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저기 떠돌아 다니며 수행하던 법운 스님(서영진)은 하룻밤 쉬어가길 청한 절에서 지산 스님(반석진)을 만나게 된다. 지산은 밥 대신 술을 퍼마시며 '내 부처는 소줏잔에 있다'는 쉰소리를 서슴없이 내뱉는 땡중이었다. 나무 관세음보살 대신 나무 소주불을 외는 그에게 주지스님(박용식)은 나가라고 호통을 치고, 법운은 지산을 따라 동행 아닌 동행을 자처한다.
KBS TV문학관 만다라 |
UHD로 만나는 TV문학관 "만다라"
: 제 214화. 1986.01.25 방영. 2023.07.31 재방영. 김성동 원작. 이환경 극본. 김재현 연출. 서영진, 반석진, 박병호, 박용식, 김현주, 최선아, 공경구, 박현정, 최용욱, 홍유진, 이형진, 이경영, 박진성, 장정희, 최건호, 고아라, 최용팔, 최용호 출연.
법운은 어떻게든 지산을 도와 같이 다니려고 한다. 하지만 지산은 과거에 한 여인(김현주)과 잠시 얽혔던 얘기를 선물처럼 들려주고는 작별을 고한다.
법운에게는 풀어야 할 화두가 있었다. "병 속에 새가 있다. 병을 깨뜨리지 않고 새를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꺼낼 수 있을까?". 큰절을 찾아가 공부를 해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다시 길을 떠난 법운은 우연히 지산과 재회하게 된다.
오랜만에 본 지산은 병색이 더 깊어져 있었다. 법운은 자신이 아는 절을 찾아가 지산과 머무를 수 있게 해달라고 사정하지만, 절에선 파계승을 받아줄 수 없다며 거절한다. 법운은 버려진 암자를 봐두었다며 지산에게 주지스님이 되어 달라고 한다. 두 사람은 추운 겨울 깊은 산 속 암자를 향해 길을 떠난다. 날이 저물자 지산은 술집에서 배를 채우고 가자고 조른다. 그곳에서 지산은 처음 본 여자(방희)와 스스럼 없이 어울리고, 법운은 그런 지산에게 실망하며 혼자 암자로 떠나버린다.
밤새 눈이 내리고, 다음날 법운은 눈을 치우다 뭔가를 발견한다. 그것은 꽁꽁 얼어버린 지산이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날 '고독의 끝, 번뇌의 끝, 욕망의 끝, 절망의 끝, 허무의 종점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던 지산. 법운은 통곡하다 그를 암자 안으로 옮기고 불을 지른다. 현재 상황에서 그가 지산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다비식이었다.
서울로 올라온 법운은 손에 쥐고 있던 차표를 찢는다. 그리고 어디론가 걸어가면서 드라마는 끝이 난다.
어렸을 때 분명 보긴 했는데, 희한하게도 중간에 짧게 나온 박진성 배우만 기억이 난다. 손가락 공양하는 장면 때문일까? 만다라 하면 전무송, 안성기 주연의 영화가 더 먼저 떠오르긴 한다. 얼어 죽은 지산의 모습이 너무 리얼했던.
나이 들어서 다시 보니(처음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선문답 같은 얘기들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절망의 중심에 있으면서 1mm쯤 가능성이 있다고 착각하는 게 불쌍한 중생들'이라든지 '그놈의 희망 때문에 절망부터 깨달아 버렸다'라든지. '병 속의 새'는 계속 생각해보는데 정답이 없는 게 정답 같다(정답이 과연 있을까 모르겠지만). 그냥 '나'라는 존재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인간 같다는 생각만 든다.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게 깨달음이고 깨달음을 얻는 자가 바로 부처이니라"
"부처는 신이 아니라 인간이다"
신은 결국 나 자신이 아닐까. 나는 나를 믿어야 한다,는 말을 새삼 되새겨 본다.
* 법운 스님으로 나온 서영진 배우는 2006년에 병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 지산 스님으로 나온 반석진 배우의 딸도 배우이다. 반민정.
* 티비문학관 '만다라'를 보다 보면 라면과 막걸리가 먹고 싶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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