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진 산골에 사는 만보(김진태)는 소를 팔러 장에 가다가 아랫마을 아저씨(박용식)를 만나게 된다. 소값을 제대로 받아 기분이 좋은 만보에게 아저씨가 용건을 꺼낸다. 형 부부가 죽어서 조카 넷을 떠맡게 되었는데 그중 순이(조민수)를 신부로 데려가라는 것이었다.
UHD로 만나는 TV문학관 "불"
: 제213화. 1986.01.18 방영. 2023.07.24 재방영. 현진건 원작. 이홍구 극본. 김재순 연출. 조민수, 김진태, 백수련, 민지환, 전원주, 박용식, 홍영자, 김동완, 박건식, 김상락, 김종구, 김영기, 이계영, 차철순, 최건호 출연.
고리채를 빌려준 황주사(김동완)가 순이를 탐내고 있다며, 만보가 갖고 있는 200원이라면 빚을 겨우 갚을 수도 있겠다고 한다. 노총각이었던 만보는 고민하다 순이를 데려가기로 한다. 철 모르는 10대 소녀 순이는 졸지에 만보와 혼인을 하고 그의 집에 가게 된다.
만보의 모친(백수련)은 소 판 돈으로 밭을 살 생각에 부풀어 있었다. 한데 아들이 그 돈으로 여자를 데려오자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대신 소 한 마리 몫을 해야 한다고 순이에게 바로 집안일을 시킨다. 밥이나 겨우 할 줄 알았던 순이는 동네 아주머니(홍영자)의 도움으로 시어머니가 시킨 일들을 해낸다.
낮에는 시어머니가 가만 두지 않고 밤에는 짐승 같은 만보가 가만 두지 않는다. 순이의 삶은 곧 지옥이 된다. 헛간이나 부엌에서 잠들어도 깨어나 보면 만보가 눈앞에 있다. 부부가 지내는 방은 순이에게 공포 그 자체가 된다.
한편 황주사는 장포수(민지환)에게 사람[만보]을 사냥해달라고 의뢰한다. 포수는 순이와 만보 주위를 맴돌며 기회를 엿본다. 하루는 순이가 만보의 새참을 챙겨주고 오는 길에 총소리에 놀라 넘어지면서 그릇들이 다 깨진다. 기분 나쁜 포수를 피해 급히 자리를 뜨던 순이는 신발을 한 짝 흘린다. 박살난 그릇 때문에 화가 잔뜩 난 시어머니는 포수가 신발을 던져 놓고 가자 순이가 그와 어울렸다고 오해하고는 모질게 회초리질을 한다. 순이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몰래 집을 나간다. 하지만 만보에게 금방 다시 잡혀 온다. 시어머니는 순이를 방에 가두고 며칠간 밥을 굶겼다가 살살 달랜다. 순이는 방에 얼른 들어오라고 재촉하는 만보를 보고 다시 집을 뛰쳐 나간다.
한편 황주사는 장포수(민지환)에게 사람[만보]을 사냥해달라고 의뢰한다. 포수는 순이와 만보 주위를 맴돌며 기회를 엿본다. 하루는 순이가 만보의 새참을 챙겨주고 오는 길에 총소리에 놀라 넘어지면서 그릇들이 다 깨진다. 기분 나쁜 포수를 피해 급히 자리를 뜨던 순이는 신발을 한 짝 흘린다. 박살난 그릇 때문에 화가 잔뜩 난 시어머니는 포수가 신발을 던져 놓고 가자 순이가 그와 어울렸다고 오해하고는 모질게 회초리질을 한다. 순이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몰래 집을 나간다. 하지만 만보에게 금방 다시 잡혀 온다. 시어머니는 순이를 방에 가두고 며칠간 밥을 굶겼다가 살살 달랜다. 순이는 방에 얼른 들어오라고 재촉하는 만보를 보고 다시 집을 뛰쳐 나간다.
굶주린 상태로 눈 덮인 산을 헤매고 다니니 순이의 꼴이 말이 아니다. 쓰러진 순이 앞에 포수가 나타나 먹을 것을 던져준다. 허겁지겁 배를 채우는 순이에게 포수는 더 잘 살 수 있는 곳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꼬드긴다. 하지만 순이가 말을 듣지 않자 강제로 끌고 간다. 그런 두 사람 앞에 만보가 나타나고, 포수는 그에게 총을 겨눈다. 두 남자가 대치하는 상황에서 순이가 포수의 다리를 물어 뜯는데, 순간 총이 발사되고 만보가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포수는 도망가고 순이는 죽어가는 만보를 보며 오열한다. 이러려고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이게 다 그 방 때문이라고. 순이의 얼굴 위로 활활 불타는 방이 겹쳐지면서 드라마는 끝이 난다. [*UHD 복원판에서는 화재 장면이 길게 나오고 순이와 만보의 대화가 추가되었다]
원작 소설과 드라마의 결말이 많이 다른 것 같아 다시 읽어보니, 각색을 해도 너무 심하게 해놓았다. 고리대금업자와 사냥꾼은 원작에 없다. 만보가 무자비하게 성욕을 풀어대는 '원수의 방'에 순이가 직접 불을 지르는 것이 이 소설의 핵심인데, 어찌 이 부분을 (가상 인물까지 등장시켜) 바꿔 놓았는지 안타깝다. 만보의 존재가 사라진 뒤에 그 방을 태워 없앤다? 물론 화풀이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원작의 캐릭터가 훼손되어 버렸다.
자신이 왜 그런 처지가 되었는지 근본적인, 근원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못하고 애먼 방을 탓하는 순이. 그 방이 없어져서 순이의 인생이 나아진다면 백번이고 천번이고 없어지길 바라겠지만, 그게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순이가 더욱 더 불쌍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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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 또한 초반부터 고구마를 통째로 삼킨 듯한 속터짐을 선사한다. 혹독함이 느껴지는 겨울 풍경과 앳된 조민수 배우의 연기를 보는 맛이 있지만, 망가진 결말 때문에 자신있게 추천은 못하겠다. 대신 표현이 아주 리얼한 현진건의 원작 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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