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30

넷플릭스 실화 범죄 다큐 - 카레와 청산가리:졸리 조셉 사건

넷플릭스 신작 소개를 보는데, 제목이 주는 느낌이 몹시 섬뜩했다. 소개 글만 읽어봐도 심상치 않은 내용이다. 한 집안에서 여섯 명이 사망했는데 이게 모두 한 사람의 소행이라고?

🍛 보실 분은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

여섯 사람을 죽인 졸리 조셉의 두 얼굴

카레와 청산가리 : 졸리 조셉 사건

: 2023년 12월 공개. 넷플릭스 오리지널. 크리스토 토미 감독.

2019년 인도 케랄라의 구다타이 마을에서 '졸리 조셉' 이라는 여자가 체포된다. 14년 동안 시부모를 비롯해서 남편과 그 친척들까지 모두 6명을 살해한 혐의였다. 그녀는 그 지역에서 유명한 폰나마탐 가문의 일원이자 국립대학 교수로 존경을 받던 인물이었다. 남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그녀는 도대체 왜 이런 짓을 저질렀을까?



졸리 조셉은 농부의 딸로, 끊임없이 일을 해야만 하는 집안 사정이 불만스러웠다. 화려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컸던 그녀는 먼 친척이자 부유한 집안의 로이에게 관심을 보인다. 로이의 어머니인 안나마는 졸리가 석사 학위 소지자라는 점을 높이 사 아들과 결혼을 추진한다. 반면 로이의 아버지 은 졸리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1997년 두 사람은 결혼하고 졸리는 폰나마탐 가문에 무사히 입성한다.

학교 선생이었던 안나마는 고학력의 며느리가 집에만 있는 것을 원치 않았다. 졸리가 아이를 낳은 뒤에도 직업을 가지라고 계속 권유했다. 그러던 중 친정 아버지가 찾아오자 졸리는 궁지에 몰린다. 아버지와 시부모가 만날 경우 자신에게 학위가 없다는 사실이 탄로 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졸리에게 가장 압박감을 주던 시어머니 안나마가 2002년 죽음을 맞이한다. 가족들은 병 때문이라 생각했기에 부검도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6년 뒤인 2008년에는 시아버지 톰이 사망한다. 톰은 졸리가 자신의 처조카 매슈와 보통 사이가 아닌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톰은 건강에 좋다는 버섯 캡슐을 먹고 쓰러진다. 이번에도 다른 가족들은 톰이 왜 죽었는지 그 진짜 이유를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졸리는 톰이 로이와 자신에게 재산을 물려주었다고 알린다. 로이의 남동생 로조와 여동생 렌지는 허술한 유언장을 보관해 놓는다. 이 일이 있고 나서 로이가 사망한다(2011년). 이번엔 의사가 부검을 권해서 하게 되는데, 사인이 청산가리 중독으로 나온다. 이에 졸리는 남편이 빚만 잔뜩 남기고 자살한 것이라 주장한다. 다른 가족들은 당시엔 그녀의 말을 믿었으나 훗날 거짓임을 알게 된다. 빚을 갚으라고 나타난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2012년 렌지와 로조는 부모님의 집과 부동산이 졸리한테로 넘어간 것을 알게 된다. 졸리가 내놓은 유언장은 처음보다 헛점을 보강한 것이었으나 이는 죽은 톰이 유언장을 다시 썼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았다. 남매는 보관하고 있던 초기 유언장을 증거로 명의를 되찾아온다. 대신 졸리와 아이들은 부모님의 집에서 그대로 살게 해준다. 

