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수 작가의 신작 '돌풍'이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 주인공 박동호가 대통령을 시해했다고 자백하는 예고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전작들(추적자:더 체이서, 황금의 제국, 펀치 등)만큼이나 속도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전개를 보여준다. 엎치락뒤치락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가 없다.
돌풍 (The Whirlwind)
: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2024.06.28 공개. 박경수 극본. 김용완 연출. 설경구, 김희애, 김미숙, 김영민, 김홍파, 임세미, 전배수, 김종구, 강상원, 오민애 등 출연.스포일러 주의!
드라마 보실 분은 아무것도 모르고
보시는 게 좋습니다!
드라마 보실 분은 아무것도 모르고
보시는 게 좋습니다!
크게 대립하는 두 인물은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와 부총리 정수진(김희애)이다. 박동호는 재벌인 대진그룹을 수사하다 물 먹은 검사였다. 그런 그를 장일준이 정치에 입문시켰고, 훗날 장일준은 대통령이 되었다. 박동호는 장일준이 자기 아들의 비리를 덮기 위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게 된다. 그 설거지를 맡아서 한 것은 정수진이었다. 대통령 아들은 대진그룹과 얽혀 있었고 정수진 역시 그룹 2인자 강상운과 공범 같은 사이였다.
분노한 박동호는 썩어버린 장일준을 시해하고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된다.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2화 엔딩을 예상한 분이 있다면 작가 하세요.
박경수의 작품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내 편도 없다. 누구와 손을 잡을지 누구의 뒤통수를 때릴지 알 수가 없기에 보는 동안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이 드라마도 그렇다. 만남을 가질 때에는 은밀한 곳보다 차라리 공공장소가 낫다는 교훈을 준다. 쓸 떼 없는 말도 하지 말고 선물도 조심. 휴대폰 단속은 필수.
박동호는 괴물을 잡으려다 괴물이 된 듯한 모습도 보인다. 정수진은 운동권 시절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지만 현재는 자기 안위를 위해서 싸운다. 박동호가 그 어떤 일을 벌여도 대진그룹은 사라지지 않고 카멜레온 같은 인간은 또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고 그 희생을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을까? 정의가 늘 불의를 이기고 벌 받아야 할 자가 제대로 벌 받는 세상. 이 당연한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 이제는 드라마에서가 아닌, 대한민국 현실에서 보고 싶다. 절실히.
넷플릭스에 볼 것 없다 하시는 분, 재미있는 드라마 찾으시는 분께 강추. 현재 우리나라 정치 현실이 답답한 분께도 추천. 판을 뒤엎을 자가 필요하다.
* 은유와 비유로 함축된, 뼈를 품은 촌철살인의 대사가 매력적이다.
* 후반부에 가면 어떤 장면 때문에 한 전직 대통령이 떠오른다. 중간 중간 그분이 생전에 했던 말씀과 비슷한 대사도 나와서 더더욱. 그리운 대통령님.
* 오래전에 MBC에서 '내 인생의 스페셜'이라는 미니시리즈를 방영했었는데 제목도 모르고 봤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본방사수를 했었다. 김승우, 명세빈, 신성우 등이 나왔고 캐릭터들이 톡톡 튀었다. 알고 보니 박경수 작가 작품. (당시 '늑대'의 주연 배우 문정혁과 한지민이 촬영 도중 사고를 당해 2회 만에 방영 중단되면서 사전 제작해놓은 이 드라마를 방영한 것이라고 함-위키 참고)
* 김희애 주연의 '퀸메이커'도 강추. 재벌가 기획실장이 인권 변호사를 서울시장으로 만드는 내용.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댓글 없음:
댓글 쓰기
광고 스팸 빼고 부담 없이 댓글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