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가득!
영화를 보실 분은 스포 노출에 주의하세요 *
송곳니 (2009년 작)
: 그리스 영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크리스토스 스테르기오글루, 미셸 벨리, 아겔리키 파푸리아, 크리스토스 파사리스, 마리 초니, 안나 칼라이치도 등 출연.
사실 프랑소와 오종 감독이 만든 영화인 줄 알고 보았다. 짧은 소개글에서도 평범치 않은 작품이라는 게 느껴지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정확한 나이는 나오지 않지만 성인으로 보이는 세 남매는 높은 담장에 둘러싸인 대저택에서 살고 있다. 집 안의 세상은 아빠에 의해 철저히 통제된다. 인터넷도 TV도 라디오도 없다. 부모는 자식들에게 단어의 뜻도 완전히 다르게(틀리게) 알려준다. 길고양이가 집안에 들어오자 아들이 잔인하게 죽여버린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라고 교육 받은(세뇌) 탓이다.
오직 아빠만이 집을 드나든다. 대형 사업체를 운영해서 돈은 많아 보인다. 생수병조차 라벨을 떼고 집 안에 들이는 그가 유일하게 집에 데려가는 사람은 회사 직원 크리스티나이다. 그녀는 돈을 받고 사장 아들의 성욕을 풀어준다. 큰딸은 그녀의 '키보드'를 핥아주고 그 대가로 영화 테이프를 얻어낸다.
큰딸은 '록키(실베스터 스탤론 주연)'로 추정되는 영화를 보고 바깥 세상에 눈을 뜬다. 아빠는 몰래 영화를 본 큰딸을 비디오 테이프로 마구 때린다. 그리고 크리스티나의 집을 찾아가 폭력을 휘두른다. 쓰러진 그녀를 향해 '내 집에 악의 씨를 뿌린 죄를 알라'며 '네 자식이 널 닮은 천하의 망나니로 자라길 바란다'고 저주를 퍼붓는다. [이 대목에서 아비 당신이야말로 망나니이자 악(evil) 그 자체라고 퍼붓고 싶었다]
부모는 자식들에게 말해왔다. 어느 쪽이든 송곳니 하나가 빠지면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큰딸은 흔들릴 줄 모르는 자신의 송곳니를 스스로 빼버린다. 그리고 (바깥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인) 아빠의 차 트렁크에 몸을 숨긴다.
큰딸이 빠진 송곳니를 보며 웃는 장면이 압권이라는데 차마 볼 자신이 없어서 손으로 화면을 가렸다. 부모가 자식을 통제하는 게 얼마나 끔찍한지 살벌하게 보여준다. 더 나아가서는 사회 체제가 국민을 통제하는 것에도 적용시켜 볼 수 있겠다. 평화롭고 평범해 보이는 일상의 모습들이 이렇게 소름 끼치게 느껴지는 영화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크리스티나가 하던 역할을 큰딸에게 시키는 것도 엽기 그 자체다. 직접적인 장면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작은딸과 아들 사이에서도 성적인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말이지 너무 불편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한 영화이다. 정신적으로 충격을 크게 받을 수 있으니 강력히 추천은 못 하겠다. 괜히 봤다 싶으면서도 여운이 상당해서 영화나 창작 공부하는 분들께만 추천해본다.
큰딸은 탈출에 성공했을까? 아니면...... 감독의 다른 작품 '랍스타'의 엔딩이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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