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0

손오공 - MBC 베스트셀러극장 (한인수 김청 지윤성)

선양그룹의 실질적인 후계자 손오억 전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여직원들에게 추파를 던질 시간은 있다. 세상 다 가진 듯한 그에게 갑자기 이상한 일이 생긴다. 누가 한 발 앞서서 그의 일정을 해치우고 있는 것이다. 쫓아가 보니 놀랍게도 그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다. 급기야 가짜 손오억은 전무실과 집까지 차지하고, 사람들은 진짜 손오억을 알아보지 못한다.


MBC 베스트셀러극장 손오공. 한인수. 유튜브 캡쳐

MBC 베스트셀러극장 제56회 손오공


: 1985.01.20 방영. 이동하 원작. 김송원 연출. 황정한 극본. 한인수, 김청, 지윤성, 박상조, 전운, 문회원, 국정환, 허기호, 신충식, 홍순창, 김명희, 차윤회, 김순경, 정은숙, 이정미, 최영수, 최재호, 노정아 출연.


제목을 모르겠는 베스트셀러극장을 찾아 헤매다 보게 되었는데 이럴 수가! 그 옛날(?)에 도플갱어를 다룬 작품이 있었다니! 도플갱어(doppelganger)는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으로 둘이 만나면 하나는 죽는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얘기가 있다. 이를 소재로 하는 영화만 몇 편인지. 드라마나 소설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대개는 공포물. '나'는 분명 따로 있는데 나와 똑같은 존재가 나타나 내 모든 것을 차지한다면? 신기함 보다는 두려움과 공포가 앞설 듯 하다.

이 작품을 보고 나니 원작 소설이 몹시 읽고 싶어졌다. 진행이 매끄럽지 않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어서다. 예를 들면 진짜 손오억이 극 초반에 '미스 오'라는 말단 직원을 해고하는데, 나중에 그녀를 발견하고 기차를 따라 탔다가 투신하려는 그녀를 구한다. 진짜 손오억은 그녀가 누구인지 알고 있으니 이름까지 먼저 얘기한다. 사실 모르는 사람이 내 이름을 알고 있으면 당황스러울 것 같은데, 미스 오에게 그런 기색은커녕 그를 자기 고향집으로 데려간다.




그래야 이야기가 진행되니 그런 것이겠지만 과연 소설에서도 이런지 궁금하다. 또 진짜 손오억과 가짜 손오억이 한참 얘기를 나눈 뒤 진짜 손오억이 손오억이기를 포기하는 장면도 원작에서는 어떻게 그려져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내용이라 각색하는 데에 아주 힘들었을 듯 하다. 극 후반부에서는 TV문학관 '꿈'도 연상된다. 손오억은 '또 다른 나'로 인해 지금까지의 자신을 돌아보게 되면서 결국 나를 찾은 것일까, 나를 잃은 것일까? 애매한 결말이 생각할 거리를 안겨 준다.


* 솔직히 '이동하'라는 작가를 이번에 처음 알았다. 손오공을 찾아보니 1976년 한국문학 7월호에 실려 있다. 2023년 현재 나온 지 최소 47년 된 소설이다. 실려있는 책을 찾으려면 발품이 필요하겠다. 작가 분에 대해 더 찾아보니 "장난감 도시"라는 연작 장편 소설이 대표작이라고 한다. 


MBC 베스트셀러극장 손오공. 지윤성. 유튜브 캡쳐

* 회장의 딸이자 손오억의 부인 역할을 한 분이 안옥희 배우인 줄 알았더니 지윤성! 내 눈엔 이 두 배우 분이 왜 이렇게 닮아 보일까? 

* 한인수 배우의 목소리와 발음이 어찌나 좋은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이 분하면 MBC 조선왕조 500년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세종대왕 역할을 하셨던 게 퍼뜩 떠오른다. 미소가 정말 인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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