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03

창 밖에는 태양이 빛났다 - MBC 월화 미니시리즈 (권인하 이미연 송승환)


이 드라마가 유독 기억에 남는 건 장면 장면이 아주 감각적이었기 때문이다. 주연 세 사람이 지내는 2층 집은 세트가 아닌 실제 집 같았다. 깊이 있는 화면과 현실감이 눈을 사로잡았다. '황인뢰'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싶게 만든 드라마였다고 할까.

이미연과 권인하가 등을 맞대고 서있다
 이미연과 권인하. 출처 나무위키

창 밖에는 태양이 빛났다 (MBC)


: 1992.09.21~11.03 방영. 14부작. 황인뢰 연출. 박정화 극본. 권인하, 이미연, 송승환, 김현주, 문성근, 윤예희, 정한용, 서갑숙, 한영숙, 정혜승, 박병훈 출연.



가수 권인하가 연기를 하는 것도 너무 신기했다. 지금이야 아이돌 가수들이 연기를 함께 하는 게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지만 저 때만 해도 겸업하는 연예인이 많지 않았다. 더구나 이 분은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가수가 아니었던가. 더 놀라웠던 건 연기를 꽤 잘하셨다. 전혀 생각지 못한 사람이 전혀 생각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재미가 컸었다.

첫 회부터 본 것 같지는 않고 이미연을 보려고 이 드라마를 봤을 것이다. 하지만 KBS 청소년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에서와는 너무나 다른 이미지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다. 시력을 잃은 남자와 함께 살면서 그 집에 애인을 끌어들여 이중 생활을 하는 역할이라니. 애인 역의 송승환과 이미연이 침대에서 뜨거운 일을 벌이다 권인하가 나타나자 서둘러 자리를 뜨는 장면이 있는데, 웃음을 참아가며 도망가는 두 인간이 어찌나 얄밉고 재수 없던지 잊히지가 않는다. 배우의 변신은 무죄라지만 전작에서 정말 착하고 순했던 이미연의 이미지는 산산이 부서져 버리고.....😭

결말이 충격적이었던 것 같은데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게 맞는지 확신이 없다. 마지막회 만이라도 다시 보고 싶지만 MBC 홈에도 정보가 전혀 없다.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세욧!)



* 원작은 롤리타로 유명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어둠 속의 웃음소리'.

* 송병준이 맡았던 음악이 아주 좋았다. 연기도 괜찮게 했던 그는 훗날 드라마 제작자가 된다.(그가 '꽃보다 남자'의 수익으로 만든 '탐나는도다'는 MBC가 편성만 잘했어도 대박 아니 중박이라도 났을 것이다. 2022년에도 시청률 30% 넘게 나오는 KBS 주말 가족극 드라마 시간대에 이걸 던져 놓다니 말이 되냐고~ 미니시리즈 시간대에만 방영했어도 시청률 최소 10%는 나왔을 거라 장담한다)

* 황인뢰 감독은 가수를 배우로 곧잘 썼다. '고개 숙인 남자'에서 눈에 띄는 신인이 있길래 찾아보니 그룹 H2O의 멤버 박현준이었다. 베스트극장 '고독의 기원'에서는 H2O의 김준원이 나쁜 남자로 나왔다. '궁'에서 베이비복스 출신 윤은혜가 채경이 역할을 그렇게 잘 해낼 줄 누가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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