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의 기억 -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세월호 참사 다큐멘터리


2014년 4월 16일.

그날 오전 나는 서울역 부근을 헤매고 있었다. 휴대폰 지도를 보며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가고 있었는데, 방향을 잘못 잡아서 완전히 반대쪽으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지하철을 탔는지 버스를 탔는지 그것까지는 기억이 안 나고 내린 위치에서 몇 분만 걸으면 저 곳이 나와야 했다. 하지만 10분 넘게 걸어도 저 대형 건물이 나타날 기미가 없어서 마침 옆을 지나가시던 어르신께 길을 물었다. 그런데 하필 그때 침이 튀어서 몹시 당황했다. 아무튼 그분 도움으로 강의 시작 전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업무에 필요한 강의를 듣는 동안 인터넷을 보지 못했다. 인천에서 제주도로 가던 배가 침몰했다는 것도 일터로 돌아와서야 알았다. 배에 타고 있던 승객들을 모두 구했다는 기사에 안도한 것도 잠시, 잘못된 보도였다는 후속 기사를 보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퇴근한 뒤부터 밤새도록 TV 뉴스를 보았다. 앞으로 어떤 생지옥이 펼치질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부재의 기억 (In the Absence)


: 2018년 제작. 이승준 감독. 런닝타임 28분.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에 노미네이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도 벌써 10년이 흘렀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정확한 침몰 원인을 알지 못한다. 여러가지 문제가 한꺼번에 겹쳐 일어난 사고인 것은 분명한데, 세월호가 침몰한 직후 개미 손발이라도 빌려서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해야 할 그 시점에, 사고 장소 근처에 있던 미국 특수부대의 도움도 거절하고 밤바다를 대낮처럼 밝혀줄 수 있는 조명 기구 지원도 거절하고 잠수부들 작업에 도움이 되는 다이빙벨도 못쓰게 하고(이 정도는 빙산의 일부분일 뿐) 그 1분 1초가 아쉬운 골든타임에 왜 그랬는지 지금까지도 이해 안 되고 설명 안 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참사 당일 새벽 아니 그 전날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은.........

지난 10년 동안 특히 4월이 되면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 다짐을 하고 기억을 되새기지만 그야말로 세월의 힘은 무섭다. 잊지 않으려 해도 기억은 희미해진다. 감정도 점점 옅어진다. 이렇게 세월이 더 흐르다 보면 무엇을 잊었는지 조차 잊어버리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딱 30분 정도만 세월호 참사와 희생자를 되새기는 일에 써보시면 어떨까. 물론 이 다큐를 보는 순간부터 숨이 막히고 화가 치밀어 오를 수도 있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배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도 청와대 VIP에게 보여줄 영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살인 충동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번은 보시길 권해봅니다. 우리 사회에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 되기에.

* 유튜브에서 '부재의 기억'을 검색하면 뉴스 영상만 죽어라 뜬다.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 영문 제목으로 올려놓은 이 다큐 풀버전(full version)을 찾을 수 있다. 한글 제목만 찾다가는 이것 마저도 놓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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