아는 치한을 피해 자리를 옮기다 선재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 앉아버린다.

사실 두 사람은 청각장애인 학교에 갔던 날 버스에 나란히 앉았었다. 현아가 본 선재는 아이와 수화로 인사를 나누었고, 선재가 본 현아는 그날도 혼자 울고 있었다.

잔뜩 취한 현아는 속상한 마음을 선재에게 털어놓는다. 그가 청각장애인이라 자신의 말을 전혀 듣지 못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선재는 사실을 바로 밝히지 못하고 연기 아닌 연기를 하게 된다.

그 다음날부터 현아에게 매일 화분이 하나씩 배달된다. 보낸 사람 이름도 없고 100부터 거꾸로 카운트 되는 숫자 쪽지만 담겨 있는 미스터리한 화분.



2005년 최고 인기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연출한 김윤철 PD의 단막극이다. 처음 봤을 때 완전 감동 받아서 내 마음속 명작 리스트에 올려놓았던 작품인데 이십 여년 만에 다시 보니 흠........

선재 캐릭터가 이렇게 청승 맞게 느껴질 줄이야. 처음부터 현아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게 너무 미안한 건 알겠으나 자신을 위해 수화까지 배우는 사람이면 사라지려 할 게 아니고 더 잘해줘야지~

마지막 장면에서는 물음표가 생긴다. 대본을 찾아보니 선재가 침묵의 세계에 빠져있는 상태라고 하는데, 현아가 그에게 머리를 기댔을 때 그 역시 살짝 움직이기라도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는 선재와 현아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과연 언제 나올까 거기에만 초점이 가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이 놀랍기만 했다. 그런데 이제 다 아는 상태로 다시 보니 선재의 모습이 불만스럽게 느껴진다. 엔딩만 놓고 보면 현아가 선재를 혼자 좋아하는 것처럼 보여서 말이다. 

다시 안 봤으면 마음 속에 애틋하게 남아 있었겠지만, 세월이 흘러 감상이 달라진 것을 확인해보는 것도 나쁘지 만은 않다. 한편으로는 재밌기도 하다. 드라마는 그대로인데 내가 변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연보라색과 노란색 란타나 꽃이 어우러져 있다
출처 픽사베이

* 란타나 꽃이 나온다. 꽃 색깔이 일곱 번 바뀌어 '칠변화'로 불리기도 한다고. 꽃말이 '나는 변하지 않는다'.

2024-07-21

안판석 감독의 작품들 (드라마 추천 - 하얀거탑, 봄밤, 졸업)


하얀거탑 주인공 장준혁과 주요 인물들
왼쪽부터 기태영, 송선미, 이선균, 이정길, 김창완, 변희봉, 김명민, 김보경 / 출처 TMDB 

하얀거탑 (MBC)

: 2007년 방영. 2018년 리마스터링 버전 방영. 같은 제목의 일본소설 원작. 이기원 극본. 김명민, 이선균, 이정길, 송선미, 김창완, 변희봉, 기태영, 김보경, 장소연 등 출연.

안판석이라는 이름을 외우게 만든 드라마이다. 물론 그 이전에 연출한 작품도 여러 편 보았고 이름도 워낙 특이해서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팬심으로 그를 기억한 것은 처음이었다. 

2007년이면 미국 의학 드라마 '닥터 하우스'와 '그레이 아나토미'가 우리나라에서도 한창 인기가 많을 때였다. 미국 의드 열풍 속에 등장한 우리나라 의드 '하얀거탑'은 1회가 방영되자마자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시청자 반응을 살필 수 있는 커뮤니티와 공식홈 게시판에 찬사가 쏟아졌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는 리뷰가 대부분이었다. 주인공 장준혁 역의 김명민을 비롯해서 출연 배우들의 연기도 끝내줬다. 다 떠나서 드라마가 정말! 너무나! 재미있었다.

외형은 의드이지만 집단 내에서의 정치질이 이렇게 잘 그려진 작품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아울러 장준혁과 미국에서 온 의사 노민국의 대결, 장준혁과 환자 가족 간의 소송 등 여러 에피소드가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었다. 특히 의료 사고로 변호사들이 공방을 벌이던 화는 실제 재판을 보는 듯 몰입감이 대단했다. 갓판석!을 외치지 않을 수 없는 연출이었다. 아직 안 보신 분이 있다면 보세요 젭알(제발)~~~



한지민이 손을 뻗어 정해인의 입을 막고 있다
MBC '봄밤' 정해인, 한지민 / 출처 TMDB

봄밤 (MBC)

: 2019년 방영. 김은 극본. 한지민, 정해인, 김준한, 임성언, 주민경, 송승환, 김창완, 길해연, 이무생, 이상희, 윤슬, 이창훈, 오만석, 김정영, 임현수, 유하진, 하이안 등 출연.

벚꽃이 가득한 다리에서 정해인이 어딘가를 보고 있다
정해인이 멋지게 잘 나와서 한 컷 더 / 출처 TMDB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해보면, 오래 만난 연인이 있는 여자와 아이가 있는 남자의 사랑 이야기. 여자는 도서관 사서, 남자는 약사, 남자의 부모는 세탁소 운영. 배경으로 나오는 곳들도 친숙해서 세상 어딘가에 이 인물들이 진짜로 살고 있을 것만 같다. 서로에게 서서히, 그렇지만 진하게 물들어가는 로맨스. 한지민과 정해인의 케미도 아주 좋았다. 보고 나면 사랑에 빠지고 싶은 충동이 들던 작품. 강추! 





