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받아쓰기 대회 예선 참가 후기 (2024년 9월 7일 개최)

망설이다 후기를 쓴다. 왜냐하면 이곳은 드라마와 영화 리뷰를 전담해서 올리는 블로그이기 때문이다. 뭐 그렇다고 분야가 다른 글을 올린 적이 없는 것 아니지만. 아무튼 기억이 또렷할 때 기록을 남기기로 한다.




전 국민 받아쓰기 대회
를 알게 된 것은 매일 드나드는 커뮤니티를 통해서였다.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국민이면 누구나 나갈 수 있었다. 어렸을 적 초등학교 국어시간에 보았던 받아쓰기 시험을 떠올리며 바로 신청했다. 서울 지역 예심 장소는 '국립국어원'. 강서구 방화동에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말로만 듣던 곳을 직접 가 보게 되어 한편으로는 설레기도 했는데 이럴 수가.

서울 지역 예선 장소가 추가된 것이다. 내가 배정 받은 곳은 국립국어원에서 조금 떨어진 한서고등학교. 솔직히 실망을 했으나,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추첨으로 뽑았다는 공식홈의 공지를 보고 배부른 투정을 그만두었다. [아무래도 초반에 신청해서 추첨까지 가지 않은 건가? 아니면 추첨으로 뽑힌 건가? 아리송....]



시험 당일 예선 장소까지 가는 동안 문법 교재를 들여다 보았다. 어느 입시 학원에서 무료로 배포한 것인데 몇 년 간 책장에서 잠만 자고 있었다. 대회 공식 홈페이지를 아무리 살펴 보아도 받아쓰기 문제에 대한 안내는 전혀 없었다. 그래서 가장 자신 없는 띄어쓰기 규정을 공부했다.



혹시라도 늦을까 봐 서두른 탓에 너무 일찍 한서고에 도착했다. 예선 장소는 4층 강당. 자리는 지정되어 있었다. 오후 1시부터 참가자 접수, 1시 30분부터는 입실 완료 및 이동 금지. 주의 사항을 반복해서 듣고 연습지와 답안지를 받으니 1시 50분쯤. '문제가 열 개 밖에 안 나오면 너무 적은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2시 정각에 시험이 시작되고, 1번 문제가 스피커에서 흘러 나왔다. 천천히 두 번, 보통 속도로 한 번, 총 세 번 읽어주는 문제를 듣고 나니 조금 전의 나를 한 대 때리고 싶어졌다. 문장이 어찌나 긴지 괴발개발로 받아쓰기도 너무나 바쁜 것이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음 문제가 이어졌고 또 손가락이 부서져라 받아써야 했다. 이런 것을 열 문제'씩이나' 낸단 말인가?! 연습지에 가까스로 열 문제 다 받아 적긴 했는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15분 동안 원고지로 된 답안지에 답을 옮겨 적어야 했는데, 그렇게 터무니없이 시간이 모자랄 줄이야! 한 문제의 답을 잘못 써서 수정테이프로 칸칸이 지웠는데 이게 시간을 많이 잡아 먹었다(원고지 칸을 무시하고 일직선으로 지워버리면 감점). 답안지를 절반쯤 채웠을 때 남은 시간이 5분!!! 그 뒤론 띄어쓰기고 나발이고 살필 틈도 없이 옮겨 적기에 바빴다. 글씨는 괴발개발, 몇 문제는 옮겨 적지도 못하고 볼펜을 놓아야 했다.

😱😱 출제하신 분들 너무 하십니다 진짜... 😭😭


시험이 끝나자마자 장내에 탄식이 흘렀다. 답안지 작성 시간 15분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감독관 중 한 분이 변별력을 주려고 시간을 짧게 잡았다고 했다. 아니, 그럼 문제를 덜 까다롭고 적당한 길이로 주시든지요~ 아무리 그래도 현실적인 시간을 주셔야죠~ 답을 답안지에 다 옮겨 적는다 해도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다 맞는 것도 아닌데요~

삼십여 분 만에 시험이 끝나고 시험 장소에서 나왔는데 정말 허무했다. 다 옮겨 적기나 했으면 그나마 좀 나았을 텐데. 본선은 꿈도 꾸지 않는다. 앞으로 이 대회를 쭉 이어나갈 계획이라면, 이번 시험에서 발견된 문제점들 잘 보완해서 열어주시기 바랍니다.

* 그렇게 신청자가 많았다는데 군데군데 빈 자리가 보여서 씁쓸했다. 물론 그중에는 응급 상황이 생겨서 못 온 분도 있겠지만 그 자리들 주인이 전부 그런 것은 아닐 테니. 이유 없이 불참할 경우 다음부터 참가 자격을 제한하든지 뭔가 불이익이 있어야겠다.

* 나이 제한이 없는 건 좋은데 어린이나 연세 많은 노인이 과연 이 시험을 볼 수 있을까? 특히 어린이는 문제 수준을 낮추고 따로 보든지 해야겠다. (어리다고 무시하는 게 아님)

* 틀리게 썼을 경우 수정 테이프로 지우고 그 위에 쓰느니 볼펜으로 그어버리고 새로운 줄에 다시 쓰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답안지를 작성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세부 규정이 필요해 보인다.

* 무엇보다 답안지 작성 시간을 늘려야 함!!!

* 맞춤법과 띄어쓰기 공부는 평소에 해야겠다. 벼락치기로는 어림 없는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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