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아홉시만 되면 아네모네 찻집에 나타나는 어느 대학생. 그는 늘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을 틀어 달라 신청하고는 마담을 뚫어지게 바라보다 가버린다.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KBS TV문학관 아네모네 마담. 예고편 캡처 |
UHD로 만나는 TV문학관 "아네모네 마담"
: 제 205화. 1985.11.16 방영. 2023.07.16 재방영. 주요섭 원작, 박병우 극본. 이윤선 연출.
정영숙, 홍요섭, 김보미, 김진애, 김종결, 양재성, 김진태, 권성덕, 황범식, 반석진, 김기복, 이원발, 강양례, 홍순석, 유영희, 고아라 출연.
아네모네 다방을 운영하는 영숙(정영숙)은 매일 같은 시간에 나타나는 대학생(홍요섭)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는 영숙을 뜨거운 눈길로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건네지 않는다. 마담은 점점 그 이름 모를 대학생에게 마음이 기운다. 그가 고백해오기 만을 기다리며 상상의 나래를 마구 펼친다. 영업이 끝나고 텅 빈 다방에서 그가 늘 앉는 자리를 맴돌며 사랑을 고백하기도 한다.
옷에 신경을 쓰고 평소에 안 하던 귀걸이까지 하는 영숙을 보며 너도나도 한마디씩 한다. 영숙은 그에게 귀걸이로 멋을 낸 자신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대학생은 무슨 이유인지 갑자기 발길을 뚝 끊는다. 누구한테 물어볼 수도 없는 영숙은 그저 속이 탈 뿐이다.
그렇게 답답하고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그 대학생이 돌연 낮에 찾아온다. 영숙은 그를 위해 미완성 교향곡을 틀어준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큰소리를 내더니 전축에서 레코드 판을 꺼내 사정 없이 부숴버린다. 일행인 친구(김기복)가 그를 다급히 데리고 나간다.
그날 저녁, 대학생의 친구가 찾아와 자초지종을 말해준다. 사실을 알게 된 영숙은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짧지만 달콤했던 꿈에서 깨어난다.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자세히 쓰지 않았다. 이왕이면 드라마를 직접 보시길 바란다. 마담이 대학생을 예술가로 상상하는 장면이 유독 재미있다. 주 줄거리 외에 다방 단골 예술가들의 얘기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무용가(김진애), 시인(김진태), 화가(김종결), 소설가(양재성), 영화감독(권성덕), 배우...... 일제 강점기 시대의 인물이 실명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대사도 시적인 표현이 많다. 여러모로 추천!
아네모네의 꽃말이 여러가지인데 '괴로운 사랑', '이룰 수 없는 사랑'이 눈에 띈다. 영숙의 대사 중에 '우리 사이엔 건널 수 없는 깊고 넓은 바다가 있어요' 이 표현이 기억에 남는다.
KBS TV문학관 아네모네 마담. 마담 역의 정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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