위하준과 려원이 빨간 우산을 함께 쓴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tvN '졸업' 위하준, 려원 / 출처 TMDB

졸업 (tvN)

: 2024.05.11~06.30 방영. 박경화 극본. 려원, 위하준, 소주연, 김종태, 김송일, 김정영, 길해연, 서정연, 신주협, 차강윤, 장인섭, 장소연 이시훈 등 출연.

일타 강사가 수업하는 입시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소재부터 아주 신선하게 느껴졌다. 학원 선생과 학생 사이였던 두 주인공의 로맨스 외에 학원 내부의 알력다툼, 경쟁 학원끼리의 눈치싸움, 학원과 학교의 갈등이 실감나게 그려져 큰 재미를 준다.

일타 강사로 잘 나가지만 학원 선생으로 일하는 게 삶의 전부였던 서혜진이 동료 선생이자 옛 제자인 이준호와 사랑을 나누면서 변화해가는 과정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또, 실제 선생님을 캐스팅한 게 아닐까 싶었던 표상섭 선생의 강의 장면은 이 드라마의 백미이다. 10분 정도 나오는데 진심으로 더 듣고 싶었다. 국어와 문학 공부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역시 강추!



* 주인공 두 사람이 자주 만나는 아지트 같은 공간이 있다. 
* OST로 팝송을 주로 쓴다.
* 조연 배우들이 많이 겹친다. 이 배우가 다음 안판석 드라마에서는 어떤 역으로 나올지 기대 되기도 한다. 
안판석 피디님 팬이에요! 외치기엔 안 본 연출작이 많아서 백스텝을.......

2024-06-30

돌풍 -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 정치물 (설경구 김희애/박경수 작가)


박경수 작가의 신작 '돌풍'이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 주인공 박동호가 대통령을 시해했다고 자백하는 예고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전작들(추적자:더 체이서, 황금의 제국, 펀치 등)만큼이나 속도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전개를 보여준다. 엎치락뒤치락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가 없다. 

김희애와 설경구가 서로 대립한다


돌풍 (The Whirlwind)

: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2024.06.28 공개. 박경수 극본. 김용완 연출. 설경구, 김희애, 김미숙, 김영민, 김홍파, 임세미, 전배수, 김종구, 강상원, 오민애 등 출연.


스포일러 주의!
드라마 보실 분은 아무것도 모르고
보시는 게 좋습니다!

크게 대립하는 두 인물은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와 부총리 정수진(김희애)이다. 박동호는 재벌인 대진그룹을 수사하다 물 먹은 검사였다. 그런 그를 장일준이 정치에 입문시켰고, 훗날 장일준은 대통령이 되었다. 박동호는 장일준이 자기 아들의 비리를 덮기 위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게 된다. 그 설거지를 맡아서 한 것은 정수진이었다. 대통령 아들은 대진그룹과 얽혀 있었고 정수진 역시 그룹 2인자 강상운과 공범 같은 사이였다.

분노한 박동호는 썩어버린 장일준을 시해하고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된다.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2화 엔딩을 예상한 분이 있다면 작가 하세요.

박경수의 작품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내 편도 없다. 누구와 손을 잡을지 누구의 뒤통수를 때릴지 알 수가 없기에 보는 동안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이 드라마도 그렇다. 만남을 가질 때에는 은밀한 곳보다 차라리 공공장소가 낫다는 교훈을 준다. 쓸 떼 없는 말도 하지 말고 선물도 조심. 휴대폰 단속은 필수.



박동호는 괴물을 잡으려다 괴물이 된 듯한 모습도 보인다. 정수진은 운동권 시절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지만 현재는 자기 안위를 위해서 싸운다. 박동호가 그 어떤 일을 벌여도 대진그룹은 사라지지 않고 카멜레온 같은 인간은 또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고 그 희생을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을까? 정의가 늘 불의를 이기고 벌 받아야 할 자가 제대로 벌 받는 세상. 이 당연한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 이제는 드라마에서가 아닌, 대한민국 현실에서 보고 싶다. 절실히. 

넷플릭스에 볼 것 없다 하시는 분, 재미있는 드라마 찾으시는 분께 강추. 현재 우리나라 정치 현실이 답답한 분께도 추천. 판을 뒤엎을 자가 필요하다.


* 은유와 비유로 함축된, 뼈를 품은 촌철살인의 대사가 매력적이다. 바꿔 말하면 이 점이 피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마음에 든다면 박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추천.

* 후반부에 가면 어떤 장면 때문에 한 전직 대통령이 떠오른다. 중간 중간 그분이 생전에 했던 말씀과 비슷한 대사도 나와서 더더욱. 그리운 대통령님. 

