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바닷가 마을에 한 남자가 배를 타고 들어온다. 남자는 폐허가 된 집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사실 집을 다 때려 부순 것은 바로 이 남자, 석주(백윤식)였다. 5년 전 그의 부인 복님(노영화)이 한량 철두(백준기)와 사라져 버렸는데, 것도 모자라 석주의 목숨 같은 채취선까지 훔쳐 달아난 것이다.
KBS TV문학관 목선. 하미혜, 백윤식 |
UHD로 만나는 TV문학관 "목선"
: KBS TV문학관 제 99화. 2023.06.19 재방영. 1983.09.10 방영.
한승원 원작. 김하림 극본. 홍성룡 연출. 백윤식, 하미혜, 백수련, 최선자, 김성환, 노영화, 김인문, 곽경환, 안병경, 백준기, 윤성국, 이현두, 이원종, 송석호, 장희진, 곽정희, 김소유, 송동섭, 이성호, 김기복, 안대선, 이종민, 이현주 출연.
=== 줄거리 나옵니다 스포일러 주의 ===
복님과 결혼한 것은 다분히 충동적이었다. 석주는 어릴 적 아버지(김인문)와 떠돌아다니는 신세였다. 아버지는 석주를 박영감 댁(곽경환,백수련)에 맞기고는 돈 벌어 오겠다며 떠났다. 이 집에는 순실(하미혜)이라는 딸이 있었는데, 석주는 일편단심 순실만 바라보고 살았다. 순실도 그에게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부모가 정해준 사람과 결혼한다. 속이 뒤집어진 석주는 술집(주인 역 최선자)에 갔다가 빚 때문에 그곳에 붙들려 있던 복님을 보고는 빚을 다 갚아주고 부인으로 삼아버렸다.
석주의 채취선은 박영감이 그간 일을 잘했다며 한 척 떼어준 것이었다. 갖고 있던 돈은 복님의 빚을 갚아준다고 다 썼으니 석주는 전 재산을 날려버린 상태였다. 그렇게 홧김에 마을을 떠났지만 세상을 떠돌다 보니 결국 생각나는 곳은 이 마을이었다. 운명처럼 다시 돌아온 석주는 순실이 남편을 잃고 혼자서 자식을 키우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오랜만에 만난 순실은 석주에게 자기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석주는 머슴까지는 아니어도 순실네 일을 다시 한다는 게 내키지 않았지만 채취선을 빌려주겠다는 말에 승낙한다. 미역을 따려고 둘이 배를 타고 나가면 동네 사람들이 부부 같다며 입방정을 떤다. 더구나 한 집에 같이 사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영락없는 부부 사이다.
그런 와중에 순실이 자꾸 동네 사람 태수(김성환)를 집 안에 들인다. 둘이서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나누는 건지 석주는 신경이 몹시 쓰인다. 그러던 어느 날 채취선에서 석주는 순실에게 같이 살자고 애원한다. 놀란 순실이 미쳤냐고 펄쩍 뛰자 석주는 순실을 힘으로 제압하려고 한다. 강하게 저항하던 순실이 바다에 뛰어들자 석주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다. 순실과 순실의 아들 용범(이종민)을 볼 면목이 없는 그는 마을을 아예 떠나려 한다. 그런데 순실이 왜 이렇게 사람 마음을 모르느냐면서 엉엉 운다.
마을을 떠나는 대신 석주는 다른 집에 방을 얻는다. 출항을 앞두고 순실네 배를 손보고 있는데 태수가 와서는 자기가 배를 쓰기로 했다며 황당한 소리를 한다. 석주가 따져 물으니 순실은 태수에게 빌려준 게 맞다며 석주 보고 그냥 자기 집에 있어 달라고 한다. 기가 막힌 석주는 어떻게든 자기가 배를 쓸 거라며 태수에게 달려간다. 태수는 순실이 자기를 찾아와 배를 쓰라고 했다는 믿기 힘든 얘기를 한다. 석주는 태수를 죽일 듯이 물에 처넣고 이를 말리던 순실은 아무에게도 배를 못 준다고 소리친다. 그 말에 더 화가 난 석주는 왜 사람 갖고 장난질이냐며 태수에게 배를 빌려준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보라고 다그친다. 순실은 자기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니 배를 가져가라고 한다. 그런데 배 없으면 자기는 어떻게 사느냐며 한탄을 늘어놓는다.
순실의 마음을 도대체 모르겠는 석주는 순실을 배에 태우고 정처 없이 간다. '순실이나 목선이나 하나라도 없으면 나도 살 수가 없다' 고 외치면서. '같이 가잖 말이여~'
순실에게 이 장면을 보여주고 싶다. 아니, '파리의 연인' 박신양으로 빙의해서 말해주고 싶다. "왜 말을 못 해!". 석주가 좋으면 좋다고 말을 하시라구욧~ 배 갖고 밀당할 게 아니라! 아휴 답답해! 이 말은 석주도 들어야 한다. 순실에게만 조르지 말고 그 부모에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순실과 혼인시켜 달라고 말이라도 해보았다면 어땠을까? 왜 말을 못 하냐고 왜~~~ 말을 합시다, 말을! 제발~~~
극 중간에 석주가 순실을 구해주는 에피소드가 있다. 결혼 전 순실이 조개 따는 일에 정신이 팔려서 바닷물이 들어오는데도 조금만 조금만 더 하다가 바다에 빠져 버린다. 때마침 석주가 배를 타고 와서 순실을 겨우 건져내어 살리는데, 그 뒤로 순실은 속상한 일이 있으면 '그때 죽었으면 이런저런 꼴을 안 봤을 텐데 왜 살렸느냐'며 원망 아닌 원망을 쏟아놓는다. 드라마에서는 자세히 그려지지 않았지만, 순실이 석주가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한 뒤로 이런저런 고생을 했다는 암시가 이 대사에 담겨있는 듯하다. (그러니 진심을 진즉 드러내면 좋았잖아요~ 말을 합시다 말을! 네??)
티브이문학관 줄거리를 정리해 보고 소설 요약을 읽어보니 순실이 캐릭터가 흥미롭다. 드라마는 내용이 아주 많이 각색되었는데, 소설에서는 순실이 석주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게 더 능수능란한 느낌이다. 한승원 작가의 문단 데뷔작 '목선'. 유튜브에 황영희 배우의 낭독본이 있긴 한데 소설을 귀로 읽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듣다 말았다. 드라마와 소설을 비교해서 보면 더 재미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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