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14

꽃신 - KBS TV문학관 (강석우 이경진 이신재)


꽃신을 만드는 꽃신장이(갖바치)의 딸 분이와 소를 잡는 백정의 아들 상도. 이들은 이웃사촌으로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내왔다. 단, 아버지끼리는 사이가 좋지 못했는데 꽃신장이가 백정을 천하게 여긴 탓이다. 백정이란 직업이 역사적으로 워낙 천대를 받았던 터라 그가 그러는 게 유난하다고 할 순 없지만, 꽃신을 만들 때 소가죽을 사용하면서도 그러니 어불성설이라고 하겠다.

TV문학관 꽃신 - 이경진 / 강석우 (유튜브 캡처)

UHD로 만나는 TV문학관 여덟 번째 작품 "꽃신"


: 1983.05.28 방영. 2023.04.24 재방영. 김용익 원작. 김하림 극본. 이유황 연출. 강석우 이경진 이신재 김난영 문오장 정재순 하대경 홍영자 신수강 오중훈 박정웅 공경구 김일란 이제신 이현정 조재훈 박승규 최우백 안정훈(아역) 이희경 안대선 최마리아 출연.


세월이 흐르고, 장인정신으로 만드는 꽃신은 고무신과 서양 구두에 밀려난다. 혼인 때나 신을 수 있는 특별한 신발이라는 의미도 퇴색해버렸다. 하루에 한 켤레 팔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지만 꽃신장이(이신재)는 오로지 꽃신만 고집한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빚이 늘어가도 다른 기술을 배우려 하지 않는다. 급기야 홀아비 최부잣집으로 하나 뿐인 딸이 종 살이를 하러 가도 고집을 꺾지 않는다. (진짜 너무 하십니다~)


일편단심 분이만 바라보았던 상도는 분이네 집에 달려가 딸과의 혼인을 허락해달라고 한다. 분이의 모친(김난영)은 진심으로 좋아하지만 곧 불호령이 날아든다. "꽃신장이가 아무리 망했어도 고깃간 자식에게 딸을 줄성 싶으냐!" 한마디로 상놈의 자식에겐 내 딸을 줄 수 없다 버럭버럭. 꽃신장이를 아주 싫어했던 상도의 부친(문오장)조차 혼인을 허락하고 그 집 빚까지 갚아줄 생각이었는데, 자존심만 세우는 꽃신장이로 인해 모든 것이 어긋난다.

상도는 최부잣집으로 달려가 분이에게 함께 도망가자고 한다. 다음날 만나기로 약속하지만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은 최부잣집 일꾼들이었다. "분이는 곧 안방마님이 될 아가씨란 말여!" 몽둥이찜질을 당하고 분이를 포기한 상도는 폐인처럼 산다. 보다 못한 부모는 동네를 떠나 친척집에 가 있게 한다. 그 뒤 전쟁이 일어나고 시간이 흐른다. 상도는 꽃신장이를 찾아 나서고 사는 곳까지 알게 된다.


다시 찾아갔을 땐 분이의 모친이 꽃신을 팔고 있었다. 모친은 눈물을 쏟으며 그간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는다. 분이가 갑자기 집에 돌아왔는데, 최부자가 '빚을 다 갚았으니 돌아가라'고 했다는 것(상도와 도망가기로 약속한 날 강간을 당한 듯). 정신이 나간 분이는 원래 살던 동네의 강이 보고 싶다고 하더니 집을 나가버렸고 얼마 뒤 그 강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꽃신을 신은 채로. 그 강은 분이와 상도 두 사람의 어릴 적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곳이었다. 

햐.... 인간적으로 이야기가 너무 슬프다. 꽃신장이가 죽기 전에 후회하며 자기 잘못을 반성하긴 하지만 쌍욕이 나올 뿐. 사람이 자존심만 내세울 때 어떤 결과가 올 수 있는지 그 최대치의 비극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마지막에 상도가 예전에 살았던 집을 한참 둘러볼 때 혹시나 무슨 반전이 있는 건 아닐까 기대를 해보았으나....... 분이와 상도가 너무 불쌍해서 오래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

TV문학관 꽃신 - 상도로 나온 강석우

* 분이의 아역으로 나온 배우가 아무리 봐도 이종희 같아서 찾아보니 맞다. 1993년 제2회 한국 슈퍼모델 선발대회 1위.

* 1978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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