* 오래전에 MBC에서 '내 인생의 스페셜'이라는 미니시리즈를 방영했었는데 제목도 모르고 봤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본방사수를 했었다. 김승우, 명세빈, 신성우 등이 나왔고 캐릭터들이 톡톡 튀었다. 알고 보니 박경수 작가 작품. (당시 '늑대'의 주연 배우 문정혁과 한지민이 촬영 도중 사고를 당해 2회 만에 방영 중단되면서 사전 제작해놓은 이 드라마를 방영한 것이라고 함-위키 참고) 

* 김희애 주연의 '퀸메이커'도 강추. 재벌가 기획실장이 인권 변호사를 서울시장으로 만드는 내용.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2024-06-25

홍길동 - SBS 수목 드라마 (김석훈 김원희 김상중 이종원)


양반 아버지와 몸종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홍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었다. 아무리 똑똑하고 재주가 많아도 양반들처럼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없었다.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던 그는 탐관오리의 재산을 훔쳐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의적이 된다.

조선 시대에 지어진 홍길동 이야기는 드라마와 영화로 많이 만들어졌다. 그중 SBS 드라마 '홍길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유를 따진다면 주연 배우 김석훈의 지분이 90%쯤?


홍길동이 놀란 얼굴로 어딘가를 보고 있다
SBS '홍길동' 김석훈 / 1회 캡처 

홍길동 (SBS) 


: 1998.07.22~09.10 수,목 방영. 총 16부. 이한호 극본. 정세호 연출. 김석훈, 김원희, 박상아, 김상중, 이종원, 이덕화, 김흥기, 유태웅, 박준규, 전운, 김해숙, 이혜숙, 이계인, 남성진, 윤여정, 양금석, 길용우, 김규철, 노영국 등 출연.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1회가 방영되고 난리가 났다. 생전 처음 보는 배우가 잘 생긴 것도 모자라 연기까지 잘하니 이 무슨! 이 드라마 전에는 TV에서 본 적이 없으니 신인(New Face)인 것은 분명한데 그의 연기에서는 버벅거림을 느낄 수 없었다.

의문은 곧 풀렸다. 인터뷰 기사를 보니 국립극장 전속 배우! 드라마에 나오기 전 2년쯤 연극 무대에서 연기력을 갈고 닦은 경력자였다. 처음엔 홍길동 출연 제의도 거절했다고 한다. 김석훈 아닌 홍길동은 지금 생각해도 상상이 되지 않는다. 


당시 SBS의 연예 정보 프로그램 '한밤의 티비 연예'에서 드라마 촬영 현장을 찾아가 김석훈을 인터뷰 했었다. 국밥을 먹는 그에게 리포터가 계속 질문을 하는데 시청자 입장에서는 짜증이 났었다.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뭐냐고😡 물론 드라마 찍기 바빠서 주인공인 그가 짬을 낼 수 있는 시간이 그때 뿐이라 그랬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설마 생방송이었나? 카메라가 찍든 말든 꿋꿋이 밥을 먹던 그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다.

배우를 보려는 목적이 컸지만 드라마 자체도 아주 재미있어서 닥치고 본방을 사수했었다. 홍길동 만큼이나 호위무사 역의 이종원도 멋있었다. 김상중이 김원희에게 마음을 드러내던 장면도 생각난다. 박상아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으나....... (할말하않)

찾아보니 SBS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시보기가 가능한데 언제 날 잡아 추억 여행을 떠나봐야겠다. 


* 홍길동을 다룬 드라마로 KBS '쾌도 홍길동', MBC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 있다. 김상중은 MBC 드라마에서 홍길동의 아버지 역을 맡았다. 

* 영화 중에는 이제훈 주연의 '탐정 홍길동' 추천.

* 현재 김석훈은 유튜브 채널 '나의 쓰레기 아저씨'를 운영 중이다. 환경과 쓰레기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2024-06-22

만신 - 시네마틱 드라마 SF8 (이연희 이동휘 남명렬) 웨이브 추천


무려 96.3 퍼센트!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이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단순히 운세를 넘어서 예언에 가까운 적중률을 보여준다. 이 운세 프로그램의 이름은 만신. '만신 의존증'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이용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알려주는 대로 행동한다. 오늘 하루 조심하라는 운세가 나오면 몸을 사리느라 직장에 출근하지 않을 정도다. 만신을 맹신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이연희와 이동휘가 휴대폰을 보며 미소짓는다
SF8 만신 / 웨이브 캡처

시네마틱 드라마 SF8 제4부 만신 


: 2020. .8.21 MBC 방영. 기획 DGK(한국영화감독조합)&MBC. 제작 DGK&수필름. 제공 WAVVE&MBC. 감독 노덕. 각본 한분외&노덕. 프로듀서 강가미. 이연희, 이동휘, 남명렬, 서현우, 윤경호, 박성연, 현봉식, 이연, 김한나, 이호원, 이명옥, 오민정, 박윤호, 김진옥, 최호진, 박세현(우정출연), 김수지(목소리만) 등 출연. 

주인공 토선호(이연희)는 만신을 만든 개발자 김인홍(서현우)을 찾으러 다닌다. 그가 만신 간증회에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지만 만나지 못한다. 대신 만신을 맹신하던 정가람(이동휘)을 알게 되고, 둘이 함께 그를 찾아간다. 김인홍은 만신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지 오래라며 현재 소유주를 추적할 수 있는 단서를 알려준다.



선호는 동생을 죽게 만든 것이 만신이라고 확신했다. 동생이 마지막으로 받은 운세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지만 동생의 휴대폰은 복구 되지 않았다. 그래서 만신 개발자를 찾아다닌 것인데, 휴대폰이 일부 복구 되었다는 연락이 온다. 그래서 알게 된 진실은 선호를 충격에 빠뜨린다.

