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05

광끼 - KBS 청춘 드라마 (이동건 원빈 최강희 배두나 김현정 양동근)

예전엔 대학 생활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드라마가 많았다. 나에겐 MBC '우리들의 천국'이 특히 그랬다. 배우들이 가슴에 파일과 전공 책을 안고 다니는 게 얼마나 있어 보이던지.... 대학교에만 가면 캠퍼스 잔디밭에 누워 낭만을 씹는 게 일상일 줄 알았다. 덤으로 멋진 선배나 동기와 연애를 하게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할말하않😑)

원빈-이동건-최강희-배두나
웨이브 캡처

광끼 (KBS)


: 1999.05.04 ~ 2000.01.13 매주 1회 방영. 윤석호, 문보현, 김평중, 김형일 연출. 김민주, 오수연, 이경미, 구선경, 박경 극본. 이동건 원빈 최강희 배두나 김현정 양동근 도지원 조민기 김수정 강성민 장용 김소연 장성원 김형종 등 출연. (위키백과 참고)



이 드라마 하면 원빈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웨이브 들어간 긴 머리로 등장한 그는 그야말로 '비주얼 쇼크' 그 자체였다. 이렇게 단발이 예쁘고 잘 어울릴 수가! 뭐 외모가 개연성이니 뭘 해도 멋진 것일 테지만. 여기에 늘 메고 다니는 카메라도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데에 한 몫 했다.

그리고 배두나. 여성스러움은 개나 줘버린 패기 가득한 캐릭터가 그녀의 보이시(boishy)한 외모와 아주 잘 어울렸다. 만나면 서로 티격태격하는 원빈과 케미도 좋아서 이 커플 아닌 커플을 보는 게 너무 좋았었는데....😥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배두나가 갑자기 빠져버린 것이다. 정확한 이유가 생각나지 않아 찾아보니 영화 '플란다스의 개'에 출연하기 위해 하차했다고. 봉준호 감독의 첫 장편 영화는 비록 흥행에 실패했지만, 그 뒤로 배우로 잘 나가게 되었으니 그녀 입장에서는 잘한 선택일 것이다. 그래도 광끼에 계속 출연했다면 굉장한 커플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지금까지도 아쉬움이 남아있다.

그리고 이동건. 그가 주인공으로 등장했을 때 사실 놀랐다. 그 전까지만 해도 쇼프로에서 한두번 본 게 전부인 가수였다. 얼굴이 뽀얗고 잘 생겼다 싶었는데 드라마에 나올 줄이야. 그런데 더 놀라웠던 건 초보임에도 연기를 곧잘 하는 것이다. 그때 윤석호 PD가 캐스팅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래도 어떻게든 연기자의 길로 가게 됐으려나?


이제 드라마 얘기를 해보면, 광기(미친 기운) 보다는 똘끼 다분하고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이동건과 최강희, 원빈과 배두나의 사각 관계가 주축이었으나 배두나가 빠지면서 원빈과 최강희를 연결시키다 보니 이동건 캐릭터가 어정쩡해졌다. 짝사랑만 하던 이동건은 급기야 빠져버리고 새로운 인물(장성원)이 등장했으나 드라마는 산으로....😥

어쩌면 원빈-배두나 조합에 너무 홀릭했던 나머지 원빈-최강희 커플에 대한 반감이 과해서 드라마 완성도와는 별개로 내가 재미를 못 느낀 것일 수도 있다. (훗날이라도 다른 작품에서 배두나와 원빈 두 배우가 다시 합을 보여주길 바랐지만 2024년 현재 원빈은 십수년째 연기 활동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고...😥 왜죠? 잘 생겼다는 소리에 질린 나머지 늙기 만을 기다리는 건 아니겠죠?)

스타일리스트 윤석호 피디의 뽀샤샤한 화면 연출과 풋풋하고 뽀송한 배우들, 멋진 캠퍼스 배경이 한데 어우러져 청춘이라는 말과 잘 어울렸던 드라마 '광끼'. 돌이켜보니 20대 시절의 젊음이란 그 자체로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그 당시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 


드라마 광끼 타이틀 화면

* 고에 가 있는 아이들을 줄여 광끼라고 함. 나무위키를 보니 대학생 연합 광고 동아리 '애드파워'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 웨이브에 전편이 다 올라와 있다. 

* 양동근은 MBC 시트콤 '논스톱'에서 엉뚱하고 웃긴 캐릭터를 이어 나간다.

* 원빈은 윤석호 피디의 사계절 연작 첫 작품이자 오수연 작가가 집필한 '가을동화'에 재벌남으로 출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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