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7

영화 검은 수녀들 (Dark Nuns) 리뷰 - 스포일러 주의

수녀로 나오는 전여빈과 송혜교


영화 '검은 수녀들'이 '검은 사제들(이하 검.사)'의 스핀오프라는 것을 전혀 유념하지 않고 보았다. 검.사의 박소담이 한 컷 나왔음에도 검.사와 같은 세계관을 따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구마의식을 한다는 두 신부[김범신, 최준호]가 자꾸 언급되는데 그들이 누구인지 의문을 품다가 뒤에 강동원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럴 수가...! 아니 그럼 박소담처럼 초반에 두 신부 얼굴이라도 잠깐 보여주시든가요~ (검.사 아예 안 본 사람은 어쩌라는 거죠😑)

유니아 수녀(송혜교)는 여성에겐 서품 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는 카톨릭의 뿌리 깊은 성 차별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굳이 계속 나오는 것도 이런 캐릭터를 뒷받침하는 설정으로 느껴졌다. 자궁에 암이 생긴 것도 공격 받는 여성성을 비유하는 것 같았다. 희준(문우진)에게 깃든 악마 역시 아주 천박한 표현으로 여성성을 공격한다. 

중간까지는 그런대로 재미있게 보았다. 오로지 구마를 위해서라면 무속의 힘을 빌리는 것도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설정이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재미있는 포인트로 여겨졌다. 카톨릭과 무속의 콜라보가 어떻게 이루어질지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하이라이트가 되어야 할 후반부의 구마의식은 너무나 뻔하게 느껴졌다. 새로운 그림도 없고 너무 시시했다. 아까운 성수를 들이부을 게 아니고 욕조나 큰 통에 채워 거기에 부마자를 담그면 안 되나? 이런 의문만 계속 들었다. 그리고 악마에게 이름을 말하라고 명령만 하는 것도 정말 답답했다. 그 지독하고 악랄한 존재가 순순히 자기 이름을 불겠냐고요~ 신박한 유도신문을 기대했으나 그런 것은 없었다. 또 불은 왜 갑자기 나는지 헛웃음만 날 뿐이었다. 전조를 보여주든가 해야지 참으로 뜬금없었다.

악마를 (악마가 그렇게 모욕하던) 여성의 자궁에 봉인하는 설정은 괜찮았다. 그런데 빙의된 사람이 죽어도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더니, 봉인과 빙의는 달라서 악마가 사라진 건가? 이 부분이 의문으로 남아있다. 이 작품이 흥행했을 경우 속편을 만들기 위한 떡밥이었나?

쿠팡플레이에서 무료 이벤트를 해서 보게 되었는데, 만약 극장 가서 보았다면 본전 생각에 열이 받았을 지도 모르겠다. 시도는 좋았으나 여러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 유니아 수녀가 '더 글로리'의 문동은과 비슷해 보인다는 의견에 동의. 송혜교의 연기가 왜 이렇게 낯익나 했더니...

* 유니아 수녀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떻게 자랐는지 설명이 없다. 미카엘라 수녀(전여빈) 얘기만 나옴. 둘의 성장 과정이 비슷하다는 것인가? 이 때문에 미카엘라가 더 주인공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영화 '검은 사제들'은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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