선호와 가람은 현재의 만신을 만든 지함(남명렬)을 만나게 되고, 그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만신 업데이트를 단행한다. 성공하면 신과 같은 프로그램이 될 수 있고 실패하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인공지능 만신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한다.


휴대폰에서 운세 앱을 삭제한다
SF8 만신 / 웨이브 캡처


줄거리를 자세히 쓰려다 꾹 참았다. 이런 작품이 다 있었다니! 운세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더 재미있게 본 것 같다. 알려주는 대로 족족 다 들어맞는 운세 앱이 있다면 이것을 과연 쓰지 않을 수가 있을까? 더구나 매일 매일 적중률 100%에 가까운 오늘의 운세를 알려준다면? 이것에 영향 받지 않을 자신이 없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하면 회사 출근보다 더한 것도 하지 않을 듯하다.

이 작품은 묻는다. 미래를 미리 알게 되는 것이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까, 아닐까. 글쎄...... 안 좋은 미래를 미리 알아서 대비할 수 있다면, 그래서 좋게 바뀐다면 아는 게 나을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드는 의문은, 미래를 미리 알고 다른 선택을 하는 것까지 적용된 운세가 제공된다면? 그렇다면 미래에 대한 조치를 취한 것이 오히려 안 좋게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계속하다 보면 미래는 모르는 게 속 편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진다.

SF8은 여덟 명의 감독이 SF 소재로 한 편씩 연출한 단막극이다. 제목 그대로 영화 같은 드라마이다. 런닝타임도 50분 조금 넘으니 시간 부담이 적다. 추천~


* '노덕'이라는 감독 이름을 보고 남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고정관념을 버려야겠다.

* 극중에 가미제과라는 이름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프로듀서의 이름에서 따온 듯.

* 같은 제목의 다큐 영화가 있다. 무속인 故 김금화 만신의 삶을 조명했다. 

* 유전자 검사 한번으로 내 평생의 짝을 찾는 영국 드라마 '더 원'이 생각났다. 리뷰 보기

2024-06-15

타인의 취향 - MBC 베스트극장 (김지우 이필모)


주인공 민주는 취재하러 간 곳에서 우연히 한 남자를 보게 된다.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2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산에 갔다 길을 잃은 민주는 동굴에서 날이 밝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남자가 비를 피해 들어왔다. 그는 민주의 신체 부위에 관심을 보이더니 급기야 야수로 돌변해버렸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그날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었던 민주는 남자를 본 뒤로 일상이 멈춰버린다.


주인공 민주가 약물을 주사기에 담고 있다
강민주 역의 김지우 / 웨이브 캡처


MBC 베스트극장 제 625회 '타인의 취향'

: 2006. 01. 14 방영. 소현경 극본. 유정준 연출. 김지우, 이필모, 박호영, 윤성훈, 이대연, 윤주영 등 출연.


준수한 외모를 가진 남자는 은행에서 일하는 유진이었다. 민주는 그의 동선을 파악해 일부러 자꾸 마주친다. 유진은 민주에게 관심을 보이고 민주도 그에게 관심 있는 척한다. 그 와중에 민주의 상처에 대해 알게 된 애인은 감당하지 못하겠다며 떠나버리고, 민주는 유진에게 복수할 준비를 한다. 그리고 비 예보가 뜬 날 그와 함께 산에 간다. 

2004년 경남 밀양에서 집단 성폭행 사건이 있었다. 가해자가 40명이 넘고 관련자만 100명이 넘는 초유의 사건인데 처벌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묻혀버린 사건이 20년이 지나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신상이 폭로된 몇 명의 가해자들은 역시나 잘 처먹고 잘 살고 있었다. 이제 법으로는 그들을 또 벌할 수 없고 이렇게라도 단죄를 받게 된 것이 진심 쌤통이다.

성폭력 희생자의 사적 복수. 밀양 사건 관련 뉴스를 보면서 이 단막극이 떠올랐다. 물론 살인은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법으로 전혀 다스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법의 심판을 받았다 해도 그 형량이 터무니없이 가볍다면? 나와 전혀 관계없는 희생자의 복수도 대신 해주고 싶을 때가 있는데 심지어 내가 그 당사자라면? 마음이 오죽할까.



유진이 자신의 본심을 그대로 드러내는 대사가 있다. "완벽하게 자기 자신에게 충실할 때, 이기적인 본능에 충실할 때 그때 받는 쾌감이 얼마나 큰 줄 알아요?"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희생시키는 범죄자의 심리가 이렇지 않을까? 민주는 그에게 답한다. "이때까진 그래본 적이 없는데, 이제부턴 그래봐야겠네요"라고.

민주는 문제의 그 동굴에서 유진에게 원수를 갚아준다. 사람을 죽이는 과정이 나오는데도 별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통쾌하기까지 하다. 엔딩에는 모짜르트의 레퀴엠 '라크리모사(Lacrimosa)'가 깔린다. 레퀴엠은 죽은 이를 위한 미사에 쓰이는 곡으로, 이 드라마에서는 유진의 안식이 아닌 한때 영혼이 죽었던 민주를 위한 선곡이라 생각하고 들었다. 산봉우리에 위태롭게 서있던 민주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포르테 디 콰트로 '라크리모사'


* 같은 제목의 프랑스 영화가 유명하다. 솔직히 이 화의 내용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 성범죄에 유독 관대한 우리나라의 양형 기준이 올라가길 바라 본다.

