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을 살아오면서 연애 한번 못한 주인공 남희. 중병에 걸리자 지금까지 못해본 것들을 해보기로 결심한다. 제일 먼저 그녀가 한 일은 3개월 동안 애인 노릇 해줄 남자를 구한 것.
MBC 베스트극장 '사랑한다면 그녀처럼' 남주희 손현주 |
MBC 베스트극장 제288회 '사랑한다면 그녀처럼'
: 1997. 10.17 방영. 구선경 극본. 오경훈 연출. 남주희, 손현주, 임호, 강성연, 김기현, 이재훈, 이은철 등 출연.
방영 당시 재방송을 본 것 같은데 그마저도 중간부터 보았었다. (지금이야 웨이브에서 얼마든지 베스트극장을 볼 수 있지만) 다시 볼 방법이 없었던 시절엔 한번 보고 싶어지면 어찌나 안달이 나던지 유독 이 화가 그랬었다. 근 25년 만에 다시 보니 이럴 수가. 남희가 너무 불쌍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드라마 속 그녀는 누구보다 결단력 있고 강단 있는 캐릭터였다. 만약 다시 보지 않았다면 남희를 그저 바보 같고 가련한 여자로만 계속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
진상들을 견디며 사는 은행원 남희(남주희)에게 그나마 낙이 있다면 짝사랑하는 남자 성준(손현주)을 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룸메이트의 애인이다. 속물 같은 친구는 양다리를 걸치고, 위암 선고를 받은 남희는 성준에게 마음이나 고백해보려 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친구가 나타나 그를 다시 차지하고, 체념한 남희는 외모가 괜찮은 기훈(임호)을 고용해 가상 연애를 시작한다.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며 유흥을 즐기던 기훈은 처음엔 봉 잡았다고 좋아하지만 점점 남희의 순수함에 끌리게 된다. 그러던 중 남희는 진짜 솔로가 된 성준과 가까워지게 되는데.......
이 극에서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녹색'이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좋은 감정의 신호를 '그린 라이트(green light)'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이 말이 널리 쓰이게 된 것은 2013년에 방영한 연애 상담 프로그램 '마녀사냥'의 영향이라고 한다(위키백과). 뭐 그렇다고 2013년 이전엔 녹색에 아무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재 쓰이는 '그린라이트'와 상통하는 의미로 녹색이 극에 등장하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MBC 베스트극장 사랑한다면 그녀처럼. 남주희 임호 |
남희가 성준에게 건네는 머그컵에 녹색이 들어있다. 성준이 좋아하는 카페의 이름은 그린 위치. 남희와 함께 쓰는 성준의 우산 색깔도 녹색이다. 남희에게 진심이 된 기훈이 입고 있는 재킷의 색깔도 녹색. 이쯤 되면 기훈의 스포츠카와 남희가 그를 처음 만난 날 입은 옷의 색깔이 붉은색인 게 우연은 아닌 것 같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 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 양희은의 노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중에서
리뷰를 쓰다 보니 남희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좋아한 것은 기훈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남희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저 행복해졌기만을 바라 본다.
* 기존 리뷰 중에 여주인공이 죽는다는 식으로 써놓은 게 있었다. 드라마를 보긴 한 걸까?
* 자신이 불치병에 걸린 줄 알고 하고싶은 거 다 해보다 인생이 좋게 풀리는 내용의 영화 '라스트 홀리데이'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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