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우연히 만난 두 사람.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낯설지가 않다. 서로를 운명이라 여기며 결혼을 약속하지만 이내 먹구름이 낀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의 부모는 철천지 원수나 다름없는 사이였던 것.
MBC 베스트극장 '지난 겨울 우리는' 감우성 도지원. 웨이브 캡처 |
MBC 베스트극장 제79회 '지난 겨울 우리는'
: 1993. 2. 19 방영. 이덕자 원작. 김사현 연출. 박순영 극본. 도지원, 감우성, 박성미, 권성덕, 정영숙, 한상미, 강이은, 차광수, 김정현 출연.
=====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
기억도 나지 않는 아주 아주 어린 시절에 남자가 저지른 죄. 고의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한번 지은 죄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서로의 기억 속에도 없는 일이기에 무시해보려 했지만,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두 사람은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하필 그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한 운명의 가혹함이란.
이 화가 유독 기억에 남았던 건 바로 백허그(back hug) 장면 때문이다. 물건을 돌려주러 온 여자가 자리를 뜨려 하자 뒤에서 붙잡듯 확 껴안는 남자. 두 사람이 어쩔 수 없이 이별한 상태에서 서로 감정을 누르고 있다가 터지는 장면이라 느낌이 아주 강렬했다. 덕분에 백허그에 대한 환상까지 생겼었는데.... 근 30년 만에 다시 봐도 멋지다.
MBC 베스트극장 '지난 겨울 우리는' 도지원 감우성. 웨이브 캡처 |
캡처를 하다 보니 연출자가 장면 장면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이다. 별 장면이 아니었는데도 멈춰놓고 보면 스틸 사진처럼 근사하다. 다른 백허그 장면도 있는데 그림이 예쁘다(역시 백허그에 대한 환상을 심어줄만 했다). 원래는 죽음으로 완성되는 사랑을 그리려 했던 게 아닐까 싶은데.... 두 사람이 바다에서 벌인 일은 실제인지 상상인지 알 수가 없다.
이 화는 백허그 얘기만 할까 했으나, 다시보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안 보고 넘어가기가 힘들다. 실로 오랜만에 다시 보고 나니 눈에 거슬리는 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잊고 있었던 추억을 되찾은 기분이 크다. 아울러 백허그에 대한 환상은 계속된다. 쭈욱~
* 여주인공의 오빠로 김정현이 나오는데 드라마 타이틀에는 이름이 없다. 단역이라 하기엔 대사도 몇 마디 있건만. MTM에서 보조 출연자로 나온 건가? MBC '아들과 딸'에서도 김정현 비슷하게 생긴 단역을 보았으나 사실 확인은 못 해보았다.
MBC 베스트극장 '지난 겨울 우리는' 김정현. 웨이브 캡처 |
* 도지원은 SBS '토지'에서 홍씨 부인으로 나왔다. 연기를 못한 건 아니지만 이미지가 너무너무 안 어울렸다. 남편 조준구와 더불어 뼛속까지 악랄한 인물인데 아무리 봐도 그렇게 안 보이니.
* 최진실 최수종 주연의 MBC '질투'가 대박 나고 그 비슷한 느낌으로 만들어진 드라마가 '매혹'인데, 당시 신인급인 감우성이 최진실의 상대 역을 맡아 화제가 됐었다. 2회였나 감우성이 최진실에게 수위 높은 대사를 던지고 끝이 나서 충격 받았었는데 그게 뭐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자고 갈래?' 였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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