2024-06-12

신 귀공자 - MBC 미니시리즈 (최지우 김승우 이순재) + SBS 행복합니다, MBC 마지막 연인


생수 배송 일을 열심히 하는 주인공 용남. 그 생수 회사를 소유한 재벌가에도 배달을 하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그 집 딸 수진과 엮이게 된다. 재벌가에서는 난리가 나고. 과연 두 사람의 운명은?

생수 배달원과 재벌 딸의 만남
'신귀공자' 김승우 최지우

新귀공자 (MBC)

: 2000.07.12~2000.08.31 수,목 방영(MBC 기록에 따름). 총 16부. 이창순 기획. 이주환 연출. 김선영, 유진희 극본. 김승우, 최지우, 김병세, 최정윤, 이순재, 박영규, 최란, 명계남, 나문희, 이계인, 정영숙, 김동현, 김창완, 홍경인, 김형자, 박영지, 심양홍, 김기현, 조혜영, 이현경, 주용만, 김진형 등 출연.


정말 재밌게 보았던 드라마이다. 생수 배달원과 재벌가 외동딸의 사랑.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데, 드라마에서라면 불가능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본 지 너무 오래되어 세세한 내용은 잊어버렸지만 두 사람이 서로에게 진심이었던 것 만큼은 분명히 기억이 난다.


성별이 뒤바뀐 신데렐라 이야기는 크게 화제가 됐었다. 아마도 당시에 재벌가 딸이 재벌 아닌 사람과 결혼을 했어서 이런 드라마도 기획된 게 아닐까 추측을. 수진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던 용남이 얼마나 멋있어 보였는지 모른다. 수진 역의 최지우도 곱게 자란 공주 같은 역에 정말 잘 어울렸고. 급 다시 보고 싶어지는구나~

재벌가 외동딸로 나오는 최지우


* 다시보기를 찾아보니 웨이브에는 없고 MBC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이용권을 결제해야 함.

* 재벌가 배경의 SBS 주말극 '행복합니다'도 함께 생각난다. 이 드라마에서는 재벌가 세 남매(배우 김효진, 이종원, 이은성)가 주축이었는데 모두 재벌 아닌 인물(배우 이훈, 채영인, 하석진)과 결혼하거나 애정 관계로 얽힌다. 또, 재벌까지는 아니어도 부잣집 여성과 가난한 남성의 사랑을 그린 MBC 드라마 '마지막 연인'도 있었다. 최수종, 김지수 주연으로 결말이 되게 슬펐던 것 같다.

* 출연자 명단에 박병은이 보여서 찾아보니 데뷔작이라고. 정만식도 단역으로 출연.

2024-06-07

비행접시 - MBC 베스트극장 (이세은 공유)


기진은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이야기를 수집해 MBC 라디오에 보내는 게 취미이다. 라디오 프로 PD와 진행자는 그를 '자판기'라고 부르며 학을 뗀다. 이름을 바꿔가며 사연을 주야장천(주구장창) 보내기 때문이다.


🛸 스포일러 주의. 줄거리 나옵니다 🛸

배우 이세은 얼굴 클로즈업
세희 역의 이세은

MBC 베스트극장 제 533화 비행접시


: 2003. 05. 09 방영. 박형진 극본. 임태우 연출. 이세은, 공유, 지상렬, 정민(우정출연), 김용희, 정호근, 서권순,신동미, 유준석, 김소현, 신동호 등 출연.


하루는 사연의 주인공과 바로 전화 연결을 했다가 사고가 난다. 기진이 '상품 타려 지어낸 사연'이라고 말한 게 그대로 방송을 탄 것이다. 이 프로의 작가인 세희는 기진에게 개인적으로 편지와 선물을 보낸다. 이제 상품을 줄 수 없으니 더 이상 장난하지 말아 달라고. 

너무 해맑은 청년 기진은 유에프오(UFO/미확인 비행 물체)에 심취해있다. 미국 드라마 '엑스파일'의 주인공 멀더처럼 외계인이 여동생을 데려갔다고 믿고 있다. 세희도 애인이 실종된 지 한참 되었다. 생사도 모르고 소식이 오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두 사람은 엽서를 주고 받으며 순수하게 마음을 나눈다. 

기진은 비행접시가 잘 찾아올 수 있도록 착륙장을 꾸몄다가 경찰서에 가게 된다. 보다 못한 그의 형이 여동생의 행방에 대한 진실을 똑똑히 알려준다. 세희 역시 애인의 행방에 대해 알게 된다. 그는 세희를 버린 게 아니었다.

나란히 붙어 선 버스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공유와 이세은
MBC 베스트극장 비행접시

그러고 보니 전도연, 한석규 주연의 영화 '접속'이 떠오른다. PC통신 붐이 한창 일어났을 때 온라인으로 소통하던 여인2와 해피엔드. 영화에선 한석규가 라디오 피디였었지 아마.... 

