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하면 헌신짝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그 비슷한 경우다. 여자(방은희)는 남자(김주승)에게 철저히 배신당하고 악만 남았다. 남자는 새로운 사람과 이미 가정을 꾸렸다. 여자는 남자의 옆집으로 이사를 가서 남자의 부인(옥소리)과 아주 친해진다. 그리고 자신을 배신한 남자의 얘기를 털어놓는다. 그 남자가 바로 자기 남편이라는 것을 꿈에도 모르는 부인은 남편에게 여자의 이야기를 하면서 기가 막혀한다.
왼쪽부터 방은희, 김지선, 옥소리. 출처 아역배우 김지선 카페 |
옛사랑의 그림자 (SBS)
: 1998. 2. 19 ~ 3. 19 방영. 김도우 극본. 김한영 연출. 방은희, 김주승, 옥소리 출연.
이런 얘기라면 여자가 모든 것을 폭로하고 남자의 가정을 깨뜨리는 것으로 복수하는 결말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드라마는 그쪽으로 가지 않는다. 여자가 남자를 박살 내려고 보니 그 부인이 너무 착한 것이다. 이런 개스키가 어디서 그런 천사를 만났는지 의문스럽지만 여하튼 설정이 그렇다. 복수를 하려고 하면 할수록 여자를 친자매처럼 잘 대해주는 부인이 암초가 된다. 여자는 남자한테 상처를 되돌려 주고 싶지만 그 부인에게는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양가감정에 시달린다. 결국 여자가 선택한 것은.......
사실 본 지 오래되어 그 부인이 진실을 알았는지 아닌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여자가 그 부인의 행복한 모습을 상상하며 죽음을 맞이하는(선택하는) 암시로 끝났기에 모든 것을 묻고 간 듯하다. 물 없이 밤고구마 천 개는 먹은 듯했던 결말. 복수를 완성하기엔 끝내 독하지 못했던 비련의 여자 역을 방은희 배우가 빙의라도 한 것처럼 기가 막히게 보여줬다. 너무나 바보 같았지만 결코 욕할 수 없는 여자. 그래서 잊을 수 없는 여자.
* SBS 홈페이지에도 인기 드라마 아닌 이상 정보가 없다. 떼잉~
* SBS 개국하고 얼마 안 되어 방영한 줄 알았더니 아니구나. sbs가 문을 연 것은 1991년 말인데, 난 왜 이렇게 기억하고 있을까??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라는 제목의 베스트셀러극장은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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