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드라마였다. 주인공인 정신과 의사가 카메라를 향해 얘기한다. 환자가 나오고 상담을 한다. 환자의 얘기가 극으로 전개되다가 정신과 의사가 개입하면서 상담실로 돌아온다. 다시 환자의 얘기가 이어지고 의사가 질문을 던지고... 마지막에 해설.
사이코드라마 당신. 출처 춘하추동방송 블로그 |
사이코드라마 당신 (MBC)
: 1984.10.26 ~ 1986.04.25 방영. 이정길, 송옥숙, 한애경 등 출연.
매주 1회 방영 했을 것이다. 기억에 남는 환자(?)는 김수미 배우.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를 꼈던가 스카프를 둘렀던가 아니면 둘 다 걸친 모습으로 진료실에 등장한다. 자신의 얘기를 늘어놓는데 스스로에게 도취된 느낌이다. 정신과 의사 역의 이정길 배우가 좀 듣다가 김수미의 말을 잘라버린다(너무 가차 없어서 마치 내가 무안을 당한 것 같았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김수미가 말한 게 대부분 꾸며진 얘기였다. 부모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탓에 남의 관심을 끌기 위해 허언을 하게 된 것.
또 생각나는 에피소드에는 이기선 배우가 나온다. 상대 남자는 윤승원(KBS 토지에서 길상이 역) 배우였던 것 같은데 아닐 수도 있다. 둘이 소개팅을 하는데 남자가 계속 머리를 긁는다. 그 손으로 이기선의 손을 덥썩 잡는다. 그 느낌이 너무 불쾌했던 이기선은 손을 마구 닦는다. 그 뒤로 손을 수시로 닦는 강박증에 시달리게 된다. 소개팅에서 겪은 일은 트리거(Trigger)였고 어렸을 때부터 청결을 강조하다 못해 강요한 부모가 근본 원인이었던 것으로......
또 하나는 장면만 기억나는데, 아버지(정욱 배우였던 듯)가 허리에 차고 있던 혁대를 빼서 아들을 때리려 한다. 아버지가 1등만 강요하는 인간이라 시험을 조금 못 본 아들을 팼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모범생 아들이 홱 돌아서 무슨 짓을 저질러 때렸던 것 같기도 하고... 뭐였는지 모르겠다.
인간의 심리와 정신 건강을 직접적으로 다룬 드라마는 현재까지 통틀어 봐도 이 작품이 유일하지 않을까? 매회 아주 흥미진진하게 봤었는데 갑자기 끝난다고 해서 너무 아쉬웠었다. 서핑을 해보니 납량 특집도 했었다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아진 지금, 이 콘셉트로 드라마를 다시 만들어도 좋을 듯한데 드라마 제작하는 분들 생각은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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