진실은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지만 기진과 세희에게는 결국 평화를 주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어디에선가 나도 모르는 누군가가 나를 이해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 소싯적에 라디오 프로에 꽤 참여했었는데, 이 작품에서처럼 사연자와 방송을 곧바로 연결하는 일은 없었다. 작가 분이 이런 저런 주의 사항을 알려주고 전화를 미리 연결해 놓는다. 비슷한 경우라면 진행자 겸 피디였던 김기덕 DJ가 노래 한 곡 틀면서 청취자에게 전화해달라고 하고는 노래 끝난 뒤에 바로 연결했던 것 정도? 물론, 청취자가 생방송에서 상식 밖의 말을 하는 것까지 제작진이 어떻게 할 수는 없다. 

* 극장씬에서 '원령공주'가 나온다. '볼링 포 콜럼바인' 포스터도 보인다. 2003년 촬영 인증.

* 공유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트렁크' 기대중.

2024-06-03

하마 - MBC 베스트극장 (이지은 김유석 반효정)


같은 은행에서 일하는 진수와 영미는 다른 직원들 모르게 은밀히 만나고 있다. 진수는 엄마가 진 빚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영미는 결혼하고 싶지만 진수가 말을 꺼내지 않아 답답하다.

🎲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

이지은이 거울 속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고 이지은 / 웨이브 캡처

MBC 베스트극장 제 317화 하마


: 1998. 06. 12 방영. 하명희 극본. 최창욱 연출. 김유석, 이지은, 반효정, 이정훈 등 출연.


진수의 엄마는 아들이 영미와 사귀는 것을 몹시 반대한다. 아들 몫으로 집을 마련해뒀었는데, 진수가 이 집을 처분해 영미 엄마의 병원비에 보태버린 것이다. 오로지 아들 하나만 보고 살아왔던 진수의 엄마는 아들이 영미와 계속 만나는 게 용납이 안 된다.

채권자들이 은행으로 진수를 찾아오자 상사는 그에게 경고를 준다. 이 와중에 영미는 임신까지 하고, 빚을 해결하는 길은 멀기만 하다. 영미는 살던 전세를 빼서 그 보증금을 진수에게 건네며 더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한다. 자신의 처지가 이렇게 형편 없는 데도 한결같은 영미를 보며 진수는 은행 돈을 빼돌리고 도망갈 계획을 세운다.



이 단막극이 유독 기억에 남은 건 19금(?) 뉘앙스 때문이었다. 주인공 두 사람이 모텔에서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좀 나오는데 살색이 난무하지 않아도 꽤 야하게 느껴졌었다. 20여년 만에 다시 보니 첫 장면부터....🙄 그리고 의미를 모르겠는 제목도 그렇고. 다시 봐도 제목이 왜 하마인지 아리송하다. 아니, 진수는 길 떠날 때 데리고 갈 동물로 왜 하마를 골랐을까? 땅도 물도 다 갈 수 있는 동물이라서? 무게 때문에 물에 들어가면 가라앉는다는데 왠지 빚에 묶여버린 진수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 화를 못 잊는 건 영미로 나온 배우가 이지은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이지은하면 가수 아이유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땡그란 눈에 도톰한 입술이 돋보였던 그녀는 KBS 드라마 '느낌'에 등장하면서 단번에 주목을 받았다. 같은 PD(윤석호)의 연출작 '컬러-레드'에서는 새빨간 입술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그 이미지가 사진처럼 기억에 남아있다. 흔치 않은 외모와 독보적인 느낌을 가진 배우였는데..... 지금은 작품 속에서만 그녀를 만날 수 있다. R.I.P 이지은........

은행 관계자가 은행 자금을 횡령한 사건은 현재에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내가 이용 중인 은행에서도 몇 백 억 횡령 사고가 터졌었는데 액수에 비하면 아주 조용히 넘어갔다. 훔쳐간 돈도 얼마 회수 못한 것으로 아는데 아직까지 은행이 망하지 않은 것을 보면 그 정도 돈은 없어도 되는 건지 뭔지.... 여튼 아무리 현실이 힘들어도 은행을 터는 건 망상이나 대리 체험으로 그쳐야 하겠다. 설령 털이에 성공했다 해도 마음에 거리낌 하나 없이 일상을 누릴 수 있을까? 처음부터 양심 없이 태어난 인간이 아니고서야 말이다. (생각은 이렇지만 진수와 영미의 탈출은 성공하기를 바랐다는 거....)

2024-05-19

안녕, 수사반장 1958 ! 10화는 너무 짧다 (이제훈 이동휘 최우성 윤현수)


MBC 대표 형사물 '수사반장'의 프리퀄 드라마 '수사반장 1958'이 막을 내렸다. 처음 캐스팅 기사를 보았을 땐 너무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 게 아닌가 우려가 되었었는데, 다 보고 나니 하등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배경만 1950년대였지 현재의 얘기와 다를 바 없었다. (원조 수사반장 리뷰)

MBC 수사반장 프리퀄 드라마 수사반장 1958
MBC 수사반장 1958 / 저작권자 MBC


수사반장 1958 (MBC)


: 김영신 극본. 김성훈 연출. 이제훈, 이동휘, 최우성, 윤현수, 최덕문, 서은수, 정수빈, 도우, 김민재, 오용, 고상호, 조한준, 남현우, 송욱경, 류연석, 차미경, 엄준기, 신민재, 이석형, 김영성, 강인권, 박정혁, 김서안, 주인영 등 출연. 

