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5

그 얼굴 - MBC 베스트셀러극장 (박찬환 김청)


MBC 단막극 '베스트셀러극장'을 정말 좋아했었다. 매주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가 컸다. KBS 단막극 '드라마게임'도 열혈 애청자였다. 아니, 드라마라면 다 좋아했다. 초등학생이 보기엔 부적절하고 수위 높은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열심히 보았었다. 엄마가 못 보게 하지 않았으니 그랬겠지만. 같이 보다가 재미없다고 채널을 돌리거나 티브이를 끄게 한 적은 있다. 그때 속상했었던 게 아직도 생각이 난다.


kbs 드라마스페셜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박찬환
배우 박찬환. 출처 KBS 홈

MBC 베스트셀러극장 제251회 그 얼굴


: 1989. 5. 14 방영. 마츠모토 세이초 원작. 박찬환, 김청, 이종남, 차주옥 출연.


역시나 파편처럼 머릿속을 떠다니는 베스트셀러극장 장면들이 꽤 있는데 이 작품도 그렇다. 박찬환이 코피를 흘리던 모습만 남아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갑자기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장면이다. 자신이 몰래 저지른 살인이 떠오르면 코피가 난다. 언제 들킬지 모르는 두려움과 죄책감을 영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겠지만 어린아이의 눈에는 그 어김없이 떨어지는 코피가 꽤 공포스러웠나 보다. 코피만 선명하게 남은 것을 보면.



베스트셀러극장 정보를 찾아보다 위키백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상세하게 정리를 해놓았을 줄이야. 위키백과에서 박찬환으로 검색해보니 여섯 편이 나오는데 제목들이 다 생소하다. 그러다 어느 한 편의 원작 작가를 보고 유레카를 외칠 뻔했다. 마츠모토 세이초.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니까 혹시 이것이 내가 찾는?!

1989년 5월 14일에 방영된 [그 얼굴]. 원작 소설 제목은 '얼굴'.

줄거리를 찾아보니 사람을 죽이러 가는 길에 아는 사람과 마주쳐서 그 사람도 죽인다...고. 아무래도 이게 맞는 것 같다. 식당에서 틀어놓은 TV에서 살인 사건 뉴스가 나오자 주인공은 자신도 모르게 코피를 흘린다. 먹고 있던 국밥(혹은 설렁탕) 위로 뚝뚝. 솔직히 말해 비위가 상해서 더 기억에 남은 장면이다.

박찬환 배우는 스마트한 이미지에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을 가졌다. 웃을 땐 따뜻해 보이다가도 어딘지 모르게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이 매력적이라고 할까. 나쁜 놈 역할을 해도 필시 무슨 사연이 있을 듯한 느낌. 생각난 김에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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