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13

벙어리 삼룡이 - KBS TV문학관 (김영철 선우은숙 강태기)


아무 곳에나 버려져 있던 아기를 한 스님(박용식)이 발견한다. 절에는 마침 자식을 얻으려고 불공을 드리던 양반집 마님(서우림)이 있었다. 스님은 마님에게 이 아기를 데려다 키우면 자식이 생길 것이라고 단언한다.

삼룡이가 등에 업은 아씨를 보며 활짝 웃고 있다
KBS TV문학관 벙어리 삼룡이. 유튜브 캡처

UHD로 만나는 TV문학관 '벙어리 삼룡이' 


: 제95화. 1983.08.13 방영. 2023.05.22 재방영. 나도향 원작. 윤대성 극본. 맹만재 연출. 
김영철, 강태기, 선우은숙, 양영준, 서우림, 권미혜, 권기선, 봉혜선, 곽정희, 박용식, 이원종, 유순철, 오기환, 김창봉, 박상만, 신원균, 전광렬, 정재순, 이난희, 김소유, 김효진, 최용팔, 심동훈, 최용호, 이만주 출연.


세월이 흐르고 아기는 오생원(양영준) 집 하인 삼룡이로 자라났다. 스님 말대로 마님은 아들(강태기)을 얻었는데, 오냐오냐 키운 탓에 장난으로 동물을 죽이고 농작물을 망치는 개망나니가 되었다. 삼룡이 덕분에 태어나게 되었다는 말을 가장 싫어하는 3대 독자는 아버지한테 혼나거나 기분이 나쁠 때면 삼룡이를 때리는 것으로 그 화를 푼다. 한마디로 강약약강. 바보처럼 착하기만 한 삼룡이는 이유도 모른 채 늘 얻어맞는다.


오생원은 사실 공명첩으로 양반 신분을 산 처지였다. 가난하지만 진짜 양반인 집에 땅과 재산을 주고 그 집 딸(선우은숙)을 며느리로 데려온다. 하지만 3대 독자는 주막집 딸 안실(권기선)과 이미 뜨거운 사이였다. 혼인 첫날밤부터 잔뜩 취한 것도 모자라 처가에 인사하러 가는 것도 때려치우고 안실과 놀아난다.

아씨를 처음 본 순간부터 호감을 가진 삼룡이는 혼자 신행 가는 아씨를 극진히 모신다. 그 뒤로도 아씨가 힘들어할 때면 바보 흉내를 내며 웃게 만든다. 그런 삼룡이가 고마웠던 아씨는 복주머니를 만들어 선물로 준다. 너무 기뻤던 삼룡이는 여기저기 자랑을 하고 다니는데, 이것이 마치 아씨가 그에게 준 정표처럼 소문이 난다. 삼룡이가 애지중지하는 복주머니를 본 3대 독자는 아씨를 심하게 구타한다. 보다 못한 삼룡이가 3대 독자를 밀쳐내고 아씨를 구해낸다. 개망나니의 매타작은 삼룡이의 몫이 되고 안채 출입도 금지당한다.

삼룡이가 아씨에게서 복주머니를 선물 받았다
KBS TV문학관 '벙어리 삼룡이'. 김영철/선우은숙

이 와중에 안실은 오생원 집에 쳐들어와 3대 독자의 아이를 가졌다며 소란을 피운다. 3대 독자는 안실이와 살겠다고 선포한다. 마님은 이 모든 탓을 며느리에게 돌린다. 그것도 모자라 벙어리에게 연정을 품을 줄 몰랐다며 친정으로 돌려보내겠다고 겁박한다. 절망에 빠진 아씨는 남편에게 또 구타를 당한다. 아씨가 걱정된 삼룡이는 안채로 몰래 들어갔다가 천장에 매달려 있는 아씨를 보게 된다.


삼룡이가 아씨를 겨우 구했건만 인사는커녕 보쌈으로 오해를 받아 죽기 직전까지 얻어맞고 오생원 집에서 쫓겨난다. 동네를 떠돌다 아무 곳에서나 졸고 있는데 불이 났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삼룡이가 달려갔을 땐 이미 안채가 불타고 있었다. 방 안에 들어가니 3대 독자가 살려달라며 달려든다. 처음엔 밀쳐냈지만 삼룡이는 이내 그를 구해준다. 그리고 다른 방에 쓰러져 있는 아씨를 발견해 끌어안고는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소리를 토하며 절규한다.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지붕 위에서 모습을 드러낸 삼룡이. 아씨를 안은 채 포효하던 그는 기와 위에 주저앉는다. (두 사람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각자의 상상에........)

불길 속에서 삼룡이가 아씨를 안은 채 울부짖고 있다
KBS TV문학관 '벙어리 삼룡이'. 유튜브 캡처

몇십 년 만에 다시 본 벙어리 삼룡이는 고구마 천 개 아니 만 개 아니 천만 개를 먹은 듯 속이 미어지다 못해 터질 것 같은 내용이었다! 백치 아다다와 맞먹는 수준의 핵핵핵고구마!

장애를 가진 천애고아 머슴과 돈에 팔려 시집와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아씨. 동병상련으로 서로를 챙겨주던 두 사람을 부도덕한 사이로 낙인 찍은 건 정작 가족 같은 사람들이었다. 삼룡이가 언어장애를 가졌어도 오생원 부부가 그를 친자식처럼 키웠다면? 3대 독자를 애초에 안실과 맺어주었더라면? 그 누구도 삼룡이와 아씨 사이를 모함하지 않았다면?
그놈의 체면과 지위, 남의 눈에 사로잡혀 정작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진 않았는지 되돌아보라고 벙어리 삼룡이가 말하는 듯하다.
 


* 원작에서는 삼룡이가 아씨를 구해내고 바로 숨을 거둔다고 한다. 너무 비극적이잖아~

* 마지막에 오생원 집에 왜 갑자기 불이 났을까 의문이 드는데, 티브이문학관에서는 안실이 답답하다며 주막을 뛰쳐나가는 장면이 화재 직전에 나온다. 그래서 혹시 안실이 불을 지른 게 아닐까 추측해 보게 된다. 그나저나 이 화재 장면을 어떻게 찍은 것일까? 아무리 봐도 기와집에 정말 불을 지르고 찍은 것 같은데. 김영철 배우의 연기에 감탄했다.

* 미소년 같은 고 강태기 배우의 외모에 심쿵했으나 실감 넘치는 호로자슥 연기에.......🙄

* 출연진 중 전광렬이 있는데 그 전광렬 배우인지 모르겠다.

* 김진규 배우가 삼룡이로 나온 영화를 아주 어렸을 때 보았는데 연기가 대단했다는 것과 몹시 슬펐던 것만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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