고향에서 소도둑을 때려잡던 경찰 박영한은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 종남경찰서에서 일하게 된다. 그저 나쁜 놈만 잡으면 될 줄 알았던 그는 종남서에서 부조리와 마주하게 된다. 서장이라는 인간은 깡패 두목에게 굽신거리고 수사도 방해한다. 힘 없는 사람들이 아닌 권력자들을 지키기 위해 경찰의 힘을 이용한다. 그런 와중에도 박영한이 속한 수사1팀은 경찰로서의 본분을 다 한다. 그들이 믿고 따르는 것은 정의이기에.

MBC 수사반장 1958 / 저작권자 MBC


10회 후반부에 '최불암 반장님'이 레인코트를 입고 등장하셨을 때는 더 이상 연기가 아니었다. 사람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과거의 두 범인에게 식사를 대접 받고 흰 국화꽃과 함께 묘지를 찾는다. 반장만 남기고 먼저 떠나버린 형사들이 그곳에 한데 모여 있었다. 비석으로 남은 그들에게 '모여있어서 재밌겠다'고 말하는 반장님을 보면서 울컥😭 자리를 뜨기 전 경례를 하면서 '안녕!' 인사하는 반장님을 보면서 또 울컥😭 다들 왜 그렇게 빨리 가셨어요~~~😭



'수사반장 1958'은 유쾌하면서 통쾌한 드라마였다. 심각한 사회 문제들을 다루었지만 너무 무겁게 그리지 않아서 좋았다. 원조 수사반장이 그대로 재현되기를 기대한 분은 어떻게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성공적인 리메이크라고 생각한다. 

박영한 반장의 손자가 경찰로 설정되었으니 그가 활약하는 번외 편을 한번 기대해볼까? 10화는 너무 짧았다. 헤어질 때 하는 '안녕'이 아닌 만날 때 하는 '안녕'을 다시 나누는 날이 오기를 바라 본다.


배우 송경철과 이계인이 최불암과 한 자리에 있다
MBC 수사반장 1958 / 저작권자 MBC


* 원조 수사반장에서 범인 역을 도맡아 했던 송경철, 이계인 배우가 특별 출연했다. 막내 경찰 노경주 배우도 나오실까 기대했으나 못 봐서 아쉽다.

* 마지막회 묘지 장면에서 최불암 배우가 조형사의 묘비를 쓰다듬으며 '희정이가 가끔 날 찾아와'라고 하는데, 실제로 조경환 배우의 딸 이름이 희정이다. 

* '종남'이라는 지명은 종로와 남대문을 합쳐서 만든 것일까? 종남경찰서 수사1팀에서 원조 수사반장을 직접 시청했을 만한 배우는 유덕천 반장 역의 최덕문 배우 뿐이다. 이제훈과 이동휘는 보았다 해도 기억도 못할 듯. 젊은 배우 분들이 연기를 아주 잘 해주셨다. 

* 원조 수사반장 리뷰 보기

2024-04-10

기생수:더 그레이 - 넷플릭스 추천 한드 (전소니 구교환 이정현 권해효 박인권 윤현길)


어느 날 갑자기 대한민국에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들이 떨어진다. 그들은 인간의 몸에 들어가 뇌를 점령하고 인간을 먹이로 삼는다. 생명 유지에 인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그들은 조직을 만들어 힘을 합친다. 반면 주인공 정수인의 몸에 들어간 외계 생명체는 뇌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수인과 공생하는 상태가 된다. 이 외계 생명체는 자신이 살려면 수인을 지켜야 한다. 

주인공 수인의 얼굴에서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인공 정수인 역의 전소니

기생수 : 더 그레이 (Parasyte : The Grey)


: 넷플릭스 오리지널. 총 6화. 이와아키 히토시 원작. 연상호 감독. 연상호, 류용재 각본. 전소니, 구교환, 이정현, 권해효, 김인권, 윤현길, 이현균, 오치운, 홍의준, 문주연, 유용, 조동인 등 출연. 



'기생수'는 1990년대에 나온 일본 만화이다. 나는 이 작품을 만화책으로 보았다. 지구에 떨어진 외계 생명체가 사람의 몸에 기생해서 산다는 기본 설정이 획기적이었다. 스토리도 굉장히 재미있어서 정신없이 만화를 보았었다. 사실 줄거리는 세세하게 기억이 안 나지만 재미와 감동이 컸던 것 만큼은 확실하다. 

일본에서 만든 애니메이션과 영화는 보지 않았다. 만화에서 받은 감상을 간직하고 싶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2024년 우리나라에서 드라마로 나온다고 했을 때 솔직히 반가움 반 의구심 반이었다. 관련 기사를 읽어보니 왠지 원작과 많이 다를 것 같았다.

역시나 '기생수 : 더 그레이'는 원작 만화와는 기본 설정만 같은, 스핀오프 급의 새로운 작품으로 보는 게 맞겠다. 원작에서는 남자 주인공의 오른손에 외계 생명체가 자리 잡는데, 드라마에서는 여자 주인공의 얼굴 오른쪽에서 나타난다. 차라리 원작을 하나도 모르면 드라마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듯하다. 어렴풋이나마 원작 줄거리가 생각나니 오히려 드라마 감상에 방해가 되었다. 원작에 충실한 드라마를 원한 분이라면 화가 날지도 모르겠다. 앞서도 말했지만 원작 만화와는 선을 긋고 보는 것이 좋겠다.