조카 로이의 죽음을 계속해서 의심하던 삼촌 매슈(앞서 나온 매슈와 동명이인)는 2014년 죽음을 맞이한다. 그는 로이의 부검을 강하게 주장했고, 졸리의 불륜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혼자가 된 졸리는 남편의 사촌 샤주에게 눈독을 들인다. 샤주는 솔로도 아니고 아이가 둘(아벨과 알핀)이나 있는 유부남이었다. 2014년 아벨의 성찬식에서 일이 벌어진다. 당시 두 살이었던 알핀이 갑자기 눈이 뒤집히면서 의식을 잃은 것이다. 아이는 사망하고 샤주의 부인 실리는 우울에 빠진다. 졸리는 그런 실리에게 접근해 친해지더니 버섯 캡슐을 권한다. 아이를 다시 갖고 싶었던 실리는 건강에 좋다는 말에 캡슐을 먹었다가 사망한다. (2016년)




렌지는 실리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졸리를 보면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왠지 그녀가 즐거워 보인 것이다. 그제야 렌지는 이 모든 죽음에 졸리가 있음을 깨닫는다.

2017년 졸리는 소원대로 샤주와 재혼한다. 

렌지는 오빠 로이의 부검 결과서를 다시 살펴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당시 졸리는 로이가 '점심만 먹고 저녁을 먹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밤 11시 넘어 사망한 로이의 위에는 병아리콩 카레가 남아 있었다. 청산가리는 중독될 경우 짧은 시간 안에 사망하기 때문에, 로이의 위에 음식물이 남아있다는 것은 죽기 4시간 이내에 식사를 했다는 말이 된다. 

렌지는 경찰에게 이런 내용을 알리고 재수사 해줄 것을 요청한다. 사건을 검토한 사이먼 경정은 팀을 꾸리고 여섯 구의 시신을 모두 발굴해낸다. 뒤이어 놀라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난다. 교수로 일했다던 졸리는 대학교 그 어떤 자리에도 채용된 적이 일체 없었다. 각종 증명서는 톰이 운영했던 교육 컨설팅 회사에서 타인의 것을 훔쳐 위조했던 것.

그뿐 아니라 일반인은 허가를 받아야 구할 수 있는 청산가리를 졸리가 어떻게 구했을 지 따져보니 바로 그녀의 내연남 매슈가 열쇠였다. 귀금속을 다룰 때 청산가리를 쓰는데 매슈의 일터가 바로 귀금속 가게였던 것이다. 그는 친한 세공사에게서 청산가리를 얻을 수 있었다. 매슈는 졸리의 공범으로 체포된다.  



과학수사를 벌인 결과, 마지막으로 사망한 실리에게서 청산가리가 발견되었다. 로이를 제외한 나머지 시신에서는 음성이 나왔다고. 졸리의 남편 샤주와 그녀의 변호사 얼루어는 졸리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졸리는 렌지에게 '신이 자신을 용서할 것' 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에 렌지는 (화를 내키는커녕) "신이 너를 용서하고 모든 이를 용서하길 바란다"고 답했다는데, 다른 의미로 부처님 같은 렌지의 인품에 소름이 돋는다. 렌지는 현재 졸리의 아이들을 자신의 친자식처럼 보살피고 있다.

이 다큐를 보다 보면 졸리를 의심할 줄 몰랐던 가족들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굳이 그들의 죄를 묻는다면 사람을 너무 믿은 것뿐. 이런 반응이 많았던 것인지 '(당신은) 며느리의 학력을 서류까지 확인해 보았느냐'고 렌지가 되묻는데, 맞는 말이다. 새 식구가 집안에 들어올 때 신상을 철저히 털어보는 집이 과연 몇이나 될까. 가족이니까 믿었다는 렌지의 말은 한편으론 슬프게 들린다.
 
졸리는 경찰에게 '석사 학위가 있다고 거짓말한 게 살면서 저지른 가장 큰 실수였다'고 털어놓았다. 거짓을 숨기려다 살인까지 저질렀고, 그 뒤로 살인은 그녀가 목적을 쉽게 이루는 수단이 되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졸리 조셉. 남의 것을 빼앗아 내 욕망을 채우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오로지 자기만 아는 사이코패스의 심리를 내가 어찌 알겠나 만.... 사람 하나 잘못 들어와서 너무 혹독한 대가를 치룬 폰나마탐 가문 사람들의 행복을 이제라도 빌어본다. 



*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다큐 중 '비밀의 집 : 부라리 일가 사망 사건'이 있는데 이것도 인도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한 집에서 일가족 11명이 사망한 채로 발견. 몹시 충격적인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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