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막극의 주 무대는 3층 정도의 저택. 거실이 엄청 넓었으며, 배우 이기선이 나왔다. 누군가 저택에서 추락하는 장면이 있었고, 제목 표기가 '◯◯의 花'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배우 이기선 |
MBC 베스트셀러극장 제96회 "인간의 꽃"
: 1985년 12월 8일 방영. 박완서 원작. 박철수 연출. 이기선, 박영규, 임미미, 박병훈 출연.
베스트셀러극장 목록을 찾아보니 눈길이 가는 제목이 있었다. 출연진에 이기선이 포함되어 있으니 내가 찾는 화가 맞는 듯했다. 영상은 없어서 원작 소설을 찾아보았다. 원제가 '욕망의 응달'. 품절 내지 절판 상태라 중고책을 사서 보았다. 처음 발간된 것이 1979년. 읽는 동안 이 소설이 정말 40여 년 전에 쓰인 게 맞는지 감탄하면서 보았다. 인간 내면을 눈으로 직접 보는 것마냥 날카로운 심리 묘사가 끝내주는 작품이었다. (역시 박완서 대작가님)
- 줄거리가 나옵니다. 스포일러 주의해주세요 -
민우와 가장 친하면서도 친하다고 할 수 없는 누나 영우가 저택 비상구 아래쪽에서 떨어져 죽은 채로 발견된다. 전날 밤 잠을 못 자고 있던 자명은 희한한 장면을 목격했다고 밝히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자명이 본 대로라면 가장 의심스러운 사람은 소희이다. 자명의 말을 믿지 않았던 민우도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 생각이 바뀐다.
영우의 장례가 치뤄지고, 서자 중에 첫째인 태우는 저택을 나섰다가 죽임을 당할 뻔한다. 그는 처음부터 소희를 믿지 않고 늘 각을 세웠다. 자명의 얘기를 듣고 영우의 죽음이 사고가 아닌 타살이라고 확신하던 중이었다. 자신을 죽이려 했던 인간을 잡고 보니 저택의 정원사였다. 아울러 소희에 대해 뒷조사한 내용까지 전해 들으니 모든 퍼즐이 맞춰진다. 소희는 태우의 아버지가 망하게 한 집안의 딸이었던 것. 정원사는 소희의 친척으로 그녀의 복수를 도와주기 위해 함께 했던 것이었다.
한편 민우는 자명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한 것과 그 이유를 낱낱이 밝히고 용서를 구한다. 시작이야 어찌 됐건 정말 사랑하게 된 두 사람은 함께 하기로 한다. 모든 전말이 들통날 위기에 처하자 소희는 3층에 불을 지른다. 한데 자명이 불길 속에 뛰어들자 소희도 뛰어든다. 자명이 끌고 나온 시아버지는 알고 보니 이미 죽은 지 한참 된 상태였다. 소희는 잿더미 속에서 발견되고, 민우는 살아남은 자명에게서 인간미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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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자명을 이기선님으로 상상하며 소설을 읽었다. 자명과 이미지가 정말 잘 어울린다고 혼자 감탄 아닌 감탄을 했었는데 딱 하나 나오는 인간의 꽃 리뷰를 보니 악역이었다고?? 그럼 소희 역을 하셨던 것인가?! 생각해보니 가슴에 칼을 품은 채 천사표 연기를 하는 역에도 잘 어울렸겠다 싶다. 남자 주인공은 생각도 안 나고 오로지 이기선님만 생각나니 어릴 적 내가 정말 왕팬이긴 했나 보다.
극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을씨년스럽고 미스터리하면서도 괴이한 느낌이었는데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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