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07

초록빛 모자 - MBC 베스트셀러극장 (서갑숙 박영규)


포탈에서 검색해보면 리뷰가 여러 편 나온다. 베스트셀러극장 중에 기억하는 분이 꽤 많을 것으로 짐작해본다. 개인적으로는 여자 주인공이 '남장'을 하는 게 너무 강렬했어서 기억에 짙게 남았다. 여자가 얼굴에 수염을 그리고 누가 봐도 큰 남자 양복을 입는 게 몹시도 신기했었다. 여기에 두꺼운 뿔테 안경까지 곁들인 서갑숙은 내 눈에 정말 남자 같았다. 그 생경함이 단막극 끝나갈 때까지도 극복이 되지 않았다.


MBC 베스트셀러극장 초록빛 모자. 출처 월간 조선


MBC 베스트셀러극장 제54회 초록빛 모자


: 1985년 1월 6일 방영. 김채원 원작. 서갑숙, 박영규 주연



스틸 사진을 보니 박영규가 초록색 모자를 쓰고 있는데 내 기억 속엔 색깔 정보가 없다. 왜냐면 당시 우리집 TV가 흑백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막극 제목과 내용이 나에게는 따로 노는 느낌이다. 초록빛 모자로 대변되는 박영규는, 마음을 닫아걸고 자신을 부정했던 주인공이 스스로를 되찾게 만드는 '희망' 같은 존재인데 그 중요한 상징을 놓치고 봤으니...

이 단막극이 더 인상에 남은 이유는 당시 내가 살았던 동네에서 촬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인공이 사는 집은 성신여대 근처에 있었다. 그 집 앞을 지나갈 때면 한참 쳐다보곤 했다. 개천 다리도 나왔던 것 같은데 동네 낯익은 곳이 화면에 나오면 탄성을 지르며 아는 척을 했었다. 비록 촬영하는 건 못 보았지만, 만약 당시에 직접 보았다면 아마 굉장한 추억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원래 추억의 드라마 리뷰를 쓸 때는 다른 리뷰를 보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번엔 서갑숙 배우의 인터뷰 기사까지 보고 말았다.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혼자 꾹꾹 억누르며 그만큼 더 외로워졌던 주인공. 마지막에 용기를 낸 그녀는 결국 행복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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