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하마 - MBC 베스트극장 (이지은 김유석 반효정)


같은 은행에서 일하는 진수와 영미는 다른 직원들 모르게 은밀히 만나고 있다. 진수는 엄마가 진 빚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영미는 결혼하고 싶지만 진수가 말을 꺼내지 않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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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이 거울 속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고 이지은 / 웨이브 캡처

MBC 베스트극장 제 317화 하마


: 1998. 06. 12 방영. 하명희 극본. 최창욱 연출. 김유석, 이지은, 반효정, 이정훈 등 출연.


진수의 엄마는 아들이 영미와 사귀는 것을 몹시 반대한다. 아들 몫으로 집을 마련해뒀었는데, 진수가 이 집을 처분해 영미 엄마의 병원비에 보태버린 것이다. 오로지 아들 하나만 보고 살아왔던 진수의 엄마는 아들이 영미와 계속 만나는 게 용납이 안 된다.

채권자들이 은행으로 진수를 찾아오자 상사는 그에게 경고를 준다. 이 와중에 영미는 임신까지 하고, 빚을 해결하는 길은 멀기만 하다. 영미는 살던 전세를 빼서 그 보증금을 진수에게 건네며 더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한다. 자신의 처지가 이렇게 형편 없는 데도 한결같은 영미를 보며 진수는 은행 돈을 빼돌리고 도망갈 계획을 세운다.



이 단막극이 유독 기억에 남은 건 19금(?) 뉘앙스 때문이었다. 주인공 두 사람이 모텔에서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좀 나오는데 살색이 난무하지 않아도 꽤 야하게 느껴졌었다. 20여년 만에 다시 보니 첫 장면부터....🙄 그리고 의미를 모르겠는 제목도 그렇고. 다시 봐도 제목이 왜 하마인지 아리송하다. 아니, 진수는 길 떠날 때 데리고 갈 동물로 왜 하마를 골랐을까? 땅도 물도 다 갈 수 있는 동물이라서? 무게 때문에 물에 들어가면 가라앉는다는데 왠지 빚에 묶여버린 진수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 화를 못 잊는 건 영미로 나온 배우가 이지은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이지은하면 가수 아이유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땡그란 눈에 도톰한 입술이 돋보였던 그녀는 KBS 드라마 '느낌'에 등장하면서 단번에 주목을 받았다. 같은 PD(윤석호)의 연출작 '컬러-레드'에서는 새빨간 입술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그 이미지가 사진처럼 기억에 남아있다. 흔치 않은 외모와 독보적인 느낌을 가진 배우였는데..... 지금은 작품 속에서만 그녀를 만날 수 있다. R.I.P 이지은........

은행 관계자가 은행 자금을 횡령한 사건은 현재에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내가 이용 중인 은행에서도 몇 백 억 횡령 사고가 터졌었는데 액수에 비하면 아주 조용히 넘어갔다. 훔쳐간 돈도 얼마 회수 못한 것으로 아는데 아직까지 은행이 망하지 않은 것을 보면 그 정도 돈은 없어도 되는 건지 뭔지.... 여튼 아무리 현실이 힘들어도 은행을 터는 건 망상이나 대리 체험으로 그쳐야 하겠다. 설령 털이에 성공했다 해도 마음에 거리낌 하나 없이 일상을 누릴 수 있을까? 처음부터 양심 없이 태어난 인간이 아니고서야 말이다. (생각은 이렇지만 진수와 영미의 탈출은 성공하기를 바랐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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