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살의 가출 소녀 나나와 서른 살의 부랑자 J(제이).
나나는 성인 행세를 하며 조건만남으로 돈을 벌고 있었다. J도 그렇게 만나게 되었지만, 그는 지금까지 상대했던 놈들과는 다르게 나나가 미성년자인 것을 알고는 거절한다. 영양실조로 쓰러진 나나를 차마 외면하지 못한 J는 보호자처럼 나나를 계속 챙겨주게 되고. 나나는 찔러보는 심정으로 임신 중절 수술비를 빌려달라고 하는데 J가 정말 돈을 마련해준다.
MBC 베스트극장 나나 J를 만나다. 웨이브 캡처 |
MBC 베스트극장 제526회 나나, J를 만나다
: 2003. 3. 14 방영. 신현창 연출. 박정화 극본. 정찬, 신지수, 김용희, 구혜령 출연.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나나가 병원에 같이 가 달라는 부탁까지 하자 J는 내가 아이 아빠냐며 성질을 부린다. 그래놓고는 수술이 끝날 때까지 나나를 기다린 것도 모자라 자취방에 데려와 미역국을 끓여준다. 오랜만에 받아보는 인간적인 대접에 나나는 펑펑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점점 마음을 열게 되는데......
당시 방영이 끝나자마자 MBC 베스트극장 시청자 게시판을 들여다보았는데 그야말로 난리가 났었다. 두 사람이 이루어지는 2탄을 꼭 만들어 달라고 요청이 줄을 이었다. 나도 같은 의견을 보탰었다.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이 재회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스토리를 지어보기도 했다. 그 어떤 화보다 여운이 정말 오래갔었다.
MBC 베스트극장 나나 J를 만나다. 웨이브 캡처 |
한데 근 20년 만에 다시 보니 예전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나기를 그렇게 바랐었는데, 지금은 두 사람의 차이가 더 부각되어 보인다고 할까? 13년이나 되는 나이 차이도 그렇고, 제법 사는 집 딸인 '찬주(나나)'와 새 삶을 살기 위해 정처 없이 떠난 '준(J)' 사이에 예상되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괜히 상상이 된다. (다시 보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텐데...)
만약 소원대로 2탄이 나왔었다면 어땠을까? 이렇게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드라마로 남을 수 있었을까? 희망 없던 두 사람이 만나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는, 쌍방 구원 서사물 중에서는 강력하게 추천할만한 작품인데 결말이 확실히 지어졌었다면 과연...?
- 추억의 드라마를 다시 보고 감상이 변하는 걸 느끼는 게 그다지 좋지가 않다. 생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옛 감상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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