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베스트극장 목록을 훑다가 제목이 끌리는 것을 한 편 골라서 보았는데 와..........
아무리 오래 전이라지만 이렇게 허접한 드라마가 어떻게 방영까지 되었는지 진심으로 궁금할 따름이다. 지금까지 본 베스트극장 중에 가장 최악.
주인공은 지속적으로 성범죄를 당한 설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피해자가 보일 법한 행동이 전혀 묘사되지 않는다. 다 떠나서 대문 열기 전에 주위를 마구 살피고 집 안에 들어가서도 여기저기 살피는 모습이 한번이라도 나왔으면 이런 지적을 안 했을 것이다.
또 다른 스토커가 등장해 괴롭혀도 주인공은 집을 떠나지 않는다. 더구나 살인까지 저지른 곳이라면 1분 1초도 더 지내기 힘들 것 같은데 주인공에게서는 그런 심리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남자를 경계하는 모습도 없고 누군가 불필요하게 만져도 가만히 있는다. 도대체 이 단막극 쓴 작가는 사람 심리에 대해 조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다. 연출자도 마찬가지이고.
이 대환장 파티가 어떻게 끝이 나는지 궁금해서 다 보긴 했는데 끝까지 가관이었다. 싹퉁바가지 젊은 반장에게 꼬박꼬박 존대하던 경찰은 여자 경찰들에게는 거침없이 반말을 날리며 할 일 없는 사람 취급을 한다. 여경들은 잘 생긴 반장에게 정신 팔려서 아양 떠는 용도로만 소비된다. 주인공의 사무실 남자들은 한달에 한번 마법이 어쩌고 저쩌고 떠들어 댄다. 성범죄 묘사도 몹시 자극적이었는데 주인공부터 해서 여자 단역들 의상도 은근 노출이 많다. (지금 방영하면 각종 커뮤니티에서 난리가 날 듯)
이런 부수적인 것은 넘어간다 해도, 2025년 현재에도 경찰이 자유롭게 총을 쓰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그 시절 경고도 없이 총부터 빵빵 쏴대는 연출이라니. 그 전에 반장이 증거 확보한답시고 주인공의 물건을 대놓고 훼손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도 정말 어이가 없었다. 주인공에게 먼저 동의를 구하든지 아니면 티 안 나게 몰래 수집하든지 아니면 주인공이 훼손된 물건을 보고 초조해 하는 장면이라도 나와야 하지 않을까?
다 보고 나니 제목과 내용이 무슨 상관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에로틱 스릴러 작품을 흉내 내서 붙인 듯. 대체 어떻게 개연성은 개나 줘버린 이런 졸작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어쩌면 작가도 이 작품을 잊고 싶은 흑역사로 여기고 있을지 몰라서 제목은 밝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