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김에 학생에게 키스한 대학 강사. 술이 깨니 정신이 번쩍 든다.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는 학생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데.......
MBC 베스트극장 토끼의 아리아. 출처 공식홈 |
MBC 베스트극장 제635화 토끼의 아리아
: 2006.04.22 방영. 곽재식 원작. 진헌수 극본. 손형석 연출. 김승욱, 박그리나, 김하균, 김미연, 이정현, 유형관, 장미화 등 출연.
이 화의 원작은 곽재식의 단편소설 [판소리 수궁가 중에서, 토끼의 아리아 "맥주의 마음"]. 곽재식은 카이스트 박사이자 기발한 소설을 쓰는 것으로 유명한 작가이다. MBC 심야괴담회를 비롯해서 방송 패널로도 많이 나왔다. 더욱이 본업도 따로 있으면서 줄기차게 작품을 발표하는 그 필력이 놀랍고 부러울 뿐이다.
원작 소설은 읽지 않았고 이 화만 보고 리뷰를 쓰는 건데, MBC 공식홈에 밝혀놓은 기획 의도를 읽어보니 솔직히 황당하다. 극에서는 성추행범으로 학교에 소문나서 밥줄 끊길까봐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지어내 상황을 모면하는 못난이 밖에는 없던데. 간을 노리는 자라한테 속아 용궁에 갔다가 꾀를 발휘해 살아 돌아온 토끼 마냥, 주변 사물들로 그럴듯한 얘기를 지어내 경찰을 속이는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의 주인공 마냥 그리려 한 것은 알겠으나 이야기를 지어내는 의도가 워낙 지질하다 보니 그 기발함이 묻혀 버린다.
게다가 순순히 속아 넘어가는 여학생이 너무 바보 같이 그려져 더 반감이 드는 것도 있다. 미래의 교수 부인 운운하며 밀어붙이라는 동네 언니 말대로 짐까지 싸들고 동거할 각오로 오다니 이뭐병. 방영 당시에 봤으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2020년대에 본 이 화는........ 한숨만 나온다.
* 곽재식이 어떤 작품을 쓰는지 알고 싶다면 그의 단편소설 중 '초공간 도약 항법의 개발'부터 읽어보시기 바란다("지상 최대의 내기"라는 단편집에 실려있음). 갑질을 이렇게 실감 나게, 독특하게, 기발하게 보여주는 작품이 또 있을까? 이 작품 읽고 그가 정말 천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광고 스팸 빼고 부담 없이 댓글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