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저녁 8시 30분부터 9시까지 방영했던가? 끝나면 KBS 9시 뉴스로 바로 넘어갔으니 이게 맞겠다. 매일 저녁 티브이 앞으로 달려가게 만들었던 화제의 일일 드라마.
KBS 울밑에선 봉선화 타이틀. 유튜브 캡처 |
울밑에선 봉선화 (KBS)
: 1989. 11. 6 ~ 1990. 8. 31 방영. 극본 박정란. 연출 김재순. 김윤경, 김미숙, 권기선, 전인화, 강효실, 임혁주 출연.
등장인물이 많았는데 주로 생각나는 것은 주인공인 어머니(김윤경 배우)와 그 세 딸들이다. 첫째 딸 김미숙(배우 이름으로 호칭)은 착했다는 것 말고는 생각이 안 나고 둘째 딸 권기선은 당차고 씩씩한 반항아 스타일? 막내 전인화는 공부를 아주 잘해서 미래가 기대되는 아이였다. 그런데......!
유독 셋째 딸 위주로 기억이 남은 것은 순전히 그 시어머니 탓이다. 전인화가 도시에 있는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떠나려고 하는데 (망할 놈의) 동네 오빠 임혁주가 갑자기 자기와 결혼해 달라고 애원한다. 나이 차이도 열살 가까이(어쩌면 넘게) 났을 것이다. 전인화를 혼자 좋아하고 있었던가 아무튼 그녀가 작별 인사를 한 다음부터 난리가 난다. 수시로 집에 찾아와 자기랑 살자고 붙들고 급기야 추운 겨울날 전인화네 집 앞에서 눈 속에 파묻힌 동태로 발견...!
공부만 잘하는 게 아니고 심성도 몹시 착했던 전인화는 끝내 이 인간을 뿌리치지 못하고 자신의 미래를 접어버린다. 그런데 문제는 결혼한 뒤였다. 시어머니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닌 것이다. 오로지 며느리를 괴롭히기 위해 이 세상에 온 듯한 존재라고 할까. 소처럼 일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사사건건 불평 불만 트집을 잡아 댄다. 바보 같이 착한 전인화는 찍소리도 못하고 속으로 눈물만 삼킨다. 며느리가 아이를 가져도 이 악귀 같은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더 괴롭히면 괴롭혔지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 짜증 나고 화가 날 뿐!
배우 강효실. KBS 문예극장 출연 장면. 나무위키 펌 |
이 시어머니 역할을 고 강효실 님이 했는데 정말이지 한겨울 서릿발 같은 연기에 얼마나 싫어하고 미워했는지 모른다. 그녀가 대청마루에 앉아서 목소리를 드높이면 마치 호랑이가 포효하는 것 같았다. 인상도 강해 보여서 더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화면에 이 분만 나타나면 심장 박동이 저절로 빨라졌다.
이 분은 시어머니가 아닙니다. 어머니 역의 배우 김윤경 |
주인공 김윤경이 자애로우면서도 강인한 어머니여서 악독한 시어머니와 더 비교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전인화가 어떻게 되었더라? 시월드에서 고생하던 것만 생각나고 결말은 기억에도 없으니....... 위키백과 왈, 이 드라마가 1926년부터 64년 간의 세월을 다루었다는데 선명하게 기억나는 건 전인화의 매운맛 시집살이 뿐이다.
- 연말 연기대상에서 김윤경 님이 이 드라마로 *상을 탔는데 동료들이 건네주는 꽃다발에 파묻혀 버렸다. 다 안고 있을 수도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대상을 탄 줄 알았을 것이다. 반면 이때 대상은 '야망의 세월'에서 이명박 분신으로 나온 유인촌이 수상했다. 꽃다발이 두 개였던가? 무대로 향하는 그에게 황범식 배우가 악수를 청한 것 말고는 그다지 축하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야망의 세월 정보를 찾아보니 1990년 10월 20일 방영 시작. 그 전에는 KBS '역사는 흐른다'에 출연. 그럼 '역사는 흐른다'로 상을 탔다고 보는 게 맞을 텐데 웬만한 기록에는 다 야망의 세월로 탔다고 되어있다.
(* 우수 연기상을 타신 것으로 기억하는데 위키에는 인기상으로 나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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