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진은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이야기를 수집해 MBC 라디오에 보내는 게 취미이다. 라디오 프로 PD와 진행자는 그를 '자판기'라고 부르며 학을 뗀다. 이름을 바꿔가며 사연을 주야장천(주구장창) 보내기 때문이다.
MBC 베스트극장 제 533화 비행접시
: 2003. 05. 09 방영. 박형진 극본. 임태우 연출. 이세은, 공유, 지상렬, 정민(우정출연), 김용희, 정호근, 서권순,신동미, 유준석, 김소현, 신동호 등 출연.
하루는 사연의 주인공과 바로 전화 연결을 했다가 사고가 난다. 기진이 '상품 타려 지어낸 사연'이라고 말한 게 그대로 방송을 탄 것이다. 이 프로의 작가인 세희는 기진에게 개인적으로 편지와 선물을 보낸다. 이제 상품을 줄 수 없으니 더 이상 장난하지 말아 달라고.
너무 해맑은 청년 기진은 유에프오(UFO/미확인 비행 물체)에 심취해있다. 미국 드라마 '엑스파일'의 주인공 멀더처럼 외계인이 여동생을 데려갔다고 믿고 있다. 세희도 애인이 실종된 지 한참 되었다. 생사도 모르고 소식이 오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두 사람은 엽서를 주고 받으며 순수하게 마음을 나눈다.
기진은 비행접시가 잘 찾아올 수 있도록 착륙장을 꾸몄다가 경찰서에 가게 된다. 보다 못한 그의 형이 여동생의 행방에 대한 진실을 똑똑히 알려준다. 세희 역시 애인의 행방에 대해 알게 된다. 그는 세희를 버린 게 아니었다.
MBC 베스트극장 비행접시 |
그러고 보니 전도연, 한석규 주연의 영화 '접속'이 떠오른다. PC통신 붐이 한창 일어났을 때 온라인으로 소통하던 여인2와 해피엔드. 영화에선 한석규가 라디오 피디였었지 아마....
진실은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지만 기진과 세희에게는 결국 평화를 주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어디에선가 나도 모르는 누군가가 나를 이해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 소싯적에 라디오 프로에 꽤 참여했었는데, 이 작품에서처럼 사연자와 방송을 곧바로 연결하는 일은 없었다. 작가 분이 이런 저런 주의 사항을 알려주고 전화를 미리 연결해 놓는다. 비슷한 경우라면 진행자 겸 피디였던 김기덕 DJ가 노래 한 곡 틀면서 청취자에게 전화해달라고 하고는 노래 끝난 뒤에 바로 연결했던 것 정도? 물론, 청취자가 생방송에서 상식 밖의 말을 하는 것까지 제작진이 어떻게 할 수는 없다.
* 극장씬에서 '원령공주'가 나온다. '볼링 포 콜럼바인' 포스터도 보인다. 2003년 촬영 인증.
* 공유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트렁크' 기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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