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살 때인지는 모르겠고 아주 재미있게 본 외국 드라마이다. 주말 오후에 본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다. KBS에서 방영해 준 것만큼은 확실하다. 신기하면서도 소름 돋는 에피소드가 많았다. 본방사수는 물론이고 매회마다 TV속에 빨려 들어갈 것처럼 몰입해서 보았다.
환상특급 (The Twilight Zone) / 오프닝 캡처 |
지금까지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세 개이다.
1) 어떤 남자가 죄를 지어서 이마 한가운데에 낙인이 찍힌다. 남자의 흉터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를 쫓아버리거나 상대해주지 않는다. 모자를 써서 낙인을 가리려 하자 그 부위만큼 모자가 타서 구멍이 난다. 별 짓을 다해도 낙인을 가릴 수가 없다.
⇒ 투명인간 (To See the Invisible Man, 있어도 없는 사람). 중절모에 구멍 뚫리는 장면이 정말 무섭게 느껴졌었다. 구름이 남자를 따라다녔던 것 같기도 하고....
2) 주인공 남자가 집에 왔는데 부인이 주방에서 말한다. "여보, 공룡 먹어야죠?". 점심을 왜 공룡이라 하냐고 되물으니 부인이 정말 의아해 한다. "점심은 (붉은 색 계통의) 색깔을 말하잖아요.".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남자는 라디오인지 티브이인지 방송을 트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가 힘들다. 단어들 뜻이 바뀌어서 쓰이고 있다!
⇒ 말장난 (Wordplay). 남자 혼자만 정상인 게 소름이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영화 '송곳니'가 생각난다.
3) 어린아이 둘(남매였던 듯)이 전시장 같은 곳을 다니고 있다. 쇼윈도 안에는 어른 남녀 두 사람이 들어가 있다. 이들은 아이들이 나타나자 자신들이 얼마나 좋은 부모인지 떠들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부모들을 지나친다. 그러다 표정이 밝지 않은 부모를 보게 된다. 그들은 아이들에게 자신들은 좋은 부모가 아니었다면서 깊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이들은 이 부모를 선택하고 함께 그곳을 나간다.
⇒ 어린이 동물원 (Children's Zoo). 아이들의 진짜 부모가 쇼윈도에 들어가는 장면이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다른 부모를 선택한 것을 보고 진짜 부모가 막 소리를 쳤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아이가 부모를 선택하는 설정이 너무 놀라웠다.
인터넷 세상이 진짜 좋은 건, 검색해보니 나무위키에 '환상특급' 에피소드가 아주 잘 정리되어 있었다. 찬찬히 살펴보니 내가 본 것은 첫 번째 리메이크 판(1985~1989). 오리지널이 1959년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다시 보고 싶어서 OTT를 찾아보니 씨네폭스에 있다는데 여긴 또 어딘가...😭 오리지널 판은 네이버 시리즈온.... 지금 다시 보아도 그때 만큼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복습을 해보련다.
- 환상특급에 열광하던 아이는 훗날 SF 미드 '엑스파일(X-File)'에 미치게 됩니다.... 비슷한 느낌의 영드 '블랙 미러(Black Mirror)'도 취향 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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