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22

머독 가문의 살인 : 미남부 스캔들 - 넷플릭스 범죄 다큐 추천

스포일러 주의. Spoiler!

머독 가문의 앨릭스 머독
출처 TMDB 

머독 가문의 살인 : 미남부 스캔들

: 넷플릭스 리미티드 시리즈. 2023년 공개. 실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대대로 로펌을 운영하며 미국의 한 지역을 장악한 머독 가문. 겉으로 보기엔 부와 명예를 모두 갖춘 명문 집안이지만, 한 사고를 계기로 추악한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2019년 10월, 십대 남녀 여러 명이 탄 보트가 충돌 사고를 일으켜 한 명이 실종된다. 당시 보트에는 폴 머독과 모건, 맬러리와 앤서니, 마일리와 코너 이렇게 세 커플(총 6명)이 타고 있었다. 보트는 폴 머독의 것으로 사고 당시 그는 술에 잔뜩 취해 있었다. 그럼에도 보트의 주인은 자신이라며 아득바득 조종간을 잡은 것이다.
  

폴 머독이 속한 '머독 가문'은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햄프턴 지역에서 "법" 그 자체로 통했다. 보트 사고 직후 폴의 가족들이 번개처럼 출동하고 폴은 이렇다 할 조사도 받지 않는다. 사고 역시 폴이 아닌 코너가 낸 것처럼 몰아간다. 경찰은 갑자기 무능해지고 제 할 일을 하지 않는다. 머독 가문은 그렇게 집안 사람이 사고를 칠 때마다 힘과 인맥을 동원하여 덮어버리는 게 일상이었다. 

보트에서 튕겨져 나간 맬러리는 사고 지점보다 한참 먼 곳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맬러리를 추모하는 이들은 그녀가 천사 같은 사람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결과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도 벌을 제대로 받지 않은 폴은 그로부터 2년 뒤 그의 엄마 매기와 함께 살해된다. 이 사건의 용의자로 맬러리의 가족과 친구들이 가장 먼저 의심을 받는다. 

하지만 곧 (폴의 아빠이자 매기의 남편인) 앨릭스 머독에게 의심이 쏠린다. 아울러 과거에 죽은 두 사람이 조명을 받는다. 한 명은 머독의 집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글로리아로 어느 날 출근했다가 계단에서 넘어져 사망했다. 알고 보니 그녀가 죽기 한달 전 앨릭스는 부동산에 관련된 보험에 가입했고 그녀의 사망으로 엄청난 액수의 보험금을 받았다. (그녀의 가족에게는 배상금은커녕 보험금도 전혀 주지 않았음)
     

또 한 명은 앨릭스의 큰아들 버틀러의 학교 친구인 스티븐으로, 버틀러와 동성 애인 관계라는 소문이 있었다. 햄프턴은 게이를 멸시하는 분위기였고 머독 집안에서도 동성애를 용납하지 않았을 거라는 추측이다. 경찰은 뺑소니 사망으로 결론 내렸지만 스티븐의 몸에는 그런 정황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앨릭스가 로펌에서 거액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고, 급기야 길에서 총을 맞는다. 2021년 9월, 아들과 부인의 살해 사건 3개월 뒤였다. 여기서 에디라는 전과자가 등장하는데, 앨릭스가 그에게 지속적으로 돈을 보낸 정황이 있다(범죄 파트너). 앨릭스는 그에게 총을 쏘아 달라 부탁했다고 진술한다. 하지만 에디는 자신이 총을 쏘지 않았으며 도리어 그가 판 함정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어느 기자가 정보원으로부터 받은 제보에 의하면, 앨릭스가 에디를 현장에 불러 죽이고는 '에디가 자신을 죽이려 했으며 부인과 아들을 죽인 진범'이라고 주장하려 했다는 것이다. 


글로리아의 보험금 횡령 혐의로 구속된 앨릭스는 강력한 법의학적 증거가 나오면서 아들과 부인의 살해 혐의로 기소되었다(2022년 7월 14일). 최신 뉴스를 찾아보니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두 번 연속으로 선고 받았고 이에 항소할 것이라고 한다. 글로리아에 이어 스티븐에 대한 조사도 다시 시작되어 그의 시신을 발굴해 부검을 했다고 한다(23년 4월 3일 CNN 뉴스). 맬러리 가족이 낸 소송에 대한 재판은 시작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머독 가문에 꼭 책임을 묻게 되길 바란다.   

제목에 추천이라고 써 놓았으나 이 다큐를 보고 나면 사이코패스 같은 인간 본성에 치가 떨리고 회의가 들 수 있다. 돈이 많으면 뭐하고 명예가 드높으면 무엇 하리.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들을 반드시 막아야 하는 이유는 하나다. 그들을 그냥 놔두면 애먼 사람들, 특히 착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대가를 치른다. 맬러리, 글로리아, 스티븐이 그런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