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11

물레방아 - KBS TV문학관 (하미혜 김기섭)


주막에 한 남자가 들어온다. 주인아주머니(여운계)에게 오래전 물레방앗간에서 있었던 일을 아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시작되는 회상.


두 남녀가 입을 맞추려 하고 있다
KBS TV문학관 물레방아. 웨이브 캡쳐


UHD로 만나는 TV문학관 열 번째 작품 '물레방아'


: 제94화. 1983.08.06 방영. 2023.05.15 재방영.
나도향 원작. 백결 극본. 김충길 연출. 김기섭, 하미혜, 박병호, 이신재, 여운계, 백수련, 하대경, 유병준, 신수강, 홍영자, 김시원, 김윤형, 기정수, 박현정, 송종원, 서영진, 이종남, 박종완 출연.


== 줄거리 나옵니다. 스포 주의하세요 ==


여기저기 떠돌며 사는 방원(김기섭)은 새로운 마을에 들어선다. 계곡에서 세수를 하다가 둥둥 떠다니는 버선 한 짝을 발견한다. 그리고 마을 잔치에서 버선을 한쪽만 신은 여자(하미혜)를 보게 된다. 빼어난 외모와 색기로 시선을 사로잡는 여자. 방원은 무언가에 홀린 듯 여자를 뒤따라간다. 물레방앗간에서 마주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욕망을 숨기지 않고 하룻밤을 보낸다. 날이 밝고 방원이 정신을 차렸을 땐 곁에 아무도 없었다. 떠나려던 생각을 접은 그는 강첨지네(이신재) 머슴으로 일하면서 여자를 다시 만나기를 소망한다.
 
어느 날 방원은 길에서 관을 따라가는 사람을 보게 되는데 다름 아닌 그 여자, 금분이었다. 남편의 장례를 치루는 중이었던 금분은 방원에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말한다. 강첨지는 하인 길보(하대경)에게 당장 빚을 받아오라고 시키는데 방원이 따라가 보니 바로 금분의 집이었다. 금분이 빚 갚을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을 뻔히 아는 강첨지가 그녀를 후처로 삼으려고 머리를 굴린 것이다. 이에 방원은 자신을 다른 부잣집에 팔아서 금분의 빚을 대신 갚아준다.
 

 
부부가 된 두 사람은 신주사(박병호) 집에 들어가서 하인으로 산다. 신주사는 금분을 보고는 한눈에 반해버린다. 옹기 가마를 운영하는 그는 방원을 가마에서 지내게 하고는 금분을 돈으로 유혹한다. 오랜만에 집에 온 방원은 금분에게서 이상함을 느끼고 무당을 찾아가 비방을 얻는다. 비방에는 다른 여자 속옷이 필요했는데, 이를 훔치다 들키는 바람에 신주사 집에서 완전히 쫓겨나 버렸다. 그렇게 동네를 떠돌고 있을 때 어딘가 바쁘게 가는 금분을 목격하고 따라 나선다. 
 
문이 잠겨진 물레방앗간 안에는 금분과 신주사가 있었다. 방원은 신주사의 옆에 낫을 내리찍는다. 식겁한 신주사는 서둘러 자리를 뜨고, 방원은 금분에게 다른 곳에 가서 살자고 애원한다. 하지만 금분은 구차하고 천한 것이 싫다며 거부한다. 분노에 사로잡힌 방원은 금분을 몰아세우고 실랑이를 벌인다. 이내 금분이 바닥에 쓰러지고.......
 
물레방앗간을 다시 찾아온 남자는 하염없이 떨어지는 물을 보며 눈물을 짓는다.
 

 
나도향의 소설 '물레방아'. 필독서였지만 안 읽었다. 읽지 않은 게 자랑은 아니지만 꼭 읽으라고 하면 왠지 더 피하고 싶은 것이.... 나만 그랬을까? 그래서 이런 영상물 보는 것으로 독서를 대신하곤 했는데, 이 '물레방아' 역시 TV문학관을 보고 소설 읽은 척을 해서는 안 된다. 소설 에서는 방원이 칼로 금분을 죽이고 목숨을 끊는다고 한다. 극에서는 방원이 금분의 목을 조른다. (곧 기둥 같은 것에 가려지기 때문에 화면에는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금분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리송하면 극 초반에 나온, 남자와 주막 주인의 대화를 되새겨보면 된다. "신주사네 하인이 바람난 저 여편네를 죽였는데 그래도 그 사내는 그 계집을 못 잊어서 울면서 울면서 주재소 순검한테 끌려갔는데 도대체 사내와 계집의 사이란 건 알다가도 모르겠습디다" 
 
한순간 본능에 이끌려 자기 인생 전부를 걸어버리기도 하는 것이 인간이다. 어리석음이랄까 용감함이랄까 무모함이랄까 그 종잡을 수 없고 복잡한 존재라는 점이 인간을 예측불허의 삶으로 이끈다. 그래서 인생은 희극보다는 비극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한복 차림의 여자가 웃고 있다
KBS TV문학관 물레방아. 금분 역의 하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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