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가 나옵니다. 주의하세요! Spoiler!
덱스터와 아들 해리슨. 사진 출처 TV Guide |
덱스터:뉴 블러드(Dexter:New Blood)를 드디어 다 보았다. 흠...
조용히 숨어 사는 덱스터 앞에 어느 날 갑자기 아들이 나타난다. 안 본 사이에 10대 청소년이 되어있는 해리슨. 덱스터는 아들이 자신의 사이코패스 기질을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고민 끝에 '어둠의 동반자'를 어떻게 제어해야 하는지 아들에게 알려주기로 하는데...
"나는 사이코패스이고 '죽어 마땅한' 놈들을 찾아내 죽이는 것으로 살인 충동을 다스린다"
이런 얘기를 누가 했을 때 아무 거리낌 없이 '그래? 그렇구나'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전에 이런 얘기를 남에게 대놓고 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덱스터는 늘 외로웠다. 갓난아기 해리슨에게나 자신의 본성을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었다. 그의 진짜 정체를 알고도 그를 따랐던 여자들이 있긴 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그가 아무리 나쁜 인간들만 골라 죽인다 해도 일반인의 기준에 그는 살인자일 뿐이다.
아버지 덱스터는 아들 해리슨의 본성을 알아채고 -양아버지가 덱스터에게 가르쳤던 것처럼- 살인자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는 곧 아들에게 '나는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라고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막상 결심이 서자 덱스터는 해리슨이 보는 앞에서 사람을 죽인다. 그것도 모자라 시신을 절단하는 것도 보여주고 뒤처리까지 함께 한다. 물론 가르칠 때 확실히 가르쳐야겠지만, (일반인의 입장에선) 덱스터가 사이코패스라는 것을 새삼 다시 느낀 순간이었다.
'악인을 처단하는 것으로 수많은 무고한 생명을 살린다'
해리슨이 이 논리에 매료될 때 불안하긴 했다. 덱스터는 살아남기 위해 악인이 아닌 사람도 희생시켰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 리 없는 해리슨은 덱스터를 영웅으로 여긴다.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것까지 감수하면서 아버지와 함께 사는 삶을 꿈꿨는데, 해리슨이 곧 마주한 진실은 아버지란 인간이 필요에 의해 죄 없는 사람도 죽인다는 사실이었다. 분노한 해리슨은 아버지에게 총을 겨눈다. 크리스마스 때 아버지 덱스터가 아들 해리슨에게 선물로 준 바로 그 총.
해리슨이 덱스터에게 총을 겨누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덱스터가 자기 가슴을 가리키며 쏘라고 한다. 여기서 1차로 Woops. 아들을 살인자로 만들겠다고? 더구나 친아버지를 죽인 존속 살인자로? 사실 아버지라면 이럴 땐 차라리 자살을 택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 드라마의 작가들은 그런 스토리로 가지 않는다. 아버지가 총을 쏘랬다고 잠시 망설이다 쏘는 해리슨에게서 그 역시 타고난 사이코패스임을 절감하게 된다.
줄지어 달려가는 경찰차를 보면서 유유히 마을을 빠져나가는 해리슨은 눈물 한 자락 흘리지 않는다. 심지어 그의 얼굴은 평온해 보이기까지 한다. 옅은 미소도 지은 것 같다. 이쯤 되면 제목에 왜 '뉴 블러드'가 붙었는지 알겠다. 덱스터의 자리가 '새로운 피'에게 넘겨진 것이다. 덱스터의 피를 물려받은 해리슨에게로.
총을 맞고 눈밭에 쓰러진 덱스터의 뒤에 피가 빠르게 번져나갔지만, 그는 정말 죽었을까? 우선 그의 맥박을 확인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그가 죽었다는 것을 확실히 결론 내주는 그 어떤 것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덱스터가 살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뉴 블러드 2시즌이 나온다면 주인공은 해리슨이고, 덱스터는 병원을 탈출해서 사라져버리는 설정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하지만 과연 2시즌이 나올 수 있을까)
사이코패스가 역시 사이코패스인 자식에 의해 최후를 맞이하는 결말이 아주 그럴 듯해 보이긴 하지만, 정말 이게 최선이었을지 묻고 싶다. 결국은 덱스터가 이기적인 살인자였다는 결론을 내리려고 새 시즌을 만든 것이 아닐 텐데. 뉴 블러드까지 9시즌에 걸쳐서 본 덱스터의 캐릭터가 와장창 깨어진 느낌이다. 그의 자식까지 사이코패스로 만든 게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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