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07

갯마을 - KBS TV문학관 (조옥희 백수련 김성환 주현)


갯마을. 흔하게 쓰는 말이지만 정확한 뜻을 몰라서 찾아보니 갯가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을이라고 한다. '갯가'의 뜻을 찾아보니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의 물가, 물이 흐르는 가장자리.


해순이 허공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고 있다
KBS TV문학관 갯마을. 배우 조옥희. 예고편 캡처


UHD로 만나는 TV문학관 네 번째 작품 '갯마을'


: 1982.07.31 방영. 2023.03.27 고화질 방영. 오영수 원작. 이은교 극본. 주일청 연출. 조옥희, 백수련, 주현, 김성환, 서승현, 이주실, 김영순, 김동완, 신수강, 김순구, 방숙례, 박승규, 김하림, 오기환, 장칠군, 김상락, 이두섭 출연.


=====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

주인공은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새색시 해순(조옥희)이다. 남편 성구(주현)가 마을 남자들과 함께 고등어배를 타고 나간다. 온 마을 사람들이 오매불망 배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가운데, 엄청난 폭풍우가 몰려와 마을이 쑥대밭이 된다. 두 달 있다 돌아오겠다던 배는 두 해가 넘도록 소식이 없다. 집단으로 남편을 잃은 여자들은 서로 의지해가며 모진 삶을 이어간다.
 

 
혼자된 해순에게 상수(김성환)가 자꾸 들이댄다. 해순의 시어머니(백수련)는 상수가 며느리에게 마음이 있는 것을 눈치채고는 심란해진다. 사실 해순의 시어머니도 바다에 남편을 잃은 과부였다. 과부 심정은 과부가 안다고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은 며느리가 안쓰럽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해순의 방에 누군가 몰래 들어왔다가 도망가는 일이 벌어진다. 시어머니는 범인이 누구인지 알 것 같지만 모른 척한다. 그 뒤로 상수는 해순에게 노골적으로 감정을 드러내고 마을에 소문을 낸다. 남편이 살아 돌아올 희망이 없는데도 미련을 못 버리고 있던 해순은 갈등을 거듭하다 결국 상수를 받아들이고, 시어머니는 순순히 해순을 보내준다.
 
바닷가를 떠나 상수의 고향에 가게 된 해순은 또다시 독수공방이 된다. 상수가 전쟁에 불려 간 것이다(상수의 전사 통지서를 받는 장면은 해순의 상상 같음).  해순은 바다를 그리워하다 갯마을로 다시 도망쳐 온다. 반가운 동네 언니들과 시어머니를 보고 표정이 살아나는 해순. 갯마을에서의 삶은 계속된다.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인습에 휘둘리는 여자의 삶이 답답하고 안타깝지만, 유니콘 같은 해순의 시어머니가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 본인도 아들을 잃었지만 며느리를 더 생각해주는 어른으로서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그리고 친자매처럼 서로를 챙겨주는 과부들의 의리와 우정도 보기 좋다.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었지만 꿋꿋이 살아가는 여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평화로운 바닷가 풍경은 보너스. 촬영이 끝내준다. 적절하게 깔리는 음악은 극을 한층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준다. 잠시 시간여행을 다녀온 듯하다.


* 엄밀히 말해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감정을 강요하고 받아들이길 바라는 건 폭력인데, 여기에서도 그런 모습이 애정처럼 그려진다. 안 돼요돼요돼요돼요 돼요 식의 묘사. 예전엔 불편함도 못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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