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02

산골나그네 - KBS TV문학관 (김순철 정윤희 김성환)


어느 마을에 중년 남자(김순철)와 젊은 여자(정윤희)가 나타난다. 앞이 안 보이는 남자는 북을 치고 여자는 그에 맞춰 창을 한다. 구경꾼들이 던져주는 돈으로 먹고사는 두 사람. 여기까지만 봤을 땐 영화 '서편제'와 비슷한 내용인가 했는데...


혼인 첫날밤 여주인공이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있다.
KBS TV문학관 산골나그네. 정윤희

UHD로 만나는 TV문학관 첫 번째 작품 "산골 나그네"


: 제38화. 1982.04.17 방영. 2023.03.06 재방영. 김유정 원작. 김진욱 극본. 이유황 연출. 정윤희, 
김순철, 사미자, 김성환, 윤덕용, 김봉근, 이현두, 오중훈, 황범식, 박승규, 홍영자, 신수강, 박현정, 이미경, 임영식, 박해상, 장순국 출연. 

===== 줄거리 나옵니다 스포일러 주의 =====

기껏해야 20대 초반, 어쩌면 그보다 더 어린 여자는 남자의 몸종이나 다름없다. 부모도 없이 떠도는 고아를 남자가 거둬서 가무를 가르치고 키워줬다 하지만, 말만 제자일 뿐 여자를 자기 손발마냥 함부로 부려댄다. 심지어 이 딸 같은 여자를 자기 각시로 만들려고 한다. 그럼에도 여자는 입은 은혜가 있으니 정성을 다해 남자를 보살핀다. [극을 본 지 10분도 안 되어 여자한테 도망가라고 진심으로 외치게 된다😢]



무주를 찾아가던 두 사람은 길을 잃고 산 속에 고립된다. 밥 얻을 곳을 찾아 헤매던 여자는 주막을 발견하고 도움을 청한다. 다행히 주막을 운영하는 아주머니(사미자)는 인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하나뿐인 아들(김성환)의 혼사 문제로 속을 앓고 있었는데, 아주머니는 업둥이처럼 홀연히 나타난 여자가 마음에 든다. 얼굴이 고운 건 둘째치고 일 잘하고 착해 보이는 여자를 어떻게든 붙잡고 싶다. 여자는 안락한 삶에 마음이 기울지만 갈등에 시달리다 밥을 싸들고 남자를 챙기러 간다. 

[아니 왜 다시 돌아가냐고~~~! 여자한테 이입해서 극을 보면 고구마 천 개는 삼킨 듯한 답답함이 속을 아주 빡빡하게 채워준다]  


예쁘고 어린 여자라면 환장하는 동네 양아치들이 여자에게 대놓고 흑심을 드러내는 가운데, 주막집 아들은 여자에게로 마음이 점점 기운다. 아주머니도 돈을 크게 요구하는 동네 아가씨 대신 업둥이 여자와 아들을 맺어주고 싶다. 결국 동네에는 여자가 양반집 손녀라고 거짓 소문을 내고(가무에 능한 이유가 기생이어서 그렇다는 소문을 무마시키기 위해) 두 사람을 결혼시키기에 이른다.



여자는 주막집 아들과 혼례를 올리기로 하기 전, 남자한테 모든 게 다 지긋지긋하다며 무주에는 혼자 가라고 소리를 쳤다. 남자가 왜 그렇게 무주에 가려고 하는지 진짜 이유를 알게 되어서다. 그의 눈을 멀게 만든 기생이 그곳 갑부의 첩이 되어 잘 살고 있는데, 그 집에 들리도록 퉁소를 불어 갑부가 자신을 집안에 들이게 만든 뒤 그 기생한테 마음의 상처를 줄 만한 연주를 하는 것으로 복수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기가 막힌 여자는 그간의 원망과 울분을 다 터뜨리고 남자를 아예 떠나버렸다.

남자주인공이 눈물을 흘리면서 퉁소를 불고 있다.
KBS TV문학관 산골나그네. 고 김순철

이 부분이 그나마 '시원한 사이다' 였는데, 여자가 주막집에서 잘 살 줄 알았더니 남자의 애달픈 퉁소 연주에 그만 마음을 돌리고 집을 나와버린다. 오 마이 갓~ 안 그래도 체한 것 같은 속에 고구마 천개 더! 아니 왜 그 징그러운 남자한테 돌아가냐고~ 여자가 사라지고 나서야 여자의 소중함을 깨닫고 남자가 반성을 하긴 했지만, 그래봤자 여자에겐 남자 수발 들며 사는 삶 밖에는 없는데 그걸 왜 또 자처하는지 아무리 드라마지만 스트레스 만땅!! 사람이 착한 것도 정도껏 착해야 한다는 생각이 몹시 들었다.

감상 포인트(?)

* 진짜 자연이 살아있는 산골 풍경. 조미료 일체 없는 담백한 한식을 먹는 느낌. 
* 정윤희 배우 예쁘다! 정말 예쁘다! 진짜 예쁘다! 거지 꼴을 해도 예쁘다! 와😍
* 제발 자기 팔자 자기가 꼬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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