CG도 그만하면 훌륭하고 설강우 역을 맡은 구교환의 연기가 끝내준다. 스포일러 밟지 말고 보시길 바란다. 추천!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외계 생명체 전담팀 이름을 왜 '더 그레이'로 지었는지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건 나와줘야 하지 않나? 왜 그렇게 지었는지 알려줘야죠~

그리고 마지막회 엔딩 장면은 그게 최선이었을까? 웬 일본인이 등장해서는 그의 오른손을 클로즈업 하는데 원작이나 영화를 전혀 보지 않은 분이라면 이게 대체 무슨 뜻인가 할 것이다.  차라리 엔딩 크레딧 뒤에 넣었으면 쿠키 영상으로 생각했을 텐데 드라마 엔딩으로 나오니 어리둥절한 느낌이 크다. 더욱이 다음 시즌 없는 리미티드 시리즈 드라마의 끝이라면 진짜 주연 배우들이 장식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좀 그렇다.

* 리뷰를 올린 뒤에 다시 찾아보니 드라마 엔딩에 나온 일본 배우는 기생수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나온 배우가 아니고 연상호 감독이 개인적으로 캐스팅한 '스다 마사키'라고 한다. 굳이 일본 배우를 출연 시켜야겠으면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나온 배우(소메타니 쇼타)가 낫지 않나? 엔딩 크레딧에 '이즈미 신이치'라고 나와서 이게 배우 이름인 줄 알았더니 원작 만화의 주인공 이름이었다.

2024-02-26

바람의 화원 - SBS 특별기획 수목 드라마 (박신양 문근영 류승룡 문채원)


연기보다는 그림 그리는 일에 매진하고 있는 박신양 배우를 보니 이 드라마가 떠올랐다. 그는 조선 시대 천재 화가 김홍도로 나왔다. 상대 역은 문근영 배우로 화가 신윤복을 연기했다.

김홍도가 신윤복에게 붓을 건네고 있다
 드라마 '바람의 화원' / 출처 SBS 공식홈

바람의 화원 (SBS)


: 2008.09.24~12.04 방영. 총 20화. 원작 이정명. 극본 이은영. 연출 장태유, 진혁. 
박신양, 문근영, 류승룡, 문채원, 배수빈, 임지은, 김응수, 최정우, 안석환, 정인기, 박혁권, 이미영, 이인, 박진우, 임호, 한정수, 유연지, 지삼(안미나) 등 출연. 


이 드라마가 무엇보다 화제였던 것은 신윤복을 여성으로 설정한 점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두 사람을 연애 감정이 오가는 사이로 그렸다. 상상력 발휘 수준을 넘어서 역사를 왜곡했으니 논란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신윤복의 후손은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말이 많았다. 어쩌면 아직까지도 신윤복을 여성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드라마 얘기만 하자면, 두 화가의 대표작을 재현한 장면들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김홍도가 신윤복의 실루엣을 보고 남다른 감정을 느끼는 장면도 연출이 대단했다. 두 사람의 그림 대결도 재미있었다. 회차를 16회 정도로 줄이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완성했으면 어땠을지 두고 두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 

배우들 연기는 좋았다. 초반에는 신윤복과 기생 정향의 사랑 이야기가 비중이 높았는데 문근영과 문채원의 연기가 아주 절절했다. 급기야 연말 연기대상에서 커플상까지 받았다. 문근영은 이 작품으로 대상을 탔는데 찾아보니 당시 나이 만 21세! 소감을 말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 울어서 제발 휴지 좀 갖다 주라고 (TV 앞에서) 외쳤었는데 줬는지 안 줬는지 가물가물... 기억하기론 끝날 때까지 안 줬던 것 같은데... 얘기가 삼천포로 빠져버렸다. 박 배우도 같이 탔으면 좋았겠지만.......😑 류승룡 배우도 이 작품 이후로 더 바빠졌다. 

이 드라마가 부정적인 영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조선 시대 서화(글과 그림) 전시회가 열렸었는데 그야말로 인기 대폭발이었다. 관람객이 어찌나 많은지 작품들을 눈에 한번 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특히 김홍도의 '맹호도'와 신윤복의 '미인도'는 잠깐이라도 볼 수 있으면 다행이었다. 언제 다시 전시회를 하려나..? (보화수보 展 또 열어주시면 안 될까요?)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옛 그림들에 관심이 생겨서 관련 책을 많이 찾아보게 되었다. 실제 김홍도는 어떤 인물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박신양이 그려낸 천재 화가는 매력이 철철 넘쳤다. 오랜만에 다시보기 해볼까나? 그런데 왜 이은영 작가에 대해선 나오는 게 없을까? 설마 이 작품 뒤로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인가? 다른 이름으로 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다시 작품을 쓰시길 바라 본다.

써 놓고 보니 잡담에 가까운 리뷰가 되었다.😓 '바람의 화원'은 아름다운 그림 같은 드라마였다. 좋은 점만 기억하고 싶다.



2024년 4월 30일까지 엠엠아트센터 (경기도 평택)

화가로 변신한 배우 박신양이 활짝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